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서울국제음악제 예술감독 맡은 김민 전 서울대 교수

미샤 마이스키 가족이 한무대에 서는 서울국제음악제에 오세요

김민 감독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한국 클래식계의 소문난 패셔니스타’답게 머리부터 발끝까지 패션도 예술이었다. 스카프와 색을 맞춘 행커치프, 몸에 딱 맞는 슈트, 스타일리시한 뿔테 안경, 알록달록 줄무늬 양말까지. 그의 희끗한 백발조차 패션을 위한 연출처럼 보였다.

“이제껏 누가 옷을 골라준 적 없어요. 내가 사고 맞춰 입지. 하하하.” 올해 일흔에 접어든 그와의 인터뷰는 그렇게 시작됐다.

김민. 그에게 직함을 단 하나만 붙이기는 어렵다. 올 3월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을 연주하는 등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 중인 바이올리니스트, 서울대 최초로 3선 학장을 지낸 전 서울대 음대 교수, 30년째 맡고 있는 서울바로크합주단 악장, 독일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 20년 연속 참가한 세계적 음악가… 여기에 묵직한 직함 하나가 더 늘었다. 서울국제음악제(Seoul International Music Festival·SIMF) 예술감독. 올해로 3회를 맞는 서울국제음악제는 한국국제교류재단의 연례행사로, 조직위원장은 조윤선 국회의원이 맡았다.

5월 15일부터 약 보름간 예술의전당, 금호아트홀 등에서 공연하는 이 행사의 프로그램을 보면 입이 떡 벌어진다.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 피아니스트 피터 야블론스키, 바이올리니스트 막심 벤게로프 등 세계적인 음악가가 대거 출연하는데, 특히 미샤 마이스키는 아들, 딸과 한무대에 선다.

5월 15일 개막공연에서 미샤 마이스키는 첼로를, 딸 릴리 마이스키는 피아노를, 아들 사샤 마이스키는 바이올린을 연주한다. 국내 연주자로는 피아니스트 박종화와 강충모, 바이올리니스트 양고운 등이 무대에 서고, 서울시향,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가 협연을 나누어 맡는다. 이렇게 화려한 출연진으로 프로그램을 세팅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서울국제음악제는 한국국제교류재단 후원으로 2009년부터 매년 5월에 개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2회 음악제가 끝난 후 중단 위기에 놓였어요. 이사장이 바뀌고 음악감독도 사퇴하면서 공백이 생겼거든요.”

서울국제음악제를 이어가기로 결정한 것은 지난해 가을이다. 12월에 김민 전 교수가 음악감독으로 선임되면서 음악제 준비에 속도가 붙었다. 그리고 불과 3개월 만에 이런 쟁쟁한 음악가들을 섭외해 프로그램을 세팅했다. 여기에는 세계적인 음악가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는 김민 감독의 공이 크다. 그는 독일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 20년 연속 참가했고, 그가 이끄는 서울바로크합주단은 그동안 100회가 넘는 해외 연주를 했다. 오랜 기간 국제무대에서 활약하면서 그는 자연스럽게 세계적인 음악가들과 친분을 쌓았다. 이번 음악제에서 바이올린 연주와 지휘를 동시에 맡은 막심 벤게로프는 김민 감독과의 친분 덕에 섭외할 수 있었다.

올해 서울국제음악제는 대중성과 예술성을 두루 갖추도록 선곡에 신경 썼다. 예년에 비해 실험적인 현대음악의 비중을 줄이고 비교적 널리 알려진 클래식 곡을 많이 넣었다. 우리 시대의 젊은 거장이자 정교하고 개성적인 터치로 사랑받는 피아니스트 피터 야블론스키의 경우, 1부에서는 시마노프스키, 리스트, 쇼팽 등 유럽의 클래식 레퍼토리를, 2부에서는 바버, 코플랜드 등 미국 근현대 작곡가의 음악을 선보인다. 클래식에 조예가 깊지 않은 사람도, 클래식 애호가도 두루 즐길 수 있도록 구성했다고 한다.

김민 감독이 예술감독으로 부임하면서 서울국제음악제는 분명한 방향성을 정했다.

“우선 이 음악제를 세계 음악계의 조류를 알 수 있는 수준 높은 음악제로 만들고 싶습니다. 그러려면 세계적인 음악가를 초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음악의 흐름, 청중의 기호, 주목받는 신예 연주자를 꿰뚫고 있어야 하겠죠. 둘째, 한국의 젊은 음악가들을 세계에 널리 알리는 장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콩쿠르 최연소 수상자(2010년 3위)인 에스더 유는 이번 음악제에서 바흐의 ‘두 대를 위한 바이올린 협주곡’을 막심 벤게로프와 함께 연주합니다. 세계무대에 에스더 유를 알리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셋째로 국제 문화교류의 폭을 넓히는 장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매년 수교 기념국과 특별연주회를 가져왔는데요, 올해는 호주와의 수교 50주년 기념음악회를 개최합니다. 내년은 오스트리아 수교 120주년 기념음악회를 준비 중이고요.”


김민 감독은 한국 클래식 음악계의 산증인이다. 1964년, 23세에 KBS교향악단 협연으로 독주회를 한 이후 무려 48년째 클래식 스타로서의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그에게는 ‘원로’라는 수식어가 어울리지 않는다. 그가 뿜어내는 열정과 패기는 웬만한 젊은이 못지않기 때문이다. 그는 “젊어지기 위해 따로 노력하는 것은 없다. 좋아하는 일을 즐겁게 하는게 젊게 사는 비결인 것 같다”며 웃는다. 그는 원래 화가가 되고 싶었다. 그의 여동생은 화가이고, 남동생도 디자인 분야에 종사한다. 하지만 피아노를 잘 치던 음악교사 어머니와 플루트가 취미였던 아버지는 그가 바이올리니스트가 되길 원했다.

“어려서부터 음감을 타고났다고 해요. 한국전쟁 중에 라디오에서 군가가 나오면 벌떡 일어나 지휘를 하고 처음 듣는 곡을 따라 불렀대요.”

하지만 화가의 꿈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부모와의 갈등이 심했고, 가출까지 했다. 그러다 서울예고에 입학하면서 바이올린을 본격적으로 집어들었다. “당시 서울예고는 한 반에 남자가 6명, 여자가 65명이어서 여학생들에게 창피당하지 않으려고 열심히 연습했다”며 웃는다. 그 결과 출전하는 콩쿠르마다 수상을 했다. 이후 서울대 음대를 나와 독일 함부르크국립음악원에서 국비장학생으로 수학했다. 1960년대부터 클래식 음악 선진국인 유럽을 자주 오갔던 그는, 최근 수십 년간 한국 클래식계의 발전사가 놀랍다.

“최근 한국의 클래식은 비약적인 발전을 했습니다. 관객의 수준도 놀랄 만큼 높아졌고. 세계적인 음악가를 속속 배출하고 있지 않습니까? 한국은 특히 현, 현 중에서도 바이올린에서 세계 최강입니다. 세계 바이올린계에서 한국은 이스라엘과 더불어 최대 강국입니다.”

왼쪽부터 미샤 마이스키, 피터 야블론스키, 막심 벤게로프, 강충모.
그는 서울국제음악제를 세계적인 음악제로 키우고 싶어 한다. 영국의 에딘버러 페스티벌이나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처럼 세계인이 찾아와 다 함께 즐기는 수준 높은 음악제로 정착하기를 희망한다.

“인구가 700만 명인 폴란드에는 음악제가 300개가 넘습니다. 유럽 선진국들은 크고 작은 음악제가 연중 끊이질 않죠. 하지만 우리나라는 어떻습니까? 그나마 알려져 있는 음악제로는 통영국제음악제, 대한민국음악제,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대관령국제음악제, 부산국제음악제 등이 있는데, 국제음악제라는 타이틀이 무색한 음악제가 많습니다. 한국에 수준 높은 클래식 음악제가 많아져야 합니다. 외국인들이 음악제 때문에 한국을 방문하는 그런 음악제 말입니다. 음악제는 한 나라의 문화수준을 가늠하는 척도예요. 국제음악제의 성공은 문화선진국으로 가는 지름길이죠.”

▣ 2011 서울국제음악제 프로그램

5월 15일(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미샤 마이스키 패밀리 콘서트
미샤 마이스키(첼로), 릴리 마이스키(피아노),
사샤 마이스키(바이올린)

5월 22일(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모스코비아 챔버오케스트라
모스코비아 챔버오케스트라, 에두아르드 그라치(지휘), 강충모(피아노)

5월 25일(수)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피터 야블론스키 피아노 리사이틀
피터 야블론스키(피아노)

5월 27일(금) 오후 8시 금호아트홀
리웨이퀸 & 박종화 듀오 콘서트
리웨이퀸(첼로), 박종화(피아노)

5월 29일(일) 오후 3시 금호아트홀
윤소영 & 케이 이토 듀오 콘서트
윤소영(바이올린), 케이 이토(피아노)

5월 29일(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한국·호주 수교 50주년 기념음악회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아리엘 주커만(지휘), 양고운(바이올린),
이안 먼로(피아노), 주느비에브 라이시(리코더), 리웨이퀸(첼로)

5월 30일(월)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막심 벤게로프 & 서울시립교향악단의 만남
서울시향, 막심 벤게로프(지휘·바이올린), 에스더 유(바이올린)

문의 : 02-585-0136
사진 : 김동욱
  • 2011년 06월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보내기
  • 목록
  • 프린트
나도 한마디는 로그인 후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201911

201911

구독신청
낱권구매
전체기사

event2019.11

event
event 신청하기

더 볼만한 기사

10개더보기
상호 : ㈜조선뉴스프레스 / 등록번호 : 서울, 자00349 / 등록일자 : 2011년 7월 25일 / 제호 : 톱클래스 뉴스서비스 / 발행인 : ㈜조선뉴스프레스 이동한
편집인 : 이동한 / 발행소 : 서울시 마포구 상암산로 34, 13층(상암동, 디지털큐브빌딩) Tel : 02)724-6830 / 발행일자 : 2017년 3월 29일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민희 / 통신판매신고번호 : 2015-서울마포-0073호 / 사업자등록번호 : 104-81-59006
Copyright ⓒ topclass.chosun.com All Rights Reserved.

조선뉴스프레스 | 광고안내 | 기사제보 | 독자센터 | 개인정보 취급방침 | 인터넷신문윤리강령 | 청소년보호정책 | 독자권익위원회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