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밴드 '언니네 이발관'

콘서트 후 관객들의 인생 상담까지 하는 록밴드

국내 인디음악계 1세대인 록밴드 ‘언니네 이발관’. 얼마 전 이들이 10개의 이야기로 구성된 5집 <가장 보통의 존재>를 들고 팬들 앞에 섰다. 내러티브가 강한 콘셉트 앨범으로 마치 책장을 넘기듯 1번 트랙부터 순서대로 차곡차곡 들어야 맛이 사는 이번 앨범은 그들만의 풋풋한 감성과 물오른 음악성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홍대 앞에 있는 작은 카페에서 리더인 이석원, 기타의 이능룡, 드러머 전대정 등 세 명의 이발사들을 마주했다. 웃는 모습이 오히려 어색할 만큼 담백한 색깔을 지닌 ‘가장 보통의 존재’들과의 인터뷰.
(왼쪽부터) 이능룡, 이석원, 전대정.
4년 만에 새 앨범이 나왔는데, 그간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석원) 4집 활동 접고 바로 5집 준비하다가 9개월 동안 쉬면서 저는 가게(살롱 드 언니네 이발관) 했어요. 그러다 다시 앨범 준비를 했고요. 이능룡은 학교 다니고, 대정이는 지방 다녀오고, 그랬죠 뭐.

이번 앨범이 기존 앨범과 다른 점은 무엇입니까?

(석원) 이번 앨범은 콘셉트 앨범이었기 때문에 방향성이 분명했어요. 보통은 한 곡 한 곡 만들어 놓은 후에 어떤 흐름이 만들어지는 식인데 5집은 먼저 목표를 지정해 놓고 곡들을 채워 나갔죠.

언니네 이발관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월요병(퇴치를 위한) 콘서트’와 ‘게릴라 콘서트’이다. 매주 홍대 앞 라이브 극장 쌤에서 열리는 월요병 콘서트는 매회 다른 내용과 주제를 가지고 팬들과의 직접적인 소통을 시도한다는 점에서 기존 콘서트와는 차별화된 콘셉트를 보여준다. 게릴라 콘서트는 팬들과 더 직접적인 소통을 원하는 멤버들의 바람처럼 예정되지 않은 시간과 장소에서 진행된다. 지난 게릴라 콘서트는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이루어졌다.

‘언니네’ 콘서트는 티켓 오픈을 하자마자 전회 매진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석원) 관객과의 소통이 무서운 게, 우리의 기운이 관객에게 전해지고 그 기운이 다시 우리에게 전해지거든요. 2003년부터 2005년까지 3년 동안, 그리고 올해 다시 시작하면서 전회 매진되고 있어요. 한 번 와서 보면 계속 오게 되는 중독성이 있다더군요.

2003년부터 지금까지 월요병 콘서트를 계속하고 있는데,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석원) 아는 밴드 공연에 갔는데 관객이 고작 두세 명밖에 없었어요. 그런데 수많은 관중보다 적은 관객 앞에서 하는 공연이 너무 매력적인 거예요. 우리도 공연을 자주 하면 관객이 줄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매주 하게 된 건데, 예상과 달리 시간이 갈수록 관객이 더 늘어나요. 우리 꿈은 단 한 명을 앞에 두고 하는 공연인데.

게릴라 콘서트는요?

(석원) ‘거리의 이발사’가 되어 사람들을 많이 만나 보고 싶었어요. 사람들이 우연히 길을 가다 불현듯 우리를 만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거리공연을 하게 된 거예요.

(능룡) ‘회사에서 일하다가 음악 소리가 나서 나가 보니 ‘언니네’가 있더라’ 하는 거요.

월요병 콘서트의 내용이 상당히 다양하더라고요. 계속 변화를 꾀하는 건가요?

(석원) 우리 활동 중 앨범 작업 외에 가장 중요한 게 월요병 콘서트입니다. 계속 수정하고 진화해 왔죠. 추석 때는 모두 한복을 입고 ‘달맞이 공연’을 했고, 지난 월요병 콘서트에서는 ‘고딕월요병’이라는 이름으로 드레스코드를 블랙으로 통일했어요. 상상력을 한껏 분출하는 거지요.

공연이 끝나면 팬들과 일일이 이야기하며 상담도 해 주던데.

(석원) 면담 시간은 어찌 보면 문제예요. 월요병 콘서트에서 가장 부작용이 많은 순서인데, 공연에 몰입하던 관객들은 우리가 진짜 의사인 줄 알고 인생 상담을 해 옵니다. 두세 명하고 이야기하는 데 30~40분이 걸리기도 하지요. 처방을 내리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릴 뿐 아니라 감정적 전이로 우리도 같이 힘들어지거든요.


1990년대 중반, PC통신 모던록 소모임에서 활동하던 이석원이 거짓말로 만들어 낸 밴드가 ‘언니네 이발관’의 시초였다. 언니네 이발관은 이석원이 고등학교 때 보았던 일본 성인영화 제목. 우연히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자신을 ‘언니네 이발관’의 리더라고 거짓말하는 바람에 실제로 이 밴드를 결성하게 된 것은 유명한 일화다. 악기를 다룰 줄 모르던 모던록 소모임 멤버 몇몇이 모여 발표한 1집 <비둘기는 하늘의 쥐>가 평단의 호평을 얻으면서 지금에 이른 것. 리더 이석원의 풋풋하고 서정적인 목소리, 노랫말뿐 아니라 클럽 공연을 위주로 다져진 내공과 다른 밴드들이 흉내 낼 수 없는 그들만의 특별한 감성으로 언니네 이발관은 국내 인디밴드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데뷔 이후 지금까지 ‘언니네 이발관’을 끌고 온 힘은 무엇일까요?

(석원) 글쎄…. 원래 ‘언니네 이발관’이 ‘그냥’ ‘어쩌다’ 생겨난 것인데, 재작년부터 ‘왜 음악을 하는가’ 하는 필연성이 생겼어요. 그것은 저에게 생긴 어떤 사건 때문이기도 하고, 나이 때문이기도 합니다. 앞으로 음악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음악을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1집부터 5집까지, 5장의 앨범에서는 다른 밴드들과 차별화된 독특한 정서가 엿보입니다. 이발사들이 추구하는 언니네 이발관만의 스타일은 무엇일까요?

(석원) 이발관 음악은 늘 스타일의 변화를 시도하지만 언제나 관통하는 정서가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 ‘나’라는 것과 그런 나에게 ‘너’도 중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계속해서 곡으로 표현하는 것이죠.

언니네 이발관이라는 밴드가 가지고 있는 음악적 정체성만큼이나 팬들의 색깔도 독특한 것 같습니다.

(석원) 어떤 밴드나 그 밴드를 우상으로 생각하는 골수팬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발관 팬들이 우리를 바라보는 마음은 그게 아니에요. 의자나 컵, 테이블 따위처럼 자기가 필요해서 사용하는 도구처럼 생각하는 겁니다. 그 점에 대해 우리도 전혀 불만이 없고요.


에너지가 바닥나면 서점에서 책 쇼핑을 할 정도로 책을 좋아하지만, 실상 책은 잘 안 읽고 일기를 썼다 지웠다 한다는 이석원,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보다는 혼자 조용히 ‘멍 때리는’ 시간이 좋다는 이능룡, 자신을 닮은 아이를 낳으면 ‘목줄’을 채워야 한다는 전대정. 제멋대로인 세 남자는 서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대정) 형제나 다름없어요. 친형제처럼 서로의 모든 걸 다 알고 있고.

(능룡) 구체적으로 뭔지는 몰라도 눈빛을 보면 어떤 일이 있을 거다, 하는 느낌이 오죠.

(석원) 능룡이는 저를 늘 불안하게 생각해요. 제가 신나서 얘기하면 ‘형이 오늘은 또 어떤 주책을 떨까’ 하는 거죠.

(능룡) 서로 성격이 너무 달라요. 그런데 그렇게 달라서 함께할 수 있는 것 같아요.

5집에 미수록된 곡들을 모아 앨범을 낼 계획을 가지고 있는 이들은 해외활동을 위한 기반도 마련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 가운데 월요병 콘서트나 게릴라 콘서트를 통해 팬들을 꾸준히 찾는 노력 또한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란다. 언니네 이발관의 우울하면서도 나직한 목소리는 앞으로도 팬들의 마음을 조용히 움직일 것 같다.

사진 : 김선아
  • 2008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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