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카리나 연주자-교육자 유승엽

히트곡 ‘밤차’ 작곡가, 오카리나 전도사 되다

“오카리나를 부는 순간만큼은 산이나 들에 있는 것 같아요.”

흙으로 만든 오카리나는 특유의 목가적이면서 맑고 깊은 소리 때문에 배우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 오카리나 보급에 앞장서고 있는 유승엽씨는 1970~80년대 ‘밤차’ ‘겨울장미’ ‘제비처럼’ ‘당신은 누구시길래’ ‘하얀 민들레’ 등 히트곡을 작곡한 대중가요 작곡가였다. 1992년 캐나다에서 우연히 접한 오카리나 음색에 반해버린 그는 스스로 오카리나 연주법과 제작법을 익히고, 오카리나 아카데미까지 열었다. 오카리나에 심취해 ‘자연으로 회귀’를 외치면서 새로운 음악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유승엽씨를 경기도 군포시에 있는 오카리나 아카데미에서 만났다.

“흙 한 줌으로 신비한 소리를 내는 이 악기가 무척 신기했습니다. 그런데 악기 연주법을 배울 곳이 없는데다 음악을 하는 사람이 악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 시작한 작업이 지금까지 오게 된 것입니다.”

그가 제작한 오카리나 알토F는 연주하는 것만으로도 단전호흡의 효과를 체험할 수 있는데, 그는 장기간에 걸쳐 이 악기를 우리나라 사람의 기호에 맞는 악기로 완성해 작곡과 연주를 동시에 하게 되었다.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이 악기는 세계 각국에 전해졌으며, 우리나라에선 1986년 일본 NHK-TV의 다큐멘터리 〈대황하〉에서 배경음악으로 나온 소지로의 오카리나 연주가 감동을 주면서 유명해졌다. 이후 오카리나 애호가를 중심으로 친목과 정보교류를 위한 동호회가 만들어지고, 최근엔 자신이 직접 만든 오카리나로 연주하고자 하는 시도도 늘고 있다.

“오카리나의 기원은 300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요. 발굴된 악기를 보면 토기가 만들어질 때부터 만들어서 불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석기시대, 토기를 구웠을 때부터라고 보면 되겠죠. 나무나 풀은 전혀 사용하지 않고 흙으로만 만들었기 때문에 자연친화적이죠. 불에 구워 나오는 데 따라 소리가 미묘하게 달라지기 때문에 항상 잘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이 악기는 초벌구이 악기예요. 1000℃ 이하로 구워야 습기를 빨아들여서 침이 밖으로 나오지 않아요. 습기가 있으면 소리가 막히거든요.”

오카리나는 모양도 다양하게 만들 수 있다.

“음정이 정확하지 않겠지만 자기가 느끼는 대로 감정대로 모양을 만들 수 있어요. 크기에 따라 소리도 다른데 작은 악기는 명랑한 소리가 나고 크기가 커질수록 소리도 커집니다.”

오카리나는 폐관악기다. 관이 없고 막혀 있기 때문에 하나하나 구멍을 넣을 때마다 호흡을 크게 해서 관의 열림 대로 호흡을 조절해야 한다.

“그걸 잘하면 연주를 잘하는 거예요. 악기가 30%, 내가 70%예요. 내가 중심이 되어 조율하고 연주하는 느낌을 많이 넣어야 해요.”

동행한 사진기자와 함께 오카리나를 배워보았다. 소프라노・알토 등 음역별로 호흡에 의해 소리가 달라지는 걸 보면서 소리의 본질을 음미할 수 있었다. 호흡에 집중하니 자연스레 명상도 되었다.

“첫 이론은 12주 정도의 교육과정으로, 일반인도 취미로 많이 배워요. 악보보다 계명으로 부르는 악기예요.”

청명한 소리를 내는 오카리나를 만들기 위해 그가 그동안 쓴 흙은 몇 트럭은 될 것이라고 했다.

“처음엔 매일 흙으로 만들어서 구워서 깨뜨려버리는 게 일이었으니까요. 오카리나를 만들어본 사람은 저 같은 경험을 했을 겁니다. 처음에는 이걸 만들어보겠다고 문구점에서 찰흙을 사다 만들고 있으니까 아내가 머리가 이상해진 것 아니냐고 하더라고요. 지금은 잘했다고 하지만요. 생각해보면 흙으로 악기를 만든다는 게 신기하잖아요. 체험학습을 하는데, 크게 만들든 작게 만들든 소리가 나오니까 사람들이 신기해해요.”

오카리나를 배우는 연령층은 20대 대학생부터 70대 노인까지 다양하다.

“6년 동안 배우고 계신 분이 있는데 항상 악기와 함께하시고 해외여행을 갈 때도 악기를 갖고 가세요. 여행지에서 즉석 공연을 하면 굉장히 인기라고 해요. 오카리나는 생활 속 악기예요.”

오카리나는 독주도, 협주도 모두 가능하다. 유 대표는 ‘숲 속의 소리’라는 오카리나 연주단체를 운영하면서 정기공연을 하고, 연주 요청이 들어오면 연주를 한다. 1997년 우리나라 최초의 오카리나 음반 〈혜초〉를 발표하고, 2000년 〈가시〉 외에 5장의 오카리나 음반을 냈다. 아시아나 기내 음악에도 실린 1집 〈영혼에 호소하다〉에 이어, 11월 2집 〈오카리나 영혼에 호소하다〉를 발매했다. 이번 2집 음반에는 영국의 전설적인 로커 로드 스튜어트의 ‘Sailing’, 뮤지컬 〈캣츠〉의 ‘Memory’와 푸치니 오페라 〈잔니 스키키〉에서 ‘오! 나의 사랑하는 아버지’, 세자르 프랭크 ‘생명의 양식’ ‘한오백년’ 등 가요까지 총 15곡을 수록했다. 그는 “오카리나를 많은 사람이 맑은 소리로만 생각하는데 오해입니다. 작은 소프라노 계통의 음색은 맑은 편이지만 사이즈가 큰 알토F의 음색은 희로애락을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음색을 갖춘 악기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원래 가수가 꿈이었다.

“최고의 꿈이었죠. 그런데 얼굴과 목소리가 다르다는 게 대다수 음반 관계자들의 의견이었어요. 얼굴은 권투선수처럼 사납게 생겼는데, 목소리는 전혀 딴판이라는 거예요. 그래서 더 이상 공해를 일으키면 안 되겠다 싶었죠. 바로 작곡가로 데뷔해 처음 작곡한 곡이 이은하가 부른 ‘밤차’예요. 그다음이 ‘겨울장미’ ‘제비처럼’ 진미령이 부른 ‘하얀 민들레’ 심수봉의 ‘당신은 누구시길래’ 등을 썼지요.”

서라벌예대 작곡과를 나온 그는 클래식은 적성에 안 맞고 팝송을 접하다 보니 작곡을 해야겠다 싶었다. 오카리나를 만들면서도 작곡가로서의 활동에도 여념이 없는 그는 10여 년 전 독도에 관련된 곡을 썼던 때를 회상했다.

“독도를 테마로 한 곡을 쓴 지 10년이 되어갑니다. ‘독도는 우리 땅’을 부르는데 리듬이 좀 가볍다는 느낌을 받았죠. 작곡가로서 이건 안 되겠다 싶어 ‘독도를 사랑해’라는 노래를 작곡했고, 이번에 ‘독도가 뿔났다’는 곡을 만들었습니다.”

명성황후가 시해되는 시점부터 역사적인 내용을 기반으로 쓴 곡이다. 그는 오카리나를 만들고 연주하면서 작곡가로서의 역할도 충실히 해나가고 싶다. 앞으로도 독도에 대한 사랑을 표현한 곡은 계속 만들 것이라며 “더 좋은 악기를 만들고 훌륭한 연주자들을 키워내 우리나라를 오카리나 종주국으로 변신시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사진 : 김선아
  • 2012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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