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작가 고혜정 - 딸바라기 꽃 우리 엄마에게

어린 시절 고혜정 씨와 어머니.
엄마, <친정엄마> 공연이 앙코르 공연까지 성황리에 다 마쳤네.

늘 엄마의 기도 덕분인 거 잘 알아요.

<친정엄마> 공연 첫날, 엄마랑 나랑 나란히 앉아서 공연을 봤지.

엄마가 어찌나 서럽게 울던지 나는 진짜 죄인 된 기분이었어.

공연이 끝나고 엄마가 내게

“아가, 나는 다 잊고 살았다. 세월이 지난 게 다 잊은 줄 알았다. 새끼 키운 일이라 섭섭헌 거 없이 다 털었다. 근디 다시 이렇게 본게 진짜 서럽고 서운허다야. 그리도 헛세상 안 살었네. 우리 딸이 이렇게 엄마 맘 알아주니 나는 헛세상 안 살었네. 고맙다 잘난 딸” 하시는데 나 진짜 죽고 싶을 만큼 엄마에게 미안했어.

엄마가 왜 세상을 헛살아? 엄마의 희생이 우리를 키웠는데.

그래서 그 얘기가 책이 되고,

연극이 되어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감동하는데.

엄마는 좋은 엄마고 고마운 엄마야. 엄마를 생각하면 내가 늘 죄인이고 미안하지.

만날 ‘엄마 땜에 못 산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딸이 뭐가 그리 이쁘고 곱다고 반찬을 해서 고개가 비뚤어지도록 이고 오시고, 딸네 집에 오면 엉덩이 한 번 제대로 붙일 새 없이 앞뒤 베란다 청소부터 이불 빨래에 커튼까지 뜯어서 빨아 대고….

엄마, 나 이제 철드나 봐.

왜 이렇게 엄마 생각만 하면 눈물이 나냐?

엄마 땜에 못 산다고 노래를 부르고, 엄마처럼은 안 살겠다고 만날 소리 지르며

엄마 많이 속상하게 했는데….

이제야 엄마의 희생으로 인해 내가 잘난 척하며 살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엄마의 그 아낌없이 퍼준 사랑이 결국은 나를 있게 한 힘이라는 걸 알겠어. 자식들에게 엄마의 인생을 다 나눠 줘버려서 너무나 작게 느껴졌던 엄마의 인생이 결국은 모든 것을 다 가질 수 있는 행복한 인생임을 알게 되었고 너무 많은 일을 해서 지우개처럼 닳아 버려 작아진 엄마가 결국은 우리를 크게 했음을 알겠어.

엄마, 고마워요. 내 엄마여서 너무 고마워요.

엄마, 미안해요. 엄마 마음 몰라 주는 못난 딸이어서 미안해요.

다음 생에도 내 엄마로 살아 주면 안 될까? 난 엄마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아.

엄마는 늘 내게 못난 엄마여서 미안하다고, 나를 엄마 딸로 낳아서 미안하다고 하지만 나는 엄마 딸이어서 정말 행복해. 엄마가 늘 그랬지?

“너도 나중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꼭 너 같은 딸년 낳아서 키워 봐라.

그때는 이 에미 속 알 것이다.”

엄마, 그 말이 얼마나 큰 악담인 줄 알어?

난 나 같은 딸 잘 키울 자신 없는데…, 엄마처럼 그렇게 늘 퍼주며 사랑으로 다 감싸안고 말없이 희생하며 딸이 알아줄 때까지 기다려 줄 자신 없는데. 그건 우리 엄마, 당신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어요.

엄마, 사랑해요.
글쓴이 고혜정님은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 졸업 후 KBS 작가 공채로 데뷔 해 방송작가로 활동 중입니다. <슈퍼선데이> ‘금촌댁네 사람들’, <일요일 일요일 밤에> ‘TV 인생극장’, <코미디 세상만사> 등의 대본을 썼습니다. 작가의 친정엄마 이야기를 담은 책 《친정엄마》는 많은 호응을 얻어 고두심 주연 연극으로 공연됐습니다.
  • 2007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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