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인문학을 만나라》 낸 자녀경영연구소 최효찬 소장

고등학생 아들과 방학마다 도보여행 다닙니다

《현대 명문가의 자녀교육》 《하이퍼리얼 쇼크》 《메모의 기술》 《아빠가 들려주는 경제 이야기 49가지》… 제목만 봐서는 전혀 관계없을 것 같은 이 책들은 모두 한 저자가 썼다. 다양한 분야에서 놀라운 통찰력을 자랑하는 이 저자는 바로 자녀경영연구소 최효찬 소장이다.

그는 지금까지 미디어・경제・독서법 등 수많은 분야의 책을 출간했다. 그중 《세계 명문가의 자녀교육》 《5백년 명문가의 자녀교육》 《세계 명문가의 독서교육》 등 자녀교육 시리즈는 꼼꼼한 취재와 폭넓은 연구로 엮어낸 탄탄한 구성으로 명실공히 그를 ‘국내 최고의 자녀교육 전문가’ 대열에 올려놓았다. 《현대 명문가의 자녀교육》에는 신평재 전 교보증권 회장, 시인 조지훈, 수필가 피천득 등 이 시대 명문가들을 직접 취재하여 그들 가문의 자녀교육 철학을 담았다. 자녀교육 문제에 천착하면서 ‘아버지 역할 전문가’가 된 그에게 대한민국의 학부모들은 끊임없이 강연과 멘토링을 요청해온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인문학 전도사’로 나섰다. 9월 초 출간 예정인 《마흔, 인문학을 만나라》는 최효찬 소장이 그간 여러 군데에 연재해오던 인문학 칼럼을 엮어낸 책이다. “문집을 읽는 데에는 봄이 적당하고, 역사서를 읽는 데는 여름이 적당하며, 경서를 읽는 데는 겨울이 적당하다”는 장조의 《유몽영》에서 힌트를 얻어 ‘계절별 문사철’의 테마로 구성했다.

“요즘 대학생들은 너나 없이 학점 올리랴, 토플 보랴, 취직 준비하랴 정신이 없습니다. 책을 읽을 시간이 없죠. 그래서 사회에서 어느 정도 자리 잡고 주변을 돌아보는 여유를 가질 수 있는 불혹의 나이에라도 인문학에 시간을 투자했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책을 엮었습니다. 스트레스 받지 않고 즐겁게 인문학을 탐독할 수 있는 독서법을 소개했어요.”

‘인문학적 소양을 갖추어야 통찰력을 기를 수 있다’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지만, 정작 그 방법을 알기란 어렵다. 유명한 인문학 양서들은 길고 지루한 데다 도통 무슨 소리인지를 알 수 없어 금방 덮어버리기 십상이다. 최효찬 소장은 《마흔, 인문학을 만나라》에서 ‘유쾌한 인문학’을 제시함으로써 이런 고민을 해소해주려 했다.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여러 매체에 칼럼도 기고하면서 다양한 분야의 책을 끊임없이 집필하는 그는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것 같다. 숨 돌릴 틈 없이 바쁘지만, 그는 하루에 5~7시간은 노트북 앞에 앉아 집필한다고 한다. 하루 일과 중 가장 중요한 작업은 ‘초서(책의 중요한 부분을 뽑아 메모하는 것)’다. 매일 독서를 하면서 초서를 한다. 그에게 초서는 책 집필의 가장 기본적인 작업이다.

지금까지 그는 몇 차례 궤도 수정을 했다. 1980년대 외교관이 되겠다는 꿈을 지닌 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에 진학하지만 교정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데모가 벌어졌고 최루탄이 터졌다. 동기와 선후배들이 군부세력과 치열하게 맞선 상황에서 홀로 고시공부를 한다는 것은 스스로 용납할 수 없었다. 고시를 포기한 후 자신의 열망을 충족시켜줄 직업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신문기자라는 답을 얻었고, 곧바로 시험을 보고 신문사에 입사했다.

그런데 이번에도 ‘변화하고자 하는 열망’이 그를 움직였다. 안정적으로 기자생활을 하는 중에도 ‘이렇게 현실에 안주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더 공부하기 위해 대학원에 입학해 일과 공부를 병행했다. 언론홍보대학원 재학시절 쓴 첫 책 《테러리즘과 미디어》 이후 다양한 분야에서 원고 청탁이 들어왔고, 《500년 명문가의 자녀교육》 집필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자녀교육 문제에 천착하게 되었다.

“스티브 잡스는 ‘개별적으로 산재해 있는 시간의 점(dot of the time)들을 유기적으로 잇는 자가 성공한다’고 말했죠. 저도 제 인생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시간의 점들을 이으려고 노력 중입니다. 일례로 17년 동안의 기자생활과 비교문학 박사과정은 지금 다양한 분야의 책을 집필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됩니다.”

변화와 배움에 대한 그의 끊임없는 열정은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았다. 그의 가족은 경남 합천 두메산골에서 살았다. 그의 아버지는 그 시절 시골사람답지 않게 교육열이 강했다. 매일 집에서 자녀들에게 받아쓰기를 시켰고, 학교의 육성회장도 도맡았다. 형제들은 모두 대학에 진학했고, 그중 두 명은 박사학위까지 받았다.

“제가 배움과 변화에 열망을 가진 것도, 자녀교육 문제에 천착하게 된 것도 아버지의 영향인 것 같습니다. 아버지는 제가 고등학교 2학년 때 돌아가셨지만, 이렇게 큰 영향을 끼치고 가셨죠. 제가 자녀교육에 있어서 아버지의 역할을 역설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스스로 좋은 아버지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글쎄요”라며 쑥스러운 듯 웃는 그에게 다소 무거운 질문을 던졌다. 왕따문제와 성적비관으로 청소년 자살이 만연한 대한민국은 대체 어느 부분이 망가져 있는 것일까.

“일명 ‘엄마 네트워크’가 정말 큰 문제죠. 제가 학부모 멘토링 프로그램에 멘토로 참여했을 때, 한 임신부가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에게 읽힐 필독도서 리스트를 달라고 하더군요. 정말 안타까웠습니다. 학부모 모임에서 회자되는 모든 정보를 맹신하면 안 됩니다. 이런저런 기준에 아이를 끼워 맞추려다보면 어느새 아이를 정신적인 왕따로 내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겁니다.”

그는 가정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억’이라고 했다. 자녀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 좋은 기억을 많이 심어주어야 자녀가 홀로서기를 할 때 그 기억들이 동력원이 된다는 것이다. 지금도 그는 갓 고등학생이 된 아들을 데리고 방학 때마다 도보여행을 떠나고, 진심을 가득 담은 편지도 주고받는다. 500권의 책을 쓴 다산을 십분의 일이라도 따라잡고 싶다는 최효찬 소장. 그는 글쓰기와 청렴한 생활면에서는 다산 정약용 선생을, 실천력과 자녀사랑에 있어서는 퇴계 이황 선생을 롤 모델로 삼는다고 했다.

“나중에 제가 50권 집필의 목표를 달성하고 아들이 대학에 입학하면 조용한 곳으로 떠나 오랫동안 혼자만의 휴가를 즐기고 싶습니다. 그곳에서 또 다른 분야의 책을 집필하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웃음)”

사진 : 김선아
  • 2012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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