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투어 콘서트하는 첼리스트 송영훈

제 삶의 이야기, 들으실래요?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인 클래식 앨범을 내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저한테는 정말 의미가 큰 앨범이지요.”

KBS 1FM <송영훈의 가정음악>의 진행자로, 예술의 전당이 매달 둘째주 목요일 오전 11시에 여는 <11시 콘서트>의 공동 진행자로 대중에게도 친근한 첼리스트 송영훈(35). 그는 오는 2월 중순 새 음반 <라흐마니노프 & 쇼스타코비치 첼로 소나타>를 내고, 3월 11일부터 18일까지 전국 투어 콘서트에 나선다.

그와의 만남은 쉽지 않았다. 몇 번씩 약속을 옮겨 3주 후에야 겨우 시간을 잡을 수 있었다. 180cm의 훤칠한 키, 단추를 두어 개 푼 셔츠에 청바지, 녹색 운동화 차림으로 나타난 그의 모습은 ‘미남 첼리스트’란 별명이 무색하지 않았다.

그가 2006년 처음 낸 음반이 아스트로 피아졸라의 곡을 담은 <탱고>. 두 번째 음반이 브라질 음악가들의 명곡을 미국의 기타리스트 제이슨 뷔유와 호흡을 맞춰 연주한 이다. 송영훈은 피아졸라의 탱고에 내재된 관능미와 비애를 첼로의 깊은 소리로 절절히 살려 내 우리나라에 ‘탱고 열풍’을 몰고 온 연주자이기도 하다.

“피아졸라의 음악은 누가 들어도 마음 깊숙이 와 닿죠. 클래식, 팝, 재즈, 록 애호가 모두가 좋아하니까요.”

첫 클래식 음반에 어떤 곡을 담을까 고민하던 그가 라흐마니노프와 쇼스타코비치 소나타를 들고 나온 데는 ‘첫 마음으로 돌아가겠다’는 각오가 담겨 있다.

“음악으로나 삶으로나 저의 영원한 스승이신 차밍 로빈스 선생님이 생전에 가장 아끼던 곡입니다. 제가 마지막 제자인데, 돌아가시기 전 마지막으로 가르치신 곡이기도 하고요. 그분께 바치는 마음으로 녹음했습니다. 음악가로서 처음으로 돌아가겠다는 자세이지요.”

아버지가 비올리스트인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음악을 접했던 그. 한국일보 콩쿠르, 이화경향 콩쿠르 등 한국에서 치를 수 있는 모든 대회에서 1위를 하고, 열한 살 때 서울시향과 협연하면서 ‘음악신동’으로 불렸다. 예원학교 2학년 때 미국으로 건너가 줄리어드 예비학교에 들어갔고, 줄리어드 음대에 진학했다. 이때 만난 스승이 차밍 로빈스.

“92세에 돌아가셨는데, 임종 직전까지 링거를 꽂은 채 하나라도 더 전해 주려고 하셨어요. 내가 떠나면 누구한테 가서 배워라, 누구를 만나라 등 세세하게 미래 계획을 세워 주시고.”

아스트로 피아졸라의 곡을 담은 <탱고>와 브라질 음악가들의 명곡을 미국의 기타리스트 제이슨 뷔유와 호흡을 맞춰 연주한 두 번째 음반〈Song of Brazil〉.
선생님의 유언대로 영국 노던 왕립음악원으로 옮겼는데, 그때부터 시련이 시작됐다. 자신의 연주에 만족할 수 없었다. 어릴 때부터 콘서트나 음반을 통해 좋은 연주를 들어온 ‘귀’가 있으니 스스로 어느정도는 해야 한다는 기대치가 있었는데, 아무리 해도 그에 미치지 못했다. 다섯 살 때부터 맹목적으로 달려온 길. ‘내가 왜 음악을 해야 하나?’라는 근본적인 물음에 부닥쳤다. 그때 아버지가 위독하셔서 짐을 싸서 서울로 돌아왔다.

“열세 살 때 집을 떠났으니 아버지와 제대로 이야기를 나눠본 적이 없어요. 10여 년 밀려 있던 이야기들을 돌아가시기 전까지 나누었죠.”

아버지는 “세상에 나가서 연주하라”고 유언하셨다. “너는 세계적인 보물(International Treasure)이니 그 사명을 잊지 마라”라고 했던 스승의 유언과 같았다. 8개월 후 그는 정상급 젊은 연주자들로 구성된 실내악단 세종솔로이스츠의 멤버가 돼 뉴욕으로 갔다. 그리고 1년 6개월 후 핀란드 시벨리우스음악원에 들어갔다.

“연주하다 보니 더 공부해야겠다는 열망이 생겼어요. 그때 시벨리우스음악원의 아르토 노라스 선생이 ‘난 전 세계에서 5명만 가르치는데, 나한테 지옥훈련을 받아 보지 않겠느냐?’고 제의하셨어요. 그분한테 배운다면 아프리카라도 갈 생각이었죠.”

핀란드에서 그는 그야말로 ‘지옥훈련’에 들어갔다. 춥지, 아는 사람 없지 오로지 방 안에 틀어박혀 연습만 거듭했다.

“뭐든 미치기 바로 직전까지 도전해야 새로운 경지로 넘어갈 수 있나 봐요. 해가 뜨는지 지는지도 모를 정도로 몰두하는 시기를 보내고 나니 어느 순간 제가 머릿속에 그리던 소리가 나오는 거예요. 양탄자를 타고 공중에 뜬 것 같은, 마술하는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그때부터 연주할 때마다 다른 세계로 들어간 듯 황홀한 쾌감을 느낍니다.”


런던 연극무대에 여주인공으로 서는 아내 제니퍼 림

그 후 전 세계를 무대로 연주활동을 펴 온 그는 지난해 4월 <송영훈의 가정음악> 진행을 맡으면서 한국에서 지내는 시간이 길어졌다. 연주와 방송진행, 음악수업 등으로 바쁜 일정인데도 그가 “내 모든 스케줄 가운데 최우선 순위”라며 주말이면 절대 시간을 바치는 데가 있다.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치는 ‘해피뮤직스쿨’.

“음악을 통해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는데, 그들로부터 받은 관심과 사랑을 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이런 활동은 기회가 있을 때 무조건 해야 하는 거지요. 그 아이들이 ‘저도 커서 선생님처럼 어려운 아이들을 도울게요’라고 하는 말을 들으면 첼로를 연주할 때처럼 무아지경에 빠져요.”

20~30대 젊은 여성 팬들 사이에는 그가 결혼을 했는지, 했다면 아내는 어떤 사람인지도 관심사. 그는 “홍콩 출신인 아내와 5년 전 결혼했는데, 지금 미국과 영국에서 배우로 활동 중”이라고 말한다. 영화 <27 dresses>와 에 출연한 제니퍼 림. 송영훈 씨의 새 음반이 발매되는 2월 17일, 아내는 런던 소호 시어터에서 개막하는 연극에 여주인공으로 선다.

“사귄 지 8년, 결혼한 지 5년 됐는데, 함께 있는 시간보다 떨어져 있는 시간이 훨씬 많습니다. 지난 설 연휴, 정말 오랜만에 사흘을 쉬게 돼 당장 런던으로 날아가고 싶었죠. 그런데 안 갔어요. 아내가 맡은 역할이 정신분열증을 앓는 어두운 캐릭터인데, 제가 가면 몰입에 방해될까 봐서요. 아내나 저나 예술하는 사람이니 먼저 이해하고 배려해 주는 부분이 많지요.”

이렇게 삶이 하나하나 쌓여 음악이 되어 나온다는 것. 그래서 “연주는 그 연주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심도 깊게 들려주는 것”이라고 표현한다. 그의 연주에 대해 “감성적 표현이 풍부한 것 같다”고 하자 “내가 가장 듣고 싶은 말이에요. 연주할 때 딴 생각은 안 해요. 오로지 어떻게 감정을 담아낼지에만 집중합니다”라고 대답한다.


그는 또 “음악은 서비스업이고, 저는 청중에 서비스하는 ‘뮤지컬 서번트’라고 생각한다”고도 말한다. 요즘같이 어려운 시기에 비싼 티켓값을 내고 음악회를 찾아온 청중에게 무얼 선물해야 하나 책임감을 느낀다고 한다. 그래서 음악회 전 애피타이저로 ‘청중과의 만남’ 시간을 만들었다. 음악회가 시작되기 1시간 30분 전, 그를 미리 만나 그날 공연에서 연주할 곡과 작곡가, 연주자에 대해 자유롭게 묻고 대답하는 시간. “저 자신도 청중으로 음악회에 가면 너무 엄숙한 분위기에 눌리는 기분”이라며 “조금 더 편안한 음악회를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사진촬영을 위해 그가 활을 들고 첼로를 켜기 시작했다. 작은 공간을 꽉 채우는 깊고 풍부한 소리. ‘삶에서 음악이 나온다’는 그의 말처럼 악기가 아니라 그 자체에서 음악이 흘러나오는 듯 그와 음악은 혼연일체가 되었다.

사진 : 이창주
  • 2009년 03월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보내기
  • 목록
  • 프린트
나도 한마디는 로그인 후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201907

201907

구독신청
낱권구매
전체기사

event2019.07

event
event 신청하기
영월에서 한달살기

더 볼만한 기사

10개더보기
상호 : ㈜조선뉴스프레스 / 등록번호 : 서울, 자00349 / 등록일자 : 2011년 7월 25일 / 제호 : 톱클래스 뉴스서비스 / 발행인 : ㈜조선뉴스프레스 이동한
편집인 : 이동한 / 발행소 : 서울시 마포구 상암산로 34, 13층(상암동, 디지털큐브빌딩) Tel : 02)724-6875 / 발행일자 : 2017년 3월 29일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민희 / 통신판매신고번호 : 2015-서울마포-0073호 / 사업자등록번호 : 104-81-59006
Copyright ⓒ topclass.chosun.com All Rights Reserved.

조선뉴스프레스 | 광고안내 | 기사제보 | 독자센터 | 개인정보 취급방침 | 인터넷신문윤리강령 | 청소년보호정책 | 독자권익위원회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