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강의 자동차 경주대회 ‘포뮬러 1’|시속 350km의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

경주 끝나면 드라이버 몸무게 3㎏ 빠져

● 올해 F1에서는 프랑스 르노가 페라리를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두 대의 자동차가 신호 대기 앞에 서 있기만 해도 서로 먼저 달리겠다는 경쟁심을 느낀다고 한다. 자동차가 세계를 움직인 여러 발명품처럼 단순히 운송 수단에 그쳤다면 오늘날 세계 최대 규모의 산업으로 발전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자동차는 운송 수단에 머물지 않고 ‘달리는 즐거움’(Fun to Drive)이라는 사람의 감성을 자극한다. 그래서 ‘오토모빌’이 됐다. 이런 달리는 즐거움을 산업으로 연결한 것이 바로 포뮬러 1(F1)이다.

필자는 2003년, 2004년 일본 수주카 경기와 지난 7월 3일 프랑스 마니쿠어 서킷에서 열렸던 F1 레이스를 지켜봤다. 올해 대회에서는 예상을 뒤엎고 르노가 1위를 차지했다. 르노가 올해 페라리를 누리고 1위를 차지한 것은 개정된 F1 룰의 덕택이다.

F1을 주관하는 국제자동차연맹(FIA)은 올 초 예선전을 포함, 한 대회를 치르는 동안 타이어의 심각한 손상이 아니면 타이어를 바꾸지 못하게 룰을 개정했다. 올해부터는 견고한 타이어를 사용하는 팀이 유리해진 것이다. 페라리는 뛰어난 엔진을 바탕으로 급가속과 코너링으로 승부를 걸어 왔다. 따라서 마모가 심해 자주 타이어를 갈아야 한다. 페라리는 브리지스톤 타이어를, 르노는 미쉐린 타이어를 쓴다. 상대적으로 미쉐린 타이어가 바뀐 룰에 적합하다는 평을 받았다.

또 한 가지는 지난해 하나의 엔진으로 한 번만 경주를 한 데 비해 올해는 엔진 하나로 두 경기를 치르게 했다. 엔진의 파워보다 내구성에 포인트를 맞춘 것이다. 예선전을 치르고 엔진을 바꾸면 출발 때 10등 뒤로 밀리는 페널티를 받게 된다.

● 르노의 페르디난도 알롱소가 1위를 달리고 있는 모습. 페라리의 전설적인 파일럿 미하엘 슈마허는 3위에 그쳤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위를 기록한 페라리와 바-혼다가 초반 하위권으로 떨어지는 이변이 나기도 했다. 결국 개정된 룰은 페라리의 독주에 제동을 걸어 F1의 인기를 만회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페라리의 부진은 드라이버나 차량 문제보다는 바뀐 룰에 따른 타이어의 적응력이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F1의 경제 효과는 연간 40조∼50조 원으로 추산된다. 월드컵 축구 다음가는 세계적인 스포츠다. 축구가 선곂컨澎?가리지 않고 인기라면, F1은 철저히 유럽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스포츠다. 따라서 선진국 시장을 공략하는 필수 마케팅의 하나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국내에선 한진이 르노팀 스폰서중 하나다. 삼성전자, LG전자도 틈틈이 F1 스폰서를 준비하고 있다.

페라리, 알파로메오, 메르세데스 벤츠, 로터스, 포드, BMW, 르노, 혼다 등 선진 자동차 업체들은 F1의 성공을 통해 오늘날의 명성과 기술을 확보했다. 자동차 업체로는 후발 주자였지만 F1을 통해 세계적인 자동차 업체로 올라선 회사가 프랑스의 르노와 일본의 혼다다. 두 회사는 세계 자동차 업체의 메이저 플레이어는 아니었지만 F1을 통해 성능을 인정받고 ‘강한 엔진을 만드는 회사’라는 평을 받았다. 아직까지 한국의 현대겚蓚팃榻? F1은커녕 아래급 대회인 F3에도 명함조차 내밀지 못하고 있다.

● 우승을 차지한 르노팀의 알롱소가 피트(타이어를 갈고 차를 정비하는 곳)에서 차를 점검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세계 자동차 업체 가운데 최고의 이익을 내는 도요타는 포뮬러 1에선 햇병아리다. 워낙 비용 절감에 신경을 쓰다 보니 매년 수천억 원을 쏟아 부어야 하는 F1에는 한참 늦은 2002년에야 발을 내밀었다.

F1의 스타는 혼다였다. 혼다는 자동차 산업에 뛰어든 1963년 바로 다음 해 F1에 진출했다. 그리고 1965년 기적 같은 첫 우승을 차지했다. 1968년까지 계속 참가하다 중단한 뒤 1983년 다시 시작했다. 이때가 혼다의 전성기다. 1986년부터 1991년까지 세냐 선수가 혼다 엔진을 단 F1 머신으로 5년 연속 우승 기록을 만들었다.

그 이후 바통은 르노가 이어받아 1990년대 중반까지 자동차 제조업체 부문에서 6연패를 기록했다. 2000년대 들어선 페라리의 독주다. 지난해까지 드라이버 6연패, 제조업체 7연패라는 대기록을 일궈 냈다.

F1이란?
올해 19개국을 돌며 19개 경기를 치른다. 경기는 200여 개 국가에 방송된다. F1은 두 개의 챔피언십을 놓고 싸운다. 최고의 레이서를 뽑는 ‘드라이버스 챔피언십’과 자동차 제조업체 분야의 ‘컨스트럭서 챔피언십’이 있다. 승리를 위한 조건은 레이싱 서킷 코너를 가장 단거리로 효율 좋게 달려야 한다. 거기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무수한 기어 변속이 수반되며, 액셀러레이터의 가감 조절, 그리고 브레이킹 등에서 단 한 번의 실수도 없어야 한다. 경기를 끝내고 나면 선수들은 약 3kg의 체중이 빠진다고 한다.


F1 머신은?
각국에서 열리던 자동차 경기를 1930년대에 배기량, 차량 중량, 사용하는 연료의 양 등을 제한, 같은 조건하에서 경주를 하게 했다. 그래서 규정이라는 의미의 ‘포뮬러’라는 말을 사용한다. F1 머신은 운전석 덮개가 없고 차체가 낮으며, 바퀴가 차체 밖으로 튀어나온 경주 전용차다.

현재 배기량 3000cc 미만에 V10(10기통 이하) 엔진을 사용한다. 터보차저는 사용할 수 없다. 차량 중량은 최소 600kg(드라이버 포함)을 넘어야 한다. 엔진 최고출력은 보통 900마력이 넘고, 경기 중 최고속도는 시속 350km가 넘는다. 참가 팀은 페라리를 비롯

하여, BMW-윌리엄스, 맥라렌-메르세데스, 르노, 윌리엄스-BMW, 조단-도요타, 바-혼다, 도요타 등 10여 개 팀이다. 팀 명칭에 두 개의 이름이 붙은 경우는 앞이 차체를, 뒤가 엔진을 만드는 회사 이름이다. 바-혼다의 경우 영국 ‘바’사가 차체를, 혼다가 엔진을 제조한다.

F1 경기 룰
F1 경기는 사흘에 걸쳐 열린다. 첫날은 연습일, 이틀째는 오후가 공식 예선이다. 혼자서 서킷을 돌아 가장 빠른 시간을 재는 예선 성적에 따라 결승전 출발 순서가 결정된다. 레이스 중 대형 사고가 발생하면 세이프티 카가 경기 흐름을 통제한다. 물론 비가 와도 레이스는 계속한다.■
  • 2005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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