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세계옹기문화엑스포 열리는 외고산 옹기마을

옹기문화의 맥을 잇는 옹기장이들이 여는 세계 옹기축제

우리 민족의 최대 스테디셀러 그릇을 꼽으라면 단연 옹기(甕器)를 들 수 있다. 옹기는 흙과 물, 바람, 불 등 자연이 만드는 질그릇과 오지그릇을 총칭하는 말이다. 옹기의 역사는 석기시대의 토기까지 맥이 이어져 있다. 최근 웰빙 바람을 타고 재평가받고 있는 옹기. 매년 가을 무렵 열리는 ‘울산세계옹기문화엑스포’로, 옹기 장인들이 모여 있는 ‘외고산 옹기마을(이하 옹기마을, http://onggi.ulju.ulsan.kr)’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울산세계옹기문화엑스포는 우리나라 옹기 생산의 집산지이기도 한 ‘외고산 옹기마을’ 일대에서 열린다. 옹기마을은 울산역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부산 방면으로 30~40분 가보면 오른편에 보이는 작은 마을이다. 마을에서 차로 15분 정도만 가면 한반도에서 해가 가장 먼저 뜨는 ‘간절곶’에 닿을 수 있다.

현재 전통 옹기공방은 전국을 통틀어 30여 개에 불과한데 이 중 8개 공방이 외고산 옹기마을에 모여 있다. 우리나라 전체 옹기 생산(50ℓ 기준)의 약 50%를 맡고 있는 곳. 외고산 옹기는 점토와 천연 잿물을 사용해 1200℃의 온도에서 구워낸 전통 토기다. 옹기마을은 1950년대 경북 영덕 오천리에서 옹기점을 하던 허덕만 씨가 옹기를 굽는 가마를 개발해 전국 각지에 보급하러 다니다 이곳을 발견하고 자리 잡으면서 시작됐다. 흙의 질이나 위치나 옹기 만들기에 맞춤인 이곳에서 그는 1958년 옹기점을 냈고, 옹기 장인들이 자연스럽게 모여들기 시작했다.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400여 명의 도공이 이곳에서 옹기를 구울 정도였는데, 울산·부산 등 큰 도시에 옹기를 팔면서 전성기를 누렸다. 옹기는 떡시루, 간장병, 밥그릇까지 서민의 생활용품이었다. 그러나 플라스틱이 보편화되면서 옹기가 점점 쇠락의 길을 걸었다는 것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사실이다.

일상생활에서 가장 요긴하게 쓰였지만 워낙 흔해 오히려 천대받던 옹기를 ‘한국의 대표 문화상품’으로 다시 주목받게 한 데는 ‘외고산 옹기마을’을 지켜온 옹기장들의 열정이 있었다. 지난해 울산시 무형문화재(옹기장)로 지정된 외고산옹기협회 회원들은 신일성 회장을 비롯해 최상일·진삼용·배영화·장성우·조희만·허진규·서종태 등 8명이다. 이들은 보통 30년, 길게는 50년 이상 옹기제작에 전념해왔다. 잊혀가고 천대받던 옹기가 ‘숨 쉬는 그릇’이라는 친환경적인 측면에서 다시 각광받으면서 옹기 장인들이 다시 조명되고, 옹기마을도 주목받기 시작했다. 도제식으로 전수되는 옹기의 성형방식은 지역마다 다른데, 영남 옹기의 특징은 찰흙을 메로 치고 발로 이긴 다음 완성된 찰흙을 가래떡처럼 길게 뭉쳐서 흙띠를 만든 후 흙띠를 두드려가며 쌓아 올리는 형식이다. 수레와 도개로 면을 두드리고 다듬으면서 항아리 형태를 만들고, 도개로 면을 다듬는다. 이런 성형기법을 통해 완성된 옹기를 두고 누군가는 “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라인”이라고 말했다 한다.

초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열네 살 때부터 옹기를 만들어왔다는 허진규 옹기장(울산시 지정 무형문화재)의 안내로 마을을 함께 돌았다. 그의 기억 속 마을은 더없이 아름다웠다. 예전엔 마을이 공방과 복숭아, 배 과수원으로 뒤덮여 있어 더 한적했다고 하는데, 지금은 과수원이 있던 자리에 옹기체험과 교육을 할 수 있는 ‘옹기아카데미’와 옹기의 역사와 문화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옹기문화관’이 들어섰다. 마을안내센터에 있는 전시관에서는 영남 옹기의 맥을 이어가고 있는 옹기골 장인들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이외에도 옹기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야외 전시장 격인 전통 장독대와 잔디광장 등 쉼터가 있고, 옹기를 구매할 수 있는 판매장도 몇 군데 있다. 개인공방 사이사이 놓여 있는 가마도 볼거리지만, 공방에 직접 들어갈 수는 없다. 관람객이 체험하고 싶다면 옹기아카데미 체험교실을 이용하면 된다.


보통 옹기를 ‘숨 쉬는 그릇’으로 인식하고 있는데 이것은 태토가 되는 찰흙에 들어 있는 수많은 모래 알갱이가 그릇 벽에 미세한 공기구멍을 만들어 옹기에 공기가 통하게 하기 때문이다. 옹기에 쌀이나 보리, 씨앗 등을 넣어두면 다음 해까지 썩지 않고 그대로 있는 이유는 옹기를 가마 안에 넣고 구울 때 나무가 타면서 생기는 검댕이(연기)가 옹기의 안과 밖을 휘감으면서 방부성 물질을 입히기 때문이다. 잿물 유약에 들어가는 ‘재’ 역시 음식물이 썩지 않게하는 방부성을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체험교실에서는 흙놀이와 함께 옹기를 직접 만들어보면서 왜 옹기를 숨 쉬는 그릇이라 하는지 체험할 수 있다.
▣ 2010 울산세계옹기문화엑스포

우리 전통 ‘옹기’를 소재로 한 세계 최초의 문화엑스포 ‘2010 울산세계옹기문화엑스포’가 우리나라 최대 옹기 집산지인 울주군 외고산 옹기마을에서 ‘숨쉬는 그릇, 미래를 담다’라는 주제로 9월 30일부터 25일간 개최된다.
세계 40여 개국이 참가하는 이번 행사는 한국 전통 옹기와 전 세계 도기에 담긴 문화의 발자취를 재조명해보고 발효식품 등 슬로푸드(Slow-Food)의 생명력을 한자리에 살펴볼 수 있는 다양한 전시, 문화·체험, 학술행사가 마련된다. 행사 기간 동안 울주군에서 주최하는 울주외고산옹기축제도 함께 열린다.

문의 : 울산세계옹기문화엑스포 조직위원회 052-229-6672.
www.onggiexpo.com

옹기의 변천사를 볼 수 있는 옹기문화관

지난해 11월 개관한 문화관은 옹기박물관으로 1층은 옹기상설전시관, 2층은 기획전시실이다. 옹기문화관에서는 옹기의 역사, 옹기의 특징, 옹기 제작 도구와 제작 과정, 항아리, 약방에서 쓰는 옹기, 소줏고리, 자라병, 물박동이, 집안의 작은 물병, 바느질 도구, 어머니의 살림살이 도구, 떡살문, 식혜 담는 것, 날파리가 물속에 빠지면 못 나오도록 만든 3겹 옹기 등 다양한 옹기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이외에 다른 나라 옹기들을 함께 전시해 옹기의 역사를 비교해볼 수 있다.


박물관에서 특히 눈길이 간 것은 옹기를 통해 볼 수 있는 서민의 문화다. 가령 물박동이는 서민의 악기였다. 물동이에 박을 넣고 손으로 두드리면 물소리의 울림이 음악이 되는 것이다. ‘신주 단지 모시듯 한다’라는 말에도 옹기문화가 담겨 있다. 신주 단지는 첫 곡식을 담아 집안의 신, 즉 조상신에게 가족의 건강과 무탈을 비는 옹기였다. 쓰임새에 따라 또 지역에 따라 다양하게 제작된 옹기들을 보니 새삼 ‘옹기가 이토록 다양했나’ 싶은 생각이 든다. 추운 지방에서는 옹기를 만들 때 높이를 낮게 만들어 햇빛을 많이 받도록 했고, 따뜻한 지방의 옹기는 바람이 잘 통하도록 만들었다. 곡식을 보관하는 옹기는 덩치가 꽤 크다. 또 젓갈 독은 위는 넓고 밑은 좁게 만드는 등 쓰임새에 따라 각양각색이다.

옹기는 대부분 도자기와 달리 손가락으로 그림을 새겨 넣었다. 옹기에 그려진 문양을 보면 그 시대의 미감뿐 아니라 생활양식도 짐작해볼 수 있다. 그림을 사서 걸어놓을 형편이 아닌 서민에게 옹기는 다양한 쓸모와 함께 장식성까지 겸하는 물건이었다. 도깨비 문양은 나쁜 기운이 들어가지 말라는 의미, 물고기 문양은 부귀다남(富貴多男)을 의미했다.

최근 들어 ‘건강한 그릇’으로 각광받는 옹기는 인테리어 용품으로도 활용도가 높다. 옹기 특유의 색 때문에 밝은 과일과 음식, 꽃을 더 돋보이게 해주는 것. 옹기로 만든 타일도 관심을 끈다고 한다. 마을 곳곳에 산재한 옹기 가마가 호기심을 자극하는데, 전시관에 가면 가마의 내부를 모형으로 볼 수 있다. 공기를 집어넣어 불이 계속 붙어 있게 하는 창솔구멍으로 하늘이 보인다.


프랑스의 리모주, 중국의 징더전, 일본의 아리타 등 다른 나라에도 도자기 마을이 있지만, 공방과 박물관, 체험관, 축제가 한자리에서 열리는 일은 보기 드문 사례라고 한다. 외고산 옹기마을의 장인들이 자생적으로 모여 만드는 축제인 울주외고산옹기축제(www.onggifestival.com)는 올해로 10년째를 맞는다. 이 축제는 울산세계옹기문화엑스포의 모태가 됐다. 곧 두 행사를 통해 ‘옹기마을’이 또다시 관심을 불러 일으킬 것이다. 하지만 꼭 축제기간이 아니더라도 외고산마을은 다녀올 만한 곳이다. 새삼 우리 조상의 지혜를 재발견하는 시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허진규 옹기장

울산시 지정 무형문화재,
동부산대 도예과 옹기과정 교수


“옹기를 보면 전형적인 한국 여성을 보는 듯해요. 삶의 희로애락을 묵묵히 담아내고 있는 것 같지요.”

옹기골도예공방을 운영하고 있는 허진규(45) 씨는 영남옹기의 맥을 잇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장인. 울산옹기축제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실현한 인물이기도 하다. 호주의 A.N.U국립대학 워크숍 초대작가로 페스티벌에 참여하면서 한국 옹기를 외국에 알리기도 한다. 그의 옹기는 소나무 태운 재를 넣은 유약을 써서 기품 있는 녹색을 띤다. 암각화를 새겨 넣은 물병도 독특하다. 농부들이 쓰던 물병인데, 최근엔 장식 병으로 내놓고 있다. 암각화는 도자기에 가끔 보이지만 옹기에서는 유일하다.

“이곳에서 흔히 만나는 암각화가 울산의 뿌리일 수 있다는 생각에 가끔 넣어요.”

그는 초등학교를 졸업한 후 열네 살 때부터 옹기를 배우기 시작했다. 아버지 역시 옹기장이었다. 옹기 기술은 온몸으로 익혀야 한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알고 있는 아버지는 진정한 옹기장이 되려면 일찌감치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소 10년은 기술을 연마해야 한 사람의 옹기장이로 몫을 할 수 있다는 것. 다들 자식을 외지로 내보내려 할 때 그의 아버지는 학교 공부 대신 옹기를 배울 것을 권유했다.

“옹기를 만들려면 평소에는 쓰지 않는 근육을 써야 하거든요. 중국 기예단처럼 스무 살이 넘으면 뼈가 굳어 어릴 때부터 기술을 익히는 게 중요하지요. 우리 부모 세대가 의식주 해결을 위해 옹기를 빚었다면 요즘 세대는 그렇지 않아요. 좋아서 해야 합니다. 전통을 고수하면서도 이 시대에 맞는 옹기를 빚고 싶어요.”

그는 옹기 항아리를 현대생활에 어떻게 응용할 수 있을지 고민 중이다.

“외고산 옹기마을에서는 옹기를 만들 때 보통 유약으로 소나무 재와 부엽토를 씁니다. 하지만 한마을이라 해서 모두 같지는 않아요. 유약으로 무엇을 쓰는지 서로 모를 만큼 집집마다 비법이 있어요. 그걸 묻지 않는 게 또 옹기장이들의 예의이기도 합니다.”

그는 울산세계옹기엑스포는 세계에서도 독보적인 옹기축제라면서 전 세계 옹기의 역사를 돌아보고, 미래와 비전을 제안할 수 있는 자리라고 말한다. 그는 자신을 흙쟁이라고 부른다. 부드러운 흙이 물과 바람, 불을 만나 단단해지지만, 때가 되면 다시 흙으로 돌아가는 게 순리. 그것이 바로 흙이 가진 매력이라고 말하는 그는, 이 점을 사람들이 함께 느끼기를 바란다.

사진 : 김선아
자료협조 : 울산세계옹기문화엑스포 조직위원회
  • 2010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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