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균 | 화장실이 숨겨야 하는 공간이라고요?

한국 건축계에 ‘젊은 바람’ 불어넣을 ‘젊은 건축가상’ 수상자들

우리나라에서 이루어지는 대규모 건축 프로젝트의 설계를 외국의 이름난 건축가들이 맡는 사례가 잦은 요즘, ‘우리나라에는 건축가가 없는가’라는 반성도 일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창의적이고 진취적인 젊은 건축가들을 발굴해 널리 알리기 위해 ‘젊은 건축가상’을 제정, 매년 시상하고 있다. 올해 수상자는 장영철·전숙희 팀과 김창균, 박인수씨. 장영철·전숙희씨는 다세대 주택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면서 건축예술의 저변을 넓혔다는 점에서, 김창균씨는 사람들이 돌아보지 않던 공중화장실을 새로운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는 점에서, 박인수씨는 새로운 재료를 활용해 건물의 효율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각각 수상자로 선정됐다. 각기 새로운 접근으로 우리 건축계에 ‘젊은 바람’을 불어넣고 있는 ‘젊은 건축가’들을 만났다.
공공화장실의 리모델링 작업을 통해 건축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준 건축가 김창균씨. 화장실에 대한 기존 통념을 뛰어넘으며 공간을 새롭게 해석해 ‘2011 젊은 건축가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공중화장실은 남녀노소 모두 이용하는 작은 단위의 공공 건물로 어떤 공공건축 못지않게 중요하다. 그런데도 공중화장실을 ‘디자인’과 연관지어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화장실은 사람들의 시선에서 비껴나 있어야 한다는 선입견 때문이다. 그가 설계한 서울 상계동 상상어린이공원 화장실은 퍼즐 맞추기를 연상케 하는 반투명 재질로 만들어졌다. 밤에도 희미한 조명이 들어와 멀리에서도 눈에 띈다.

“설계를 시작할 때는 ‘화장실은 자신의 존재를 감추어야 하는 곳’이라며 드러나지 않게 해달라는 요구가 많았습니다. 사실 화장실만큼 사람에게 중요하고, 자주 이용하는 곳이 어디 있습니까? 그럼에도 존재감 없는 공간이 되는게 안타까웠어요. 각각 장소의 특성에 맞는 디자인으로 이용하는 사람들과 하나가 되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상계동 상상어린이공원 화장실과 개념도.
색다른 접근이 명성을 얻으면서 그는 공공 화장실의 리모델링을 여러 차례 맡게 되었다. 그중 서울 남산의 야생화공원 화장실은 노출 콘크리트로 외벽을 만든 후 자연에 푹 파묻힌 듯한 느낌으로 디자인해 야생화공원과 맥락을 같이했다. 보통 출입구가 마주 보고 있는 남자 화장실과 여자 화장실의 공간을 각각 나누었고, 산책로 뒤편에 있는 나무가 보이도록 설계해 화장실에 들어가면 마치 숲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 든다. 서울 상계동 백병원에 있는 화장실은 휠체어를 이용하는 사람을 배려해 입구와 통로를 넓게 만들었다. 또 천장을 높게 디자인해 빛이 많이 들어오도록 했다. 서울 월계동 비석골 근린공원에 만든 화장실은 주변에 돌이 많다는 환경을 반영해 벽돌로 외벽을 쌓고 건물 사이에 나무를 심는 등 자연친화적으로 디자인했다.

곳곳에 ‘틀을 깬 새로운 화장실’을 선보이며 우리나라 건축문화에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그는 “건축은 문화와 예술의 범주에 있지만 우리가 만지고 걷는 등 일상에서 경험하며 소통하는 대상”이라고 말한다.

서울시립대학교 건축공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한 후 건축사사무소에서 실무 경험을 쌓고 2009년부터 UTAA(Urban Tablet of Actualized Architectural Arcadia)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해오고 있는 그.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둔 후에는 경제적인 어려움도 겪었다고 한다. 무명의 건축가로 일거리를 찾기 어렵다 보니 자연스럽게 공모전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저는 건물이 이 세상에서 가장 공적인 존재라고 생각해요. 건물을 보는 건 누구나 공짜예요. 미술관이나 박물관처럼 입장료를 낼 필요도 없고, 바깥에서 이리저리 둘러볼 수도 있고, 만져 볼 수도 있잖아요? 건물이란 게 작지만 주변과 호흡할 때 보는 사람이 즐겁고, 사용하는 사람이 즐겁습니다. 이렇게 작은 경험 하나 때문에 행복을 느끼는 것이 건강한 사회가 되는 작은 시발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항상 하고 있어요.”


그는 앞으로 더 보여줄 것이 많다고 했다. 그 목적은 하나. 자신이 만든 건축물이 사람들에게 행복감을 주는 것이라 한다.

“건물은 나 혼자만의 가치가 아니라 주변도 같이 변화할 수 있는 원동력을 제공한다고 생각해요. 비록 작은 건물이라 할지라도.”

그는 새롭게 도전해보고 싶은 영역으로 파출소 리모델링을 꼽는다. 사람들이 경원시하는 파출소 건물을 ‘동네 사랑방’같이 즐겨 이용하는 장소로 만들고 싶다고 한다.

사진 : 김동욱
  • 2011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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