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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밴드 ‘임미성퀸텟’ 보컬 임미성, 작곡가 허성우

우리 고전문학, 재즈에 담아 불러요

공무도하가, 바리공주, 용비어천가, 가시리…. 앨범의 목차를 들추자, 낯익은 제목들이 등장한다. 쉽사리 연상되지 않는 재즈와 한국 고전의 만남, 그 농도 높은 배합이 깜짝 놀랄 만큼 조화롭고 아름답다. 한글과 한자로 된 가사를 그대로 넣었는 데도 베이스와 트럼펫, 색소폰의 선율에 착착 감겨 들어간다. 보컬의 섬세한 감성은 듣는 이의 마음을 처연하게 하고, 가슴을 금세 촉촉하게 적신다. 지극히 한국적인 재즈로 대서양 너머 파란 눈의 외국인들의 마음까지 울린 ‘임미성퀸텟(Quintet)’의 보컬 임미성, 작곡가 허성우를 만났다.
임미성퀸텟은 한국의 고시조, 가요, 민요, 설화 등 고전문학 작품을 재즈 선율에 담아 부르는 재즈 밴드다. 일찍이 한국 고전문학에 관심과 애정을 가져온 재즈 보컬리스트 임미성과 작곡가 겸 재즈피아니스트인 허성우를 중심으로 하는 임미성퀸텟은 놀랍게도 한국보다 유럽에서 더욱 주목받는 재즈 뮤지션이다.

임미성퀸텟은 1집을 내기도 전에 프랑스 파리의 권위 있는 국제재즈페스티벌 <재지 컬러스(Jazzy Colors)>에 한국 대표로 초청되어 공연했고, 프랑스인들로부터 아낌없는 찬사를 받았다. 그들과 함께 연주한 자크 비달(콘트라베이스), 시몽 구베르(드럼), 앤드류 크로커(트럼펫)는 앨범이 없는 뮤지션과는 같이 연주하지 않는 세계적인 재즈 뮤지션이지만, 그들의 데모곡 ‘공무도하가’를 듣고는 흔쾌히 함께 무대에 섰다. 그해 음악감독으로 위촉된 피아니스트 보얀 Z(Bojan Zulfikarpasic)는 ‘가장 주목할 만한 재즈 뮤지션’으로 임미성퀸텟을 지목했다.

한국 고전문학을 재즈화하는 과감하고 실험적인 작업은 2004년 프랑스 파리에서 시작됐다. 재즈를 공부하는 몇 안 되는 한국인 유학생이었던 임미성과 허성우가 재즈전문학교(IACP)에서 만나 음악적 방향을 함께하면서였다.

“외국 친구들이 한국에 대해서 물어오는데, 그들에게 충분히 설명해줄 수 있을 만큼 잘 알고 있는 게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러면서 한국 고전문학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됐죠.”(임미성)

그러던 중 기회가 찾아왔다. 파리에 있는 한국 복합문화공간 ‘한센(Han-Sein)’에서 프로젝트 공연을 하게 된 것. 한국의 문화를 좀 더 널리 알리고자 만들어진 한센이 한국적인 공간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한국적 색채를 가진 육자배기, 수심가, 아리랑 등을 편곡했고, 또 창작곡도 한두 곡 선보인 게 1집 〈바리공주〉의 시작이 됐다.

파리 근교 벨빌 성에서의 콘서트는 특히 기억에 남는다. 이들이 공연하는 콘서트 홀 옆 전시관에서 한국의 방혜자 화백이 수묵화와 서예 작품 전시회를 열고 있었던 것.

“장소도 프랑스 성이고 다들 프랑스 사람들인데, 그 안에서 매우 한국적인 공연과 전시가 동시에 열리고 있는 거예요. 노래를 하면서도 가슴이 벅찼죠.”(임미성)

참 신기하다. 한국의 고전문학은 물론이고, 한국어도 익숙하지 않은 프랑스 사람들에게 이들의 음악은 어떻게 뜨거운 호응을 얻을 수 있었을까.

“프랑스 사람들은 한국 사람이, 한국어로 노래를 하니까 굉장히 와 닿는다고 말씀하세요. 제가 샹송이나 스탠더드 재즈를 부를 때보다 우리말로 노래할 때 더 반응이 좋아요. 보사노바도 포르투갈어로 부르지만, 포르투갈어를 몰라도 멜로디가 좋으면 감동이 생기잖아요? 음악이 좋으면 다른 언어라도 수용성이 생긴다는 걸 깨달으면서 이 작업을 계속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임미성)

임미성퀸텟의 특징은 우리의 역사가 담긴 고전문학을 국악이나 15세기의 선율이 아닌, 컨템퍼러리 선율에 담아낸다는 점에 있다.

“옛것을 되살리기 위해 오히려 초현대적인 기법을 쓴 거죠.”

1집, 2집 전곡을 작곡한 허성우의 설명이다. 한국의 전통음악인 국악에 재즈를 접목시킨 ‘국악재즈’와도 다르다.

“꼭 한국의 전통음악을 빌리지 않더라도, 우리의 언어만으로도 충분히 한국적인 재즈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임미성이 덧붙였다. 처음 임미성퀸텟의 음악을 접하면 다소 생소한 느낌을 받는다. 조성을 의도적으로 깨뜨리는 무조적인 분위기가 ‘낯섦’과 ‘반전’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조성이 있는 곡도 그 변화가 빠르고, 음도 기존에는 많이 안 쓰던 음들을 썼다. 멜로디 라인 역시 부르기 쉽지 않다. 그러나 이들의 음악은 한번 들으면 뇌리에 강하게 남는다. 귓전을 내내 울리는 묘한 중독성이 있다.

“우리는 안정적인 음악에 길들어 있어요. 장조에서 시작하면 장조로 끝나고, 으뜸음에서 으뜸음으로 마치는. 다양한 음악을 듣는 연습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음악을 앞부분만 조금 듣고 ‘아, 내 스타일 아니다’ 하시면 제 마음이 아픕니다(웃음).”(허성우)

어찌 보면 ‘상업적 자살’이라고 할 수 있는 이 같은 작업을 계속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허성우는 말한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10년, 20년, 30년 뒤에도 계속 평가를 받는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좀 더 의미 있는 음악을 남겨야 하지 않겠나 하는 거죠. 한국 고전문학을 가지고 계속 현대화하는 작업을 누군가는 해야 합니다.”


그의 작가주의적 고집과 대중성 사이의 고민은 이번 2집 〈용비어천가〉에도 그대로 담겨 있다. 이들에게 한국의 고전은 다른 무엇보다 ‘재지(Jazzy)’한 소재다. 재즈의 가장 큰 특징인 즉흥성이 고전에도 충분히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1집의 ‘사랑가’를 예로 들면, 주인공이 10대 소년과 소녀잖아요? 그런데 그들의 사랑의경지는 굉장히 지적이면서도 과감했어요. 요즘 청소년들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가 없죠.”

자유로운 듯 보이지만 그 안에는 일정한 형식이 있다는 것도 재즈와 고전의 닮은 점이다.

“우리 조상들이 주고받은 시조에도 일정한 형식이 있었어요. 결국 둘 다 정해진 틀 안에서 누가 더 빼어나게 표현하느냐가 핵심이죠.”(임미성)

음악적 동료로서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은 어떨까. 허성우에게 임미성은 그의 음악 인생에서 방향을 제시해준 나침반 같은 존재이자 최고의 보컬이다.

“재즈 안에서 어떤 색깔을 가져야 할지 고민할 때 누님을 만났어요. 탁월한 만남이었어요. 재즈 보컬은 풍부한 성량도 중요하지만 자기만의 색깔이 중요한데, 이분은 그런 면에서 최고죠.”

임미성에게 허성우는 자신의 음악에 연료와 동력을 제공하는 엔진과 같다.

“허성우씨의 곡이 음악적으로 매우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오랫동안 집중적으로, 또 기본기를 다져서 써온 사람의 곡은 그 생명력이 다르죠.”

이들에게는 꿈이 있다. 각 나라에 있는 한국문화원에 음반을 보내 한국을 알리는 동시에, 한국에서 샹송재즈콘서트를 개최하고 싶다는 것. 샹송재즈콘서트는 프랑스에서 학생으로서 수혜받은 것에 보답하고 싶은 마음도 크다.

“우리 음악을 할 수 있었던 건, 문화적으로 열려 있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줄 아는 프랑스의 허용적인 분위기 때문에 가능했어요. 그에 대한 답례로 우리가 샹송의 대중화에 기여해보겠다는 거죠. 한국 사람들 샹송 좋아하잖아요?”

사진 : 김선아
  • 2011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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