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메이저 음반사에서 앨범 낸 헤비메탈 밴드 ‘다운헬’

헤비메탈로도 한류 만들 겁니다

아이돌이 주도하고 있는 K-POP 열풍이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가운데, 80년 전통의 일본 메이저 음반사 킹레코드와 정식계약을 맺고 일본에 진출한 국내 최초의 헤비메탈 밴드가 있다. 주인공은 ‘다운헬’(Down hell)이다.
헤비메탈은 1960년대 말에서 1970년대 초, 영국과 미국 등에서 발달한 대중음악 장르로, 강한 비트와 굵고 육중한 사운드가 특징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80년대 중반 ‘시나위’ ‘부활’ ‘백두산’을 필두로 헤비메탈의 전성기가 있었다. 요즘에는 밴드음악 하면 인디밴드만 생각할 정도로 헤비메탈이 설자리가 좁아졌지만, 밴드 ‘다운헬’은 히브리아(Hibria), 마스터플랜(Masterplan), 레이지(Rage), 메가데스(Megadeth) 등 유명 밴드의 내한공연 때 함께 무대에 서면서 싱글 음반을 발매하거나 유튜브 영상 등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며 화제가 되어왔다.

헤비메탈이라고 무조건 질러대는 음악이 아닌가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헤비메탈 밴드 ‘다운헬’은 정통 메탈의 강력함과 팝 메탈의 친숙함을 접목한 사운드를 구사하며 멜로딕한 기타가 중심이 되어 대중적인 코드를 담아낸다. 또 헤비메탈계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여성 베이시스트를 영입하고, 반복되는 리듬으로 관객과 하나가 되는 등 이제껏 보기 어렵던 독특한 밴드로 시선을 모으며 저변을 넓혀가고 있다. 크리스마스 공연 때는 산타 복장으로 변신해 팬들에게 즐거움을 주기도 했다.

“산타 복장에 수염을 붙이고 헤드뱅잉을 했는데, 수염이 점점 얼굴 쪽으로 올라가서 당혹스럽기도 했죠. 산타복을 입고 공연한 것은 처음이지만 관객들이 의외로 즐거워해서 좋았어요.”(JSAM)

‘다운헬’의 출발은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8년 밴드 멤버가 되기 위해 하이텔에 지원 공고를 냈다 서로의 존재를 알게 된 리드 보컬 마크와 리드 기타 알렉스가 의기투합해 새로운 밴드를 결성한 것. 지금은 여성 베이시스트 율리아, 세컨드 기타 JSAM 4인조로 구성되어 있다. 중부대 실용음악과 교수이자 작곡가인 알렉스는 화제를 모으고 있는 CF ‘간 때문이야’와 자우림 김윤아, 박정현, 씨스타, 신화 등의 노래 세션에 참여한 기타리스트이기도 하다.

“밴드를 유지하려면 다른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 해요. 헤비메탈이란 장르 자체가 돈과는 거리가 있기 때문에 밴드활동만으로는 밥 먹고 살기 힘들죠. 밴드가 쉽게 깨지기도 하고요. ‘우리나라 밴드음악은 왜 그러지’ 하겠지만, 시장이 작은데다 마니아 팬들 위주라서 그래요. 헤비메탈만 해도 먹고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습니다. 저희는 시장을 따라가기보다 과감하게 모험을 하는 편입니다.”(알렉스)


이들이 2012년 2월 일본 킹레코드를 통해 발매한 2집 〈A Relative Coexistence〉는 헤비메탈의 작은 시장에 연연하지 않고 100% 헤비메탈을 위해, 자신들이 왜 메탈을 시작했는지 증명하기 위해 제작비와 정열을 쏟아냈다. 앨범의 완벽성을 기하기 위해 레이지, 잉베이 맘스틴 출신의 파워하우스를 전격 영입하는 한편, 헬로윈 출신의 기타리스트 롤랜드 그랜포우가 믹싱에 직접 참여할 정도로 공을 들였다. 또한 앨범 재킷을 위해 갓 포비드, 크리시언 파이어윈드 경력의 구스타브가 자발적으로 작업에 임해 완성했으며, 트래비스 스미스가 로고를 훌륭히 완성해낼 정도로 오직 헤비메탈을 위해 모두 똘똘 뭉쳤다.

“헤비메탈로서는 블록버스터급 제작비를 들일 정도로 앨범에 정성을 쏟았지요. 외국 뮤지션들과 협업해 앨범을 만들었는데, 한국보다 일본에서 먼저 반응을 보였어요. 이 앨범이 시발점이 되어 해외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게 됐습니다.”(마크)

긴 레코딩 시간에 지쳐 한동안 슬럼프를 겪기도 했지만 그런 힘든 과정에서도 밴드를 지탱할 수 있었던 것은 라이브의 뜨거운 무대와 작지만 꾸준한 팬들의 환호가 있었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로 어려운 환경이지만 헤비메탈을 포기할 수 없었던 것은 묘한 쾌감 때문이었어요. 남들은 모르는 뭔가가 있어요.” (알렉스)

이들의 2집 앨범에 수록된 ‘너만이즘’은 평단의 호평을 받으며 올해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록 노래 부문 후보에 선정되기도 했다.

“대중음악상은 저희와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어요. 대중에게 관심을 받기엔 그동안 헤비메탈 장르에 귀 기울여주는 기회 자체가 없었는데, 이번을 계기로 대중에게 좀 더 다가설 수 있게 된 것 같아 기분이 굉장히 좋았습니다.”(알렉스)

“처음 팀을 꾸렸을 때 저희의 퍼포먼스를 두고 주위에서 웃기도 하고 코미디 밴드 느낌이라며 조롱 아닌 조롱도 많이 당했거든요. 거기에 흔들리지 말고 우리의 길을 가면서 음악으로 이야기하는 게 더 현명하지 않을까 생각했고, 언젠가 그 진심은 통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마크)


이들이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역시 팬들과 소통할 때다. “저희 음악을 듣고 블로그에 리뷰를 올리거나 ‘우연히 들었는데 좋았어요’ 같은 얘기를 들을 때 또 반대로 단점을 지적해주시는 분께도 감사하다”고 한다. ‘김경호 밴드’의 앨범과 라이브 보컬 멤버로 인정받고 있는 파워 보컬리스트 마크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듣기 시작한 팝송이 음악의 길에 들어선 계기가 됐다.

“특별히 갖고 놀 게 없어서 아버지가 가지고 있던 존 레논, 신디 로퍼, 스콜피언스 등의 팝송 테이프를 듣다 보니 저도 모르게 따라 부르게 되었어요. 텔레비전 보는 것보다 노래 듣는 게 더 좋았고 나중에는 친구 같은 느낌이었어요. 그저 더 많은 친구를 사귀어야겠다 싶어서 음악 장르의 폭을 넓혀가다 우연히 ‘헬로윈’이란 밴드의 노래를 들었어요. 당시엔 음악 지식이 없어서 빠르면 다 댄스인 줄 알았는데 메탈이었어요. 여느 메탈밴드와 달리 소리를 지르는 것도 없고 노래에 멜로디가 있는 게 신선한 충격이었어요. 그렇게 처음 메탈을 접했죠. 저는 실업계 고등학교를 다녔는데, 고3 때 직장에 다닌다고 하면서 클럽에서 밴드공연을 시작했습니다. 그때 JSAM도 알았고요.”

스무 살 때 압구정동의 한 클럽에서 활동하다 가수 김경호를 만났고, 김경호 밴드에서 6집 앨범까지 함께 활동했다. JSAM은 “메탈리카 밴드의 음악을 듣고 반해서 고등학교 1학년 때 스쿨밴드에서 일렉기타로 활동했는데, 고등학생 신분을 숨기고 클럽에서 연주하기도 했어요. 이후 데스메탈 밴드를 만들어 활동한 후 더 센 음악을 하는 오딘이란 밴드에 들어가 활동하다 어쿠스틱 밴드에 들어가기도 했지만 마음 한쪽에는 헤비메탈 음악을 하는 게 항상 꿈이었어요. 그러다 지난해 마크 형이 스카우트 제의를 해서 함께 활동하게 됐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올해 2월 일본 킹레코드를 통해 발매된 2집 〈A Relative Coexistence〉에서 한 곡을 제외한 모든 곡을 한국어 가사로 구성했다. 킹레코드는 전곡을 영어로 재녹음하길 요청했지만, 그들은 한국어로 발매하는 대신 보너스 트랙으로 ‘카르마’와 ‘런 어 웨이’ 등 세 곡에 영어 가사를 추가하겠다고 했다.

“한국말 아니면 못 하겠다고 튕겼죠. 그랬더니 선뜻 그러라고 하더라고요. 한류의 영향도 있었겠지요. 한국어로 부른 앨범을 일본에서 내게 돼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헤비메탈’로 K-POP의 장르를 넓혀가고 있는 이들의 꿈은 월드투어다.

“헤비메탈이 계속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늘 꿈을 꿉니다. 외국인 아티스트들과 새로운 작업도 해보고 싶고, 월드투어를 하면서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한국을 알려나가고 싶어요. 라이브 공연을 하며 한국에는 아이돌만 있는 게 아니라 헤비메탈 밴드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사진 : 김선아
  • 2012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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