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ay's pick

magazine 인기기사

topp 인기기사

daily 인기기사

한국인이 좋아하는 로맨티시즘 피아니스트 이사오 사사키

제가 한국인처럼 보이나요?

장소협찬 : 카페 씬
“저도 이유를 잘 모르겠어요. 매니저한테는 절대 안 그러는데, 저는 한치도 의심하지 않고 한국 사람인 줄 알더라고요. 비행기를 탈 때도 식당에 갈 때도 모두들 제게는 그냥 한국어로 말을 시켜요.”

일본인 피아니스트 이사오 사사키. 섬세하게 건반을 두드리는 낭만적인 선율이 특징인 그의 음악은 우리나라에서도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의 음악은 FM 라디오의 인기 신청곡으로, 또 전지현이 등장하는 샴푸 광고나 영화 <봄날은 간다> 등 각종 CF와 드라마, 영화의 배경음악으로 등장하면서 한국인의 감성을 두드려 왔다. 일본인 취객을 구하다 숨진 고 이수현 씨를 위한 추모곡을 쓰는 등 그도 한국과의 인연을 각별하게 생각한다.

9월 2일 서울 충무아트홀에서 열린 콘서트를 앞두고 내한한 그를 종로 3가, 피아노가 있는 한 카페에서 만났다. 새 앨범 〈eternal promise〉의 발매를 기념하는 공연. 일본에 앞서 한국에서 먼저 발매된 이 앨범 제작을 위해 그는 한국인 해금 연주자 김애라, 색소포니스트 손성제, 첼리스트 허윤정 씨와 함께 작업을 했다. 콘서트에는 그의 절친한 친구인 피아니스트 이루마가 해군복을 입고 등장했고(군 복무 중이라 피아노 연주는 못했지만), 가수 양파도 특별 게스트로 출연했다.

마른 체구인 그는 외모나 분위기나 모두 외국인 같지 않아 일본어로 이야기하는 게 오히려 어색할 정도였다. 그 말을 하자 “저의 어떤 점이 그런가요? 모두들 그러는데, 이유를 잘 모르겠어요”라고 대답한다. 그런데 이야기를 나눌수록 ‘이 사람 정말 일본인 맞나?’하는 생각이 커질 정도로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옆에 있던 일본 세븐시즈뮤직의 켄지 아라이 상무는 그에 대해 “정말 솔직한 사람이다. 무슨 꿍꿍이나 속셈이 없고, 뭘 담아 두는 성격도 못 된다”고 평한다. 그의 음악이 한국인에게 호소력을 가지는 게 그와 한국인의 정서가 맞닿아 있기 때문 아닐까, 생각됐다.

9월 2일 충무아트홀에서 열린 공연에서 가수 양파와.
사람들과 어울려 술 마시는 것을 좋아하는 그는 스스로 ‘소주파’라고 말한다. 사람들을 집으로 청해 같이 마실 때도 있는데, 그때는 냉장고에 있는 재료를 꺼내 뚝딱뚝딱 안줏거리를 만들어 낸다고. 일본에서는 소주에 얼음이나 물을 타서 마시는데, 한국에 와서 참이슬을 마셔 보니 단맛이 강하더라고 한다. “한국의 소주는 매운 한국 음식과 잘 어울리는 것 같다”며, “가까운 시일 안에 김치 만들기에도 도전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요리는 하루 종일 피아노에 매달려 있는 그에게 기분 전환이 된다. 가스 불에 음식을 올려 놓고 피아노 연주를 할 때도 많다. 애잔하게 가슴을 울리는 그의 음악과 실제 모습이 많이 다른 것 같다고 하자 “술 마시면서 만났다면 ‘이 사람 정말 피아노 치는 사람 맞나’라고 생각했을 걸요?”라며 웃는다. 한국인 피아니스트 이루마와는 음악 이야기, 여자 친구 이야기를 흉허물 없이 나누는 술친구 사이다.


대학 중퇴하고 재즈 클럽에서 연주 시작

그가 피아노 앞으로 옮겨 가 앉았다. 주변이 조용해지고, 선율이 흘렀다. 어쩐지 슬퍼졌다. 그는 달라져 있었다. 그렇게 말하자 “피아노 앞에 앉으면 다른 스위치가 켜지는 것 같다. 진짜 나 자신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고 말한다. 어릴 적 형이 연주하는 바이올린 소리를 듣고 “나도 바이올린을 하고 싶다”고 해 시작한 음악. 바이올린ㆍ기타ㆍ플루트를 섭렵하다 피아노에 정착했다. 열아홉 살 때 피아노를 시작했으니 피아니스트로는 늦은 출발이었다.

“악보대로 연주하는 게 싫증 나 한때 록 음악에 끌렸어요. 그래서 기타를 연주했는데, 워낙 잘하는 친구들이 많아 못 쫓아가겠더라고요. 몽고메리의 음악을 들은 후 재즈에 이끌렸죠. 그냥 멋있었어요. 그래서 재즈 피아니스트가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음대에 들어가려고 1년 동안 피아노 연습을 했지만 낙방한 후 한 대학의 사회학과에 입학했다. 그러나 거의 학교에 가지 않았다. 대신 낮에는 피아노 연습을 하고 밤에는 재즈클럽, 카바레, 미군 캠프를 돌며 연주 아르바이트를 했다. “부모님이 음악 하는 것을 반대하셨는데, 밤이나 낮이나 나가 있으니 얼굴 마주 대할 시간이 없어 좋았다”고 한다.

1978년 그는 뉴욕으로 건너갔고, 그곳에서 만난 재즈 뮤지션 스즈키 밴드, 밥 모제스와 함께 활동했다. 1982년 일본으로 돌아온 그는 작곡으로 자신의 음악을 만들면서 계속 앨범을 발표하고 있다. 그 외 콘서트 연주, 영화ㆍ드라마ㆍ광고ㆍ무용 음악까지 활동 영역을 넓혀 왔다. 한국인이 특히 좋아하는 피아니스트인 그는 한국에서만도 10여 차례 콘서트를 열었다. 따뜻하고 서정적인 음악으로 ‘뉴 에이지 피아니스트’ ‘일본의 조지 윈스턴’이란 평을 듣는 그. 뉴 에이지 피아니스트란 말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저 스스로 뉴 에이지 음악가라고 한 적은 없습니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음악을 만들고 싶었는데, 그게 ‘뉴 에이지’란 트렌드와 맞아 그렇게 보였나 봅니다. 사람들이 제 음악을 들으면 편안해지고, 그래서 마음의 응어리를 풀어 주는 치유 효과도 있다고 하는데 그런 면에서 ‘뉴 에이지’란 이름을 붙여 준 것 같아요.”

그의 음악이 서정적이고 낭만적이라며 ‘로맨티시즘 피아니스트’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다. 실제 그는 클래식ㆍ재즈ㆍ뉴 에이지 등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자연스럽게 곡이 흘러나오는 대로 작곡한다고 한다. 두 소절 정도를 몇 주일째 붙들고 있기도 하고, 1시간 동안 단번에 긴 곡을 완성하기도 한다고. 켄지 씨는 “장난감을 쥐어 주면 놓지 않으려는 어린아이처럼 언제나 음악을 붙들고 있다”고 전한다. 술을 마시러 갔다가도 “신곡을 만들었는데, 어떤지 들어 볼래?” 하면서 키보드든 뭐든 건반만 보이면 연주하려 든다는 것. 무엇을 보든 감각이 굉장히 섬세하고 예민해 “이 사람은 정말 예술가구나” 감탄한다고 한다. 혼자 사는 그에 대해 켄지 씨는 “섬세하고, 요리도 잘하고 남편감으로 괜찮을 것 같죠? 사실은 아니에요. 여자보다 피아노를 더 좋아하거든요”라고 우스갯소리를 한다.

재즈의 본고장 미국에 건너가 그가 배운 게 있다면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정신과 즉흥성이었다고 한다. 자신의 음악을 굳이 어떤 장르 속에 넣으려 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 정통 재즈로 돌아가 4비트 음악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도 한다. 이번 음반을 제작하기 위해 만난 한국인 음악가들한테도 그는 이러저러하게 연주해 달라고 주문하지 않았다. “원하는 대로, 하고 싶은 대로 연주해 보라”고 스스로 생각하게 한 후 호흡을 맞췄다. 분위기가 어땠느냐고 묻자 “이 정도 나이가 되면 젊은 사람들을 보기만 해도 흐뭇하지요” 한다.

눈 뜨면 곡을 만들거나 연주하는, 음악이 생활이고 생활이 음악인 그. 그에게도 음악과 완전히 혼연일체가 되는 빛나는 순간은 드물게 찾아온다고 한다.

“1년에 한두 번? 콘서트 연주를 하면서 느낄 때가 있지요.” 이번 연주에서 그런 순간을 맛보기를 기원한다고 그에게 말했다.

사진 : 이창주
  • 2007년 10월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보내기
  • 목록
  • 프린트
나도 한마디
이름      비밀번호  
스팸방지 [필수입력] 그림의 영문, 숫자를 입력하세요.

더 볼만한 기사

10개더보기
상호 : ㈜조선뉴스프레스 / 등록번호 : 서울, 자00349 / 등록일자 : 2011년 7월 25일 / 제호 : 톱클래스 뉴스서비스 / 발행인 : ㈜조선뉴스프레스 이동한
편집인 : 이동한 / 발행소 : 서울시 마포구 상암산로 34, 13층(상암동, 디지털큐브빌딩) Tel : 02)724-6875(독자팀) / 발행일자 : 2017년 3월 29일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민희 / 통신판매신고번호 : 2015-서울마포-0073호 / 사업자등록번호 : 104-81-59006
Copyright ⓒ topclass.chosun.com All Rights Reserved.

조선뉴스프레스 | 광고안내 | 기사제보 | 독자센터 | 개인정보 취급방침 | 인터넷신문윤리강령 | 청소년보호정책 | 독자권익위원회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