고등학생 때 만든 동아리를
대학생 봉사단체로 발전시킨 장경진 ‘안아주세요’ 대표

제3세계에 안경 보내 세상 보는 눈을 밝혀주고 있어요

고등학생 동아리가 대학생 봉사단체로 발전해 아프리카, 아시아의 이웃을 돕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안경을 아프리카·아시아의 이웃들에게 주세요’라는 뜻의 대학생 봉사단체 ‘안아주세요’. 2008년 고등학생 동아리로 출발한 이 단체는 안경을 접하지 못하는 세계 빈곤국 사람들에게 쓰지 않는 안경을 모아서 전달, 세상을 밝게 보게 하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다. 그런데 이제는 대학생 운영진 30명이 전국 30여 개 단체와 함께 안경기부를 하면서 현지에 안경제작 기술을 전수하는 활동으로까지 발전했다. 기부하고 남은 안경알을 헝겊으로 감싸 헤어 액세서리를 만들어 판매, 그 수익금 역시 아프리카에 안경을 기부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

‘안아주세요’는 2008년, 고등학교 2학년이던 장경진씨(연세대 사회복지학과 2학년)가 원어민 과외 선생님으로부터 라이온스클럽의 안경기부 활동에 대한 얘기를 듣는 데서 시작됐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안경을 보급하는 봉사가 낯설지 않은 일인데, 우리나라에는 별로 없더라고요. 안경을 착용하는 사람들은 쓰다 만 안경이 한두 개씩은 있잖아요? 안 쓰는 안경을 모아 빈곤국에 보내면 되겠다 생각했지요. ‘안아주세요’라고 쓴 포스터를 식당과 도서관 등 학교 곳곳에 붙이고 안경 수집함도 만들어놓았습니다.”

3개월 뒤, 안경이 300개 넘게 모였다. 그는 그때 “제대로 알리면 더 많이 모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이후 후배 8명과 함께 아예 ‘봉사단’을 만들었다. 이들은 이렇게 모은 안경들을 안과의사 봉사모임인 ‘비전 케어 서비스(Vision Care Service)’를 통해 에티오피아・라오스・몽골・가나 등지에 전달했다. 2011년부터는 안경사 봉사단체와 함께 저소득층, 다문화 가정 안경 보급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이웃을 생각한다는 점에서 같은 마음을 가진 분들이 많이 도와주셔서 큰 힘이 됩니다.”


5년 동안 이들은 약 6억5000만 명에게 안경을 보급해왔다. 30명으로 구성된 대학생 운영진은 주 1회 전체 회의와 안경기부팀, 해외 안경 보급팀, 해외봉사단 파견팀, 연수지원 사업팀 등 7개 부문의 팀별 회의를 거치며 즐겁게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MT를 가더라도 모이면 안경 얘기만 하게 된다는 이들이다. 안경을 보낸 후 애프터서비스를 어떻게 할지도 이들의 고민이다.

“안경은 시력 변화에 따라 주기적으로 교체해야 하고, 안경이 고장 나면 수리해줄 사람이 필요하잖아요? 각 나라에 이를 담당할 전문가가 있어야겠다는 생각에 연수교육을 시작했습니다.”

지난해 해외탐방을 지원하는 한 공모전에서 뽑혀 캄보디아를 직접 찾게 된 ‘안아주세요’ 팀은 캄보디아 한인회에 소속된 분의 도움으로 국립장애센터와 연결이 됐다.

“캄보디아의 경우 월평균 급여가 70달러인데, 안경 값이 30~40달러로 굉장히 비싸 도심이 아니면 안경을 구하기 힘들다고 해요. 안경광학 관련 전문 교육기관도 없어 양질의 안경 생산이 어려운 상황이죠.”


‘안아주세요’는 국립장애센터에 근무하는 장애우 2명, 국제리더십 학생단체(AIESEC)의 학생 1명에게 안경제작 기술을 교육하는 연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안경제작 기술을 전수함으로써 보다 근본적이고 실용적인 도움을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캄보디아에서 온 연수생들은 유난히도 추웠던 지난 겨울, 우리나라에서 3개월 동안 안경기술을 배우고 돌아갔다. 연수는 우리나라의 안경사와 통역사의 재능기부로 진행될 수 있었다. 2년의 커리큘럼을 실습 위주의 3개월 과정으로 압축한 코스였다.

“한 분은 왼쪽 팔이 없는 장애우였는데, 한 손으로도 안경을 수리할 수 있도록 가르쳤지요.”

이 연수생들은 캄보디아 국립장애센터 신관 건물이 완공되는 5월, 한국에서 배운 기술을 가지고 안경원을 낼 계획이다. 이들은 연수를 받는 동안에도 틈틈이 우리나라 안경사들로부터 안경원 운영에 필요한 조언을 들었다.

“안경원 하나를 시작하는 데 들어가는 기기 가격이 4500만원 정도라고 해요. 다행히 제조회사의 도움을 받아 중고기기는 무료, 새 기기는 10% 가격으로 마련해 필요한 기기가 다 준비된 상태입니다. 캄보디아에서 안경원은 수도인 프놈펜밖에 없다고 해요. 수많은 양민이 학살된 크메르루즈 정권 때 안경 쓴 사람은 지식인이라며 죽임을 당했기 때문에 캄보디아 사람들은 안경에 대해 트라우마가 있어요. 회의 때면 그들의 생각을 어떻게 바꾸어나갈지, 시골까지 어떻게 안경을 보급할지 의견을 나눕니다.”

연수 프로젝트는 캄보디아를 시작으로 주변국으로 계속 넓혀갈 계획이다.

“저희가 대학생 단체이다 보니 시행착오도 많지만 경험을 계속 쌓으면서 더 많은 활동을 해나가고 싶습니다.”


이들은 어떻게 고등학교 때 시작한 봉사활동을 죽 이어올 수 있었을까?

“고등학교 때는 ‘스펙을 쌓기 위해 저런다’는 얘기도 들었었죠. 하지만 대학 와서도 하는 걸 보곤 ‘아니었네’라는 반응이 많아요.”(웃음) 고등학교 땐 비전케어에서 많은 도움을 주셨는데, 대학에 와서 활동 범위는 넓어졌는데 우리 힘으로 해나가려니 힘든 점도 많습니다. 알음알음으로 연결되어 후원해주시는 분들이 큰 힘이 되고 있어요.”

이들은 회비와 기부금으로 ‘안아주세요’를 꾸려나가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부터는 안경알로 액세서리를 만들어 판매, 자금을 마련하고 있다. 이달부터는 캄보디아에서 흔한 쇠뿔로 만든 안경 모양 브로치를 캄보디아에 주문제작, 사회적 기업을 통해 판매할 계획이다. 수익금은 모두 빈곤국에 안경을 기부하는 데 쓰인다. 현재 기부 받은 1만5000여 개의 안경 중 실제로 쓰일 수 있는 건 7000개 정도다. 부러진 안경테는 수리비용이 많이 들어 수리하는 대신 디자인 상품으로 재탄생시키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그는 외국뿐 아니라 우리나라 저소득층의 안경보급에도 관심이 많다.

“아직 구상단계인데, 저희 안경원을 하나 낼까 해요. 한국에서도 안경 값이 싸지 않잖아요? 쉽게 안경을 맞추지 못하는 저소득층, 이주노동자, 노숙자 등을 위해 안경을 맞춰주는 곳을 만들고 싶어요.”

그는 “봉사가 다른 이에게 시간과 노력을 내주는 일 같지만, 사실은 봉사를 통해 내가 성장해가는 느낌을 더 많이 받는다”고 말한다. 캄보디아 연수생들이 돌아가면서 “캄보디아에도 이런 봉사단체를 만들고 싶다”고 했는데, 안경기부만이 아니라 이렇게 세계 곳곳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싶다고 그는 말한다.

사진 : 김선아
  • 2013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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