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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흔 살 노인의 발레 도전기

화제의 웹툰 - 나빌레라

인생의 절반은 새로운 것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늙음이 시작되면 그 모든 것에서 천천히 멀어진다. 늙음은… 버거운 것 앞에서 쉽게 굴복하게 된다. 아니, 굴복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이겠지. 그래도, 늙었다고 해서 쉽사리 받아들이고 싶진 않아.
- 《나빌레라》 중에서
전 세계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는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의 최고 명대사는 “발라모굴리스”다. ‘모든 사람은 반드시 죽는다’라는 뜻이다. 사람이면 누구나 다 아는 그 얘기가 무슨 명대사씩이나 될 수 있을까 싶지만 용을 타고 하늘을 날며 세상을 지배하는 절대 권력자도, 하수도도 없는 빈민가에 사는 백성도 죽음 앞에서 예외 없이 평등했다. 누구나 태어나는 순간부터 하루하루 죽음에 가까워진다. 주인공도 예외는 아니다. 《나빌레라》 역시 공평하게 찾아오는 죽음을 짊어진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다.

생의 시작부터 얼마간은 새로운 것에 익숙해지기 위한 삶을 산다. 하지만 늙음이 시작되면 시간을 들여 익숙해진 것들을 떠나보내거나, 더 이상 전과 같지 않음을 받아들이는 삶을 산다. 《나빌레라》의 주인공인 일흔 살 할아버지, 심덕춘의 생각이다. 그러나 ‘순리’라는 단어로 포장된 이런 생각에 더 이상은 져줄 마음이 없다. 인터넷으로 유니타드(무용수가 입는, 상하의 레깅스가 붙어 있는 의상)를 주문한다. 가족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그는 마음먹고 큰 소리로 각오를 말한다. “발레를 하겠노라”고. 예상이 되는가? 부인은 망측해하고 자식들은 등산이나 게이트볼을 하라고 뜯어말린다. 손녀는 동네 사람들 다 아는데 창피하다고 이사 가자고 한다. 누군가 “하고 싶은 건 하시라”고 작은 목소리로 말하지만, “다른 것도 많은데 하필 발레냐”는 다수의 큰 목소리에 묻혀버린다. 시작은 이랬지만 덕춘 할아버지의 발레 선언은 곧 실행에 옮겨지고, 다시 ‘발레’라는 낯설고 새로운 것에 익숙해지기 위한 청춘의 계단을 밟게 된다.


덕춘 할아버지가 찾은 발레 스튜디오에는 아직 세상에 익숙해질 것이 더 많은 젊음들로 가득하다. 그에게 발레의 기초를 가르치는 선생으로 낙점된 청년인 ‘이채록’도 그중 하나다. 야구나 수영, 축구를 했던 그는 발레리나였던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신 뒤 발레의 세계에 입문한 4년 차 무용수다. 어머니께 재능과 체형을 물려받은 덕일까, 스튜디오의 누구보다도 눈부신 존재다. 그러나 덕춘이 선망의 눈길로 바라보는 채록에게도 고민은 있다.


채록은 덕춘이 아무리 원해도 다시 가질 수 없는 젊고 건강하며 기능적으로 움직이는 몸에 실력까지 갖췄지만, 유일하게 남은 가족인 아버지에게조차 “정말 좋아해서 발레를 계속하고 싶다”는 말을 하지 못한다. 덕춘은 이제껏 누려온 안락함을 포기해서라도 발레에 더 가깝게 다가서고 싶지만 여전히 든든한 지지도, 어릴 적부터 품어온 발레의 꿈을 펼칠 육체도 얻지 못한다.


《나빌레라》는 전혀 다른 두 사람을 친구가 되도록 만든다. 인생의 황혼기에 편견에 맞서 발레를 하려는 노인과 인생의 전성기에 이미 발레를 만났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중심을 잡지 못하는 청년을. 처음에 청년은 노인을 괴팍하다거나, ‘꼰대’ 같다고 생각했고 노인은 그저 실력자를 동경했지만 곧 그가 안고 있는 어둠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그들 각자가 지닌 고민은 달라 보이지만, 결국 답은 한 가지다. 내가 마음먹고 결심하면 주위 환경은 가능한 한 도와주니 더 확실하게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는 것. 너무 낭만적인 소리로 들리기도 한다. 뭐, 그렇긴 하다. 취직 걱정이나 등록금 걱정같이 삶에 닥쳐온 현실 문제 앞에서 ‘간절히 바라면 온 우주가 나서서 돕는다’ 같은 뜬소리를 한 것 같기도 해 머쓱해진다. 하지만 어떤 순간이든 꿈이 있다면 접어버리지 말자고, 언제고 기회만 되면 큰 소리로 하겠노라 선언해버리라고 《나빌레라》는 전한다. 바로 거기에서부터 시작하라고 말한다. 뼈가 굳고 근육이 빠진 일흔의 노인이 발레에 도전한다. 그 이상의 메시지가 어디 있을까?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HUN 작가 특유의 따스하고 인간미 넘치는 스토리가 보다 널리 읽히길 바란다.

스토리 : HUN · 그림 : 지민 / 다음웹툰 화요일 연재
  • 2017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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