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선 교수의醫窓 -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현대인의 질병은 대부분 자신이 만드는 것이다. 암, 심혈관 질환, 당뇨 등은 모두 적절히 몸 관리를 해주면 예방할 수 있는 질병이다. 그런데 실제로 스스로를 조절하는 것은 몸이 아니라 정신이다. 환자에게 금연을 권하면 “머리를 많이 쓰는 직업이라 스트레스를 그대로 받느니 담배로 푸는 게 내 건강에 좋다. 내 몸은 내가 안다”라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맞는 말이다. 의사가 환자를 만날 때 환자들이 스스로 불편하다고 하는 증상 즉, 병력 청취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환자의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매스컴에서 듣는 소리에 스스로의 해석이 섞여 이상한 말을 만들어 오는 환자도 있지만, 환자가 말하는 증상을 짚어 가며 무엇이 문제인가를 밝혀 내는 것이 바로 의사가 하는 일이다. 이 과정에서 검사를 하고, 경과를 지켜보고, 약을 써보기도 한다.

문제는 환자가 자신의 몸이 보내는 신호를 그대로 받아들이면 좋은데, 그렇지 않은 데 있다. 우선 현대인은 과거 30~40년 동안 우리 조상들이 살아온 틀을 완전히 바꿔서 살고 있다. 과거에는 해가 뜨면 일어나고, 해가 지면 잤다. 즉 아침형 인간이었다. 요즘은 어떠한가? 밤늦게까지 컴퓨터 게임이니 사업상 모임으로 몸을 혹사하고, 깨어 있는 동안에는 쉬지 않고 먹으면서 담배나 술 같은 독을 뿌려 댄다. 머리도 위장도 혹사시키니 힘들 수밖에 없다.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하는데, 이런 표현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주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정신적인 스트레스 때문에 몸이 이상하다고만 생각하지, 실제로 내가 내 몸에 주는 스트레스는 모르는 것 같다. 사람들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느끼는 불안, 초조, 우울만을 생각하겠지만, 실제 우리 몸은 이 상황에서 맥박이나 호흡 수도 빨라지고, 호르몬 분비 등으로 몸의 균형을 맞추려고 안간힘을 쓴다.

몸이 쉬어 달라는 신호를 보내면 우선 몸에서 바라는 대로 쉬어 보자. 환자에게 쉬라고 하면 “내가 하는 일이 너무 중요해서”, “윗사람 눈치 보느라” 못 쉰다고 한다. 아픈 몸을 이끌고도 슈퍼맨처럼 일할 수 있도록 약을 달라는 것이다. 약으로 지친 몸을 무마하며 끌고 다니면, 결국 아무리 약을 써도 몸이 말을 듣지 않게 되고, 몸이 말을 안 들으면 매사 의욕이 없고 자신감을 잃게 되는 것이다.

자, 이제부터 몸이 하는 말에 귀 기울여 보자. 그리고 한번 몸이 전하는 신호에 맞추어 살아 보자. 우리 몸은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대 의대 가정의학교실 박민선 교수가 환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담아 ‘醫窓’을 연재합니다. 짧은 진료시간으로 의사와 환자가 충분히 소통하지 못하는 게 우리나라 병원 진료의 현실. 이 란은 잘못된 의학 상식에 휘둘리는 환자들에게 길 안내가 될 것입니다. 박민선 교수는 서울대 의대에서 가정의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현재 서울대학병원 가정의학과에서 환자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 2008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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