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빛내는 해외 무용스타 공연’ 예술감독 맡은 재독 안무가 허용순

세계 발레단들이 작품을 부탁하는 안무가

2011년 한국을 빛내는 해외 무용스타 공연
2011년 공연에는 최근 <로미오와 줄리엣> 공연으로 일약 메이저발레단의 주역 무용수로 승급한 독일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의 강효정, 한국의 걸그룹 ‘천상지희’ 멤버 출신인 미국 로스앤젤레스발레단의 스테파니 김, 네덜란드 댄스 시어터 II에서 활약한 스위스 바젤발레단의 원진영, 미국 지역발레단의 유일한 한국인 무용수로 활약하고 있는 애틀란타발레단의 김유미와 올란도발레단의 정아름, 파리 오페라발레단의 에투왈이었던 마리-클로드 피에트라갈라가 설립한 피에트라갈라 컴퍼니의 김남경이 각자의 파트너와 함께 내한했다.
‘2011년 한국을 빛내는 해외 무용스타 공연’의 예술감독인 재독안무가 허용순(독일 뒤셀도르프발레단 발레학교 교수, 객원지도위원) 씨는 독일의 슈베린발레단, 오스트리아의 쿤즈랜드발레단, 미국의 툴사발레단 등 세계 유명 발레 컴퍼니에서 활동 중인 세계적인 안무가다. 그가 안무한 발레 <디스 이즈 유어 라이프(This is your life)>(유니버셜발레단) 공연과 ‘2011년 한국을 빛내는 해외 무용스타 공연’으로 한국에 머물고 있는 그를 유니버설발레단에서 만났다.

그는 선화예고 재학 중 모나코왕립학교에서 공부한 유학파 발레리나 1세대로, 그의 안무는 “국제적인 감각, 음악적 감수성, 지적인 안무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러 발레단의 주역으로 활약했던 그는 현재 독일 뒤셀도르프발레단의 객원지도위원을 맡고 있으며, 유럽과 미국・호주・터키・아시아・아프리카 등 전 세계 발레단을 위해 안무를 했다. 2010년 11월 독일에서 발표한 작품 <카르멘(Carmen)>은 터키 인터내셔널 보드름 페스티벌의 초청을 받아 2011년 8월 공연될 예정이다. 이번 유니버설발레단에서 선보인 <디스 이즈 유어 라이프>는 2009년 미국 툴사발레단이 뉴욕 조이스시어터에서 초연했고, 독일・터키 등지에서 호평받은 작품이다. 뮤지컬과 연극적인 요소 등 스토리텔링이 강하게 반영된 그의 안무 스타일을 엿볼 수 있다.

<디스 이즈 유어 라이프>는 남편이 바람피우는 것을 참는 아내, 자신의일에 스트레스를 느끼는 샐러리맨, 아름다움에 자신감을 갖고 있는 남자 미용사 등 인물들을 등장시켜 마치 TV 토크쇼를 보는듯한 인상을 받는다. 곳곳에 유머 코드와 익살을 삽입하는 등 뮤지컬 요소가 가미되어 현대발레의 새로움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클래식 발레와 달리 네오클래식 모던발레는 제한이 없어요. 춤을 추다가 대사를 하기도 하고, 토슈즈가 아니라 하이힐을 신을 수도 있죠. 고함이나 외침이 있을 수도 있어요. 연극적인 요소가 가미되기도 하고요. <디스 이즈 유어 라이프>처럼 1960년대 옷을 입고 가발을 쓰기도 하지요.”

그가 안무가로서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01년 뒤셀도르프발레단을 위해 만든 작품 <그녀는 노래한다>가 호평받으면서였다. 지금까지 안무한 작품으로는 <불새> <로미오와 줄리엣> <카르멘> <감정의 파도> <무대 뒤> <천사의 숨결> <침묵의 소리> <밥, 베스트 오브 비틀스> <유리의 집> 등이 있다.

<밥, 베스트 오브 비틀스>는 미국 극단, <불새>는 터키 이즈미르 국립발레단에서 의뢰한 작품이다. 자유로운 주제일 경우 주변 이야기 같은 소재를 선호한다고 한다.

“<슬픔의 왈츠>라는 작품에서는 무대에 무용수 한 명과 색깔이 다른 의자 두 개가 양쪽에 놓여 있어요. 의자는 남자를 상징하는데 행복했던 감정, 아프게 했던 감정, 사랑할 때의 감정을 표현해요. 좋았던 기억보다 버리고 간 기억을 회상하는 겁니다. <아이 필 굿>이라는 작품에서는 어느 날 저녁 전화가 걸려와요. 예전의 연인이 ‘저녁이나 함께 먹을까’라면서요. 남자가 기뻐서 좋아하는 모습을 춤으로 표현한 간단한 솔로예요. 어떤 안무가는 철학적이거나 구성을 중요시 여기는데, 저는 사람의 감정을 담는 게 더 좋아요. 제가 안무가로 자리 잡게 된 작품이 <그녀는 노래한다>인데 제 친구를 모델로 삼았어요.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는 성격인데 한 남자를 사랑하면서 자신의 세계에서 빠져나오는 이야기죠.”

그는 하루에도 CD 서너 장은 꼭 듣는다고 한다. 작품에 쓸 음악을 선정하는 데만 3개월이 걸린다. 영화도 많이 보고 독서도 많이 하는데 그중 인생 이야기가 담긴 자서전을 꾸준히 읽고 작품 의상을 위해 패션잡지도 열심히 본단다.

“무용수들이 이 작품을 하고 나면 행복하다는 말을 많이 해요. 무용수들이 춤의 세계에 빠져 행복한 감정을 느끼면 관객도 느껴요.”

2010년과 2011년에는 미국・독일・터키 그리고 한국에서 전막 작품 <카르멘> <불새> 등을 초연했다.

예술감독을 맡은‘2011년 한국을 빛내는 해외 무용스타 공연’은 그에게 특별한 감회가 있다. 외국의 직업무용단에서 주역 혹은 솔리스트로 활약 중인 스타급 한국인 무용수들을 통해 한국 발레가 얼마나 발전했는지 점검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저와 문훈숙 씨, 김인희 씨가 1세대, 강수진 씨가 2세대라 할 수 있죠. 후배 무용수들과 자리를 함께한다는 점에서도 뜻깊고, 초청된 무용수들이 모두 주역급, 솔로예요. 세계 유수의 발레단에서 주역까지 가는 건 무척 어려운 일이에요. 몇 년을 기다리기도 해요. 저는 컴퍼니를 바꾸어가면서 솔리스트로 커갔어요. 요즘 무용수들은 워낙 기량이 좋고 굉장히 열심히 하니까 빨리 발전하는 것 같아요.”


그가 무용을 시작한 것은 세 살 때. 무용을 좋아했던 어머니는 세 살짜리 딸에게 한국무용을 가르쳤다. 발레는 중학교 때 시작했으니 유럽의 발레리나들에 비하면 매우 늦은 시작이었다. 그가 모나코왕립학교로 유학했던 시절, 유럽의 발레학교들은 외국학생에 대한 차별이 심했다. 모나코왕립학교는 동양철학에 심취한 교수들이 있어 그 정도는 아니었지만 한국인 학생들은 처음이어서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한다.

“함께 유학한 친구들과 정말 열심히 했어요. 연습실 불을 가장 먼저 켜고 들어가 가장 늦게 끄고 나왔지요.”

학창시절 연습벌레였던 그는 지금도 노력파다. 이미 프랑스어・영어・독어・이탈리아어 등 4개 국어를 구사하지만 요즘은 터키어를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무용수들과 좀더 자연스럽게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는 “내가 안무한 춤을 추는 무용수가 행복하고, 그 무대를 바라보는 관객도 행복한 게 내 꿈”이라고 말한다. 조용하지만 강단 있는 그의 행보 덕분에 한국은 세계적인 안무가 한 사람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사진 : 김선아
사진제공 : 국제공연예술프로젝트
촬영협조 : 유니버설발레단
  • 2011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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