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이 만난 우리 시대 미술가] 사진작가 김도균

색다른 시각으로 ‘미래의 공간’을 포착하다

김도균(KDK)
1973년생. 서울예술대학 사진과를 졸업하고 뒤셀도르프 쿤스트아카데미 마이스터쉴러(토마스 루프 사사)를 획득했다. 2009년 뒤셀도르프 쿤스트아카데미 아카데미 브리프(크리스토퍼 윌리엄스 사사) 과정을 밟았다. 2000년부터 9회의 개인전을 가졌으며 백남준아트센터, 서울시립미술관, 경희궁, 광주시립미술관, 일본 마루가메의 Mimoca, 성곡미술관, 독일 보쿰미술관, 브라운 슈바빅 사진미술관, 대림미술관, 델멘호스트 시립미술관, 뒤셀도르프 시립미술관, 첼레 쿤스트뮤지엄, 델랑크 갤러리, 뮤지엄바덴, 렘샤이드 시립미술관 등의 주요 단체전에 참여하였다. 그의 작품은 삼성 리움미술관, 스위스 UBS 등 주요 기관에 소장되어 있다. 현재 서울에서 전업작가로 활동 중.
둥근 달에는 떡방아 찧는 토끼가 사는 것이 아니라 사각형들이 뱅글뱅글 돌아가고 있다. 그런데 이 달처럼 보이는 것은 사실은 한남동에 있는 ‘리움(Leeum)’의 뮤지엄1의 계단 천장을 찍은 김도균의 사진 작품이다. 노출을 천장에 있는 유리창에 맞추니 실제로는 흰 벽면이 빛의 농도에 따라 오히려 검은색으로 표현되었다. 흰 벽을 칠한 미장의 흔적은 표면을 회화적인 뉘앙스로 가득 채운다. 설명을 듣고 보아도 김도균의 작품은 알 수 없는, 신비스러운 미스터리로 기억된다.

사진작가 김도균의 가장 중요한 테마는 공간이다. 존재하는 공간에서 그는 존재하지 않는 공간을 창조해낸다. 도쿄 긴자의 랑방 매장, 독일-스위스 경계에 있는 세두스(Sedus) 사 창고, 독일 뮌헨공항의 주차장, 청담동의 미소니 매장 건물, 갤러리아백화점, 한남동의 삼성 리움 등이 그의 카메라에 포착되었다. 그가 찍은 소재는 사진작가라면 누구나 탐낼 만한 소재이며 누구든지 찍을 수 있는 대상이다. 그래서 그것을 단순하게 찍는 것은 더 이상 사진예술이 아니다. 그런데 그가 바라보는 시선과 포착하는 위치가 너무나 절묘해서 이 공간들에 새로운 인식을 갖게 된다. 사실 모든 공간은 존재한다. 카메라는 존재하지 않는 것을 찍을 수 없다. 그런데 이 공간에 대해 새로운 인식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김도균만의 21세기적인 시각이다. 이 시각은 철저히 여러 시각적 체험의 미디어들에 영향을 받은 것이다. 또한 그는 최신의 테크닉인 포토샵을 자유롭게 사용하는데, 포토샵은 존재하는 것을 사라지게 하고, 또 부재를 존재하게 만든다. 그의 작품을 통해 맞닥뜨리게 되는 것은 비현실적인 미래의 공간감이다.

sf.Sel-11, 180 x 220cm, c-print, 2008.

개인전을 앞두고 작품설치가 한창인 청담동의 ‘갤러리2’에서 김도균을 만났다. 벨기에서 산 귀여운 안경을 쓴 그는 사진 촬영과 인터뷰를 하는 내내 따뜻하고 정감 어린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에게는 두 명의 중요한 스승이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사진작가 배병우 선생은 서울예술대학 사진과 은사다. “사진은 빛으로 그리는 그림”이라는 배병우 선생의 지론은 카메라라는 기계에 대한 유연한 사고를 가능하게 해주었다. 독일의 뒤셀도르프 쿤스트아카데미에서 그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진작가 토마스 루프에게 사사하였다. 뒤셀도르프 쿤스트아카데미는 한때 요셉 보이스가 교수로 재직했던 학교이기도 하며, 베허학파라는 현대미술에서 가장 중요한 사진의 거장을 배출한 학교다. 토마스 루프도 그 거장 중의 한 명이다.

A2-4, 40 x 50cm, c-print, 2003.
“토마스 루프로부터 작업의 프로세스, 작가로서 살아가는 자세 등 많은 것을 배웠다. 그는 사진 매체의 특성, 규정을 확장시키려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이다.”

독일 뒤셀도르프 쿤스트아카데미에서 ‘신즉물주의’ 사진을 배우긴 했지만, 그것을 따라갈 수만은 없다고 김도균은 생각한다. 한국인이 갖는 독특한 감성이 그에게는 중요하다.

sf.Sel-10, 160 x 220cm, c-print, 2008.
“나는 돌연변이가 되고 싶다. 신즉물주의 형식의 객관성이 유지된다 하더라도 그 지나친 차가움을 배제하고 내 감수성과 감정이 드러나길 바란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감수성을 그는 찾아낸 것 같다.

sf.B-5, 140x180cm, c-print, 2006.
김도균은 2000년부터 독일과 한국의 주요 갤러리에서 9회의 개인전을 가졌으며, 삼성 리움미술관, 스위스 UBS 은행 등 주요 기관에 그의 작품이 소장되어 있지만, 그가 처음부터 탄탄대로를 걸은 것은 아니다. 처음 뒤셀도르프 쿤스트아카데미에 지원했을 때는 입학에 실패했다. 그러나 청강생 시절 전화위복의 기회가 찾아왔다. 독일은 그에게 새로운 시각과 소재를 제공했다. 그의 첫 번째 시각적 체험의 미디어는 아우토반에서의 질주다. 19세기 말 유럽을 횡단하는 철도를 타고 달리면서 바라보던 새로운 시각적 체험이 인상주의에 반영되었듯, 아우토반을 달리면서 바라보는 풍광은 그에게 새로운 창작의 원천이 되었다.

“기차, 차로 다니면, 나로부터 먼 것은 정지되어 있지만, 나에게 가까운 것은 휙 지나간다는 것을 알았다. 한 프레임 안에 원경과 근경이 있으며, 다른 시간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다.”

w.dk-1.1, 90 x 70cm, c-print, 2008.

가까운 곳의 사물들은 색 띠처럼 흘러 추상화 같은 사진이 탄생했다. 그는 자신의 작품으로 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고 독일 현지 갤러리에서 픽업되어 작가로서 활동하며 학업을 계속할 수 있었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장면 같은 SF영화는 그의 두 번째 시각적 체험을 구성한다. “2050~2100년의 공간은 어떨까? 상상하던 미래의 공간이 현재에 존재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미래의 공간을 바라보는 작가’라는 별명이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현재의 공간에서 미래의 공간을 찾는 그의 작업에서 중요한 도구 중의 하나가 수평자다.

“내 안에는 기하학적 충동이 있는 것 같다. 내게는 점·선·면·수직·수평·격자 등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w.tagm-3.1, 90 x 70cm, c-print, 2008.
세련되고 비현실적인 미래적 감각의 공간은 그의 기하학적 충동과 맞물려서 탄생한 것이다. 〈A〉 〈F〉 〈SF〉 〈W〉라는, 마치 암호처럼 이니셜로 표현된 작품군은 중의적인 뜻을 가진다. 〈A〉는 Artificial(인공적인), Abend(밤)를, 〈F〉는 Facade(정면), Farbe(색)를, 〈SF〉는 Science Fiction(공상과학), Space Faction(스페이스 팩션)을, 〈W〉는 Wall, Winkle, White를 의미한다. 공간을 읽어내는 그의 키워드들이기도 하다.

‹Line-up› 설치 장면.
새로운 눈은 사물을 다르게 바라보게 만든다. 〈sf.B-5〉는 베를린 포츠담 플라츠에 있는 건물들을 찍은 작품이다. 놀랍게도 이 두 건물 사이에 8차선 도로가 존재한다. 그러나 그는 마주한 건물들이 겹쳐진 것처럼 보이는 시점을 찾아냈다. 마치 공상과학 영화의 한 장면 같은 현란한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 청담동의 미소니 건물을 찍은 〈sf.Sel-10〉은 지상에서 고개들 들어 쳐다보는 시점으로 찍은 것인데, 직립한 건물의 표면이 아니라 쫙 펼쳐진 바닥 같은 혼돈스러운 공간감을 연출하고 있다.

〈W〉 시리즈는 원근법에 익숙한 우리의 눈이 하는 거짓말을 보여준다. 그런 의미에서 그의 세 번째 시각적 체험의 미디어는 원근법이라고 할 수 있다. 〈w-tagm-3.1〉은 유명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제주도에 지은 건물의 모서리를 찍은 작품이다. 천장과 두 벽면을 찍은 것인데, 사진이라는 평면으로 옮기고 나니 알 수 없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움푹 파인 모서리는 오히려 작은 육면체의 튀어나온 부분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w.dk-1.1〉 역시 오목하게 들어간 모서리 공간을 찍은 것인데, 작은 직육면체의 튀어나온 모서리처럼 보이기도 하고 묘하게 여성의 신체의 일부를 떠올리게도 한다.

9번째 전시 제목 〈Line-up〉은 컨테이너 박스가 그 대상이다. 〈Line-up〉은 줄서기를 하다라는 뜻이기도 하고, 게임의 제목이기도 하다. 줄을 세운 컨테이너가 켜켜이 쌓여서 연출하는 기하학적 조형미를 탐구한 작품 이외에도 컨테이너 하나하나를 블록처럼 오려서 쌓은 작품이 있다. 이 작품들은 김도균이 수용한 새로운 시각을 보여준다. 아이폰에서 내려받은 게임의 한 장면을 캡처해서 재미있는 형태가 나오면 그 모양대로 블록을 쌓은 것이다. 그는 다양한 미디어에서 본 자극들을 현실의 공간에 투사해서 새로운 시각적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중이다. 그의 작품을 보면서 어쩌면 고정된 공간이란 존재하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 모든 것이 전광석화 같은 속도로 변해가는 21세기에 고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어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존재의 견고함을 찾는 것은 무의미한 일인지도 모른다. 젊은 작가의 거침없는 창작의 실험에는 우리 시대의 철학적인 문제가, 논의가 진지하게 이야기되고 있었다.

사진 : 김선아
  • 2010년 10월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보내기
  • 목록
  • 프린트
나도 한마디는 로그인 후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201911

201911

구독신청
낱권구매
전체기사

event2019.11

event
event 신청하기

더 볼만한 기사

10개더보기
상호 : ㈜조선뉴스프레스 / 등록번호 : 서울, 자00349 / 등록일자 : 2011년 7월 25일 / 제호 : 톱클래스 뉴스서비스 / 발행인 : ㈜조선뉴스프레스 이동한
편집인 : 이동한 / 발행소 : 서울시 마포구 상암산로 34, 13층(상암동, 디지털큐브빌딩) Tel : 02)724-6830 / 발행일자 : 2017년 3월 29일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민희 / 통신판매신고번호 : 2015-서울마포-0073호 / 사업자등록번호 : 104-81-59006
Copyright ⓒ topclass.chosun.com All Rights Reserved.

조선뉴스프레스 | 광고안내 | 기사제보 | 독자센터 | 개인정보 취급방침 | 인터넷신문윤리강령 | 청소년보호정책 | 독자권익위원회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