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미니 앨범 〈인생은 알 수가 없어〉 발매한 ‘좋아서 하는 밴드’

“계획 없는 인생, 아름답지 않나요?”

거리에서 노래를 부르다 거리에서 유명해진 ‘좋아서 하는 밴드’(이하 ‘좋아밴’). 이 팀은 3년 전 음악이 좋아 모인 청년 셋이 연습실 대신 거리에서 연습을 하다 밴드로 발전한 경우다. ‘버스킹’으로 불리는 거리 공연으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좋아밴은 지금까지 3장의 미니 앨범을 냈다. 얼결에 다큐멘터리 단편영화 〈좋아서 만든 영화〉에도 출연했다. 멤버들은 20대의 삶과 사랑, 환경 문제 등 다양한 주제로 곡을 쓴다. 또 야근하는 회사에 찾아가 무료 공연하는 <사무실 구석 콘서트>를 비롯해 한 달에 6~10회 전국을 다니며 공연한다. 공연 후에는 미니 앨범을 판매해 돈도 제법 번다. 알 수 없는 미래의 계획을 세우기보다 알찬 하루를 보내는 일에 열심이고 싶다고 말하는 밴드다.
2008년 5월 어느 늦은 밤 서울 청계천 주변, 손현(31), 조준호(29), 안복진(25)씨는 악기를 들고 평소처럼 호흡을 맞춰 노래하고 있었다. 그때 이들의 노랫소리를 듣던 한 취객이 말을 걸었다. “왜 거리에서 노래를 부르느냐”고. 세 멤버는 귀갓길의 취객에게 “연습할 공간이 따로 없어 거리에서 노래하고, 연주한다”고 자신들의 처지를 설명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던 중 그 취객은 “모여서 연습하는 사람들이면, 팀이 아닌가? 팀 이름이 궁금하다”고 했다. 당시 세 멤버는 무척 당황했다. 팀 이름이 없었기 때문이다. 대신 그들은 “음악이 좋아서 하는 밴드”라고 답했다. 그때 취객이 던진 한마디가 좋아밴의 이름이 되었다. “음악이 좋아서 한다고? 좋아서 하는 밴드구먼.”

지난 8월 13일 말복(末伏), 좋아밴은 서울 충정로 가야극장에서 두 번째 〈보신 콘서트〉를 열었다. 청계천에서 만난 한 취객과의 이야기를 공연 중 연극으로 보여주었는데, 관객들은 깔깔대며 재미있어했다. 이날 500석이 넘는 객석은 만석이었고, 공연 내내 좋아밴의 노래를 따라 불렀다. 인디밴드로 활동을 시작한 지 3년이 조금 넘었지만, 이들은 이미 상당한 팬층을 확보했다.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을 경계한 ‘북극곰아’부터 재개발과 어려운 이웃의 어려움을 전달하는 ‘옥탑방에서’ 등 좋아밴 특유의 달콤하면서도 열정적인 분위기에서 공연은 끝났다.

〈보신 콘서트〉가 끝난 지 정확히 10일 후, 홍대의 한 카페에서 좋아밴을 만났다. 약속 시간이 되자 백가영(24), 안복진 씨에 이어 손현과 조준호씨가 낡은 승합차를 몰고 인터뷰 장소에 차례로 도착했다. 그런데 좋아밴은 무대에서 봤을 때와는 사뭇 달랐다. 카리스마까지는 아니더라도 심지어 앳된 모습이었다. 또 조용조용하고, 차분했다.

“저희가 500석 규모의 극장에서 공연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 공연을 도와주신 스태프는 신승훈 선배님 공연처럼 대형 공연을 주로 맡는 분들이신데, 그런 분들과 함께 공연하게 된 것도 무척 기뻤고요.”(안복진)

조준호씨는 “말복이면 보신 음식으로 삼계탕 등을 먹는데 우리는 공연으로 팬들에게 몸보신을 해드리겠다는 취지로 지난해 말복에 〈보신 음악회〉를 열었다”고 말했다. 또 “생각보다 반응이 뜨거워 올해도 준비했지만, 공연이 취소될 위기에 놓이는 등 몇 차례 우여곡절이 있었다. 다행히 많은 분의 도움으로 공연을 준비할 수 있었다”고 했다.

아코디언 안복진
아코디언과 건반 연주를 담당한다. 좋아밴의 조준호씨와 함께 공연한 것이 인연이 되어 밴드 활동을 시작했다.
“전채요리부터 수프, 신 메뉴, 특별 메뉴, 디저트까지 코스요리로 구성한 공연 순서에 따라 곡을 선곡했어요. 저희는 따로 메인 보컬이 없어요. 자신이 쓴 곡은 자신이 부른다는 규칙이 있기 때문이고요. 악기만 연주하던 사람이 노래도 부르려니까 민망했어요. 땅만 보고 노래 부르던 때도 있었다니까요. 이제 좀 나아졌지만요(웃음).”(백가영)

좋아밴의 멤버들은 각자 맡은 악기를 연주한다. 동시에 자신이 쓴 곡을 연주할 때는 노래도 부른다. 조준호씨를 제외한 다른 멤버들의 노래 스타일이 부드럽다는 기자의 말에 모두 웃느라 정신이 없다.

“노래를 제대로 배운 적이 없는 상태에서 노래를 해서 그렇죠.. 흐윽~ 저희도 알지만 노래를 잘하기가 생각보다 무척 어렵더라고요. 곡을 쓸 때 높은 음역은 피하고 있고요.”(안복진)

반면 조준호씨의 노래 스타일은 힘이 넘친다. 성악 발성으로 노래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는 “거리에서 마이크 없이 노래를 하려면 최대한 멀리 들릴 수 있게 노래해야 한다. 그렇게 노력을 기울이다보니 지금처럼 부르게 되었다”며 자신의 창법에 대해 설명했다.

“거리에서 노래하다 보면 별일이 다 있어요. 쫓겨나기도 하고, 공연장처럼 여건이 좋은 편도 아니니까요. 그래도 좋아요. 저희는 거리의 악사니까요.”(조준호)

퍼커션 조준호
손현과 같은 과 동기로 만났다. 군대시절 가수가 되기로 결심했고, 제대 후 2007 대학가요제 금상을 수상했다. 타악기 젬베 연주로 유명하다.
좋아밴은 매니저가 따로 없다. 매니저가 없다는 것은 멤버들이 해야 할 일이 많다는 이야기다. 조준호씨는 인디밴드의 정의처럼 “좋아밴은 스스로 돈도 벌고 운영도 하는 진짜 인디밴드”라고 했다.

“저희는 팬을 친구라고 불러요. 첫 번째 미니 앨범을 만들 때 저희 친구들에게 선금을 받아서 제작했고, 이후 한분 한분 찾아가 직접 앨범을 전해드리기도 했어요. 지금까지 저희를 응원해주는 친구도 많고, 새로운 친구도 생겨서 감사할 따름이에요.”(조준호)

좋아밴은 지금까지 미니 앨범인 1집 〈신문배달〉, 2집 〈취해나 보겠어요〉, 3집 〈인생은 알 수가 없어〉를 발매했다. 이 앨범들은 공연이 끝난 후 1장 6000원, 2장 1만원에 판매하는데 수익금이 제법 짭짤하다고 했다. 또 4명이 한번 모일 때 들어가는 각종 비용도 만만치 않아 현재 수익금은 각각 용도에 맞게 분산해 관리하고 있다.

이렇듯 나날이 인기를 모으던 좋아밴은 베이스기타의 황수정씨와 활동하다 지난해 1월 백가영씨를 새 멤버로 영입했다. 그리고 한 달에 두 회사를 찾아가 야근하는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사무실 구석 콘서트〉도 열고 있다. 이달까지 30회 이상 열었는데, 반응이 무척 좋다. 단 좋아밴의 공연 조건은 4명의 멤버가 앉아 노래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하고, 15명 이상의 직원이 공연을 볼 수 있어야 하며, 그리고 공연 후 음반을 판매할 수 있어야 한다. 좋아밴 홈페이지에 야근하는 회사의 사연과 함께 신청하면 된다.

기타 손현
중앙대학교 심리학과 출신이다. 좋아밴의 승합차 운전을 담당하며, 음악으로 전달하고픈 메시지가 많은 음악가다.
“<사무실 구석 콘서트>에서 한번 뵌 분이 저희가 그다음 갈 회사로 이직하셨던 거예요. 두 번이나 저희 공연을 사무실에서 본 그분도 기억에 남고요. 저희 음악이 힘이 되어드릴 수 있다면 좋죠. 이 공연은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볼 생각이에요.”(손현)

중앙대학교 심리학과 동기로 만난 손현과 조준호씨는 현재 흑석동에서 한 집에 산다. 안복진씨는 “서로의 음악에 대해 이야기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그것이 가장 큰 문제였던 시기도 겪었다”며 웃었다.

“손현씨는 고집이 너무 세요(웃음). 저희는 각자의 음악스타일이나 취향에 관여하지 않아요. 모두 하고 싶은 걸 하니까요. 그래도 가끔 의견이 엇갈려 충돌할 때도 있지만… 처음 만났을 때를 생각하면 지금은 용 된거죠!”(안복진)

한창 이야기를 하던 중 점심으로 주문한 샌드위치, 크로크무슈, 버섯리소토 등이 나왔다. 다른 멤버들은 신나게 먹기 시작하는데, 손현씨는 입맛이 없어 보였다. 그는 “내가 그렇게 성격이 모난 건 아니잖아? 내가 너희를 위해서 얼마나 고생을 많이 하는데…”라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베이스기타 백가영
여러 뮤지컬과 밴드의 세션으로 활동하던 중 좋아밴의 오디션 제안을 받고 지난해 1월 멤버가 되었다.
“저희가 처음 지방 공연을 떠나는 과정을 영상으로 담아두려는 의도였어요. 촬영감독을 하는 형에게 3박4일 동안 공연 모습만 담아달라고 했는데, 고속도로에서 차에 불이 난 거예요. 촬영감독정신을 발휘한 형은 그 장면도 놓치지 않았고, 해운대 백사장에서 벌어진 관객과 해운대 측의 싸움도 열심히 찍더라고요. 심지어 며칠 후 단편영화로 만들어도 되겠느냐고 해서 좋다고 했지만, 저희가 레드카펫까지 밟게 될 줄은 몰랐죠.”(조준호)

〈좋아서 만든 영화〉로 얼결에 스크린 데뷔까지 마친 좋아밴. 인디밴드로서 세워둔 계획이 궁금했다. 기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들은 입을 모아 “아무런 계획이 없다”고 했다. 좋아밴의 계획을 묻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와 같은 답을 듣게 된다는 설명까지 들었다.

“인생은 알 수 없으니까요. 계획을 세우는 일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도 잘 모르겠고요. 그냥 지금처럼 즐겁게 노래하면서 지내고 싶어요. 음반도 많이 팔았으면 좋겠고요.”

사진 : 김선아
사진제공 : 좋아서 하는 밴드
  • 2011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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