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소스 인공위성 프로젝트’ 추진하고 있는 DIY 아티스트 송호준

왜 개인이 인공위성을 띄우면 안 되나요?

1957년 소련의 스푸트니크 1호가 발사돼 ‘우주시대’를 연 이래 수없이 많은 인공위성이 쏘아 올려져 지구 주위를 돌고 있다. 통신, 방송, 기상, 과학, 지구 관측, 군사 등 갖가지 목적으로 발사되고 있는 인공위성. 요즘은 수명을 다한 인공위성이 지구로 추락하는 게 이슈가 되기도 하고, 인공위성 발사 경쟁이 국가 간 은근한 자존심 싸움으로 번지기도 한다. 그런데 개인적인 차원에서, 아무런 실용적인 목적이 없는 인공위성을 발사하기 위해 준비하는 사람이 있다.

‘오픈소스 인공위성 프로젝트’(Open Source Satellite Initiative)를 추진하고 있는 송호준씨다. 저궤도(고도 600~2000km)로 쏘아 올릴 인공위성은 이미 만들어져 있다. 그가 만든 가로 세로 높이 각각 10cm, 무게 1kg인 작고 귀여운 인공위성을 서울 망원동 그의 작업실에서 만날 수 있었다.

이 위성은 지구에서 보낸 통신을 받아 초고휘도 LED 조명을 반짝이며 지구에 모스부호를 보내고, 빅뱅의 증거로 알려진 마이크로웨이브(microwave)를 측정해 번호를 만든 후 복권추첨도 할 예정이다. 지구의 인간과 우주에 띄워진 작은 별, 인공위성은 이렇게 서로 교신하고 교류하게 된다는 구상이다.

밤샘 작업 후 잠시 눈을 붙이고 겨우 일어났다는 송호준씨에게 왜 인공위성을 쏘아 올릴 생각을 했는지 물었다. 2005년 고려대 전기전자전파공학부를 졸업한 그는 2006년부터 1년간 인공위성 회사 ‘Satrec Initiative’에서 근무하고, 2008년 KAIST(전 ICU) 대학원을 수료한 과학도였다. 자기표현 욕구가 강했던 그는 서서히 과학에서 예술로 영역을 옮겨갔고, 마이크로프로세서, 센서, PCB 디자인, 알루미늄 등을 ‘물감’ 삼아 작품을 만드는 아티스트가 됐다. 그는 스스로를 ‘DIY 아티스트’ ‘기술을 가지고 이야기를 거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오픈소스 인공위성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은 2008년 12월. ① 발사용 인공위성 제작 ② 인공위성 1차 테스트 ③ 로켓 예약 ④ 통신 주파수 획득 ⑤ 최종 테스트 ⑥ 발사 ⑦ 운용 등 단계별 계획을 세워놓고, 수순을 밟고 있다. 그는 인공위성 제작뿐 아니라 우주환경을 만들어놓고 인공위성을 1차 테스트하는 것도 혼자 힘으로 하고 있다. 인공위성을 발사할 로켓은 통째로 빌리는 대신, 다른 인공위성이 올라갈 때 옆에 끼워 타고 올라가는 방식으로 비용을 줄이기로 했다. 통신 주파수는 국제아마추어무선연합(International Amateur Radio Union)의 협조를 받기로 했다. 인공위성을 우주로 쏘아 올릴 디데이는 2012년 8월이다.

“인공위성 회사에서 일하는 동안 차세대 인공위성에 들어갈 메인보드를 설계하고 테스트도 했어요. 그러다 인공위성을 개인 차원에서 직접 띄워보고 싶은 욕망이 생겼죠. 2~3년간 세밀한 조사를 하고 미국의 인공위성 학회에도 참석했는데, 불가능하지 않은 일이더라고요. 또 아티스트로 활동하면서 인공위성 프로젝트를 문화적 콘텍스트이자 예술로 연결시킬 길을 찾게 되었지요. 이제까지 우주공간은 국가나 군사적 목적으로 이용되는 곳이었습니다. 개인이 우주공간과 사적인 접점을 갖는다는 것은 상상도 못한 일이었죠. 이 프로젝트는 ‘한 개인이 스스로 만든 인공위성을 우주공간으로 쏘아 올린다’는 판타지를 실현시킨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그의 인공위성 프로젝트는 개인과 조직, 예술과 기술, 판타지와 과학, 유용과 무용, 꿈과 정치 등 많은 이야기(담론)를 낳는다. 그는 자신의 프로젝트에 많은 사람을 참여시키기 위해 진행 과정을 인터넷 사이트에 공개하고, 티셔츠 판매 등을 통해 발사에 필요한 비용을 모은다. 티셔츠를 구입하는 사람에게 각각 번호를 부여해 인공위성이 띄워졌을 때 복권 추첨 이벤트에 응모할 수 있게 한다.

방사능 목걸이 , 2010년.
미대에 다닌 적도, 미술교육을 따로 받은 적도 없는 그는 요즘 여기저기 전시회와 행사에 초청받아 불려 다니는 인기 작가가 됐다. 그를 만난 날도 ‘더 크리에이터즈 프로젝트’(The creators project)에 낼 작업 때문에 여념이 없었다. ‘더 크리에이터즈 프로젝트’는 세계적인 미디어 그룹 바이스와 글로벌 기업 인텔이 공동 개최하는 것으로, 전 세계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를 선정해 그들의 창조적인 열정을 소개한다. 지난해 베이징에서 열린 전시에서 그가 발표한 작품은 ‘apple’. 조그만 회로기판들이 붙어 있는 거대한 사과 모양 조각이다. 이 작품을 보고 사람들이 플래시를 터뜨려 사진을 찍으면 빛을 받은 부분이 빨갛게 익어가고, 각각의 회로기판들이 소리를 낸다. ‘사람들의 관심을 받으며 익어가는 사과’다. 그의 작품은 기술을 활용해 사람과 역동적으로 상호작용을 하는 게 특징. 그는 “공대에 다닐 때보다 요즘 과학 공부를 더 열심히 해요. 작품을 만들다 보면 기술적 난제에 부딪히는데, 그걸 해결하는 게 중요한 과제가 되곤 합니다”라고 말한다.

그가 아티스트로 활동하기 시작한 것은 2004년.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그는 그저 ‘공부 잘하는 학생’이었다. 어려서부터 프라모델, 모형 비행기 만들기 등 만드는 것을 좋아해 ‘엔지니어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에 고려대 공대에 진학했는데, 막상 대학에 와서는 공대 학생답지 않게 살았다. 전공 공부에 전념하기보다는 자신의 흥미를 좇아 이런저런 수업을 듣고 서클활동을 하고, 프로 선수가 될까 고민할 정도로 스노보드에 빠져들기도 했다. 외국으로 스노보드를 타러 다니면서 세계 각국의 친구들을 사귀고, 스노보드 관련 물건을 세계 전역에 파는 사업도 했다. 그런데 끝까지 그를 붙잡은 것은 ‘표현 욕구’였다. 대학원에서 미디어아트를 전공했지만, 이를 채우기 힘들었던 그는 스스로 아티스트가 됐다. 기술과 예술적 발언을 넘나드는 그의 작업은 독자적 영역을 개척했고,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중국・덴마크 등지에서 전시와 워크숍을 하고, 미국의 MIT 미디어 랩 등에서 자신의 작품 세계를 소개했다.

“처음에는 전동 모터와 센서, LED 전구 등을 사용해 관객의 동작에 따라 불빛을 반짝이거나 움직이면서 반응하는 작품을 주로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점점 예쁘게만 만드는 게 재미없어졌어요.”

그의 작품에 강한 사회적 발언이 담기기 시작했다. 2007년에 만든 작품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the Strongest weapon in the World)는 핵폭탄도 파괴할 수 없는 강력한 쇳덩어리로 만들어졌다. 그런데 망치를 들고 힘껏 내리치면 이 쇳덩어리가 ‘I love you’라고 말한다. 어떤 폭력에도 꿋꿋하게 ‘사랑한다’고 반응하는 것만큼 강력한 무기가 있을까. 과학실험 자재로 쓰이는 방사능 돌을 보석처럼 단 ‘방사능 목걸이’를 이베이에 판매용으로 올리면서 ‘자살을 감행하기 전 죽음을 맛보세요’라고 광고문을 붙이기도 했다.

플래시가 터지면 빨갛게 익어가는 ‘apple’, 2010년.
“그 정도 방사능에 접했다고 정말 죽지는 않지만, ‘죽음에 대해 다시 생각하자’는 의미를 던지는 프로젝트였죠.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온라인 쇼핑몰을 작품 발표 장소로 활용했고요. 워낙 비싼 가격을 붙여놓아서인지 다행히 사겠다는 사람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실용적인 목적이 없는 물건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전하거나 사회적 발언을 한다는 점에서 그는 아티스트다. 그런데 고도의 과학적 지식과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다른 아티스트들과는 뚜렷하게 차별화된다. 그는 “기술의 틈새를 발견하고 조합하면서 사회 비평이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활용한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과학에 대해 지극히 논리적이고 효용성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과학도 사람들의 판타지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인간이 하늘을 날 수는 없을까?’라고 당시에는 터무니 없는 꿈을 꾸는 사람이 없었다면 지금 같은 우주시대가 열렸을까요? 저는 인공위성 프로젝트를 통해 ‘왜 개인이 꿈꾸는 판타지는 과학보다 덜 중요하게 여겨져야 하는가?’라고 의문을 던지는 겁니다.”

사진 : 김선아
  • 2011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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