在오스트리아 유리화 작가 최영심

‘빛의 예술’ 유리화의 매력을 그릇에도 담을 수 있어요

중세 그리스도교 장인들로부터 시작된 스테인드글라스가 현재 오스트리아·체코·독일 등 유럽과 가까운 일본에서 실생활 인테리어와 생활용품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오스트리아에서 활동하는 유리화(스테인드글라스) 작가 최영심(65) 씨의 유리그릇도 이런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유리화로 그릇을 만드는 일은 흔치 않다고 한다.
유럽의 유리화는 인테리어 코드

그는 1970년대 부산 동아대학 미술학과를 졸업한 후 이탈리아 로마미술대학에서 회화를 전공했다. 그 후 산타자코모아카데미아에서 프레스코화를 전공하고 오스트리아 슐리어바흐 유리화 공방에서 유리화를 배웠다. 그의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은 유럽 성당과 서울 신천동 성당, 대치2동 성당, 가톨릭대학 성당 등 80여 곳에 남아 있고, 유럽의 개인주택에도 그의 작품이 쓰였다. 1991년에는 유리화 작업으로 가톨릭 미술상을 받기도 했다.

“유럽에서는 건축가가 성당 건물을 설계하는 순간부터 유리화가와 의논을 해요. 설계 과정에서부터 어느 부분에 어떤 유리화를 넣을지를 결정하는 거지요.”

그는 현재 알프스 산이 보이는 오스트리아의 작은 도시에서 유리화 장인인 오스트리아인 남편 그리고 두 딸과 함께 살고 있다.

“제가 살고 있는 도시는 인구가 800만 명 정도인 데도 언제나 주문이 밀려 있어요. 유리화는 인테리어뿐 아니라 가구나 테이블 등에 쓰이고 가정집의 천장, 벽 전체를 위해 디자인할 수도 있어요.”

보통 우리나라에서는 유리화 하면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를 떠올리지만 유럽에서는 그 쓰임새가 훨씬 더 다양하다. 스테인드글라스는 13세기 고딕시대에 절정을 이루다 쇠퇴한 후 19세기 아르누보(Art Nouveau)에 다시 절정에 이르렀다. 스테인드글라스 유리는 하나하나 색유리를 이어 붙인 것이다. 색유리는 규석분・장석・석회석・구리・철・망간・아비산・안티몬・산화크롬・산화니켈・형석 등 금속산화물의 혼합체인데, 섭씨 450~1500도로 가열한 것이어서 색이 바래는 일 없이 영구적이라 한다. 그는 바로 이 영원성에 반했다고 한다.

최영심 씨가 만든 유리그릇들. 식기라기보다 작품 같다.
“오스트리아 유리화 공방에서 유리 작업을 시작하자마자 바로 ‘내가 추구하던 재료’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이 영적인 재료를 가지고 작업하는 것은 어쩌면 빛과 그림자 놀이 같아요. 무엇보다 좋은 작품은 콘트라스트와 균형이 잘 잡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 인생도 그렇잖아요. 내면에 빛과 그림자를 모두 지니고 있는 사람이 매력적인 것처럼 유리화도 그래요.”

수녀원의 후원으로 유학을 떠난 그는 프레스코화와 유리화를 배워 교회미술을 하려고 진로를 정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재료 문제 때문에 프레스코화를 하기가 어려웠다. 그는 한국에서 유리화 공방을 낼까 하는 생각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가 공부한 것을 한국에서 실현하는 게 쉽지 않았다. 배운 것을 활용하려면 유럽에서 작업할 수밖에 없었다 한다.


그가 공부한 오스트리아의 슐리어바흐 공방은 시토수도회에 딸린 공방으로, 1884년 생겨난 이래 독일어권에서 가장 권위 있는 유리화 제작소로 알려져 있다. 슐리어바흐 공방에는 7000여 가지 색깔의 유리가 있었다. 아이가 즐거운 놀이터를 만난 듯 푹빠져서 일하다 공방 사람들로부터 “저 사람이 우리 유리를 다 쓴다”는 말도 들었다 한다. 그는 1년 정도 장인 훈련을 거쳐 유리화가가 되었다. 중세시대에는 장인이 유리화가를 겸했지만, 현대에 와서는 유리화가가 그림을 그린 후 장인과 협업하는 방식으로 일을 진행한다고 한다. 2차 대전 후 전쟁으로 파괴된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를 복구하면서 화가들이 본격적으로 유리화 작업에 참여했다 한다. 그의 작품을 두고 유럽에서는 “유리라는 재료를 잘 알고 쓰는데다 색감이 부드럽고 미묘하면서도 힘이 있어서 전원의 풍경을 보는 듯하다”라고 평가한다.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는 앤티크 유리 기법을 쓰지만 그는 30년 전부터 미국에서 대중화하기 시작한 푸싱 기법을 쓴다.

“앤티크 유리는 교회미술에 많이 쓰이는데, 푸싱 기법으로 만든 유리는 맑고 밝은 느낌이라 좀더 대중적이지요. 그림을 전공했으니 유리화는 낯설지 않은데, 그릇 작업은 신선했습니다. 유리라는 재료를 썼지만 그릇 자체를 그림처럼 봤으면 했어요. 유리가 깨지기 쉽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은 도자기도 마찬가지지요. 유리그림은 수채나 유화보다 더 오래가니 영구적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의 유리그림과 유리그릇의 주제는 자연이다. 유럽에서 공부했지만 그의 작품이 동양화처럼 여백이 많은 것은 유럽 작가들과 차별화된다.

“작품 안에 담긴 선이나 내용이 제가 사는 집뜰에 있는 것들이에요. 제가 사는 곳이 알프스 산 밑이에요. 뒷산이 해발 1000m인데 그리 가파르다는 생각은 들지 않아요.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면서 살죠.”

그는 당분간 유리그릇에 빛을 물들이는 작업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할 계획이라고 한다. 주문 제작하는 다른 작업에 비해 유리화나 유리그릇은 자신의 생각을 더 많이 담을 수 있어 매력적이라 한다.

사진 : 김선아
촬영협조 : 가진화랑 02-738-3581
  • 2011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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