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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무형문화재에 등재된 매사냥 기능보유자 박용순 응사

매에 미친 40년 인생

마주 앉은 그의 눈을 바로 볼 수 없었다. 그렇게 날카롭고 매서운 눈은 처음이었다. 그가 차를 권하고, 먼 길 오느라 고생했다며 따뜻한 말을 건넨 후에야 비로소 마음이 놓였다. 열 발자국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에는 암놈 참매 한 마리가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앉아 있었다. 사람으로 치면 고등학생 정도 되었다는, 일생에서 가장 용맹한 시기를 살고 있다는 참매 한 마리가 낯선 이들을 호기심 반, 경계심 반으로 주시하고 있었다. 기세등등한 매의 눈과 박 응사의 그것이 고스란히 겹쳐졌다.
박용순 응사(鷹師, 사냥에 쓰는 매를 맡아 기르고 부리는 사람)를 만나러 대전에 위치한 그의 응방(鷹房, 매사냥에 관한 일을 맡아보는 장소)을 찾았다. 방송국 취재가 막 끝나려는 참이었다. 매와 함께 여러 포즈를 취해달라는 방송국 취재팀의 까다로운 요구에도 그는 싫은 내색 하나 없었다. 오히려 스스로 장면을 연출하며 적극적으로 나섰다. 방송팀을 보낸 후 박 응사는 “요즘 인터뷰 요청이 쇄도해 정신이 없다”면서 기분 좋게 웃어 보였다. 2010년 11월 16일 유네스코 무형문화재에 매사냥이 등재된 후, 찾아오는 이들이 많은가 보다. 한국에 남은 단 두 명의 매사냥 기능보유자 중 한 명인 박 응사. 그는 매에 관한 이야기에는 한없이 눈을 반짝였지만 매사냥에 대한 오해와 제도적 미비를 말할 때는 깊은 슬픔과 순수한 분노를 표현하기도 했다.

그와 매의 인연은 초등학교 5학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날개 달린 것’은 다 좋아했다는 그는, 산에 놀러 갔다 우연히 발견한 새매를 집에 데리고 왔다. 흔적을 안 남기려고 똥을 찍 갈기는 맹금류의 특성 때문에 부모님께 혼도 많이 났다. 그래도 매를 포기할 수 없었다. 매를 기른 경험이 있던 아버지에게 코치를 받아 중고등학교에 가서도, 심지어 군에서도 매를 키웠다. “대대 훈련이 있던 어느 봄, 산에서 ‘전진 앞으로’를 하고 있었는데 참나무에 솜털이 뽀얀 매새끼 두 마리가 앉아 있는 걸 봤어요. 어디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갑니까. ‘전진 나무 위로’ 올라가서 총알 주머니에 넣어 왔지요. 부대에 돌아와서 고참에게 얘기했더니 ‘용맹한 놈이니까 마스코트로 키워보자’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군에서도 매와 함께했죠.”

박 응사는 2000년, 대전시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이후 매사냥에만 전념하기 시작했다. 젊은 시절 시설관리소장을 맡을 만큼 능력 있는 엔지니어였지만, 먹이를 주고 밤낮으로 함께해야 하는 매의 특성상 다른 일과 병행하기가 힘들어 직장도 그만두었다.

“10년 전 연봉이 3000만 원이었어요. 그런 직장을 그만두니 마누라가 펄펄 뛰지. 하지만 결단을 내렸어요. 나를 무형문화재로 지정해준 것은 매사냥을 전승하고 알리라는 책무를 준 것인데, 이름만 걸어놓고 활동을 안 하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했죠.”

박 응사는 마침 응방에 찾아온 아내를 보며, 연신 “마누라 없었으면 못했지”라면서 미안함과 고마운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겨울에 냉방에서 자기도 하고, 고생한 거 생각하면 이루 말할 수 없어요. 미친놈 소리도 많이 들었지. 가족들 고생시키면서 매만 붙들고 있으면 뭐하냐고.”

마침 소란을 떠는 참매를 달래러 응사가 자리를 비운 사이, 그의 아내에게 고생담을 슬그머니 물었다. 그는 “뭐, 나도 시골에서 자라서 거부감이 별로 없어요”라며 수줍어할 뿐이었다.


유네스코 등재, 명분은 늘었지만 갈 길 멀어

박 응사는 “매잡이는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태어난다”고 말한다. 일시적으로는 아무나 할 수 있지만 자연에 대한 경외심이 DNA에 새겨 있지 않으면 오래 할 수 없단다.

“미쳐야 미친다는 얘기 있죠? 아무리 좋은 것도 1~2년 하면 질리잖아요. 지금도 저는 매의 해맑은 눈을 보면 소년처럼 설레요.”

자연에 대한 그리움, 매를 존경할 수 있는 마음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라고 그는 잘라 말했다.

“불법사냥 아니냐고 하는 사람이 많은데, 자연의 습성대로 맡기는 일이라 전혀 자연에 해가 없습니다. 철창에 가둬놓고 비행도 안 시키는 동물원보다 오히려 훨씬 인간적이고 자연적이지 않습니까? 모르는 사람은 매를 학대하고 굶긴다고 하는데 모르고 하는 소리지요. 사랑하지 않으면 도망가버리지, 사람을 따르겠습니까? 그런 말 들으면 화가 나요.”

매 한 마리를 길들여 함께 지내는 시간은 약 3년이다. 그 후에는 자연으로 돌려보낸다. 매의 수명이 약 25년인 걸 생각하면 그리 긴 시간은 아니다. 어렵사리 길들였으므로, 충견처럼 계속 옆에 두고 싶지 않을까.

“한때의 동반자이지 영원한 동반자는 아닙니다. 자연에서 왔으니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건 당연하지요. 돌아가서 좋은 짝 만나 행복하게 살길 바라면서 보냅니다. 매는 일시적으로는 잡아둘 수 있으나 결코 길들지 않습니다. 달리 맹금(猛禽, 성질이 사납고 육식을 하는 종)이겠습니까.”

유네스코 무형문화재에 등재된 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묻자, 박 응사는 “기쁘지만 어두운 구석도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매사냥은 전수하되, 매는 사육하지 못하게 하는 현행 제도의 모순에 대해 그는 할 말이 많았다. 10여 년간 매사냥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지만 이수자를 한 명도 내지 못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매를 잡지 못하게 하는 매보호법 때문이다.

“이건 가야금 전수자에게 가야금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물론 매를 보호해야죠. 하지만 최소한 공인 응사에게 3년 이상 성실히 이수 받은 사람에게는 한정적으로 사육 허가를 내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보유자 혼자 취미생활하라고 무형문화재로 지정한 것이 아니라 널리 전승해서 끊기지 말라고 지정한 건데 앞뒤가 안 맞는 거죠.”


이 문제를 11년 동안이나 외쳤지만 늘 “억울하면 법을 바꾸라”는 이야기만 들었다는 그. 유네스코 등재로 명분 하나는 늘었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며 박 응사는 이러한 모순을 꼭 지적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고려시대부터 내려온 매사냥의 전통이 자기 대(代)에서 끊기는 게 않을까, 하는 생각에 걱정이 많다. 관계법의 미비 외에 그는 다른 일을 병행 할 수 없는 매사냥의 특성 때문에 생활고에 시달리는 점도 토로했다. 무형문화재로서 그가 받는 돈은 한 달에 70만 원가량, 매의 사료를 내고 공간 임대료를 내기에도 부족한 돈이다.

“무형문화재로 지정한 것은 생계 걱정 없이 전승에만 신경 쓰라는 것 아닙니까? 갓을 만든다거나 창을 하는 사람들과 달리 저는 투잡이 가능하지 않잖아요. 저 같은 사람들이 생계를 해결하고 실질적으로 전통 계승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 모든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그는 단 한 번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전통 계승에 대한 책임감이 외적인 집념이라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자유에의 의지는 그의 내적 동기였다.

“어느 구두 수선공이 있었어요. 그는 늘 노래를 흥얼거리며 일했는데, 근처에 사는 한 부자가 그 소리가 듣기 싫었던 모양이에요. 그래서 그에게 ‘노래하지 않으면 내 돈 주마’ 그랬대요. 그래서 돈을 받고 노래를 하지 않았대요. 그러다 결국 답답함을 이기지 못하고 죽었다는 얘기가 있어요.”

콘크리트 박스 안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고 산다면, 아무리 돈을 많이 줘도 진정한 내 삶이 아닐 거라 말하는 박 응사. 그 단호한 말투에 나뭇가지에 앉아 있던 참매 응순이가 돌아본다. 응사는 참매와 눈을 맞춘 채 휘휘, 소리를 내며 어른다. 화답하듯 참매가 고성(高聲)으로 응방 일대를 흔들자, 이내 응사의 얼굴이 밝아진다. 대견하다는 표정이다.

사진 : 신생화
  • 2011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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