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하나의 와인 | ⑩ 샤토 디켐(Chateau d'Yquem)

포도나무 한 그루에서 한 잔만 나오는 와인

세계적으로 와인 소비 성향이 점점 더 드라이한 쪽으로 옮겨 가고, 프렌치 패러독스 이후 레드 와인의 소비량이 늘어가고 있다. 화이트 와인은 생산에 비용이 많이 들어 경제성 면에서도 메리트가 없다. 하지만 소테른 지방의 달콤한 화이트 와인은 예외다. 이 와인은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으로 수요가 늘고 있다. 소테른 와인의 풍부한 맛과 품질을 경험하고 나면 빠져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프랑스 보르도시의 남동쪽 40km 부근에 위치한 소테른은 보르도 전체 와인 생산량의 2% 미만의 와인을 생산하는 작은 지역이다. 바로 이 지역에서 세계에서 가장 품질 좋은 화이트 와인이 생산된다. 늦가을 온화한 기후와 짙은 안개, 한낮의 뜨거운 햇빛 등의 자연 조건은 포도 알갱이에 보트리티스 시네리아라는 독특한 곰팡이를 생기게 한다. 이 곰팡이는 포도의 수분만을 섭취하여 당분을 농축하고, 높은 산도를 유지하면서 복잡하고 독특한 풍미를 발달시키는데, 이러한 현상을 노블 랏(noble rot)이라 한다. 곰팡이의 영향을 받은 포도 알갱이는 마치 병든 포도처럼 주름지고 쭈글쭈글한 건포도처럼 된다. 이 포도 알갱이를 수확하여 만든 와인은 달콤하면서도 다양한 풍미를 가진다. 이곳에서는 16~17세기부터 와인이 생산되기 시작했는데 18세기에 이르러 세계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샤토 디켐은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는, 세계에서 가장 품질 좋은 와인이다.

1593년 프랑스의 지방 귀족 가문인 자크 소바지가 지금 형태의 샤토와 포도밭을 형성하면서 샤토 디켐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약 200년 후인 1785년, 뤼르 살루스 가문과 혼인하면서 샤토 디켐은 살루스 가문이 경영하게 된다. 1999년 L.V.M.H(루이비통 모엣헤네시) 그룹에 대부분의 지분이 넘어가기 전까지 400년 동안 12대에 걸쳐 소바지와 살루스 가문에 의해 이어져 왔다.

보통의 와이너리가 포도나무 한 그루로 한 병의 와인을 생산하는 데 비해, 샤토 디켐은 포도나무 한 그루에서 오직 한 잔의 와인만을 생산한다. 포도 수확은 노블 랏이 잘 진행된 포도송이만을 선별해 6~8주간 최소 4~11번 일일이 사람 손으로 이루어진다. 발효 후 최소 3년~3년 6개월 이상 새 오크통에서 숙성시키고, 병입 전 마지막으로 최상의 와인만을 선별하는데 그해 작황에 따라서 20~80%만 병입이 허용된다. 작황이 좋지 않았던 1972년, 1974년, 1992년에는 전체 생산량 중 단 한 병도 샤토 디켐의 이름으로 출시하지 않았다.

평균 30년 이상 수령의 포도나무에서 세미용 80% 소비뇽 블랑 20%의 비율로 블렌딩하는데, 세미용은 풍부한 과일 향과 풍미를, 소비뇽 블랑은 신선함과 산도를 제공하며 복잡하고 훌륭한 조화를 이룬다.

소테른 와인은 화이트 와인으로는 1855년 그랑 크뤼 등급에 유일하게 들어갔으며, 샤토 디켐은 24개의 그랑 크뤼 와인 중 유일하게 프리미에 그랑 크뤼 슈페리에 등급을 받았다. 미국 3대 대통령인 토머스 제퍼슨은 샤토 디켐을 너무 사랑하여 만찬 때마다 내놓았고, 프랑스 주재관을 마치고 돌아와 미국 국무장관으로 재직할 때 조지 워싱턴 대통령에게 30박스를 선물했을 정도였다. 또 러시아 대공 콘스탄틴은 1859년 샤토 디켐을 방문하여 1847년산 샤토 디켐 1200병을 무려 2만 골드 프랑에 구입했다.

샤토 디켐은 산도와 당도가 높아 100년 이상 숙성 가능하다. 20~30년이 지나면 호박색을 띠기 시작하는데 이때부터 복잡한 풍미가 발달하기 시작한다. 잘 숙성된 샤토 디켐은 꿀ㆍ복숭아ㆍ살구ㆍ오렌지ㆍ사과ㆍ코코넛ㆍ열대과일 등 온갖 종류의 향이 발달한다. 해외 유명 옥션에서 100년 이상 된 빈티지가 수천 달러에서 수만 달러까지 높은 가격에 거래된다.

프랑스에서는 주로 아페리티프(식전주) 혹은 디저트 와인으로 많이 마시는데, 거위간(푸아그라), 블루 치즈, 생선 요리 등과 잘 어울린다. 국내에 수입된 샤토 디켐 가격은 빈티지와 용량에 따라서 30만 원대부터 100만 원대까지 매우 높은 편이다. 샤토 쉬뒤로, 샤토 리외섹, 샤토 클리망 등의 그랑 크뤼 소테른 와인은 10만~20만 원대에 구매할 수 있다.
  • 2007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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