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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 요리 프로그램 진행자, 개그 소극장 대표 윤형빈

궁극적인 꿈요? 개그 한류를 만드는 거예요

이탈리아 사람들이 축제 기간에 즐겨먹는 과자 키아키에레(chiacchiere)는 우리나라 타래과같이 생긴, 기름에 튀긴 밀가루 과자로 ‘수다’라는 뜻도 있다. 음식과 수다는 이렇게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우리에게 행복감을 불러일으키는 음식과 수다를 요리와 개그로 풀어내는 사람이 있다. EBS 〈최고의 요리비결〉 진행자로 활약 중인 개그맨 윤형빈(32)이다. 그를 EBS 〈최고의 요리비결〉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KBS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에서의 활약으로 더욱 친근하게 다가온 윤형빈이 ‘요리하는 남자’로 시청자 앞에 섰다. 그는 요리연구가의 전문성을 뒷받침하면서 요리 프로그램을 즐겁게 이끌어가는 ‘수제자’ 스타일 진행으로 자신만의 개성을 불어넣고 있다. 그뿐 아니다. 개그맨 김영민과 함께 부산에 개그전용관 ‘윤형빈소극장’도 열었다. 극장의 공동 대표로서뿐 아니라 <윤형빈쑈> <박성호쑈> 등 개그 콘서트 공연기획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윤형빈쑈>에는 물론 본인이 출연한다. 2005년 KBS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한 그는 〈개그콘서트〉에서 왕비호 캐릭터로 인기를 끌었다. 요리 프로그램을 맡게 된 것은 “요리도 개그처럼 사람들에게 웃음과 행복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서였다.

〈최고의 요리비결〉은 요리의 대가가 출연해 평소 즐겨먹는 장과 찌개, 김치 등 기본적인 음식의 요리 비법을 체계적으로 알려주는 프로그램이다. 쇠고기뭇국, 연어샐러드, 굴밥, 버섯덮밥, 스피드마파두부밥, 새우소시지초밥, 라이스그라탱, 닭고기볶음밥, 참치덮밥, 쟁반라면, 카레라이스, 시푸드샐러드 같은, 평소 식탁에 자주 올리는 음식을 맛있게 만드는 비법을 소개해준다. 그는 처음 요리 프로그램 진행을 맡았을 때 심리적인 부담이 컸다고 한다.

“<최고의 요리비결>은 주부들 사이에서는 워낙 유명한 프로그램이고, 전임 진행자였던 박수홍씨 역시 요리를 잘 아시잖아요? 저는 요리 초보라 아는 것도 적고 걱정이 많았죠. ‘이번 기회에 나도 요리를 배우자’는 생각으로 모르는 것은 솔직히 물어보면서 한 걸음씩 가자 생각했어요.”

요리 프로그램은 물론 대본이 있지만, 요리의 특성상 현장성이 중요하고, 무엇보다 요리연구가들과의 호흡이 중요하다.

“전문가들의 요리 비법을 소개하는 내용이니 어찌 보면 저는 그것을 뒷받침하는 역할입니다. 수제자라도 된 듯한 기분으로 임하지요. 그러다 보니 처음 인사를 나누었던 요리 선생님들과 헤어질 때에는 정이 듬뿍 들어 있어요. 왜 주부들이 부엌에서 친해지는지 알 것 같아요.”


알게 모르게 정이 들고 친해지다 보니 방송에서 실수할 때도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요리명장인 김순옥씨와 진행할 때, 마지막 회에서 ‘네, 선생님’이라고 대답해야 하는데 ‘네, 어머님’이라고 말하고 말았다고 한다. 얼마 전 김순옥 명장이 칼과 자신의 요리책을 보내주었다고 자랑한다.

“요리 프로그램 맡은 것을 기회로 제대로 요리 공부를 해보라며 격려해주셨어요. 그래서 본격적으로 도전해보려고 합니다.”

그는 요리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가장 생각나는 사람이 어머니라고 한다.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셨어요. 국을 한 솥 끓여놓고 계속 먹으라고 하시면 ‘왜 같은 것을 계속 먹으라고 하시나’ 불만스러웠는데, 이젠 이해가 가요. 요리가 얼마나 어렵고, 세 끼를 다른 찬으로 차려 낸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걸 알았어요. 게다가 도시락까지 싸셨어야 했으니 말이죠.”

그의 별명은 ‘게으른 개미’라고 한다. 잠도 많고 게으른데 눈에 띄지는 않지만 늘 꼬물거리는 개미처럼 움직인다고 해서 친구들이 붙여준 별명이란다. 그는 일본 개그계에 진출하기 위해 꾸준히 일본어 공부를 하고 있으며 일본 코미디언들과 교류도 하고 있다.

“개그맨도 가수처럼 혼자 있어도 카리스마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개그콘서트>가 인기를 끌고 있지만, 한 프로그램이나 코너의 인기뿐 아니라 개개인의 성장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 역량을 키워가는 일에 대해 고심하는 그는 코미디언계 선배, 친구들과 늘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단다. 일본 코미디언계의 산실인 ‘요시모토흥업’은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는 게 특징이다. 그는 이를 벤치마킹할 가치가 있다고 말한다.

“요시모토가 없으면 일본 코미디언은 없다고 말할 정도로 영향력을 갖춘 곳이에요. 도쿄와 오사카에서 각각 6개 극장을 운영 중인데, 도쿄보다는 오사카에서 활동하는 코미디언 수가 더 많을 정도로 지역 편차가 없습니다. 반면 우리는 서울에 모든 것이 집중되어 있고요.”

부산 경성대 앞에 소극장을 낸 이유도 개그 한류의 기반을 만들기 위해서라고 한다. “부산에는 개그 전용관이 없어요. 그래서 개그맨을 꿈꾸는 지망생이 생활 여건이 되든 안 되든 무조건 상경하고 봅니다. 공채에 모두 합격할 수는 없으니까 열악한 환경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지망생 시절을 견디지요. 부산에 소극장을 만든 것은 그 지역 지망생들이 활동할 공간을 제공하고 지역문화를 키우는 데도 기여하고 싶어서였습니다.”

공동 대표를 함께 맡고 있는 김영민씨는 부산 출신으로, 6년 전 ‘더 웃긴 밤’이라는 코너를 함께하면서 우정을 나눈 사이다. <윤형빈쑈> 첫날 관객은 스무 명 남짓했단다.

“그래도 방송에 출연했으니 오겠지, 했는데 그게 아니었어요. 정신이 바짝 들면서 적극적으로 홍보했습니다. 음악밴드, 토크쇼, 콩트, 영상과 음악 등 다양한 장르를 선보였어요.”

지금은 연일 매진 기록을 세우는 중이다. 극장을 찾는 연령대는 20대 대학생부터 장년까지 폭이 넓다고 한다. 그가 기획한 <박성호쑈>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영국의 에든버러페스티벌에서 ‘놀랍고 환상적’이라는 평가를 받은 ‘옹알스’의 퍼포먼스 공연도 앞두고 있다.

어릴 때부터 개그맨이 꿈이었다는 그는 학점은 안 좋아도 동아리는 가입하지 않은 데가 없을 정도로 좋아하는 분야가 많았다고 한다. 음악에 빠져 밴드를 결성하고 보컬을 담당하기도 했다. 이젠 좋은 공연을 기획해서 대중에게 선보이는 기획자로서의 역할도 적극적으로 하고 싶다고 한다. 그의 최종 목표는 ‘개그 한류’를 만드는 것이다. 힘들 때는 ‘결국은 지나갈 거야!’라며 스스로를 다잡고, 꿈을 향해서는 ‘그래 조금씩 조금씩 가보자!’라며 의지를 다진다.

개그맨에서 진행자, 공연기획자로 꿈을 향해 나아가는 그를 누가 게으르다고 하겠는가. ‘게으른 개미’는 반드시 자신만의 집을 지을 것이다. 그가 어떤 집을 지을지 지켜보자.

사진 : 양수열
사진제공 : 윤형빈소극장
  • 2012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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