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월요일 발레콘서트 ‘사랑의 세레나데’ 여는 이원국 씨

무용수의 땀방울까지 보여주는 발레콘서트

“길에는 본래 주인이 없어, 그 길을 가는 사람이 주인이다.” 18세기 지리학자 신경준의 《도로고(道路考)》에 나오는 말이다. 옛사람들에게 길은 인간과 구별되는 것이 아니었단다. 자신이 지금 가고 있는 길이 강인한지, 겸허한지, 혹은 참된지를 묻는다는 것은 그래서 ‘지금 나는 괜찮게 살고 있는가’를 자문하는 일이다.

‘한국 발레리노의 교과서’ ‘남성 무용수의 시대를 연 선구자’라는 호칭을 맨 앞에 달고 다니는 한국 최고의 발레리노 이원국 씨(41ㆍ이원국 발레단장, 예술감독). 그는 늘 길을 만들어 가는 사람이었다.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루마니아국립발레단 객원단원, 크루즈오페라발레단 객원단원, 키로프발레단 단원,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를 두루 거치며 모스크바 국제발레콩쿠르 베스트 파트너 상, 한국발레협회 당쇠르 노브르 상, 문화관광부 오늘의 예술가상을 받은 최고 무용수. 그는 이제 발레리노에서 안무가, 예술감독으로 자신의 세계를 넓혀 가고 있다. 자신의 이름 하나로 관객을 모으던 그가 대형 발레단을 나와 ‘낮은 무대’의 무용수로 섰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숱한 화제를 몰고 왔었다.

요즘 그가 직접 안무를 맡고, 출연도 하는 발레콘서트인 ‘사랑의 세레나데’(창조콘서트홀)가 화제다. ‘사랑의 세레나데’는 발레의 대중화를 전면에 내세운 한국 최초의 발레 상설공연으로, 클래식 발레와 창작발레를 해설과 함께 선보이는 갈라 콘서트다. 2008년 4월부터 매주 월요일마다 대학로에서 공연하고 있는데, 점점 관객이 늘어 최근엔 100여 석을 꽉 채운다.

2004년 12월, 그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발레단을 창단했다. 창단 3년 후 클래식 전막 발레 안무의 첫 작품으로 <호두까기 인형>을 선보였다. 국립발레단 시절, 11년 연속으로 <호두까기 인형>의 주인공 왕자로 무대에 섰던 그. 그 작품을 직접 새로 안무해 발레단의 레퍼토리로 가지게 된 것이다. 그는 또 관객을 좀 더 가깝게, 더 작고 낮은 무대에서 만나고 싶었다. 그렇게 시작한 ‘사랑의 세레나데’는 어느새 ‘이원국표 발레’로 불리며 대중에게 성큼 다가와 있다.

“외국에서는 한 달 동안 계속 발레를 볼 수도 있는데, 우리는 그렇지 못하죠. ‘대중이 부담 없이 가까이에서 언제든 발레를 볼 수 없을까?’라는 생각에 만든 공연이 ‘사랑의 세레나데’예요. 발레콘서트라는 새로운 장르로 봐 주었으면 좋겠어요. 앞으로 ‘이원국발레단’의 규모가 커지더라도 이런 공연은 계속하고 싶어요.”


‘정년 없는 무용수’의 모습 보이고 싶어요

화려한 무대는 아니지만 소극장의 특성상 발레리노와 발레리나의 몸짓 하나, 표정 하나, 흥건히 젖는 땀까지 적나라하게 볼 수 있는 ‘발레콘서트’는 관객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그래서 이원국 씨의 오랜 팬뿐 아니라 발레를 처음 보는 관객에게도 반응이 좋다. 이원국 씨가 맛깔스러운 해설을 곁들인다는 것도 발레 콘서트의 특징. 무용수들이 번갈아 등장할 때마다 그는 발레 감상법을 친절하게 알려주고, 시범도 보인다. 무용수의 애절한 눈과 마주치더라도 오해하지는 말라고 농담하기도 한다.

발레리나와 발레리노의 역할, 유명 무용수와 관련된 에피소드, 토슈즈 등 발레와 관련된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놓으면서 ‘사랑합니다’ ‘아름답습니다’라는 말을 대신하는 발레의 몸짓도 알려준다. 이곳에서는 다른 발레 공연장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도 종종 일어난다.

“한번은 여성 관객 한 분이 자기를 상대 배역처럼 한 번만 안아서 들어 올려 달라는 거예요. 20대 초반 정도였는데. 무대에 올라오시라니까 무척 부끄러워하면서도 끝까지 다 따라 하면서 즐거워하셨지요.”

전성기 때 서던 무대와 비교하면 형편없이 작은 무대지만, 그는 이 작은 무대에서 이루어지는 교감이 더없이 소중하다고 한다.

“처음 발레콘서트를 시작할 때는 관객이 얼마나 올지 조바심도 났어요. 초창기엔 스무 명 정도 앉아 있는 경우도 있었지요. 그래도 관객들과 조그만 무대에서 만나니까 굉장히 새롭고 재미있었어요. 관객과 예상치 못한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그들을 위한 작품을 구상하기도 하고요. 아마추어지만 발레를 공부하는 사람들을 무대에 세운 적도 있습니다. 오늘 공연에는 어린이 발레리노도 참가합니다. 무대 위와 아래가 서로 교감하면서 기쁨을 나누는 곳이 되고 있지요.”


매주 월요일 상설 공연인데, 조금씩 예상치 못한 기획들이 곁들여지면서 항상 새로운 공연을 하게 된다는 것도 그에게는 도전의 기회였다고 한다. 그는 1993년 문훈숙(현 유니버설발레단 단장)을 시작으로, 15년간 배주윤, 김지영, 김주원, 임혜경, 윤혜진, 노보연 씨 등 내로라하는 발레리나들을 파트너로 맞아 춤을 춰 왔다. 지난해에는 불혹을 넘긴 나이에 힘이 넘치는 남성발레로 유명한 <스파르타쿠스>로 발레 팬을 또 한 번 놀라게 했다. 유럽 발레단의 경우 은퇴 나이를 마흔으로 제한하기도 한다. 그래서 그에게는 ‘불혹의 나이에’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하지만 무용수에게는 나이를 묻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라고 그는 말한다.

“사실 나이가 많이 와 닿죠. 회사로 치면 정년퇴직할 나이예요. 보편적으로 발레리노는 30세가 넘으면 빛을 잃어 갑니다. 만약 50대 남자가 에베레스트 산을 올랐다고 하면 놀라잖아요. 그런 것과 같아요. 나이 들면서 운동능력이 떨어지는 건 당연하니까요. 하지만 나이와 함께 더께더께 쌓인 행복과 슬픔, 고통, 상처 등 갖가지 감정이 무대에서 표현되기도 합니다. 이런 점이 저를 사로잡아요. 저는 발레리노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같은 춤을 추더라도 젊은 친구한테서는 볼 수 없는 연륜 말입니다. 나이 드는 건 아름답다는 말에 동감하는 편이에요.”


평생토록 무용을 하고 싶은 그에게 ‘나이’ 때문에 주춤할 시간은 없다. 앞으로 우리 신파극인 <이수일과 심순애>, 방황하던 스무 살 청년기의 그에게 ‘발레’를 권했던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도 무대에 올리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다.

“일단 저는 하고 보는 스타일입니다.”

그는 지금 12명의 단원과 함께 발레의 대중화를 위해 서울에서 부산까지 전국을 달리고 있다. 이원국발레단은 ‘어디’보다 공연을 ‘많이’ 하는 곳이 되고 싶다는 게 그의 꿈이기 때문이다.

사진 : 김선아
  • 2009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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