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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가구 ‘바이헤이데이’ 만든 노환탁·노동균 父子

가구생산 전문가 아버지의 노하우에 아들의 디자인을 더하다

매장도 없이 순전히 입소문만으로 월매출 1억원 이상을 올리는 가구업체가 있다. 시장에 나온 지 2년째, 더없이 간결한 북유럽 스타일의 디자인으로 20~30대 고객을 사로잡고 있는 ‘바이헤이데이’가 그 주인공. 그래픽 디자이너인 아들과 가구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아버지가 손잡고 탄생시킨 디자인 가구다.

바이헤이데이의 노동균 대표는 홍익대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한 그래픽 디자이너다. 2007년 ‘헤이데이’를 열어 지금도 운영하고 있다. 2009년에는 세계 3대 디자인 어워즈 중 하나인 IDEA에서 ‘전략디자인 부문’ 동상을 수상한 실력파이기도 하다. 그래픽 디자인, 웹 디자인에 이어 애플리케이션 디자인으로 영역을 확장하며 활발하게 활동하던 그가 가구 디자인에 뛰어든 것은 아버지 때문이었다. 유명 가구회사의 생산책임자로 10여 년을 근무했던 아버지 노환탁씨는 퇴사 후 10여 년간 직접 가구 수입업체를 경영했다. 하지만 IMF 이후 아버지 사업은 기울기 시작했다. 새로운 일을 찾고 있던 아버지는 틈날 때마다 아들에게 “내가 할 만한 일이 있는지 알아봐달라”고 부탁했다. 아버지의 경력이 그대로 사장되는 것이 아까웠던 아들은 가구 관련 사업을 구상했다.

“단순하게 생각했어요. 그냥 ‘내가 쓰고 싶은 가구를 만들자’고요. 시장조사를 해보니, 기존 가구 중에서 제 또래인 20~30대를 만족시킬 만한 디자인은 별로 없더라고요. 수입 가구는 너무 비싸고요. 크게 벌릴 생각이 아니었기 때문에 큰 부담 없이 시작했어요. 아버지 덕분에 생산에 관한 건 일체 신경 쓸 필요없이 디자인만 하면 된다는 것도 좋았고요.”(노동균)

흐뭇한 얼굴로 아들의 말을 듣고 있던 아버지 노환탁씨는 “처음에는 아들을 이해하지 못했다”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가구를 인터넷으로 판매한다는 것도 생소했지만 간결하다 못해 심심하기까지 한 아들의 디자인이 그에게는 한없이 낯설었다. 오랫동안 함께 일해온 가구 생산업체 직원도 디자인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그리고는 물었다. “정말 이렇게 만들어드려요?” 다시 일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뻤던 아버지는 반신반의하며 가구들을 만들었다. 매출에 대한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런데 뜻밖에도 책상, 의자, 선반, 테이블, 서랍장 등 시험삼아 출시한 5가지 가구가 어느 것 하나 처지지 않고 골고루 잘 팔렸다. 아들의 판단이 옳았음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가구에 대해서는 제가 훨씬 더 많이 안다고 생각했는데, 틀렸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죠. 젊은 사람의 감각은 확실히 우리 세대와 다르더라고요. 가구 배송을 하러 가면 직장에 있는 아들딸을 대신해 부모님들이 받는 경우가 있어요. 그분들 반응은 제가 처음 이 가구를 봤을 때랑 다르지 않아요. 연령에 따라 호불호가 이렇게 확실히 갈리는 제품도 드물 겁니다.”(노환탁)



우리나라 디자인 가구의 대명사로 만들고 싶어

2009년 론칭한 이후, 바이헤이데이의 매출은 하루가 다르게 늘었다. 두 사람도 그만큼 바빠졌다. 노동균 대표에게 가구 디자인은 부업이 아니라 또 하나의 본업이 되었다. 품목도 40여 가지로 늘렸다. 편안함, 단순함, 은근한 멋. 노 대표는 자신이 가구 디자인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으로 이 세 가지를 꼽았다. 그래서 장식도 하지 않고, 색도 칠하지 않는다. 그저 나무가 가진 천연의 빛깔이 색이 되고, 오랜 세월 켜켜이 쌓인 결이 무늬가 될 뿐이다.

또한 사람과 환경 모두에게 해가 되지 않는 가구를 지향한다. 화학본드 대신 친환경 접착제를 사용하고, 손이 많이 가지만 못 대신 일일이 홈을 파 짜 맞추는 방식으로 제작한다. 짧은 기간 쓰고 버려지는 공산품이 되지 않도록, 시간이 지날수록 더 은은한 멋을 풍겨 대를 물려 쓰는 가구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아버지는 아들의 이런 바람을 구체화한다. 목재상을 누비며 최상급 나무를 찾고, 꼼꼼하게 생산을 관리한다. 같은 원목이라도 빛이 검고 결이 균일하지 않은 중국산 대신 강도가 뛰어난 미국산 물푸레나무를 사용하고, 부품 하나도 국산이나 유럽산을 고집한다. 제품을 전량 국내에서 생산하는 것도 다른 가구들과 다른 점이다. 원목이나 부자재의 경우, 중국산과 비교해 원가가 많게는 10배까지도 차이 나지만 재료나 생산지를 바꾸어 판매 가격을 낮출 생각은 조금도 없다. 노환탁씨는 “경기침체, 원자재가 상승, 저가 중국산의 공세 등에 밀려 초토화되다시피 한 국내 가구시장에서 우리 디자인, 우리 기술로 만든 가구가 이렇게 호평을 받고 있다는데 자부심이 크다”고 한다. 직접 지방 배송을 다니며 고객들에게 얼마나 좋은 재료로, 정성껏 만들었는지를 일일이 설명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아버지에게 소일거리를 안겨드리기 위해 시작한 사업이 예상치 못한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데 대해 노동균 대표는 “일이 이렇게 커질 줄 몰랐다”며 아버지에게 그 공을 돌렸다. “가구 제작에서 디자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 정도일 뿐, 나머지 80%는 공장과의 소통이라는 것을 새롭게 알았다”는 그는 “아버지가 안 계셨다면 시작도 안 했겠지만 이만큼 키울 수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각자의 전문성을 발휘해 사업 파트너로서 최상의 호흡을 자랑한 아버지와 아들, 시장의 반응에 힘입어 두 사람은 더 큰 꿈을 갖게 되었다. 20~30대 새로운 소비계층을 위해 탄생한 ‘바이헤이데이’가 우리나라 디자인 가구의 대명사가 되는 것, 더불어 국내 가구에 대한 인식이 달라져 가구시장이 활성화되는 데 기여하는 것이다.

사진 : 하지영
사진제공 : 바이헤이데이
  • 2011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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