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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

배우 박정민의 ‘언희(言喜)’

방콕입니다. “어이구 인간아, 너도 너다. 언제까지 그렇게 방구석에만 처박혀 있을래 쯧쯧” 하신다면 나 진짜 방콕이라니까. 그래 덥고 습한 데 거기. 아니 아니, 우리 집 말고. 이 XX가.

재충전의 시간을 갖고자 놀러 왔습니다. 너무 충전해서 이미 몸은 100프로가 된 지 오래, 보조 배터리 충전의 기간입니다. 그러한 의미로 마사지 천국 이곳 방콕에서 1일 3마사지 받는 중입니다. 몸이 액체류가 되어버려 비행기에 반입 안 될 듯. 그럼 난 내일 또 3마사지 받아야지.

태국 여행은 처음입니다. 방콕에서 실종되면 그 사람은 찾을 수 없다는 〈행오버2〉의 대사를 듣고 심히 고민을 하다가 ‘그래, 실종도 경험이지 뭐. 어차피 이번 생은 망했으니 다음 생을 기대하자’는 마음으로 훌쩍 떠나왔습니다. 와보니, 역시나 이곳도 사람 사는 동네입니다. 치안도 괜찮고, 사람들도 꽤나 친절합니다. 물론 실종되면 영영 돌아올 수 없을 것만 같은 뒷골목도 간혹 보입니다. 괜찮습니다. 난 대한민국 육군 병장 만기 전역인데다 심지어 복싱을 했으니까 날쌔게 원투를 때린 뒤 위빙 후에 옆구리에 훅을 집어넣고 금이빨 빼고 다 씹어 먹으면 됩니다. 하지만 그런 유혈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눈을 깔고 다니면 더 좋습니다.

어제는 한껏 부푼 마음으로 툭툭이를 타고 카오산 로드로 갔습니다. 폭우가 내렸습니다. 어떤 건물의 처마 밑에 들어가 쭈그리고 앉아 길거리에서 파는 팟타이를 먹었습니다. 배우 신정근 선배님을 닮은 아저씨가 팟타이를 만들다 말고 내게 다가와 “딜리시어스? 와이 크라잉”이라고 묻습니다. “베리 굿. 앤 잇 이스 낫 티어스, 저스트 레인.” 신정근 아저씨는 미소를 지었습니다. 뭔가 무시당하는 느낌을 받았지만 신정근 선배님처럼 복싱을 했을까 봐 호기롭게 눈을 깔았습니다. 팟타이를 다 먹고 난 뒤에 폭우를 뚫고 뿌빳뽕 커리를 먹으러 갔습니다. 재충전은 뭐니뭐니 해도 먹방 아닌가요. 땡모반이라 불리는 수박주스를 곁들여 뿌빳뽕을 깔끔하게 완뽕하고 또 다시 마사지를 받으러 갔지요. 마사지를 받은 뒤엔 또 신정근표 팟타이를 먹었지요. 어디선가 마음의 소리가 들리지요.

‘이 XX는 홍대에서도 할 수 있는 걸 태국까지 가서 하고 앉아 있네.’

카오산 로드의 풍경과 정서에 대해서 말씀드리자면, 외국인이 많았고, 팟타이랑 뿌빳뽕 커리랑 땡모반, 신정근… 방콕에 오시면 절대 저처럼은 놀지 마세요. 남는 건 복부에 가득 찬 태국 지방뿐입니다.

저녁에는 마사지를 받고 거의 문어같이 되어버린 뒤 숙소 근처를 걸어다녔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걸, 한 여자가 제게 다가옵니다. 내 콧평수가 이 나라에선 이상한 것이 아니구나, 깨닫는 순간 여자가 말합니다. “어빵.” 그래 내가 이 나라에서 먹어주는구나, 생각하는 순간 여자가 또 말합니다. “코리안 핸섬 어빵.” 더 해보라고 미소를 지어 보였습니다. “유 룩 라익 이미노.” 제가 답했습니다. “오 마이 갓. 이미노 이스 마이 프렌드 어퍼스트로피 에스 프렌드!”(이미노씨 죄송합니다.) 그랬더니 여자가 배를 잡고 웃습니다. 무시당한 것 같습니다. 좀 더 대화를 해보니 (이런 매체에서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만) 길거리의 직업 여성이었고, 그녀와 저는 제 갈 길을 갔습니다.

분명 이 글을 보시는 분 중에 ‘넌 일이 없지만 난 일이 있어서 못 가’라거나 ‘넌 돈이 있지만 난 돈이 없어서 못 가’라든가 ‘넌 잘생겼지만 난 못생겨서 못 가’ 등의 생각을 하시는 분들이 계실 겁니다. 그 상황들을 모두 이해하지만 저 또한 일이 있고 돈이 없고 못생겼습니다. 무슨 일이 있냐고요? 그런 게 있어. 옆구리에 훅 집어넣기 전에 조용히 해, 아무튼.

그래도 떠나보시길 권합니다. 어렵게 어렵게 여유를 조금이나마 만들어서라도 홀로 혹은 좋아하는 사람들과 잠시 떠나 이것저것 겪어보는 게 인생을 길게 봤을 때 남는 게 아닐까 합니다. 물론 위험한 데 갔다가 인생이 급격히 짧아질 수도 있겠지만 경험만큼 세상에 값진 것이 있을까 합니다. 저는 그렇더라고요. 훗날 내 자식과 함께 다시 와서 “덕팔아, 여기가 예전에 아빠가 깨부순 무에타이 도장이란다. 너도 사내니 꼭 한 번 깨부숴보길 바란다” 식의 이야기도 한번 해보고 싶고 그렇더라는 겁니다. 그리고 이렇게 가끔씩이나마 돌아다녀보니 그곳에서의 경험, 사고, 인연들이 살아가면서 참 원동력이 되더군요. 하다못해 친구들에게 “야, 내가 저번에 홍콩에서 친구네 집에 갔는데 친구는 없고 누나만 있는 거야. 근데 누나가 문을 열고 샤워를 하고 있더라고, 그래서 내가 슬금슬금 가서…” 등의 허풍이라도 한번 쳐볼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꼭 한번 떠나보시길 바랍니다. 돈, 시간, 상황은 조금 뒤로 미뤄두시고요.

박정민은 영화 〈신촌좀비만화〉 〈들개〉 〈전설의 주먹〉 〈파수꾼〉, 연극 〈G코드의 탈출〉 〈키사라기 미키짱〉, 드라마 〈너희들은 포위됐다〉 〈사춘기 메들리〉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했다.
‘언희(言喜)’는 말로 기쁘게 한다는 뜻의 필명이다.
  • 2015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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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건의 글이 있습니다. 작성일순 | 찬성순 | 반대순
   우편물   ( 2016-09-01 ) 찬성 : 1 반대 : 3
여행 가고 싶어지는 글이다..여행 가고 싶다.
      ( 2016-02-21 ) 찬성 : 12 반대 : 8
다양한 이야기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2016-01-09 ) 찬성 : 14 반대 : 20
진짜 글 잘 쓰시네요 항상 웃습니다
   이보희   ( 2015-11-16 ) 찬성 : 24 반대 : 22
경험은 값진것입니다!!!! 늘 즐겁고 유쾌하고 생각하게끔 하는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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