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혁신국제어워즈’에서 은상 수상한 ‘디폴리오’ 김준범

디지털 세상에 새로운 출판 형태 계속 선보일 거예요

종이 없는 책이 출판의 새로운 미래를 열 것인가. 디지털 출판의 향방에 대한 관심이 높은 때, 우리나라 국립현대미술관 도록을 아이패드에 올려 국제적인 상을 받은 사람이 있다. 지난해 국립현대미술관 과천본관에서 열린 <올해의 작가 23인의 이야기 1995~2010> 전시를 담은 디지털 도록을 만들어 최근 뉴욕에서 개최된 ‘미디어혁신국제어워즈’(The Internationalist Awards for Innovation in Media)에서 은상을 차지한 김준범 ‘디폴리오’ 사업총괄이사다. 그를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2008년부터 매년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미디어혁신국제어워즈는 매거진 〈The Internationalist〉가 주최하는 이벤트로, 전 세계 기업 브랜드의 마케팅 전략과 홍보에서 가장 혁신적인 광고, 캠페인, 미디어 기획 부문을 선정한다. 올해는 영국의 〈BBC〉와 〈파이낸셜타임스〉가 후원했다. <올해의 작가 23인의 이야기 1995~2010> 전시를 담은 ‘디지털 퍼블리싱 캠페인’ 프로젝트는 기존의 종이 도록의 개념을 깨뜨리는 데서 시작했다. 아이패드 아이튠즈(iTunes Store)에서 누구나 볼 수 있는데, 한국미술의 중요 작가 23인에 대한 평론(한국어와 영어)과 대표적인 작품 이미지, 동영상 인터뷰가 실려 있다. 작품을 평면적으로 전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마치 전시장에 서 있는 느낌이 들도록 공간감을 살리고, 인터뷰 동영상을 통해 TV 토크쇼를 보는 듯한 인상을 받도록 입체적으로 꾸민 것이 특징. 현장감을 살린 디지털 도록으로 전시 기획이나 홍보에 있어서 변화를 제시해 주목을 받았다.

“유저들의 반응을 가장 먼저 생각하면서 만들었습니다. 한 유저가 디지털 도록을 보고 ‘해리포터를 보는 것 같아요’라는 댓글을 남겼더군요. 그때 ‘길지 않은 영상이지만 제대로 보여줬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디지털 미디어 전문기업인 디폴리오는 그동안 디지털 멀티북 〈시크릿가든〉 〈이기적 고양이〉, 디지털 만화 매거진 〈절대연애다이스키〉를 제작했고, 부산국제영화제의 데일리 디지털 매거진, 영화진흥위원회 월간지를 발행했다. 현재 매주 〈씨네21〉 디지털 매거진도 제작하고 있다.

“보통 디지털북이라고 하면 ‘e-book’의 개념으로 이해해요. ‘e-book’은 종이책을 단순히 전자책으로 전환한 것에 지나지 않지요. 그런 면에서 〈씨네21〉이나 국립현대미술관 도록은 디지털이라기보다 하이브리드라고 하는 게 더 적확한 표현이지요. 최근엔 뮤지컬 디지털 브로슈어도 준비하고 있어요. 브로슈어를 보면서 예매까지 할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그가 만든 브로슈어는 보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유저가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놓았다. 그가 이렇게 디지털 도록이나 하이브리드 매거진을 만들면서 준비한 것은 세계시장 진출이었다.

“국내시장에서 기반을 다지지 않고 세계시장을 두드리기란 어렵습니다. 우리나라 시장에서 완성도와 디자인, 좋은 콘텐츠로 인정받은 후 세계시장으로 나간다는 계획입니다. 디지털북이나 디지털 매거진을 서비스하는 곳은 늘고 있어요. 앞으로의 경쟁력은 ‘누가 더 잘 만드는지’ 전문성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수상이 한국의 하이브리드 출판시장을 세계에 알릴 기회라고 생각해요. 올 10월에 독일에서 열리는 프랑크푸르트 북페어도 준비 중입니다.”

출판 디지털 강국을 꿈꾸는 그는 한국의 디지털벤처 1세대다.

“1997년 IT 벤처 붐이 일기 시작할 때 모바일 출구조사 시스템을 개발해 특허를 받았어요.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벤처사업을 시작했죠. 방송 콘텐츠와 영화 프로그램 기획도 하면서 저작권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음악 사이트에서 유료로 내려받아 음악을 들을 수 있게 시스템을 만든 것이나 인터넷에서 영화를 볼 수 있는 ‘온라인 영화 서비스도’ 그가 처음 시작했다.

“영화관에서 내린 영화를 DVD로 볼 수 있기까지 수개월이 걸렸어요. 그런데 3500원을 내더라도 새 영화를 인터넷으로 보겠다는 유저가 있다는 것을 포착했습니다. 2008년 영화 〈추격자〉를 국내 최초로 합법 다운로드하게 했더니 10억원이라는 매출을 올렸습니다.”


이외에도 그는 뉴스와 날씨를 제공하는 콘텐츠인 ‘네이트 AIR-ARS’를 오픈시키기도 했다. 그의 사업 아이템은 대부분 ‘유저는 원하는데, 불법으로 막혀 있는 길을 뚫는 것’에서 시작됐다. 유저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양성화하는 방법을 찾았다. 어려서부터 얼리 어댑터였다는 그는 5년 전 아이폰이 우리나라에 유통되기도 전에 이미 호주에서 사와 사용했다고 한다.

“얼리 어댑터 기질은 아버지를 닮았어요. 보통 새로운 제품이 나오면 아들을 사주는데, 저희 아버지는 당신 것부터 사셨어요. 아버지가 사오신 신제품을 몰래 쓰다 혼난 적도 많았죠.”


고등학교 시절 로버트 카파와 같은 종군사진기자가 되는 게 꿈이었다는 그에게 캐논 카메라 두 대를 ‘선뜻’ 내주신 아버지는 그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인물이라고 한다. 그는 6월 말 개봉한 영화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에 출연하기도 했다.

“제가 이 영화에서 뚱뚱한 게이로 나옵니다. 하하. 공연 기획자로 일한 경험이 있는 데다 영화배우, 연극배우들과 자주 어울리다 보니 영화에까지 출연하게 되었네요. 무대인사도 했는데, 정말 떨렸습니다.”

그는 지난해 MBC 스페셜 〈술에 대하여〉 편에서 폭탄주 제조자로 등장하기도 했단다. 즐겁게 일하는 그는 항상 시대에 ‘한발 앞서가자’고 자신을 다진다. 혁신이 중요하지만 사업에 있어서는 시대에 너무 앞서지도 뒤떨어지지도 않고 ‘한발 앞서는’ 타이밍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른 방식으로 제안하자’는 발상이 성공 요소라고 생각한다. 얼리 어댑터, 인터넷 벤처 1세대, 디지털 매거진의 선두주자. 하이브리드 퍼블리셔 김준범씨는 한국 인터넷, 디지털의 역사에서 ‘가장 재미있게 노는 인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사진 : 하지영
사진제공 : 디폴리오 www.dfolio.co.kr
  • 2012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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