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청소년마임페스티벌 만든 최희 현대마임연구소 제스튀스 대표

현대인의 내면을 몸짓으로 표현하는 마임, 청소년과 만나다

대전의 원도심 예술공간에 위치한 ‘현대마임연구소 제스튀스’. 이곳에서 대전청소년마임페스티벌의 예술감독이기도 한 최희 대표를 만났다. 현대마임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우리나라 연극계에서 그는 독특한 존재로 인식되고 있다. 그를 통해 신체언어인 마임의 세계로 들어가본다.
“인간의 몸으로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을 드러내는 예술.” 세계적인 마임이스트 마르셀 마르소는 마임MIME에 대해 이렇게 정의했다. 마임의 어원은 그리스어 ‘미모스(mimos·모방하다, 흉내내다)’에서 유래했다. 하지만 현대의 마임은 융-복합으로 이미 타 예술과의 경계를 허문 지 오래다. 프랑스에서 공부하고 온 ‘현대마임연구소 제스튀스’의 최희(46) 대표는 이런 변화를 가장 먼저 알린 이다.

그는 프랑스 신체연구 연극컴퍼니 ‘제스튀스’의 공동 대표이기도 하다. 그는 유럽신체연극학교, 프랑스 프로전문배우학교를 졸업했다. 2000년부터 낭테르 파리10대학 초청공연, 파리 베르탕푸와레 페스티벌 공연. 이탈리아 에스타드, 체르탈도 페스티벌에 참여했고, 서울국제크로스오버 즉흥 춤 축제, 춘천마임축제에 참여했다.

〈지금 어디로 가세요?〉 〈NOW〉 〈ON THE ROAD AGAIN〉 〈바레이션〉 〈벽을 타〉 〈의자 위에서〉 〈게임〉 〈창밖을 통해〉 〈기억과 착각 사이〉 〈수신자에게 보내는 메시지 24〉 등의 작품을 발표해왔다. 전국연극제 소극장기획 초청공연이기도 한 신체극 〈기억과 착각 사이〉는 자신의 집을 찾아가면서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는 한 사람의 이야기를 에피소드 형식으로 만든 신체연극이다. 〈수신자에게 보내는 메시지 24〉 역시 인간관계에 관해 다루고 있다. 신체극(마임극) 〈창밖을 통해〉도 인간의 다중적인 내면을 이미지화한 작품이다. 8년여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춘천마임축제’ 무대에 섰을 때 그의 존재는 모든 사람에게 ‘낯설음’으로 다가왔다.

“제 공연을 본 사람들은 ‘이것도 마임인가?’라는 반응이었어요. 세계적으로 현대마임에서는 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를 보여주는데, 우리나라에서 마임은 ‘판토마임’만을 떠올리는 것 같아요. 세계 마임의 흐름을 소개해야겠다는 사명감을 가지게 되었지요.”

그는 “연극 이전에 마임이 있었다”고 말한다. 연극의 기원이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 몸짓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크르코크’ 등 프랑스 유수의 연극전문학교 커리큘럼에는 마임 수업과 워크숍이 포함되어 있다. 신체극 공연연출, 대학예술교육, 청소년마임축제 예술감독 등 그의 행보는 ‘한국 마임의 역사’를 하나하나 만들어가는 발걸음이 됐다.

‘제스튀스’는 ‘제스처들(ges-tures)’을 뜻하는 프랑스어로, 라틴어의 ‘몸짓’에서 유래했다.

“같이 공부하던 친구들과 프랑스 남부로 여행을 갔는데 좁은 골목의 이름이 Gestus(제스튀스)였어요. ‘어떻게 이런 골목 이름이 여기에 있을까?’ 깜짝 놀랐죠. 우리도 우리만의 제스처가 있고, 사회공동체 역시 제스처가 있으니 우리가 하는 연극컴퍼니 이름을 ‘제스튀스’로 하자고 즉석에서 제안했죠. 친구들도 동의했고, 제가 공동대표를 맡아 활동했어요.”

그는 어릴 때부터 미술・음악・연극 등 다방면의 예술분야에 소질이 있었다고 한다. 지금도 스스로를 베짱이나 나무늘보로 부르며 ‘잘 노는 게 인생’이라고 믿고 있단다. 사업가인 아버지의 반대를 뿌리치고 자신이 원하던 연극배우가 되어 10여 년 동안 무대에 올랐는데, 자신이 원했던 삶을 살면서도 뭔지 모를 갈증이 있었다.

“연극을 처음부터 새로 시작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연극의 발상지는 그리스이지만 프랑스가 그 맥을 잇고 있기에 프랑스로 가자고 마음먹었죠. 그렇게 결정한 지 1주일 만에 프랑스행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2년 정도 공부하고 돌아오겠다 생각했는데, 8년 동안 프랑스에서 지냈네요.”

그는 프랑스행을 어머니에게 전하던 장면이 지금도 떠오른단다.

“‘이번엔 좀 멀리 가겠다’고 했더니 어머니께서 ‘제주도?’ 하셨어요. ‘그보다 더 멀리’라고 말씀드렸더니 ‘일본?’ 그러셨죠. ‘프랑스에서 공부하고 오겠다’고 했더니 어머니의 빨래 개키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시더군요.”

8년 중 한국을 방문한 것이 세 번밖에 안 될 정도로 그는 공부에열중했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할 게 더 많아지는 거예요. 타 예술장르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거꾸로 우리나라 문화에 대한 인문학적 관심도 더 많아졌죠. 문화예술이 사회를 뒷받침한다는 사실도 다시 깨달았고요.”


프랑스에 간 지 처음 두 달 동안은 언어장벽 때문에 강아지처럼 앉아 있었단다. 하지만 곧 프랑스인들과 친해져서 비빔밥을 만들어 함께 나누어 먹을 정도가 되었다. 자신이 프랑스인이 되는 게 아니라 프랑스인을 한국인처럼 만드는 비법이 있었다고 한다.

“한번은 교수님이 너의 연기에서 동양의 깊은 내면이 느껴진다. 그래서 감동적이다. 너에겐 동서양이 모두 있다고 칭찬하셨습니다. 정확한 의미를 몰라 ‘제가 동양인이라서 그런가요?’라고 물었더니 ‘아니 그건 너의 매력이야!’라고 말씀하셨죠.”

그와 함께 공부했던 프랑스 친구들은 유명 배우들이 되었는데, 그중 몇몇은 서울공연예술제에 초대해 함께 공연하기도 했다.

그가 이제 마임을 통해 청소년들과 소통하고 있다. 어느 날 청소년들이 이효리 춤을 흉내 내면서 걸어가는 걸 보고 그는 프랑스의 제스튀스 골목을 떠올렸다고 한다.

“감수성이 가장 예민할 때잖아요. ‘저 청소년들과 함께 마임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대학 강단에 서긴 했지만 청소년은 또 다른 세계였다. 그렇게 시작한 ‘대전청소년마임페스티벌’은 전국 규모의 축제로, 4회를 마쳤다. 춘천에 춘천마임축제가 있다면, 대전엔 ‘대전청소년마임페스티벌’ 이 있다. 처음 축제를 시작했을 때는 ‘1회로 끝나겠지’ 하다가, 2회째는 ‘설마’, 3회째는 “어, 진짜 하네”라는 반응이었고, 2012년에는 “아, 정말 하는구나”라는 반응이었다고 한다. 여기까지 오는 게 쉽지 않았다는 말이다.

“자비를 들여가며 축제준비를 하는 걸 보고 ‘작품이나 하지, 왜 다른 곳에 에너지를 쓰느냐’고 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제가 베짱이, 나무늘보이긴 하지만 예술가로서 사회적 책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2012년 10월에는 ‘마임! 마음으로 나누다’란 주제로 청소년, 지역민들과 함께 무대를 만들었다. 청소년 마임(몸짓)공연대회와 한국마임협회의 공연, 사물놀이, 미술 퍼포먼스, 즉흥 무브먼트 등으로 나누어 공연을 했다. 자기만의 제스처로 표현하는 마임에 전국 청소년들의 반응이 무척 좋았다고 한다. 참여하려는 청소년 팀들을 위한 무료 워크숍, 특강 등을 하면서 그는 청소년들과 만나왔다. 1등을 한 팀은 2013년 춘천마임축제 무대에 오른다.

“2013년부터는 셰익스피어에서 근대 희곡까지 텍스트도 다룰 계획입니다. 연극의 기원을 그리스로 보긴 하지만, 우리의 굿에서도 연극의 단초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탈춤이나 마당극, 가면놀이도 넓게 보면 연극과 맥락이 닿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한눈에 보는 마임사’도 정리해보고 싶습니다.”

청소년마임페스티벌을 잘 꾸려가고 싶은 그는 앞으로 청소년국제교류도 추진해보고 싶단다.

사진 : 김선아
  • 2013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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