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의건의 명품 다시 보기 ① 이브 생 로랑

뼛속부터 정경부인의 자태를 지닌 진짜 명품 브랜드

글 황의건 오피스h 대표

글쓴이 황의건님은 호주 메쿼리 대학 졸업 후 현재 패션 전문 홍보 대행사 오피스h 대표로 있다.
2002년 1월 은퇴를 발표한 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Yves Saint Laurent).
이브 생 로랑, 1936년에 태어난 이 프랑스 남자는 우리에게 진정한 명품의 세계를 열어 준 사람이다. 그는 1966년에 이브 생 로랑 리브 고시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이브 생 로랑이 수많은 디자이너들 가운데 뛰어나다고 인정받는 가장 큰 이유는 맞춤복 감각을 저렴한 가격의 기성복에 충실히 담아냈다는 데 있다. 진정한 명품 브랜드는 트렌드를 좇아 조급히 그 모양새를 바꾸지 않으며, 자신만의 고유한 정신을 굳건히 지키는 지조가 있다.

2004년 3월, 톰 포드의 뒤를 잇는 새로운 디자이너 스테파노 필라티를 영입한 이브 생 로랑의 CEO 마크 리는 이렇게 말했다.

“이브 생 로랑은 세계적인 프랑스 브랜드로서, 이브 생 로랑의 디자이너는 단지 재능과 창의성뿐만 아니라 이브 생 로랑의 소중한 전통과 스타일을 잘 이해하고 감상할 수 있는 능력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스테파노는 그 이상의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오로지 이브 생 로랑에서만 일할 것을 약속했다. 스테파노와 함께 일함으로써 이브 생 로랑을 더욱 번창시킬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에 새로 영입된 디자이너 스테파노 필라티는 “디자이너라면 모두 꿈꿔 볼 만한 중책을 맡게 되어 영광으로 생각한다. 이브 생 로랑의 전통을 이어서 미래를 만들어 갈 기회를 갖게 되어 더욱 기쁘다”고 답했다.

브랜드 초기의 정신과 전통을 더없이 소중히 계승하고자 하는 최고경영자와 신예 디자이너의 기꺼운 화답이었다. 바로 여기서 여타 유명 브랜드들과는 다른 이브 생 로랑의 고고한 품위와 면모를 엿볼 수 있다.

2005 FW컬렉션에 출품한 이브 생 로랑의 추동복. 이브 생 로랑은 전통적 스타일을 중시하는 제품들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우리가 명품 브랜드라고 부르는 것에는 몇 가지 중요한 요소가 내포되어 있다. 장인정신과 탁월한 기술력, 브랜드 오리지낼러티가 바로 그것이다. 이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그 정신을 이어가고자 하는 의지에 있다.

여러 브랜드들이 더 많은 고객층을 확보하고 경쟁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상업주의의 길로 들어서고 있는 추세다. 요즘 같은 시대에 이브 생 로랑을 이끌어 가는 이들의 우아한 사고방식이야말로 진정한 명품 브랜드의 면모라고 본다.

세계 패션계가 인수 합병의 물결에 휩싸였던 1990년대 말 이브 생 로랑은 이탈리아 구찌그룹에 합병됐다. 톰 포드로 디자이너가 바뀐 이브 생 로랑은 쇠락해 가는 브랜드에 다시 한 번 날개를 달게 되었다. 브랜드 고유의 클래식한 전통에, 대중을 사로잡는 데 능수능란한 디자이너 톰 포드의 감각이 더해져 전에 없던 새로운 이브 생 로랑이 탄생한 것이다.

물론 일각에서는 변신한 이브 생 로랑의 행보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섹시함의 대명사 구찌를 이끄는 톰 포드의 스타일이 너무 강해 ‘제2의 구찌’가 아니냐는 비난을 사기도 했던 것. 이런 우려는 2004년 스테파노 필라티가 새로운 수석디자이너로 영입되면서 점차 잦아들었다. 무엇보다 이브 생 로랑의 전통적 스타일을 고수하는 컬렉션을 잇달아 선보이며 예전의 고고한 우아함을 되찾아 가고 있기 때문이다.

“여자가 아름답기 위해 필요한 것은 블랙 스웨터 한 장과 블랙 스커트, 그리고 옆에 사랑하는 남자 하나가 전부”라는 이브 생 로랑의 말은 지나친 레이블과 화려한 디테일에 속고 있는 우리들에게 패션과 명품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 주는 명언이다. ■
  • 2005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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