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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프셔대학 종교학 교수 혜민 스님

피부에 와 닿는 조언으로 트위터 스타 된 신세대 스님

“데이트를 시작한 지 한 달밖에 지나지 않았다면 절대 비싼 선물을 사지 마세요.”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 만족순이라는 트친님의 말씀에 정말로 공감합니다.”

“나에 대해 잘 모르면서 쉽게 말하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 적당히 무시하면서 사는 법을 익히세요. 상처의 말들을 가슴속에 품고 살면 내속에 내가 너무 많은 가시나무새가 돼요.”
10만여 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혜민 스님의 트위터 글들이다. 혜민 스님은 ‘참고 인내하라’ 식의 뻔한 조언을 하지 않는다. 종교적 엄숙주의로 무장한 문투도 버렸다. ‘생활 속 깨달음’에 입각한 내용을 쉽고 친근한 일상 언어 속에 녹여낸다. 이 젊은 스님에게 쏟아지는 관심과 애정은 신기할 정도다. 전국 각지를 돌면서 진행한 법회 <마음치유콘서트>에는 매회 수백 명의 관객이 몰리고, 트위터에 쓴 글들을 중심으로 묶은 잠언집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은 출간 4주 만에 7만 부나 팔렸다. 하버드대학과 프린스턴대학에서 각각 석박사를 취득한 스펙을 갖춘 데다 ‘미남 스님’이라는 것도 이 인기에 한몫한다.

미국 햄프셔대학 종교학 교수로 재직 중인 그는 2011년 안식년을 맞아 서울대 규장각에서 7개월간 연구를 했다. 미국으로 돌아가기 전날 스님을 만났다. 스님과의 인터뷰 약속을 하면서 ‘생활 속 언어 구사’를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스튜디오 주소를 문자로 날려주세요. 내비 찍고 갈게요”라고 말했다. 만나자마자 “스님은 정제된 언어를 써야 하는 것 아닌가요”라고 물었다. “그러려면 무엇인 척해야 하잖아요. 그런 걸 잘 못해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사진기자가 갖가지 과자를 가져오자 ‘우와~’ 하며 좋아했다. 과자를 참 맛있게 먹었다. 스님은 유부초밥을 만들다가 쟁반에 올려놓기 전에 다 먹어버린 경험을 트위터에 고백한 적이 있다.

스님은 지난 7개월간 현 시대 한국인의 아픔과 고통을 보고 느꼈다. 그리고 피부에 와 닿는 언어로 치유해주었다. 그는 “그 경험은 상상치도 못한 어마어마한 일들”이었다고 말했다.

“한국 젊은이들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기회였어요. 트위터로 소통하고 <마음치유콘서트>를 하면서 많은 젊은이들과 소통할 수 있었죠. 그러다 보니 질문과 아픔의 패턴이 보이더군요. 위로의 글을 하나 둘씩 올리기 시작했는데, 이렇게 큰 호응이 있을 줄 몰랐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미국 아이들보다 많이 각박합니다. 미국 학생들은 고등학교, 대학교에서 수업을 들으면서 그 자체를 즐기지, 미래의 직업을 위해서, 또 원대한 목표를 위해서 수업을 듣지는 않아요. 그런데 한국 학생들은 주입식 공부를 하고, 점수에 맞추어서 대학을 가고, 대학을 간다고 해도 원하는 직업을 얻기 힘든 3중고가 겹쳐 있어요.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혜민 스님의 또 하나의 전매특허는 ‘연애 상담’이다. 스님은 “저도 연애 많이 해봤어요”라며 이른바 ‘밀당론’을 편다.

“맛있는 밥을 짓기 위해서는 뜸 들이는 시간이 필요하듯 밀고 당기기는 시간이 연애의 성패를 좌우합니다. ‘밀당’은 두 사람의 감정의 균형을 맞추는 시간이죠. 어느 한쪽이 더 좋아하면 상대방의 감정과 균형을 맞춰야 제대로 사랑할 수 있어요. ‘밀당’의 기본은 좋아도 잠시 참는 것입니다.”

풍부한 경험을 살려 연애 상담을 해주는 그는, “지금은 연애하고 싶은 마음이 아예 없다”고 말한다. 스님이 된 다음에는 사랑 방정식을 다시 썼다. “사랑이란 나의 이기심이 아주 극소화된 상태”라고. 스님이 된다고 세속적인 번뇌와 욕망이 하루아침에 사라지지는 않을 터, 그에게 수행 방법과 욕망 다스리는 법을 물었다.

“진정한 수행은 관계 속에서 이루어집니다. 혼자 조용히 앉아 수행하다가 누가 툭 치면 화가 나는 건 진정한 수행이 아니죠. 가장 큰 가르침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있어요. 사찰에서 사는 스님들 사이에도 서로 잘 안 맞거나 괴롭히는 경우가 있어요. 관계 속에서 드러나는 나가 참 나입니다. 욕망과 화를 다스리는 법은 한 발자국 떨어져서 나의 감정을 알아채는 겁니다. 욕망이나 화를 없애려고 하면 사라지지 않아요. 진흙탕에 가서 손으로 꾹꾹 누르는 것과 같아서 언젠가는 다시 올라옵니다. 욕망이나 화는 언어가 아니라 에너지로 올라와요. 그 에너지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형태가 다양하고 변화무쌍해요. 그걸 알아채는 게 어마어마하게 중요합니다. 본래의 나는 온갖 생각과 감정에 물들어 있지 않아요. 청정해요.”

그는 한때 영화감독을 꿈꿨다. 영화를 배우고 싶어 미국 유학길에 올랐고, UC버클리대학에 입학했다. 8mm 영화도 제작해봤다. 하지만 ‘이 길이 내 길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과 동시에 삶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들이 점점 커갔다. 그는 “인간은 왜 태어나는가, 삶의 이유는 무엇이며, 죽으면 어떻게 되는가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하면 숨 막혀서 죽을 것 같았다. 깨닫고 싶었다”고 말했다. 구도의 길에 들어섰다. 하버드대학에서 비교종교학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프린스턴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불교에 심취한 영화배우 리처드 기어가 방한했을 때, 그가 통역을 맡아 주목을 받기도 했다. 미국은 물론 중국・일본・인도 등지를 다니면서 구도를 이어갔다. 그는 한국 불교에 대해 “구도 열기가 대단하다”며 “선방에서 철마다 수행하는 전통을 이어가는 건 흔치 않다”고 말했다. “출가를 결심하면서 번뇌가 없었습니까”라는 질문에 스님은 “제 입장에서는 번뇌가 없었는데, 세상 사람들은 자신을 투사하면서 번뇌를 이야기하네요”라고 했다. 그에게 “행복하십니까?” 물었다.

“네, 행복해요.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고 있으니까요. 누가 시킨다고 승려를 하겠어요? 행복해지려면 남을 좀 덜 신경 쓰며 살아야 해요. 남은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나에게 관심이 없거든요. 남을 덜 신경 쓰며 사는 건 이기적인 게 아니에요. 내가 불행하면 남도 불행하게 만들려 하고, 내가 행복해야 남도 행복하게 만들고 싶은 법이거든요.”

혜민 스님은 사진 촬영 중에도 내내 유쾌했다. 사진기자의 요청에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시키는 포즈를 따라 했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스님에 대한 편견이 깨졌다”고 하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저를 만나면서 그걸 깨달았잖아요. 알아챈 거죠. 그게 중요한 거예요.”

사진 : 김선아
  • 2012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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