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이 만난 우리 시대 미술가] 사진조각 창시자 권오상

가벼운 조각은 없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된 작품

권오상
1974년 생. 홍익대학교 미술대학과 동 대학원 조소과를 졸업. 2001년 인사 아트 스페이스에서의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L.A의 앤드류시어갤러리, 아라리오갤러리, 영국 맨체스터 시립미술관 등에서 12회의 개인전을 가졌다. 런던의 서머셋하우스, 아르헨티나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의 리움, 런던의 사치갤러리, 베를린 버거컬렉션, 취리히의 아반세이 컨템포러리, 베이징 중국국립현대미술관, 산티아고현대미술관, 코펜하겐의 왕립 샤를로텐부르크 미술관, 볼로냐 현대미술관, FOAM(암스테르담 포토그래피 뮤지엄), 낭트의 르 뤼 유니크미술관, 사이타마미술관, 센다이미디어테크 등에서 개최하는 주요 단체전에 참가했다. 2008년에는 영국 킨 밴드 앨범 재킷 작업에 참여하여 권오상만의 색깔이 담긴 멋진 앨범 재킷을 만들었다.
www.osang.net
권오상은 사진조각의 창시자다. 또한 그는 질문의 명수다. 질문 속에 답이 있다고 했다. 잘 구성된 좋은 질문은 좋은 답을 가져온다. 홍익대학교 조각과 학생이던 권오상은 “왜 조각은 무거울까? 가벼운 조각은 없는 것일까?” 조각의 재료와 과정에 대해 매우 직설적인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돌·청동 같은 무거운 재료를 버리고, 사진을 조각의 재료로 취했다. 먼저 한 명의 모델을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부분부분 나눠 사진으로 촬영한 후 압축 스티로폼으로 조각된 몸체 위에 300~500여 장의 사진을 붙여나가서 완성한다. 이런 작품을 그는 ‘데오도란트 타입’이라고 부른다. 그가 원하는 대로 조각은 아주 가벼워졌고, 덕분에 현대의 관람객은 즐거운 볼거리를 하나 더 가지게 되었다. 2001년 첫 개인전에서 사진조각을 발표하면서 주목을 끌었을 당시, 그의 나이는 스물일곱 살이었다. 이 젊은 작가의 전대미문의 조각 작품은 나아가 세계인의 관심을 끌었다. 그의 작품은 런던·싱가포르·뉴질랜드·뉴욕·캔버라·베이징 등 세계 여러 도시에서 개최되는 주요 전시에서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Bust_C-print, Mixed media, 62×37×58.5cm, 2011~2012
2008년 6월부터 석 달간 영국 맨체스터 아트갤러리에서 열린 권오상의 개인전은 하루 최고 870명의 관객이 들 만큼 큰 화제가 됐다. 이 전시 이후 그는 영국의 유명 밴드 킨(Keane)의 3집 앨범 재킷 작업을 하게 되었다. 킨의 세 멤버들을 등신대의 사진조각으로 만들고 그것을 디자인에 응용한 독특한 앨범 재킷은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미국 유명 힙합 뮤지션 카니예 웨스트(Kanye West)도 자신의 블로그에 “정말 대단한 작품”이라며 그의 작품을 소개하기도 했다.

Fender_C-print, Mixed media, 207×194×110cm, 2012


Pieta_C-print, Mixed media, 74×120×83cm, 2007
6월 24일까지 아라리오갤러리 청담에서 열리고 있는 12번째 개인전에 출품한 〈Untitled〉에서는 검은 선글라스를 쓴 카니예 웨스트를 볼 수 있다. 지금까지 작품이 단일 인물상 위주였다면, 이 작품은 여러 인물이 함께 등장하는 복잡한 군상을 이루고 있다. 인도 컬렉터의 요청으로 제작된 이 작품은 인도의 국민 배우 아미타브 밧찬, 수퍼모델 미란다 커, 그리고 권오상 자신의 얼굴, 카니예 웨스트의 얼굴이 들어 있다. 이 군상은 18세기 오스트리아 조각가 발타자르 페르모저(Balthasar Permoser)의 작품에서 구성을 빌려왔다. 궁정을 장식하던 장엄풍 조각은 바로크 양식과 신고전주의 양식이 기묘하게 혼재된 작품이다. 여러 인물이 다양한 포즈로 엉켜 있지만 권오상은 특별한 스토리를 담지는 않는다.

A statement of 420 pieces on twins_C-prints, Mixed media, 190×70×50 cm, 1999


Untitled_C-print, Mixed media, 265×142×141cm, 2012
“여기에 스토리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다만 관람객이 자신과 관련된 이야기를 잠깐이라도 생각한다면, 혹은 예술가적인 삶에 대해 30초만이라도 생각한다면 좋겠다. 작가라는 것은 남들이 하지 않는 일을 대신하는 사람들이다. 보통 사람들이 생각만 하고 하지 않는 일을 전문적으로 해보는 게 작가의 삶이다. 이런 예술과 관련된 삶에 대해서 관람객이 생각해볼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영국 킨 밴드와 촬영 장면.
권오상은 기념비적인 형식에 대중문화에 근거한 일상적인 내용을 담았다. 비기념비적이고 일상적인 내용은 권오상의 작품에 당대성을 부여한다. 그의 작품은 감수성과 형식 모두에서 철저하게 우리 시대의 산물이다. 작품에 등장하는 다양한 포즈는 패션 잡지에 등장하는 모델들의 포즈를 따온 것이다. 그런데 “패션 잡지에서 나오는 포즈들을 따라 하다 보니까 그것들이 고전 조각의 포즈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맥락을 찾고 싶었다”고 한다. 사진은 모델의 현재적인 모습을 작품에 그대로 실어 나른다. 사진조각, 정물조각이라는 낯선 형식의 작업을 선보이지만 조각의 재료, 모델의 포즈 등 조각의 문제는 언제나 그의 초미의 관심사다. 그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조각가다. 조각가만이 할 수 있는, 조각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느끼는 크고 작은 고민이 오늘의 그를 만들었다.

첫 번째 질문(가벼운 조각은 없을까?)에 대한 답을 찾자 그에게는 곧이어 두 번째 의문이 떠올랐다. 사진조각은 공정이 까다롭고 복잡하다. “좀 쉬운 작업은 없을까?” 기발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는 패션 잡지에 실린 화려한 광고 사진을 오려서 뒤에 철사 등의 간단한 장치로 세웠다. 이 세워진 이미지를 그는 조각이라고 부른다. 납작한 평면이 아니라 공간을 점유하며 서 있다는 점에서 그것들은 조각의 최소 요건을 충족시켰다. 이렇게 세워진 조각품을 한데 모아 사진으로 찍었다. 다시 한 번 조각과 사진과의 결합이 시도되었고, 다시 한 번 전대미문의 이미지가 얻어졌다. 이것이 그의 〈더 플랫The Flat〉 시리즈다. 이 중 플랫 #16, #17, #18은 럭셔리 잡지 〈노블레스〉에 6년간 등장했던 보석 광고 사진을 한군데 모은 것이다.

The Flat No.17_Diasec on Lightjet print, 180×260cm, 2006
잡지에 실린 화려한 이미지들은 우리를 유혹한다. 1997년 IMF 전후해 발간된 이 잡지에는 혹독한 경제 위기를 겪고 나서 더욱 증대하는 물질에 대한 욕망이 그대로 투사되어 있다. 당대성은 이러한 방법으로 그의 작업에 다시 한 번 틈입해 들어온다. 최근 작품은 디자인과 인테리어 전문 잡지인 〈월 페이퍼 매거진〉에서 차용한 이미지를 선보이고 있다.

Untitled(Hockney)_C-print, Mixed media, 118×70×47cm, 2012
플랫 작업을 하던 와중에 그에게 조각에 대한 또 다른 질문이 떠올랐다. “현대미술에 왜 정물조각이라는 장르가 없는가?” 예전부터 조각의 주 대상은 언제나 살아 움직이는 사람이나 동물이었다. 짧지만 조각의 본질에 대한 깊숙한 질문이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더 스컬프처The Sculpture〉 시리즈다.

The Sculpture 6_Acrylic on stoneclay, 140×182×70cm, 2006~2008
람보르기니 같은 명차와 두카티 같은 명품 모터사이클을 손으로 재현했다. 그는 우선 명품에 내재된 현대미술적인 속성에 주목했다. 어떤 명차는 로켓 엔진이 장착되어 2056km/h의 최고 속도를 낼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지만, 실제로 그 차가 달릴 수 있는 지구상의 공간은 얼마나 될까? 현대미술이 절대적인 자기 목적성을 향해 달리듯, 이 명차는 오로지 속도라는 자기 목적성을 향해서 질주하고 있는 것이다. 후에 두카티 모터사이클을 직접 소유하기도 했지만 그는 우선 인터넷에서 내려받은 이미지를 보고 3차원의 입체물을 만들어냈다. 2차원의 평면 이미지를 3차원의 입체 조각으로 번역하는 작업은 이후의 작업에 큰 영향을 미쳤다.

The Sculpture 2_Painted bronze, 462×220cm, 2005
이번 전시에 등장한 영국의 대표적인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의 조각상도 직접 만나서 촬영한 것이 아니라 인터넷에서 내려받은 이미지를 활용한 것이다. 2009년 뉴욕 아라리오갤러리에서 권오상이 개인전을 하고 있을 무렵, 뉴욕 페이스갤러리에서는 데이비드 호크니 개인전이 열리고 있었다. 권오상이 노대가 데이비드 호크니의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해서 만남을 주선하겠다는 제안이 들어왔다. 그러나 호크니와의 만남은 불발되었고, 촬영하는 대신 그는 인터넷에서 내려받은 이미지로 조각 작품을 만들었다. 흥미롭게도 여러 사진이 함께 사용되다 보니 하나의 호크니 조각상에 20대부터 70이 넘은 지금의 모습까지 다양한 사진이 사용되어 더욱 흥미로운 모습이 되었다. 사진을 이어 붙인 호크니의 작업과 권오상의 작업에서 사람들은 직접적인 연관성을 찾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무엇보다 권오상을 매료시킨 것은 호크니의 작품이 현대미술적 담론과 무관한 듯하면서도 그 자체로 충분한 예술작품이라는 점이다. “화가는 오일 페인팅을 해야 하고, 조각가라면 조각을 해서 바닥에 놓는다. 이게 최고 마스터의 행태다.” 이런 의미에서 그가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작가는 박이소・김홍주・최정화다. 특히 그는 결혼식의 주례를 맡아준 화가 김홍주 선생의 작가적인 태도를 깊이 존경한다고 말한다. 자기 작업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으로 새로운 혁신을 꾸준히 이어온 권오상은 말한다. “나는 조각가다.”

사진 : 김선아
  • 2012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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