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듀오 ‘옥상달빛’

“우리 세대 이야기와 감성을 노래해요”

인디음악계에서 차근차근 인지도를 쌓아온 이력과 20대 청춘의 고민을 고스란히 담아낸 솔직한 노랫말, 달콤하면서도 서정적인 멜로디로 음악을 듣는 재미가 쏠쏠한 ‘옥상달빛’은 어쿠스틱 사운드를 실어 노래하는 여성 듀오다. 지난 5월 이들이 내놓은 첫 정규 음반 〈28〉은 대중과 평론가들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으며 1주일 만에 5000장이 모두 팔리는 등 인기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홍대 앞 클럽을 중심으로 이름을 알려가던 이들이 대중에게 각인된 것은 지난해 초 내놓은 미니 앨범 〈옥탑라됴〉의 수록곡이 드라마 〈파스타〉에 소개되면서였다.
왼쪽부터 김윤주, 박세진.
대학 동창인 김윤주(건반・기타・보컬)와 박세진(멜로디언・실로폰・보컬)이 뭉친 이 밴드는 두 멤버가 직접 작사와 작곡을 맡아 다양한 분위기의 곡들을 선보인다. 잠자는 시간을 빼고 붙어 다닌다는 이들은 스물 여덟 동갑내기로, 동아방송예술대학교 영상음악과 작곡 전공 동기다. 대학에서 만나자마자 소위 코드가 통해 내내 붙어 다니게 되었다. 동아방송예술대학교에 들어오기 전 이들은 각각 음대에서 피아노를 전공하며 비슷한 고민에 빠져 있었다. 김윤주 씨는 클래식 피아노를 전공하면서 ‘수백 년 전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곡을 지금 똑같이 연주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고민을 거듭하다 학교를 그만두고, ‘이제 나만의 음악을 해보겠다’고 마음먹었다. 박세진 씨는 대학에서 재즈 피아노를 전공했는데, 꿈과 낭만이 가득해야 할 1학년 시절 이상하게도 학교 가기가 싫었다. 학교를 그만두고 3년간 커피숍, 백화점, 일식집 등에서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문득 든 생각이 ‘내 마음속엔 항상 음악이 있는데, 왜 지금 이러고 있지?’였다.

음악만 바라보며 생활하던 그들은 음악이라는 범주는 벗어나지 않되 진로를 바꾸었다. 김윤주는 우연한 기회에 들었던 재즈피아니스트 전영세의 연주에 반해 있었고, 박세진은 영화음악에 관심을 가지고 작곡에 재미를 느끼던 터였다. 두 사람은 날씨 좋은 날이면 위아래로 살던 자취방이 있는 건물 옥상으로 올라갔다. 커피를 마시고, 기타를 치던 그 공간은 그들만의 추억의 장소가 됐다. 두 사람이 가장 좋아하는 말은 ‘달빛’. 그래서 밴드 이름은 ‘옥상달빛’이 됐다.

“딱히 음악을 했다기보다는 흥이 나면 누워서 기타 치며 노래를 부르고, 문방구에서 사온 멜로디언으로 연주하면서 장난하듯 노는 식이었죠. 이번 음반에 실린 ‘25’라는 노래도 그때 자취방에서 만들어 불렀던 거예요.”(김윤주)

이들이 사람들 앞에 서게 된 것도 우연이었다. 졸업하던 해, 친한 선배가 갤러리 오픈식에서 노래를 불러달라고 했다. ‘동방울 자매’라는 장난스러운 이름을 내걸고 노래했는데, 마침 그자리에 있던 인디밴드 ‘올드 피쉬’의 눈에 들었다.

“심심풀이로 만들어놓았던 노래 몇 곡을 사람들 앞에서 노는 기분으로 들려줬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어요.”

그렇게 올드 피쉬 3집 앨범에 참여하며 두 사람은 본격적인 음악인의 길로 첫발을 내딛었다. 담백하면서도 사람의 마음을 위로해주는 묘한 매력을 가진 옥상달빛의 음반에 실린 곡들에는 20대의 감성이 충실하게 녹아 있다. 대표적인 노래는 타이틀곡 ‘없는 게 메리트.’ “없는 게 메리트라네 난/있는 게 젊음이라네 난”으로 시작되는 이 곡은 20대 청춘들에게 위로와 격려의 메시지를 전하는 듯하다.


자취방 옥상에서 함께 기타 치며 노래 부르던 게 우리 음악의 출발

‘없는 게 메리트’ 외에도 감미로운 선율과 직설적인 가사는 아이러니하게도 호소력을 높인다. 쓸쓸한 청춘의 이야기와 일상을 위트 있는 언어로 툭툭 내뱉는 듯한 이들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왠지 위로받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저희의 일상을 노래한 거예요. 저희 역시 음악을 하는 ‘88만원’세대거든요. 저희도 시작할 때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었어요. 아이돌 그룹처럼 기획사가 도와주는 것도 아니었죠. 그러나 젊음 하나가 ‘메리트’가 된다고 생각해요. 저희 입장에서는 뭘해도 손해 볼 게 없는 셈인데, 그런 마음을 노래한 곡이죠. 그래서 지친 ‘88만원’ 세대들이 우리 음악에 공감하고 관심을 갖는 것이 아닐까요?”(박세진)

이들과 같은 20대뿐만 아니라 30대에게도 절묘한 공감을 얻어내는 비법이랄까, 이들이 직접 노랫말을 쓰는 영감의 원천이 궁금했다.

“작사・작곡 역시 경험한 걸 쓰기 때문에 그때그때 감정이 곡에 스며들어 있어요. 신날 땐 신나게, 서정적일 땐 서정적으로.”

유행을 좇아 10대가 좋아할 만한 음악을 만들거나 자신들의 나이엔 알 수 없는 슬픔이나 기쁨을 과장해 노래하지는 않겠다고 했다. 이들은 노래뿐만 아니라 공연 중간중간 라디오식 토크를 곁들여 대중에게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둘은 라디오를 유난히 좋아한다. “텔레비전이나 영화처럼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상상의 여지를 주기 때문”이란다. DJ를 꿈꾸며 집에서 라디오 진행 상황극을 웹캠으로 찍어 인터넷에 올려보기도 했다. 공연을 라디오 공개방송처럼 꾸미는 건 이제 단골 레퍼토리가 되었다. 둘이 이렇게 장난치는 소리는 앨범의 ‘옥탑라됴’라는 곡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두 사람의 꿈은 이뤄져 마침내 진짜 라디오 DJ가 되었고, 현재 KBS 2FM 〈라디오 천국〉 등 3개 프로그램에 고정출연해 만만찮은 입담을 과시하고 있다. 일 때문이 아니라도 원래 매일 만나는 친구이자 서로 간지러운 부분을 제일 잘 긁어주는 사이라는 이들.

“제가 기타를 치면서 이쯤에서 이런 라인이 나와 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 세진이가 꼭 그런 라인을 만들어 불러줘요.”

가족보다 더 가족 같은 둘은 나이에 맞게 생각하는 그대로를 지금처럼 표현해가고 싶다고 한다. “30대가 되면 30대가 부를 만한 노래, 40대가 되면 40대가 공감하는 음악을 하고 싶어요. 순간순간에 충실한 노래, 모르는 것을 아는 척하지 않는 노래를 부르고 싶어요”라고 말한다.

“솔직한 게 가장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지금도 매우 자유롭게 활동하고 있는데요.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게 제일 좋고 그러다 보면 자연스러운 음악이 나올 것이고, 지금처럼 재미있는 음악을 할 수 있겠죠?”(김윤주)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지를 표현하면 진정성도 자연스럽게 배어 나오는 것 같아요. 가식적이거나 인위적으로 표현하려고 하기보다 있는 그대로를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얼마든지 장르도 바뀔 수 있고요. 장르를 불문하고 그때그때 하고 싶은 음악을 하고 싶습니다.”(박세진)

사진 : 김선아
  • 2011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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