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간 누적 공연 1523회 기록 갱신 중 <컬투쇼> 여는 컬투

“사람들을 웃기고 싶어요. 그래야 저희도 웃으니까요.”

거친 눈빛과 껄렁껄렁한 말투의 정찬우(44). 앙증맞고 귀여운 표정의 달인 김태균(40).
우리나라의 대표 개그 듀엣 ‘컬투’로 활동 중인 두 남자가 이달 <컬투쇼>로 무대에 선다. 지난 17년간 수많은 관객을 웃기며 인기몰이에 성공한 개그쇼를 통해 다시 한번 개그맨으로서 행복해지고 싶기 때문이다.
“안녕! 안녕! 안녕하세요!”

어쩌면 그렇게도 애교가 많을까. 싱글벙글한 표정의 김태균이 인터뷰 시간에 맞춰 등장했다. 실제로 그를 만나보니 TV에서보다 더 웃겼다. 그의 인사에 컬투의 매니저들과 코디네이터들도 일제히 폭소를 터트렸다. 단지 그는 사람들에게 ‘안녕’이라는 인사를 했을 뿐인데, 모두를 웃게 만들고야 말았다. 역시 베테랑 개그맨답다.

“이제 헤어지고 싶어도 헤어질 수 없습니다. 그동안 볼 것 못 볼 것 다 본 사이거든요. 웬만한 일에는 서로 신경도 안 쓰죠. 하도 기분 나쁜 일을 많이 해놔서… 흐음!”

김태균과 정찬우는 무려 17년이라는 세월을 함께 보낸 동료다. 1994년 MBC 공채 개그맨 5기 동기로 만나 ‘컬트 삼총사’라는 개그 트리오를 조직했다. 정성한이 탈퇴한 후 ‘컬투’라는 이름으로 지금까지 단짝으로 지내는 중이다. 개그에 대한 그들의 열정이 이뤄낸 <컬투쇼>의 성공은 이러한 그들의 호흡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첫눈에 태균이를 알아봤어요. 개그맨 동기들이 처음 모이던 날, ‘아, 저 친구랑 친하게 지내야지’ 싶더라고요. 이유는 모르겠어요. 저랑 다른 사람이라서 끌렸던 것 같아요. 저는 얼핏 봐도 좀 거칠죠? 그런데 태균이는 어린 시절부터 사랑받으면서 곱게 자란 태가 나더라고요. 실제로도 그렇고요.”

정찬우는 자신을 가부장적인 남자라고 소개했다. 머리에 해바라기꽃을 단 채 롤러스케이트를 타던 ‘미친소’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아내와 아이들에게 엄격한 편이라는 그는 “욕쟁이 할머니가 욕을 하면 기분이 안 나쁘다. 마찬가지다. 내가 욕을 하면 사람들이 기분 나빠하는 대신, 웃어준다”고 말했다.

“개그는 그 사람이 살아온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예술입니다. 사람이 하는 말은 그가 살아온 날을 말해주기 때문입니다. 저는 어릴 때 동네에서 소문난 개구쟁이였고, 혈기 왕성한 시절에는 사고도 좀 치고, 막노동도 해보고… 한마디로 개그 속에서 복잡한 캐릭터를 소화하기에 딱인 거죠.”(정찬우)

그는 김태균이 살아온 삶에서 우러나오는 개그는 반듯하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부터 교회에 열심히 다니며 바르게 성장한 김태균은 여자 목소리부터 어린아이 흉내까지 못하는 것이 없다며 자랑을 늘어놓았다. 특히 노래도 잘하고 춤도 잘 추는 점은 김태균의 장점 중 칭찬할 만하다고 거듭 말했다.

“개그맨으로 다재다능한 형의 모습을 좋아해요. 저는 도저히 할 수 없는 개그를 형은 할 수 있거든요. 그런데 형이 못 하는 것을 제가 할 수 있더라고요. 예를 들어 제가 ‘닥쳐!’라고 한다면 누군가 마음에 상처를 받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런데 형은 달라요. 온갖 욕을 퍼부어도 사람들은 웃고 말죠. 형의 욕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다정함까지 전해주는 힘이 있어요. 언어는 누가 표현하느냐에 따라 받아들이는 느낌이 다르니까요.”(김태균)


컬투의 히트작인 <컬투쇼>는 1996년부터 2005년까지 무려 7년간 국내 공연예매 1위를 기록할 정도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컬투는 돈도 많이 벌었다. 그러나 사업 물정이 어두운 상태에서 벌였던 크고 작은 사업들로 인해 적지 않은 손해를 겪기도 했다. 그럼에도 꾸준히 활동한 덕분에 2년 전 컬투는 그동안 번 돈으로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사옥을 지었다. 요즘 잘나가는 연예기획사가 밀집한 지역이다. 컬투는 개그계에서 찾아보기 힘든 성공 사례다.

“<컬투쇼>에는 특별한 개그나 관객을 압도하는 무언가가 없습니다. 그저 무대에서 저희가 준비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보여드릴 뿐입니다. 저희는 자연스러운 개그를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합니다. 어느 순간부터 개그 대신,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는 모습이 더 어울리게 된 것 같기도 하고요. 그게 매력이겠죠? 우리나라에서 <컬투쇼>처럼 사랑받은 개그쇼는 아직 없으니까요. 푸하하. 저만의 착각일까요, 아닐까요?”(김태균)

컬투는 7월 20일부터 8월 20일까지 성균관대학교 600주년 기념홀에서 <컬투쇼>를 연다. 무더위에 공연을 보러 와준 관객을 위해 얼음처럼 시원한 개그를 준비했다는 소개도 덧붙였다. 특히 이번 공연은 홀로 공연장을 찾은 남녀 관객을 대상으로 컬투가 공연 중간중간 즉석에서 만남을 주선해주는 시간도 마련된다고 한다.

“저도 진심으로 제 공연을 보고 싶습니다. 녹화된 영상이 아닌 실제 무대에서 컬투의 공연을 보고 싶어요. 결코 이뤄질 수 없는 소원이겠지만요. 사람들이 저희 공연을 보고 그렇게 즐거워하는 이유를 좀 알고 싶습니다.”(정찬우)

정찬우와 김태균은 확연히 다른 캐릭터다. 정찬우가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김태균은 듣고 있다. 그러나 김태균이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정찬우는 “아니” “아니지”라고 강한 추임새를 넣는 스타일이다. 이렇게 다른 모습의 두 남자가 마치 부부처럼 오랜 세월을 함께 보내며 쌓아온 시간이 컬투만의 개그를 완성시킨 것은 아닐까. 이들의 매력이 가장 돋보이는 활동 중 하나는 SBS FM <두시 탈출 컬투쇼>다.

“라디오를 진행하면서 좋은 일을 많이 했어요. 차를 잃어버린 사람에게 차를 찾아주기도 했고요. 청취자들이 가끔 잃어버린 물건에 대한 정보를 주기도 하거든요. 그런데 보통은 ‘서울 마포구에서 0000번 차량이 사라졌습니다’라는 식으로 한 번 말하고 말죠. 그런데 저희는 달라요. 당시 차를 잃어버렸다는 메시지를 받고 정확히 200번 이야기를 했습니다. 결국 차를 찾았다는 연락을 받았죠. 정말 신기하죠?”(김태균)

현재 컬투가 진행 중인 라디오 프로그램은 편집 없이 방송된다. 정찬우는 “편안하게 친한 친구들과 수다 떠는 기분으로 방송을 한다”며 뿌듯해했다. 이야기를 더 들어보니 SBS FM이 올해 22년 만에 처음으로 MBC 라디오 청취율을 앞섰는데, 그 결정적 역할에 큰 공을 세운 프로그램이 바로 <컬투쇼>라는 것이다. 컬투는 진행자로서 자랑할 만한 일이라며 두어 번을 더 강조했다.

“개그 소재를 찾기 위해 노력하지 않습니다. 영감이라는 것도 사실 없어요. 그냥 살면서 떠오르는 걸 이야기하는 겁니다. 안타깝게도 우리 세대는 진짜 개그계의 전성기를 볼 순 없을 겁니다. 그러나 앞으로 20년 후에는 반드시 우리나라에도 개그계의 전성기가 시작될 거예요. 조금만 늦게 태어날 걸 그랬습니다. 흑흑. 그래도 지금처럼 계속 웃기며 살아야죠.”(정찬우)

컬투는 유쾌한 두 남자의 삶이다. 누군가의 웃음을 위해 땀 흘리는 일이 자신들의 업이라고 여기는 그들은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지금처럼 이야기할 것이다.

“우리가 그렇게 재미있나요?”

사진 : 김선아
사진제공 : 컬투엔터테인먼트
  • 2012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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