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영・유주연

대학원 졸업 작품으로 세계적인 그림책 상 받은 작가들

세계 3대(안데르센상・라가치상・BIB상) 그림책상 가운데 하나인 BIB(Biennial of Illustrations Bratislava)에서 우리나라 그림책 《달려 토토》(조은영 글·그림/보림출판사)가 그랑프리를, 《어느 날》(유주연 글·그림/보림출판사)이 2등격인 황금사과상을 받았다. BIB는 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가 유네스코 후원으로 1967년부터 2년마다 슬로바키아의 브라티슬라바에서 열리고 있는 그림책 축제다. 올해는 44개국에서 356명 일러스트레이터들의 원화 2318점이 출품되었는데, 한국 그림책 작가가 사상 처음 그랑프리를 받은 것이다.

그랑프리를 받은 조은영(30)씨의 《달려 토토》는 경마장에 간 어린이의 눈에 비친 말들의 다양한 동작과 표정을 역동적으로 표현했고, 유주연(28)씨의 《어느 날》은 여백의 미와 흑백의 묘미를 살렸다는 점에서 좋은 평을 얻었다. 이들은 서울시립대학교 디자인전문대학원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전공한 선후배 사이다. 《달려 토토》와 《어느 날》은 이들의 대학원 졸업 작품이다.

“출판되리라곤 상상도 못했습니다. 그래서 다른 그림책이나 출판시장을 의식하지 않고 그리고 싶은대로 그릴 수 있었지요.”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열리는 그림책 축제에 대학원이 부스를 마련하면서 두 사람의 작품이 소개되었는데, 큰 호응을 얻으며 프랑스의 한 출판사가 판권을 사갔다. 우리나라에서 책이 출간되기도 전에 프랑스에서 먼저 나온 것이다.

《달려 토토》는 말 인형 ‘토토’를 좋아하는 여자아이가 경마장에서 겪은 일을 담은 작품이다. 천진난만한 아이의 눈에 비친 경마장 곳곳의 풍경이 묘사되는데, 화면을 재치 있게 분할하고 과감하게 변형시켜 다양한 시각적 기쁨을 안긴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곳이나 담배 냄새가 자욱한 곳에 있을 때 느껴지는 불안감, 말이 달려가는 역동적인 모습 등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조은영씨는 “경마장이란 흔치 않은 소재 때문에 주위에서 만류하기도 했다”며 “대학시절 사진동아리에서 경마장에 갔었는데 그곳에서 삶의 희로애락을 보았다”고 한다. 언젠가는 경마장을 소재로 작업을 해보고 싶었고, 가까이에서 접하는 일상의 한 부분을 순수한 아이의 시각에서 꾸밈없고 담담하게 풀어냈다고 했다.


《달려 토토》는 경마장의 풍경을 지나치게 사실적으로 보여줘 ‘어린이에게 보여줘도 될까?’ 염려스러웠다. 하지만 그는 솔직한 시선으로 경마장을 바라볼 때 현실을 깨달을 수 있다고 말한다. 돈을 잃고 화를 내거나 슬퍼하고, 좌절하는 사람들의 표정에서 아이들은 옳지 않은 방법으로 돈을 벌려고 해서는 안된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림책의 삽화는 목탄 기법과 수묵의 번진 느낌, 펜을 이용한 섬세한 표현과 스크래치 등 다양한 표현 기법을 보여준다. 여기에 섬세하면서도 생동감 있는 인물 묘사와 역동적인 말의 묘사가 두드러진다. 《달려 토토》 원화는 2013년 볼로냐 국제도서전 메인전시장 특별전에 초대되고, 볼로냐 일러스트레이션 전시 도록 표지에도 실린다. BIB 2013 특별전에도 안데르센상 수상작과 함께 전시될 예정이다. 조은영씨는 이화여대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후 2~3년간 프리랜서로 일한 적이 있다.

“발주처의 주문에 따라 그리는 게 무척 힘들었어요. 그들의 요구에 맞춰서 작업을 했지만 저도, 발주처도 만족스럽지 않았습니다. 제 스타일을 무시한 채 수동적으로 작업하는 게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는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만들어내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했다.

“작업하는 동안 다른 사람 말에 흔들리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제 작품이니,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제가 그리고 싶은 대로 그리자고 생각했죠.”

《달려 토토》는 그가 그동안 담고 싶었던 색깔과 열정을 담아낸 그림책이다. “영국의 3대 그림책 작가인 찰스 키핑은 할렘에서 우울한 청소년 시절을 보낼 때 느끼고 생각했던 걸 그림책 소재로 쓰는데, 저도 찰스 키핑처럼 제가 생각하고 느낀 것을 그대로 표현해내고 싶어요. 더욱 깊이 느끼고, 그걸 솔직히 표현해내는 그림을 그리고 싶습니다. 상을 받은 그림책에는 금박 스티커가 붙어요. 그게 가장 큰 꿈이었는데, 이렇게 빨리 이뤄질지 몰랐어요(웃음). 꾸준히 작업해서 손자들이 제 책을 봤으면 해요. 그들이 유치원에 갔을 때 제 책이 꽂혀 있는 게 꿈입니다.”

유주연씨의 《어느 날》은 현대 도시의 풍경을 수묵화로 표현한 게 돋보인다. 호기심으로 가득 찬 작고 빨간 새가 도심에서 친구를 찾아 헤매는 모습을 전통 수묵화에 현대적인 느낌을 가미해 표현했다. 먹의 농담이 다채롭게 펼쳐지는 가운데, 빨간 새의 존재감이 도드라진다.


그는 수원대학교에서 동양화를 전공했다. 복잡한 도시에 살면서 도시의 공간적인 미학을 느끼면서도 자연을 동경하고 그리워했다고 한다. 이 그림책에서는 동양화를 전공한 그의 역량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획 하나도 느낌이 살아 있고, 과감하고 유려한 붓 터치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솜씨가 남다르다. 지면을 꽉 채우는 원색적인 그림책들과 달리 여백의 미가 돋보인다.

“저 역시 이 책에 나오는 빨간 새처럼 어느 한곳에 머무르기보다는 신비롭고 다채로운 세상을 마음껏 경험하고 싶습니다.”

5년 전 시각장애 아동을 위해 그림책 만드는 봉사활동을 시작한 그는 미술치료를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어 한양대학교 대학원 미술치료학과에 진학했고, ‘우리들의 눈’이라는 시각장애예술협회에서 미술수업도 한다.

“어른도 연주를 하든, 그림을 그리든 자기표현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잖아요? 약시인 아이들이 그림으로 자기표현을 할 수 있게끔 돕습니다. 제가 그들을 위해 무언가 할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합니다. 제가 표현하고 싶은 것을 표현하면서, 사람들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그림을 계속 그리고 싶습니다.”

사진 : 김선아
  • 2011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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