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닮은 얼굴>로 세계 영화제에서 최고 다큐멘터리상 받은 태미 추 감독

입양인과 생모의 만남 이후를 가감 없이 담았습니다

태미 추(추동수·35) 감독은 초등학교 2학년 때 쌍둥이 여동생과 함께 미국으로 입양됐다. 그 후 미국 이타카대학에서 영화와 사진을 전공했다. 그는 1998년 자신의 이야기를 다룬 단편영화 〈고향으로 가는 길〉로 데뷔해 지금까지 몇 편의 영화를 만들었다. 추 감독이 작업한 영화는 모두 다큐멘터리 형식인데, “사람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담고 싶다”는 것이 그가 다큐멘터리를 고집하는 이유다. 지난 7월 미국 댈러스에서 열린 아시안필름페스티벌에서 〈나를 닮은 얼굴〉로 최고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한 그는 이달 초 워싱턴DC 아시안퍼시픽 아메리칸필름페스티벌에서도 같은 작품으로 최고 다큐멘터리상을 받는다. 이제 막 영화감독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그는 ‘영화를 통한 치유’를 자신의 최종 목표로 삼는다.
인천국제공항의 출입구를 빠져나오자마자 노명자(52) 씨와 아들 브렌트 성욱 비즐리(34) 씨는 담배부터 찾는다. “담배 참느라 힘들었지?” 하며 노명자 씨는 아들을 데리고 흡연구역으로 향한다. 브렌트 씨의 두꺼운 미국 담배를 신기해하며 노명자 씨는 아들과 함께 담배를 태운다. 영화 〈나를 닮은 얼굴〉은 이렇게 엉뚱하면서도 재미있는 분위기로 시작된다. 입양과 미혼모의 슬픔을 억지로 숨기지 않는다. 그저 지난 30년간 헤어져 지냈던 모자(母子), 노명자 씨와 브렌트 씨가 상봉 이후 겪은 일들을 자연스럽게 담았다. 태미 추 감독은 이 영화를 2006년부터 4년간 찍었고,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였다.

“그동안 많은 TV 프로그램이 입양인과 그 친모가 서로를 찾고, 다시 만나는 과정을 다뤘습니다. 하지만 그 후의 이야기를 제대로 보여준 일은 없었지요. 나는 그들이 다시 만나 어떻게 서로의 관계를 발전시키는지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반드시 의미 있는 작업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으니까요.”

〈나를 닮은 얼굴〉의 두 주인공 노명자 씨와 브렌트 씨.
추 감독이 처음 입양에 대한 영화 연출 제의를 받은 것은 입양인 지원단체인 ‘뿌리의집’ 김도현 목사를 통해서였다. 그는 이 작업을 위해 2005년부터 자료를 수집했고, 10명의 여성을 인터뷰했다. 추 감독은 “각자 가슴 아픈 사연이 있었지만, 처음부터 아이를 포기하려 했던 사람은 없었다”는 공통점을 발견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그는 해외입양인연대를 통해 미국으로 입양된 브렌트 씨가 생모 노명자 씨를 찾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먼저 서울에서 노명자 씨를 만나 영화의 취지를 말씀드렸어요. 그는 어떤 식으로든 도움을 주고 싶다고 했죠. 그다음 브렌트 씨에게 연락하려고 했는데, 놀랍게도 먼저 연락이 왔습니다. 며칠 전 노명자 씨를 만났다고 했더니 브렌트 씨도 엄청 놀라워 했죠. 그들은 정말 솔직합니다.”

드디어 2006년 봄 〈나를 닮은 얼굴〉의 첫 촬영에 들어갔지만, 여유롭게 작업을 진행할 형편은 아니었다. 흥행이 보장된 영화가 아니기에 투자조차 받을 수 없었다. 때마침 추 감독과 뜻을 함께할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그는 “무보수로 영화 제작일을 도와준 분들이 많다. 그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정말 힘들었을 것이다”라며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처음에는 여러 친모, 입양인, 활동가, 정부관계자와 입양기관 직원도 인터뷰했습니다. 200시간 분량을 찍었는데, 노명자 씨와 브렌트 씨를 촬영하면서 이들에게 초점을 맞추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했어요. 우리는 이들의 감동적인 이야기가 다른 생모와 입양아들의 이야기를 대변해줄 수 있을 거라 믿고 있습니다.”

추 감독이 이번 영화에서 가장 중점을 둔 장면은 서로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대화의 문제다. 실제로 추 감독이 친부모를 다시 만난 후 겪은 게 언어 문제였기에, 그는 이러한 부분을 그대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그는 영화 중간중간 통역자가 두 모자의 대화를 설명해주는 장면을 넣었다.


입양의 아픔 가진 사람들 위해 활동할 것

위에서부터
영화 촬영 중 울음이 터진 추 감독을 달래는 노명자 씨.
촬영 장면을 확인하는 추 감독과 박미선 촬영감독.
노명자 씨가 브렌트 씨를 낳은 집터를 둘러보는 태미 추 감독.
태미 추 감독은 기자와 인터뷰를 마친 직후, 호주로 3주간 출장을 떠났다. 호주에서 열리는 입양 관련 포럼에서 발제자로 나설 예정이라고 했다. 〈나를 닮은 얼굴〉도 그 포럼에서 상영된다. 그가 지난 2001년 미국에서 한국으로 거처를 옮긴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국외입양인연대’라는 입양인 모임을 만든 일이다. 추 감독은 입양에 관련된 일이라면 무엇이든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가족은 운명입니다. 이러한 필연이 엇갈리는 것처럼 고통스러운 일도 없을 겁니다. 세계적으로 우리나라를 포함해 필리핀과 남미, 동남아시아의 아이들이 여러 선진국으로 입양되고 있어요. 종종 입양에 관련된 행사나 활동에 초대받곤 합니다. 무척 흥분되는 경험이에요.”

그는 4남매의 큰딸로 태어났지만, 가정 형편이 어려워 쌍둥이 동생과 함께 미국으로 입양되었다. 추 감독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힘든 시기를 보냈다”며 입양 후 삶을 설명했다.

“힘들었음에도 운이 좋았던 것은 학교 선생님과 친구들이 우리를 믿어주었다는 점입니다. 항상 희망을 불어넣어주었죠. 17살이 되던 해 양부모의 집을 나왔습니다.”

추 감독 자매는 양부모에게서 독립한 후 지금까지 연락 없이 지낸다고 한다. 그는 한국 입양인 단체를 통해 1994년 친부모와 가족을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2년 후 한국에서 그토록 그리워하던 부모님과 두 남동생을 만났다. 어머니에게 처음 했던 말을 기억하느냐고 묻자, “미스 유(miss you)”라며 말끝을 흐린다. 그의 어머니는 딸들과 재회한 몇 년 뒤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가족을 다시 만났을 때 우리는 엄청나게 울었어요. 행복하고도 슬펐죠. 그렇지만 뭔가 치유되는 느낌은 분명했습니다. 그동안 수없이 생각했던 질문을 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저는 한국어를 할 줄 몰랐어요. 그저 가족들과 눈빛으로 마음을 나눴을 뿐입니다.”

그동안 추 감독은 어학당에서 한국어를 열심히 공부했다. 이제 웬만한 한국어는 다 알아듣는데, 자신의 깊은 이야기를 꺼내려면 아직은 영어가 더 편하다고 한다.

“입양은 선뜻 다가오지 않는 사회문제입니다. 내가 만드는 영화와 활동을 통해 사람들이 입양에 대해 진지한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입양을 겪는 사람들도 희망을 가졌으면 합니다. 언젠간 반드시 만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요.”


미국에서 힘겹게 보낸 사춘기 시절 추 감독은 영화, 소설, 그림 등에 푹 빠져 지냈다. 그가 영화감독이 된 것은 스크린을 통해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어서라고 말한다.

“영화는 한 사람의 인생 혹은 세상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사람과 사람의 유대감을 만들어주고,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좋은 도구라고 생각합니다.”

그가 구상 중인 다음 영화는 ‘아주 특별한 이야기’ ‘주류에서 다루지 않는 이야기’다. 스스로를 일컬어 ‘생각이 너무 많은 타입’이라는 추 감독은 그래서 몸이 너무 바쁠 때가 많다며 웃는다. 서울 보광동에 머물며 시간이 날 때는 영어강사로도 일하는 그는 지금까지 살아남기 위해 이를 악물고 살았다 한다. 그의 쌍둥이 여동생은 뉴욕에 머물며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일한다.

“입양을 겪은 사람이 진심으로 가족을 용서할 수 있을까요? 쉽게 단정할 수는 없는 문제입니다. 굉장히 슬프고 불행한 삶을 겪은 이후니까요. 때문에 재회 후의 만남에는 꾸준한 치유가 필요하죠. 〈나를 닮은 얼굴〉이 그들의 마음을 열어주는 데 도움을 줄 거라 믿습니다.”

사진 : 김선아
사진제공 : 영화사 진진
  • 2010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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