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이 참여하는 탭댄스 뮤지컬 〈보물섬〉 공연하는 ‘탭꾼’

관객의 마음까지 두드리는 탭댄스 공연 만들 겁니다

오른쪽부터 강영민, 허성수, 이종현, 박지혜, 염제흔, 김길태, 이연호.
서울 서교동의 연습실에 들어서자 ‘따닥따닥’ 탭 슈즈의 경쾌한 쇠징 소리가 연습실을 가득 채운다. 평범하게 걷는 듯 보여도 한 걸음에 ‘따닥 딱 따닥 딱’ 네 박자의 리듬을 만들어내는 발놀림은 그저 신기하기만 하다. 탭꾼 멤버가 한 명, 두 명 모여들면서 만들어내는 그들의 동작이 커질 때마다 경쾌하고 화려한 음악이 된다.

탭꾼을 이끌고 있는 김길태(42) 대표는 우리나라에 최초로 탭댄스를 소개한 대한민국 1호 리듬 탭 태퍼다. 그래서 탭꾼은 ‘국가대표’ ‘국내 최초’라는 수식어가 함께한다. 그는 국내 최초 탭 콘서트 기획 제작, 탭댄스 경연대회 개최, 넌버벌(Nonverbal) 탭 뮤지컬 등을 제작해왔다. 프로덕션에서 PD로 활동하던 그가 20대 후반 뉴욕으로 유학갔다 취미로 접한 탭댄스가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

“어릴 때 춤은 여자만 하는 걸로 생각했어요. 뉴욕에서 우연한 기회에 살사, 탱고, 탭댄스 외에 미술, 음악 등 다양한 분야를 배웠는데 탭댄스가 가장 재미있고 욕심이 나더라고요.”

그는 뉴욕 브로드웨이 댄스센터, 스텝 온 브로드웨이에서 6년간 탭댄스를 사사한 뒤 우리나라의 탭댄스 1세대가 됐다.

“탭댄스는 발을 굴러 소리를 만들면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이죠. 옛 흑인들이 유럽의 하드웨어(악기나 테크닉 등)와 아프리카의 소프트웨어(리듬)를 결합해 새로운 형태의 음악과 춤을 만들어냈듯이 ‘탭꾼’은 외국에서 받아들인 탭댄스를 우리 것으로 재창조하기 위해 만든 공연팀입니다.”

탭꾼은 2002년 창단 이래 서울시립국악단, 발레단, 라틴음악, 비보잉, 아카펠라팀과 호흡을 맞춰 함께 공연하는 등 다양한 장르와 만나 실험적인 무대를 꾸며왔다. 현재 탭꾼의 멤버는 김 대표가 강의하고 있는 백제예술대학 뮤지컬학과 출신 제자들이 주를 이룬다. 탭꾼의 팀장 이연호(30) 씨만 탭댄스를 접하게 된 이유가 남다르다. 경찰행정학과에서 공부하던 그는 삶의 활력을 얻기 위해 취미로 탭댄스를 접했다.

“발을 이용해 소리를 내는 게 신기했죠. 그러다 공연을 보고는 새로운 시도와 형식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어요.”

그는 자연스레 김 대표와 인연이 되면서 연극영화과로 전과했다.

“전 만족하고 있어요. 창조적인 작업이거든요. 탭댄스라고 하면 댄스 장르로 분류하는데 어떻게 보면 타악에 가까운 매력이 있습니다. 한번 보여드릴까요(웃음)?”


영화배우, 안무가, 골프선수 등 다양한 꿈을 가지고 있던 탭꾼의 멤버들은 “선생님의 매력에 이끌려 이 길로 접어들었다”고 한다.

“선생님께 무언가 있나 봐요. 선생님을 만난 후 인생 항로가 바뀌었거든요.”

이들은 1주일에 세 번 모여서 연습한다. 그 외에는 개인 연습으로 각자 기량을 갈고닦는다. 요즘 이들은 탭댄스 뮤지컬 〈보물섬〉 연습에 한창이다. 탭댄스의 대중화를 위한 관객과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고심하던 김 대표는 탭댄스와 뮤지컬을 결합한 리듬뮤지컬을 만들어냈다. 탭댄스 뮤지컬 〈보물섬〉은 에피소드가 이어지면서 축제처럼 한바탕 즐거운 무대를 만들어낸다. 공연 중 객석과 무대의 벽을 허물고 관객을 이끌어내 함께 리듬을 만들면서 ‘보는 공연’에서 ‘함께하는 공연’으로 변신하는 게 독특하다. 〈보물섬〉은 탭꾼 전원의 공동 연출, 공동 안무, 공동 각본으로 이루어진다. 편곡·녹음·안무 등을 함께 작업하면서 각자의 생각이 더해져 점점 풍성해지는 공연 내용을 보면 즐거움과 환희를 느낀다고 말한다.


지체장애인을 위한 공연하다 도리어 우리가 에너지를 많이 받았어요

탭꾼은 문화혜택을 받기 힘든 곳을 찾아가는 나눔공연에도 적극적이다. 강영민(24) 씨는 지체장애자를 대상으로 했던 공연을 회상했다.

“그분들로부터 순수한 에너지를 받았어요. 공연 중 ‘우리가 준비한 것들을 고스란히 받아들이고 있구나’ 하는 느낌이 들면서 기쁘고 보람도 느꼈지요. 특이한 분장을 하고 가까이 다가가면 얼마나 신기해하고 좋아하던지요. 그분들이 진심으로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서 뭔가 새로운 차원의 에너지를 느낀 순간이 잊히지 않습니다.”

버스나 지하철을 기다릴 때, 아니 틈만 나면 발로 리듬을 만드는 게 습관이 되어버린 이씨는 ROTC 장교 시절 “전투화로는 소리가 잘 나지 않는데도 제가 복도를 지나가면 모두 ‘소대장 온다’고 금방 알아차렸지요. 특유의 리듬이 몸에 배어 있었나 봐요”라고 말한다. 김길태 대표는 탭댄스가 사람과 사람을 잇는 좋은 수단이 된다고 소개한다.

“탭댄스란 과목으로 수업을 하기도 하고, 공연에서 관객과 만나기도 하잖아요. 제가 탭댄스를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은 어디서 생기는 것일까 생각해봤어요. 더 많은 사람들과 탭댄스를 공유하고, 이를 통해 커뮤니케이션하고 싶은 욕망에서 비롯된 것 같아요. 인간과 인간이 공유하는 것 중 감성과 지식으로만 설명할 수 없는 그 무엇인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에게는 그 매개체가 탭댄스입니다.”

두드림으로 자기 자신을 표현하고, 몸과 발을 이용해 음악을 만들고 이야기하는 이들은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는 것이 탭댄스’라고 한다. 허성수(25) 씨는 “여러 장르의 춤을 배웠지만 탭댄스는 달랐어요. 다른 춤은 보여주기만 하지만 탭댄스는 들려주기까지 하니까요. 눈을 감고도 즐길 수 있고, 보면서도 즐길 수 있지요. 그게 가장 큰 매력이에요. 다른 일을 하더라도 탭 슈즈는 무덤에 갈 때까지 벗지 않을 생각이에요(웃음). ”

김 대표는 〈보물섬〉이 브로드웨이 공연처럼 오랫동안 사랑받는 공연으로 남았으면 한다고 말한다.

“지금은 탭댄스를 모르는 사람, 어린이도 즐길 수 있는 공연을 만들었습니다. 관객의 수준이 높아지면 그에 맞춰 탭댄스 공연도 계속 업그레이드해야겠지요. 그렇게 진화하면서 공연이 생명을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탭꾼은 춤과 음악을 넘어 관객의 마음까지 두드리려고 한다.

“탭꾼의 두드림은 관객의 마음을 열어젖히기 위한 ‘한 박자의 진심’이고 ‘음악’입니다. 초심을 지키면서 열정을 가지고 계속 발전시키고 싶어요. 더욱 멋지고 감동적인 공연을 만들기 위해 매진할 겁니다.”

사진 : 김선아
  • 2011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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