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수 | 건축가는 공공에 ‘현명함’을 선사하는 존재여야 합니다

한국 건축계에 ‘젊은 바람’ 불어넣을 ‘젊은 건축가상’ 수상자들

우리나라에서 이루어지는 대규모 건축 프로젝트의 설계를 외국의 이름난 건축가들이 맡는 사례가 잦은 요즘, ‘우리나라에는 건축가가 없는가’라는 반성도 일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창의적이고 진취적인 젊은 건축가들을 발굴해 널리 알리기 위해 ‘젊은 건축가상’을 제정, 매년 시상하고 있다. 올해 수상자는 장영철·전숙희 팀과 김창균, 박인수씨. 장영철·전숙희씨는 다세대 주택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면서 건축예술의 저변을 넓혔다는 점에서, 김창균씨는 사람들이 돌아보지 않던 공중화장실을 새로운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는 점에서, 박인수씨는 새로운 재료를 활용해 건물의 효율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각각 수상자로 선정됐다. 각기 새로운 접근으로 우리 건축계에 ‘젊은 바람’을 불어넣고 있는 ‘젊은 건축가’들을 만났다.
(주)파크이즈건축사사무소 대표인 건축가 박인수씨는 자신의 명함에 ‘smartect for DESIGN VALUE’라는 글자를 박아 넣고 다닌다. ‘smartect’는 ‘smart(현명하다)’와 ‘architect(건축가)’를 합해 그가 만든 신조어. ‘건축가는 현명해야 한다’는 그의 신념이자 다짐을 넣어 만든 말이다.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그에게서 건축 디자이너뿐 아니라 발명가의 모습을 강하게 느낄 수 있었다. 기존 건축에서 불편하거나 비효율적인 부분이 있다면 새로운 자재나 구조를 ‘발명’해서라도 개선해놓고 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미였다.

그가 젊은 건축가상을 받을 수 있게 한 대표적인 작품 ‘전남전문건설회관’에서도 그의 발명가적 기질은 여지없이 드러난다. 그는 전남 무안군 남악신도시에 들어서는 이 건물 외피에 ‘입체 커튼월’ 방식을 처음 도입했다. 가로 세로 2100mm의 정사각형 유리패널은 두 개의 삼각형이 입체적으로 맞물려 있는 모양. 해의 방향에 따라 그늘지는 곳이 생겨 실내에서 받아들이는 태양광을 조절할 수 있고, 입체로 구성된 패널 사이 틈새 공간으로 자연 환기도 가능하다. 해의 방향에 따라 유리 패널에 생기는 그늘의 모습이 달라지면서 이 건물은 시시각각 다른 표정을 지을 수 있게 된다. 그가 새롭게 개발해 주문제작한 패널은 현재 특허출원 중이다.

건물 중간을 비워 햇빛과 공기의 흐름을 만든 ‘에코샤프트’.
이 건물의 또 다른 특징은 ‘에코샤프트’. 오피스 빌딩이든 주상복합이든 보통 고층건물은 창가 옆을 주로 사용하는데, 건물 중심부는 환기가 잘 되지 않고 어두컴컴해 환경이 열악하다. 이 때문에 전등을 켜거나 기계장치를 이용해 강제로 환기해야 한다. 그는 이 문제를 건물 중심부를 비워서 공기와 빛이 흐르게 하는 ‘에코샤프트’로 해결했다. 바깥 공기와 빛을 내부로 끌어들임으로써 자연 환기와 조명이 가능해져 에너지 절감 효과를 가져온다는 것. 에코샤프트 내부에 설치된 반사판을 통해 햇빛을 지하 깊은 곳까지 전달할 수 있고, 각 층의 외벽에서 유입된 공기가 중앙부의 샤프트를 통해 상승할 수 있게 했다. 초고층일 경우 에코샤프트 내의 바람을 이용해 풍력발전까지 가능하다는 것. 그는 ‘에코샤프트’로 특허까지 받았다. 이렇게 새로운 실험을 하다보면 건축비도 많이 들지 않을까.

“건축주는 원래 예상했던 경비보다 비용을 더 들여서 건물을 지으려 하지 않습니다. 최첨단 기술을 활용하면서도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야지요. 그래서 건물을 정사각형으로 지었습니다. 연면적에 비해 표피 면적이 제일 적어 외장재를 적게 써도 되죠.”

건축설계를 할 때 주어진 조건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는 것은 그의 장기이자 재미이기도 하다.

입체 커튼월 방식으로 건설 중인 전남전문건설회관.
항상 새로운 시도를 하는 그에게 “발명가의 피가 흐르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아버지가 새로운 물건 개발하는 것을 좋아하셨는데, 태양광으로 물 끓이는 기기를 만드셔서 옥상에서 태양광으로 라면을 끓여 먹었던 기억이 나요.”

그는 건축가가 지나치게 관념적, 추상적이기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복잡다단한 요구가 많은 요즘 같은 사회에 건축가는 좀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을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도전을 거듭하면서 ‘이렇게 하면 되는구나’ 하고 힘을 얻었습니다. 건축가는 공공에 현명함을 제공하는 존재가 되어야 합니다.”

사진 : 이환수
  • 2011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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