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 《아프니까 청춘이다》 저자 김난도 교수

열망은 힘이 셉니다    세상의 잣대가 아니라 자신의 꿈을 따라가세요

그렇다.
젊은 그대는 지금 인생에서 가장 늙고,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설령 20대가 인생에서
가장 좋을 때라는 것을 인정하더라도,
그것이 아무 걱정도 없는 시기라는 사실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청춘,
이 고민 덩어리의 시간에
들어온 것을 환영한다.
그대의 작은 고민들을 사랑하라.
필연이다.
온몸을 던져 생각하고,
번민하고, 숙고하라.
-
《아프니까 청춘이다》 중에서
서울대 소비자학과 김난도 교수의 책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서점가를 강타하고 있다. 출간 두 달 열흘 만에 40만 부를 찍었다. 출간 한 달 만에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를 누르고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더니 판매부수가 고공행진 중이다. 김난도 교수를 지난 3월 2일 그의 연구실에서 만났다. 그날은 입학식이자 그의 생일이었다. “제자들이 큰 케이크를 가지고 와서 생일파티를 해주었다”며 “입학일이 생일이니 천생 선생인 것 같다”며 웃는다. 그의 강의는 서울대생 사이에서 명강의로 꼽힌다. 그는 학생들이 직접 평가하는 ‘서울대학교 우수강의’에 선정됐고, 대학이 공식 수여하는 ‘서울대학교 교육상’을 받았다. 이번 학기에도 정원이 200명인 교양 과목 ‘소비자와 시장’은 수강신청 3분 만에 마감됐다고 한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이 시대 젊은이들에게 보내는 따뜻한 위로와 현실적인 조언을 담은 책이다. 소비자학과 교수답게 소비자인 젊은이의 고민과 방황의 맥락을 기막히게 꿰뚫었다. 청춘이라는 시기의 속성을 정의하고, 이 시대 대한민국 젊은이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읽어주고 어루만진다. 일방향이 아니라 쌍방향으로 읽히기에 흡입력이 강하다. “많이 힘들지? 나도 그랬어. 그 맘 알아” 식으로 전개되는 글들. 그리고 ‘교과서’ 같은 답이 아니라 ‘마음에 와 닿는’ 조언을 해준다. 서울대 교수의 강의가 아니라 내 고민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큰형이나 삼촌이 조언해주는 것 같다. 김난도 교수 자신이 겪은 고시 실패나 교수임용 좌절 등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으며 전개되기에 그의 메시지에는 힘이 실린다. 김 교수는 자신의 책의 열풍에 얼떨떨해했다.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될 거라고 꿈도 안 꾸었어요. 판매 목표가 5만 부였거든요. 책이 발간된 후 정말 많은 분들이 이메일과 트위터로 상담을 해와요. 오늘도 보세요, 10통이 넘는 장문의 편지가 와 있어요. 읽어보면 하나같이 절박해요. 예전에는 주말에 모아서 일일이 답글을 해주었는데, 요즘은 바빠서 거의 못하고 있어요.”

이 책의 발간 계기는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공감능력이 뛰어난 그는 ‘란도샘’으로 불리며 종종 학생들의 멘토가 돼주었다. 2004년 슬럼프에 빠진 한 학생이 그에게 상담을 요청했고, 그는 진심을 담아 상담에 응해주었다. 그리고 그 내용을 싸이월드에 올렸다. “그래, 자네가 요즘 슬럼프라고? 나태의 늪에서 좀처럼 헤어 나오기 어렵다고?”로 시작하는 글은 가슴을 탕탕 두드리는 울림이 있었다. 지식과 지혜를 겸비한 인생 선배로서 마음에 와 닿는 현실적인 조언이 가득했다. 이 글을 읽은 서울대생들은 여기저기 퍼다 날랐고, 다양한 인터넷 사이트에 일파만파로 퍼졌다. 이 글이 바로 이른바 ‘김난도 슬럼프’라고 불리는 글이다. 출판사 측에서는 ‘이 시대 청춘을 위한 에세이’를 써달라고 청탁했고, 마침 대학입시를 앞둔 큰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남기고 싶었던 터라 그는 출판사의 제안을 수락했다.

그는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던 《정의란 무엇인가》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와 일면 상관관계가 있다고 말한다.

“뒤의 두 책이 사회적 담론이라면, 이 책은 철저히 개인적 담론이에요. 제가 트위터나 메일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선생님, 제 마음을 어떻게 이렇게 잘 아세요. 바로 옆에서 토닥여주는 것 같아요’예요. 사회가 경쟁이 심해지면서 살기 힘들어진 거죠. 국민소득도 올랐고, 산업은 발전했고, 사회는 좋아졌는데 개개인은 힘들어졌어요. 그러니까 ‘도대체 정의란 무엇일까, 나는 이렇게 열심히 사는데 왜 이렇게 힘들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거죠. 장하준 교수의 책도 마찬가지예요. ‘아, 이게 바로 신자유주의의 문제였구나’ 하고 느끼지만, 사회가 근원적으로 바뀌기 전에는 해결되지 않잖아요. 당장 내가 취직이 안 돼서 힘들잖아요. 그런 고통을 위로받고 싶다는 거죠.”

그는 한 축으로는 청춘이라는 속성의 일반론을 펼치면서, 한 축으로는 이 시대 대한민국 청춘의 특수성과 이로 인해 청춘들이 겪는 아픔에 대해 이야기한다. 성장 일변도로 발전한 대한민국. 하지만 현재는 성장의 골격이 갖추어졌기 때문에 고용 없는 성장이 계속되는 상황이다. IMF 외환위기 때만 해도 기회가 많았지만 지금은 이 시대 젊은이들이 자신들의 능력을 맘껏 펼칠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이다.

“해외에서 유학하고 와도 취업이 보장되지 않아요. 보장과 안정이 없어진 사회가 된 거죠. 심지어 안정된 직종의 대표직이던 변호사조차 보장받지 못하잖아요. 개인의 무한투쟁이 계속되는 시기가 된 거죠. 이 시기 젊은이들은 패자도 아니고 루저도 아니에요. 도상에 있는 아이들이에요. 동시대 젊은이들 모두가 가진 아픔이라는 거죠. 그애들의 아픔을 같이 이야기해주는 어른이 없어요. 사회가 그 아이들의 아픔을 모르고 있다는 것이 정말 가슴 아파요.”

그에게 상담 요청을 하는 학생의 90%는 진로에 대한 고민이다. 뒤늦게 소질이나 관심 분야를 발견하고 전공을 바꾸거나 대학입시를 다시 치르려는 아이들이다. 김 교수 자신이 워낙 진로를 많이 바꾸면서 이 길까지 왔기에 인생의 궤도를 대대적으로 바꾸려는 학생들에게 그는 롤모델이다. 그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지만 행정 관료가 되고싶어 행정고시에 도전했고, 여러 번 낙방 끝에 방송통신대 강사로 교직에 첫발을 디뎠다. 그의 멘토링 방식은 ‘들어주기’다.

“완전히 다른 길을 가려면 특별한 용기와 격려가 필요하잖아요. 학생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해답을 가지고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제가 해주는 유일한 일은 학생이 자기 선택에 확신이 없을 때 그 확신을 제 이름으로 해주는 거예요.”

단, 갈림길에 섰을 때 판단의 기준은 분명하다. ‘남들이 좋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내가 하고 싶은 길을 택하는 것’. 그 스스로 이 기준으로 길을 선택했고, 결과적으로 후회가 없기에 자신 있게 해줄 수 있는 말이다.

사진 : 신생화


김난도 교수의 독자 중에는 군인이 유독 많다. 이메일 편지의 상당수가 군인이다. 심지어 휴가 중 군복을 입고 그의 교수실로 무작정 찾아오는 군인도 있다. 인생의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는 시기, 진로를 고민하면서 인생의 다방면을 디자인하는 시기. 이 시기 군인들은 자기 자신을 진지하게 돌아보고, 주변인들의 가치를 재발견하면서 새삼 감사를 느낀다. 이 중차대한 시기, 어떻게 보내야 할까. 육사 출신인 김난도 교수는 군인들에게 이런 편지를 전했다.

군인 제군에게

자네, 감옥과 수도원의 차이가 뭔 줄 아나? 감사를 하느냐, 불평을 하느냐에 달려 있어. 일본에서 경영의 신으로 추앙받는 마쓰시타 고노스케가 한 말인데, 군대에서처럼 이 말이 딱 들어맞는 곳도 없는 것 같더군. 밖으로 쉽게 못 나가고 굉장히 규칙적인 생활을 해야 하고, 하기 싫은 것도 해야 하는 타율적인 생활. 이 상황을 불평으로 받아들이면 감옥이 되는 것이고 감사로 받아들이면 수도원이 되는 거라네. 군대에서 2년을 보낸 후 제대할 때 석방되는 죄수처럼 나갈 것인지, 수도를 잘해서 한층 더 성장한 인간으로 세상에 나올 것인지는 전적으로 제군 자신에게 달려 있어. 그건 소대장을 위해서도 아니고, 부모를 위해서도 아니야. 자네 스스로를 위한 것이지.

군은 성장과 도약을 할 수 있는 곳이라네. 다른 사람은 해볼 수 없는 새로운 경험이 얼마나 많은가. 군은 한 조직의 사람들과 밀접하게 24시간을 같이 보내면서 인간관계를 학습하고 리더십을 배우고 규칙적인 생활을 경험하고 사회의 한 단면을 보는 곳이라네. ‘아, 교수님이 모르셔서 팔자 좋은 소리를 하시네’ 하고 생각하면 감옥에서 살다 나오는 사람이고, ‘이런 여건이지만 많은 깨달음을 얻고 가겠다’라고 생각하면 수도원에서 나오는 사람인 거지. 군대에서 보내는 시간은 2년이든 3년이든 절대 때우는 시간이 아니라네.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신영복 선생님, 조국 교수 등 모두 옥살이를 했지. 이런 분들이 나와서 뭐라고 하시는지 아나? 거기에서도 배운 게 있었다고들 해. 원해서 간 것도 아니고, 가고 싶어서 간 건 더더욱 아니지만 말이야. 훌륭한 사람은 자기에게 주어진 어떤 시간도 배움의 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이라네.

자네, 군대에 가니 로맨틱해지지? 모르는 사람은 군바리들 무식하다고 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아. 왜냐하면 군이라는 곳이 사회의 때가 덜 묻은 곳이기 때문이지. 사실은 군대보다 사회가 더 살벌하거든. 또 제군은 늘 자연과 벗하지 않나? 자연의 아름다움을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감성이 크는 거지. 또 군은 자기 안으로 침잠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 아무도 없는 새벽에 혼자서 보초를 서본 적 있지? 그때 어떤가? 고요한 속에서 상념이 많아지지. 그런 시간 동안 감성을 기르고 성찰의 시간을 보내는 사람과 몰래 담배 피우고 ‘아씨, 이것 언제 끝나나’ 하면서 라면 끓여 먹는 사람과는 천지 차이지. 제대해보면 알 거야. 내 말은, 군을 자기 성장의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는 거네. 때우는 시간이 아니라 자기 성장의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는 거네.
  • 2011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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