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의 수필| 인생의 비밀

글 공병호 공병호 경영연구소장

글쓴이 공병호님은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경영 컨설턴트다. 인티즌 대표를 거쳐 2001년 ‘공병호 경영연구소’를 개설한 후 강연, 방송활동, 경영 컨설팅 등의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베스트셀러 《10년 후 한국》을 비롯한 많은 저서를 출간했다.
얼마 전,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했을 때 진행자가 필자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예전에는 시골이나 가난한 집안 출신들도 좋은 학교를 나오는 경우가 많지 않았습니까? 그러나 지금은 부자 부모를 만난 사람이 좋은 대학을 들어갈 확률이 높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는 행운을 갖지 못한 사람들에게 한 말씀 부탁합니다.”

이런 질문이 조금도 낯설지 않을 만큼 언제부턴가 ‘기득권’이란 단어가 일상어가 되었고, 기득권층을 적대시하는 분위기도 어렵지 않게 감지된다.

물론 좋은 부모 밑에서 태어나면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세상을 살다 보면 좋은 환경에서 받은 교육만이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 언제나 맞는 말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잘살아야겠다는 의지나 의욕이다.

필자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나에게 유복한 가정에서 나고 자랐을 거라는 말을 많이 한다. 그러나 나의 어린 시절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수산업을 하시던 아버지의 삶이란 게 항상 아슬아슬했으니까.

우리 고향엔 산물이 풍부했고, 유복한 집안이 많았다. 그런 집안의 자녀들은 일찍부터 서울로 유학을 갔고, 소위 말하는 명문학교에도 진학했다. 그러나 한 시절 잘나가는 것으로 보였던 친구들의 현주소는 결코 밝지 못하다. 1980년대 초반, 검정색 세단을 몰고 고향 땅을 휘젓고 다니던 친구들 대부분은 집안 재산을 제대로 유지하지 못했다. 부모가 돌아가시기도 전에 모든 것을 잃은 경우도 있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들은 삶에서 반드시 필요하다고 할 수 있는 야성(野性)을 배울 만한 기회를 갖지 못했다. 유복한 집안에서도 억지로 야성을 가르칠 수 있지만, 그건 정말 억지로일 뿐이다. 유복한 집안 출신들은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야성’이라는 본능을 잃은 탓에 어려움이 닥쳤을 때 쉽게 허물어지는 약점을 가지고 있다.

생(生)은 길고 오묘하다. 그것은 일견 불공평한 것으로 가득 차 있는 것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오히려 공평하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된다. 그러니,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지 못하고 좋은 교육을 받지 못한다 해도 실망할 필요는 없다. 스스로 삶을 만들어 간다는 당찬 각오로 최선을 다한다면 큰 성공까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정도까지는 오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언젠가 읽은 황주리 씨의 에세이집 《세월》에서 유복한 가정 출신 작가의 눈으로 본 세상은 이랬다.

한꺼번에 많은 것을 물려받는 것이 축복이 아니라 불행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그래서 나는 어린 시절 부모님이 내게 해 주었던, “돈은 스스로 벌어서 써 봐야 한다”는 말씀을 가슴속에 품은 채 살고 있다.
세상만사 마음먹기에 달려 있고, 자기 하기에 달려 있다. 제발 부모나 지나온 시간, 운명 같은 것을 탓하지 말자. 자기 인생은 스스로 만든다는 생각을 가지고 살자. 나는 내 자신의 삶을 통해서 ‘스스로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최고의 행복임을 깨달았다. 스스로 개척하는 삶, 이것이 어느덧 나의 생활철학이 되었다.
타인에게 책임을 돌리고 사회구조를 비난하는 데서는 인생의 정답을 얻어 낼 수 없다. 우리 모두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내가 어떻게 해야 되는가? 이런 질문을 던져 보자. ■
  • 2005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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