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소설로 한류 바람 일으키는 소설가 전민희

꿈꾸는 자유는 인간의 원초적 욕망이죠

“사람들이 판타지에 매료되는 건 꿈에 대한 인간의 원초적인 욕망 때문이에요. 인간은 숨을 쉬는 한 절대로 꿈꾸는 것을 포기할 줄 모르는 존재죠.”

판타지 소설가 전민희(31세). 국내 판타지 소설계의 간판스타인 그를 두고 혹자는 한국의 조앤 K.롤링이라고 부른다. 실제로 국내 판타지 소설 팬들 중에는 <해리포터>와 <반지의 제왕> 같은 서양 판타지가 인기를 끌기 이전에 이미 그의 작품을 통해 판타지 소설의 세계에 빠져든 경우가 많다.

전 씨의 처녀작인 <세월의 돌>은 1999년 출간되어 종로서적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등 폭발적 인기를 누렸던 작품. 이미 국내 판타지의 ‘그레이트 북’이 된 이 작품은 PC통신이 유행하던 시절 400만 회의 조회 수라는 전설적인 기록을 수립했던 판타지 독자들의 입문 필독서다. 현재 한류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룬의 아이들-윈터러> 편은 넥슨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인기 온라인게임 ‘테일즈위버’의 원작 소설. 친족 간에 벌어진 싸움으로 부모를 잃은 주인공 보리스가 전설의 검 ‘윈터러’에 의지해 살아가는 성장소설로 지금까지 30만 부 이상이 팔려 나갔다.

국내 판타지 소설 분야에서 경이적인 판매 기록을 보인 이 책은 지난해 일본에서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 64위까지 올라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게다가 지금까지 일본에서 판매되고 있는 동양문학 부문(일본 작가 제외) 1위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세계 3위권에 이르는 거대한 일본 서적 시장에서 한국 소설로는 그야말로 유례를 찾기 힘든 성과다. 권당 2000엔이 넘는 고가의 양장본으로 출간되었는데도 일본 네티즌의 입소문을 타고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고. 그의 소설은 대만과 홍콩, 중국에서도 번역돼 인기를 끌고 있다.

드라마 등 이제까지 한류 열풍의 주역이 된 콘텐츠들은 주로 일본 중장년층의 감수성에 호소해 왔다. 전 씨의 소설이 일본 젊은이들의 감성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힘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 온라인 게임‘테일즈위버’가 일본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에 시너지 효과를 냈다고 봐요. 사실 일본 대중소설을 많이 읽지 않아 독자들의 취향을 잘 모르는데, 일본 측 출판 담당자가 <룬의 아이들-윈터러>의 스토리 중 특히 결말 부분이 일본인의 감성과 놀랄 만큼 잘 맞는다고 하더라고요. 문화가 달라도 감수성만큼은 한국과 일본이 아주 동떨어져 있지 않다는 걸 알았어요.”

장르 소설들은 대개 반짝하고 마는 것이 보통인데 전 씨의 소설은 어인 일인지 시간이 지날수록 판매 부수가 늘어나기 바쁘다. 출간 당시 주로 학생이었던 독자층이 사회인이 되면서 더 넓은 층으로 퍼져 나가기 때문. 전 씨는 “판타지 소설은 한 시대에만 어울리는 이야기가 아니라 보편적인 시대를 아우를 수 있는 주제를 다루기 때문에 매력적”이라고 설명한다. 전 씨의 작품은 다양한 캐릭터들이 살아있고 복선과 메타포가 흥미진진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2002년 가을인가, 교보문고에서 판타지 작가로서는 처음으로 단독 사인회를 했어요.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이었는데 우산을 쓴 사람들의 행렬이 건물 주변을 에워쌀 정도로 줄이 길었죠. 1시간 예정이었던 팬 사인회가 3시간이 넘게 걸렸으니까요. 작품 속에 빠져있다 보면 사람들의 반응은 살피지 못했는데, 이때 사람들이 판타지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피부로 느꼈죠. 어깨가 무거워요.”


초등학교 때부터 소설 쓴 작가 지망생

전 씨는 1997년 봄 건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후 지금까지 줄곧 전업 작가의 길을 걸었다. 1998년 <세월의 돌> 10권을 끝낸 후 1999년에 5권짜리 <태양의 탑>을 냈고 2001년에 〈룬의 아이들 - 원터러〉 편 7권을 냈다. 현재 8권 완결 예정인 <룬의 아이들 - 데모닉> 편을 6권까지 쓴 상태. 여기에 <세월의 돌> 개정판도 4권까지 냈으니 10년 동안 30권이 넘는 책을 쓴 셈이다. 대학 시절 PC통신 판타지 동호회에서 만나 결혼한 남편은 그의 열혈 팬이자 가장 든든한 후원자다. 어려서부터 환상의 세계에 이끌린 전 씨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처음으로 단편을 썼다고 한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좋아하던 선생님이 있었어요. 이 선생님이라면 내 작품을 이해해 주지 않을까 싶어 원고지에 정성스레 써서 교무실 선생님 책상 고무판 밑에 몰래 넣어 두었죠. 제가 수줍음이 무척 많았거든요. 그러고는 선생님 반응을 기다렸는데 며칠이 지나도 아무 말씀이 없지 뭐예요. 당시로선 큰 충격이었어요. 정말 못 보신 걸까요? 아니면 그냥 무관심이었을까요? 지금도 궁금해요.”

당시 크나큰 실망으로 한동안 절필(?)의 위기를 겪었지만 그는 상상의 날개를 접지 않았다. 전 씨가 어릴 적부터 글을 쓰게 된 데는 삼촌의 영향이 컸다. 대학생 삼촌은 틈만 나면 조카들을 앉혀놓고 작문 수업을 했다. 마당에 꽃이 피면 꽃을 주제로, 비가 오면 비를 주제로, 하늘이 맑은 날엔 하늘을 소재로 글을 쓰게 했다. 처음엔 뭘 써야 할지 몰라 막막했는데 하얀 원고지 위에 글을 채워 나가는 연습을 반복하다 보니 나중엔 술술 써 내려가게 되었다고.

“삼촌은 어느 날 시집을 들고 와 시를 외우게 했어요. ‘열 번만 반복해서 읽으면 저절로 외워진다’는 거예요. 신기하게도 그렇게 하니까 정말 외워지더라고요. 신이 나서 자꾸 외웠던 기억이 나요.”

그렇게 처음 외운 시가 김소월의 <산유화>다. 중고등학교 시절에도 꾸준히 글을 써서 고등학교 때에는 열댓 개의 소설을 한꺼번에 써나가기도 했다. 그의 소설은 친구들이 돌려 볼 정도로 반응이 좋았고 독자(?)들의 인기에 부흥하려 그는 언제나 최대한 재미있는 소재를 잡아 썼다.

“가방에 늘 진행 중인 소설 노트를 가득 담고 다니면서 친구들에게 보여 주었어요. 어떤 친구는 A라는 소설이 재미있다고 하고, 또 어떤 친구는 B라는 소설이 훨씬 좋다고 하고 반응이 제각각이었죠. 스토리를 이렇게 바꿔보면 어떠냐고 제안을 하는 친구도 있었고요. 그때부터 이렇게도 써보고 저렇게도 써보고 하니 자연스럽게 대중에게 어필하는 법을 감각적으로 익힌 것 같아요.”

전 씨는 판타지 소설에는 “국적과 관계없이 호소력을 가질 수 있는 ‘무엇’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한 발짝만 잘못 디디면 진부하게 되어 버리는 그것을 잘만 만들 수 있다면 바로 세계적인 것이 될 수 있다고. 그‘무엇’을 그가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게 틀림없다.

“흔히 판타지 소설 하면 작가가 머릿속에서 다 상상해 낸다고 생각하지만 엄청난 양의 자료조사와 연구가 밑바탕이 되어야 해요. 현실에는 없는 어떤 도시를 배경으로 하려면 인류의 도시문화와 패턴에 대해 조사를 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야 하죠.

전 씨는 특히 고대문명에 관심이 많다. 역사와 문화, 신화 등을 비롯하여 최근 철학의 신조류까지 섭렵한 지식광인 그의 집은 서서히 자료 창고로 변해가고 있는 중이다.

고양이를 친구 삼아 두문불출 집에서 작업하는 그는 현재 후속작 <룬의 아이들-데모닉> 편 7권과 <세월의 돌> 개정판 5권을 동시 집필하고 있다. 올해가 가기 전에 둘 다 세상의 빛을 볼 수 있을 게다.

사진 : 이창주
  • 2006년 09월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보내기
  • 목록
  • 프린트
나도 한마디
이름      비밀번호  
스팸방지 [필수입력] 그림의 영문, 숫자를 입력하세요.

today's pick

magazine 인기기사

topp 인기기사

daily 인기기사

더 볼만한 기사

10개더보기
상호 : ㈜조선뉴스프레스 / 등록번호 : 서울, 자00349 / 등록일자 : 2011년 7월 25일 / 제호 : 톱클래스 뉴스서비스 / 발행인 : ㈜조선뉴스프레스 이동한
편집인 : 이동한 / 발행소 : 서울시 마포구 상암산로 34, 13층(상암동, 디지털큐브빌딩) Tel : 02)724-6875(독자팀) / 발행일자 : 2017년 3월 29일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민희 / 통신판매신고번호 : 2015-서울마포-0073호 / 사업자등록번호 : 104-81-59006
Copyright ⓒ topclass.chosun.com All Rights Reserved.

조선뉴스프레스 | 광고안내 | 기사제보 | 독자센터 | 개인정보 취급방침 | 인터넷신문윤리강령 | 청소년보호정책 | 독자권익위원회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