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철·전숙희 | 다세대 주택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다

한국 건축계에 ‘젊은 바람’ 불어넣을 ‘젊은 건축가상’ 수상자들

우리나라에서 이루어지는 대규모 건축 프로젝트의 설계를 외국의 이름난 건축가들이 맡는 사례가 잦은 요즘, ‘우리나라에는 건축가가 없는가’라는 반성도 일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창의적이고 진취적인 젊은 건축가들을 발굴해 널리 알리기 위해 ‘젊은 건축가상’을 제정, 매년 시상하고 있다. 올해 수상자는 장영철·전숙희 팀과 김창균, 박인수씨. 장영철·전숙희씨는 다세대 주택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면서 건축예술의 저변을 넓혔다는 점에서, 김창균씨는 사람들이 돌아보지 않던 공중화장실을 새로운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는 점에서, 박인수씨는 새로운 재료를 활용해 건물의 효율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각각 수상자로 선정됐다. 각기 새로운 접근으로 우리 건축계에 ‘젊은 바람’을 불어넣고 있는 ‘젊은 건축가’들을 만났다.
서울 성동구 금호동에는 독특한 건물이 있다. 깎아지른 지붕과 미묘하게 굴절된 벽면, 회색 빛깔의 몸체는 건물에 Y라인을 선명하게 새긴다. 정면에서 보고 있으면 ‘이래서 Y하우스구나’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와이즈건축 장영철・전숙희 대표의 작품으로 다세대 주택이면서 이들의 사무실과 집이 함께 자리잡은 곳이다.

장영철・전숙희 대표는 뉴욕에서 활동하다 2008년 와이즈건축을 설립했다. 심사위원들의 주목을 받은 작품은 금호동 다세대 주택 Y하우스와 통인동의 ‘이상의 집’이다. 언덕이 많고 필지가 작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금호동에서 위풍당당한 모습을 자랑하는 Y하우스의 디자인은 주위 건물들과는 확연히 차별화된다. 전숙희 대표가 설계에 착수했을 때를 회상했다.

“불평 많이 했어요. 땅이 너무 못생긴 거예요. 경사면인 데다 남쪽이 높아요. 건물 올리기 어려운 지형이죠. 땅 모양도 이상하게 생긴 6변형이었어요. 자칫하면 쓸모없는 공간이 많아질 것 같았어요.”(전숙희)

이들의 당면 과제는 비효율적으로 생긴 대지 위에 경제적 볼륨을 최대한 확보해서 건물을 올리는 것이었다. 이들은 대지 면적이 크지 않은 대신 공간을 최대화하기 위해 고민했다. 북향인데다 사선으로 잘린 곳은 대부분 버려지는 공간. 이들은 이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해 다른 곳에서는 보기 어려운 독특한 분위기를 냈다. 아래 위를 터서 최대한 빛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디자인했는데, 환한 빛이 들어오는 북향 로프트는 북향 집에 대한 거부감을 증발시켰다.

또 경제성이 중요한 다세대 주택임을 감안해 시공비용이나 유지 관리비가 많이 들지 않도록 신경 썼다. 저렴하면서도 단열 효과가 좋고 시공하기 편한 폴리카보네이트와 컬러 강판을 사용했다. 주차장의 남는 공간에는 주민들을 위한 평상과 텃밭을 만들었는데, Y하우스 입주자뿐만 아니라 동네 주민들까지 자유롭게 드나들며 아끼는 곳이 되었다. Y하우스는 ‘젊은 건축가상’ 심사과정에서 건축예술이 특별한 사람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보통사람의 삶에까지 저변을 넓혔다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

통인동 ‘이상의 집’은 Y하우스와는 전혀 다른 성격의 작업이었다. 시인 이상이 오랫동안 시작(詩作)을 하며 기거했다는 큰아버지 집은 1930년대 지어진 도시한옥이다. 세월이 흐르는 동안 증축을 거듭해 옛 모습을 잃은 이곳을 이상기념관으로 만들기 전, 이들은 이상이 살던 시대로 돌려놓기로 했다. 하나 둘 덧붙인 부분들을 뜯어내고 보니 근사한 모습이었다. 이들은 이 집을 허물고 새로운 건물을 세우기 전, ‘이상의 집’ 전시회를 열었다. 공간은 갤러리 느낌이 나도록 개방했고, 집 근처 골목길에는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 모바일 갤러리를 설치했다. 이상이 살던 한옥 자체는 넓은 공간이 아니지만, ‘이상의 집’의 영역은 서촌일대로 뻗어나갈 수 있었다. 사람들은 ‘이상의 집’ 안팎에서 전시를 감상했고, 모바일 갤러리는 관객을 찾아가며 관심을 자아냈다. 전시회날 밤 ‘이상의 집’에서 열린 파티는 서촌의 골목길을 메우며 아름답게 밤을 밝혔다.

“작업물 자체에 상을 주신 게 아니라 저희가 작업하는 방향을, 앞으로의 가능성을 좋게 봐주신 것 같습니다.”


이들은 보통의 건축설계 작업과는 다른, 이른바 ‘건축놀이 활동’이라고 불리는 프로젝트에 관심이 많다. 미술과 연계된 작업이었던 ‘이상의 집’ 전시회도 건축놀이 활동의 일부였다. 장영철・전숙희 대표는 작은 것에 주목한다. 단순히 작은 건물이 아니라 작고 사소한 것에 담긴 가치를 크게 보자는 것이다. 작은 것은 사람들의 일상이라는 맥락에 존재한다. 끊임없이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일상에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해내고자 하는 작업이 와이즈건축이 지향하는 바다. 전숙희 대표는 이렇게 비유한다.

“1년에 한 번 입을까 말까 하는 옷들이 있잖아요. 그런 것보다는 친구를 만나러 갈 때 꼭 입는 ‘아끼는 청바지’ 같은 건축을 하고 싶어요. 일상을 지배하지 않고 일상에 녹아드는 건축이죠.”

일상에서 특별한 가치를 추구하는 와이즈건축의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 : 김동욱
사진제공 : 와이즈건축, 황효철
  • 2011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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