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 앨범 〈유기농펑크포크〉 낸 귀농 가수 ‘사이’

시골을 유랑하며 공연하는 떠돌이 뮤지션

지난 제천국제음악페스티벌의 거리의 악사 콘테스트에서 1위를 차지한 가수 ‘사이’. 귀농 가수이자 전국을 유랑하며 공연하는 길거리 뮤지션이다. 최근 그가 첫 정규 앨범 <유기농펑크포크>를 발매했다. 이 앨범에는 그의 시골 생활, 가족과 삶에 대한 노래가 실려있다. 소박하면서도 그의 철학이 진하게 담겨 있는 노랫말을 따라 자칭 ‘유기농펑크포크 음악의 창시자’이며 ‘떠돌이 뮤지션’인 ‘사이’의 삶을 들여다본다.
시골 이야기 : “자연을 벗 삼아 욕심 없이 살리라”(‘귀농통문’)

그는 귀농 가수로 불리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지만, 어쨌든 그는 도시를 등지고 시골에 내려가 텃밭을 일구고 노래하며 산다. “자연을 벗 삼아 욕심없이 살리라”(‘귀농통문’)는 그도 한때 홍대 근처에서 살던 시절이 있었다. 인디 뮤지션이라기보다 홍대 인근에 사는 주민이었다. 홍대에서도 음악활동을 하지 않던 그가 뮤지션으로 활동하게 된 계기는 길거리 밴드를 하면서였다. 1년째 밴드 하자고 말만 하던 친구들을 모아 2년여 동안 발길 닿는 대로 공연하러 다녔다. 어쩌다 보니 덴마크에 있는 한 생태공동체의 행사에서도 공연을 했다. 친구의 소개로 석유자원 고갈에 관한 다큐멘터리 〈교외의 종말〉을 보고 충격을 받은 그는 유럽 생태공동체에서 살 생각도 했다. 한국에 돌아온 후 밴드는 자연스럽게 해체되고 그는 솔로로 홍대 클럽에서 잠시 공연하다가 지금의 아내를 만나 귀농을 결심한다.

“경남 산청에서 반문명적으로 살고 싶었어요. 아내랑 집 짓고, 자급자족하면서, 전기도 최대한 안 쓰고. 그때 만든 노래에 전기세가 1600원도 나온다는 이야기를 썼죠(웃음).”

하지만 오지에서의 삶은 행복하지 않았다. 사람들과 소통이 없어지니 외롭고 우울했다. 하필 그때 〈인투 더 와일드〉라는, 오지로 떠난 사람이 결국 어이없게 죽는다는 영화를 봤다. 오지에서 살다가는 미칠 것 같았다. 다시 속세로 들어가기로 했다. 그가 유랑 중에 찾은 속세는 충북 괴산이다.

그는 현재 괴산에서 마을 사람들과 함께 그가 꿈꾸던 소박한 삶을 살고 있다. 텃밭을 일구고 깨를 털고, 고구마도 캐면서. 게으른 삶을 지향해 하루 3~4시간 이상 일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자꾸만 일이 생기니 시골 생활이 결코 여유롭지만은 않다. 집에 가면 방문도 새로 만들고, 보일러실도 만들어야 한다며 귀찮은 티를 냈다.

“될 수 있으면 일을 안 하고 싶은데 아내 잔소리가 심해요(웃음).”


가족 이야기 : “아무것도 모르는 처자 하나 콕 찍어”(‘귀농통문’) “느티야, 니는 그냥 아로 살아라”(‘벚나무는 조용한데’)

잔소리하는 아내는 시골 생활의 동반자이자 든든한 버팀목이다. 그는 귀농학교에서 아내를 만났다. 당시 20대 중반의 “아무것도 모르는 처자”(‘귀농통문’)였던 아내는 귀농에 관심이 많은 학생이었다. 그녀에게 푹 빠진 사이는 “인생의 쓴맛과 고독과 허무에 관해 설법한 뒤에 비록 더럽고, 딱딱하고, 못생긴 손일지라도 용기 내어 쭉 뻗어”(‘귀농통문’)서 아내를 차지했다. 귀농이 내심 두려웠는데 아내와 함께여서 다행이었다.

집에서는 아내가 대장이다. 올해부터는 아내가 텃밭 일을 전담하고 사이는 아내가 시키는 것만 한다. 곡을 만들러 집을 나설 때도 아내의 허락을 받는다. 허락해준 아내에게 “고맙습니다” 하고 집을 나선단다. 그의 이야기 곳곳에서 아내에 대한 애정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에게는 네 살짜리 아들인 느티도 있다. 느티에게는 아빠가 일방적으로 세워놓은 인생의 마스터 플랜이 있다. 아빠 사이와 함께 밴드를 하는 것. 시골에 살면서 학교에 보내지 않고 보다 많은 것을 보고 느끼게 해주고 싶단다. 아빠가 노래하고 공연하는 것을 보고 자라면 느티도 자연스럽게 음악을 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세뇌 계획을 은밀히 털어놓는 그의 얼굴에 음흉한 미소가 번진다.

“요즘은 노래도 많이 해요. 말도 안 되는 이상한 노래예요. ‘오또문도까따몬’ 이러면서요. 하하하. 아빠가 노래하는 것을 보면 자기도 기분이 좋은가 봐요.”

그는 그러면서 무엇보다 느티가 원하는 것을 하게 해주는 것이 우선이란다. 가족은 그의 노래의 원천이다. 그의 노랫말엔 가족 이야기가 많다. “부산해운대 리베라 백화점 청소하시는 육숙희씨(어머니) 앞에서 부끄럽지 않은 노래”(‘냉동만두’)를 하고 싶고, 아들 느티에게는 “그냥 아로 살라”(‘벚나무는 조용한데’)고 한다. 그는 남의 이야기 대신 자신의 이야기를 노래에 녹여 낸다.



노래 이야기 : “나는야, 하나가 아니라, 전부”(‘눈썰매’)

우쿨렐레를 연주하며 경쾌하게 노래하는 사이를 보고 있노라면 가사도 밝고 가벼울 것 같다. 하지만 사이의 노랫말은 시에 가깝다. 그의 시는 일상생활 깊숙한 곳에서 나온다. 개인적이지만 누군가는 공감할 법한 일상의 깨달음이 담겨 있어 매력적이다. 떠돌이 뮤지션을 표방하는 만큼 그는 지금도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공연한다. 제천・옥천・청주・부산・용인 등 여전히 발길 닿는 대로. 이러한 여정은 그의 노래에 고스란히 담긴다. 안산 고잔역에서의 생각을 담은 ‘킴스클럽’과 부산 영도 이야기인 ‘영도’를 들으면 그의 궤적을 조금이나마 따라갈 수 있다.

그는 상업화되고 대규모 자본이 투입된 공연은 재미없다고 한다. 시골에서 돈 없이도 재밌게 놀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올해는 괴산에서 록페스티벌도 열었다. 입장료도, 음식도, 숙소도 없이 오직 동료 가수들의 음악으로만 승부를 걸었던 괴산페스티벌에는 150명의 관객이 찾았다. 적정 규모의 인원이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페스티벌을 즐겼다. 내년에 더 큰 규모로 열자는 사람도 있지만, 사이는 올해와 같은 규모로 준비할 것이다. 덩치만 크고 화려한 페스티벌은 그에게 의미가 없다.

“나는야, 하나가 아니라, 전부”(‘눈썰매’)라는 가사처럼 사이의 음악은 하나로 규정지을 수 없다. 그는 언제나 변화한다. 2007년 집에서 녹음한 첫 비공식 앨범 <아방가르드>의 소박한 사운드를 기대했던 팬에겐 좋은 스튜디오에서 녹음한 <유기농펑크포크>는 배신일 수 있다. 귀농 가수라고 시골에서의 공연만 기대하는 사람에겐 이른바 행사 공연도 배신일 수 있다. 하지만 그에게 있어 좋은 시는 “기대를 저버리는 시”라고 한다. 그의 노래는 항상 변하지만, 사람에 대한 따뜻한 시선만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 그는 요즘 동요에 꽂혔다. 한 어린이의 시에 곡을 붙인 ‘엄마 말’과 경기도어린이박물관 동요를 만들면서 재미를 느낀 것. 이것이 다가 아니다.

“읍내 피아노 학원에 다니면서 피아노 반주 앨범도 내고 싶어요. 또 일렉트로닉 음악 앨범도 내고 싶고. 그냥 뭐 계속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모든 사람이 긍정과 사랑을 바탕으로 사이좋게 지내자고 말하는 사이. 떠돌이와 시인, 백수와 가수 사이 어딘가에 있는 그의 노래는 삶의 향기를 품고 자라는 진정한 유기농이다.

사진 : 김하인
  • 2011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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