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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드롬을 넘어 - 강다니엘

글 : 유슬기 기자  / 사진제공 : 커넥트엔터테인먼트 

한때 강다니엘은 하나의 현상이었다. 2017년에 등장한 스물두 살의 오디션 연습생은 그해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이 됐고, ‘도대체 왜 강다니엘인가’를 분석한 기사들과 ‘강다니엘만 잡으면 된다’는 각종 매체의 섭외와 CF가 쏟아졌다. 그는 인간이라기보다는 하나의 구호 같았다. 아이돌차트 평점랭킹에서 151주 연속 1위를 기록했고, 인스타그램에서는 최단 시간 100만 팔로워를 모아 기네스북에 올랐다. 그를 빗댄 신조어도 매일 쏟아졌다. 갓다니엘, 킹다니엘, 마몸디얼(마블이 빚은 몸에 디즈니가 빚은 얼굴), 얼속덩잊(얼굴에 속아 덩치를 잊지 말자) 등.


32위로 시작했지만 마지막엔 157만 8837표를 얻고 센터에 우뚝 서 “주인공은 나야 나”라며 1위로 경연을 마감한 드라마틱한 서사의 주인공, 방송에선 주목받지 못했지만 직캠이 공개되면서 진가가 알려진 자수성가형 자영업자, 평소엔 잘 웃지만 무대에 오르면 돌변하는 반전 캐릭터, 다져진 몸과 유려한 춤선으로 아이돌의 새로운 역사를 쓴 슈퍼루키.

과거의 강다니엘은 당시 강다니엘에게 몹시 고마웠을 것이다. 고등학교를 중퇴한 비보이, 중소 기획사의 반지하 연습실에서 춤추던 연습생, “나는 정말 목숨을 걸었어요”라고 말하던 애처로운 영혼은 한 번의 점프로 세상 가장 높은 곳까지 올랐으니까.


태양에 가까우면 날개가 타버릴 수 있으니까


하지만 미래의 강다니엘이 당시 강다니엘을 만난다면 “너무 무리하지 말라”고, “너무 힘내지 않아도 된다”고 어깨를 도닥였을지 모른다. 인생에 너무 큰물이 들어오면 아무리 노를 열심히 젓는대도 파도가 그를 삼켜버릴 수 있으니까. 너무 태양에 가까이 가버리면 그 열기가 날개를 태워버릴 수 있으니까.

2019년의 강다니엘은 심한 우울과 공황장애를 겪었다. 솔로곡 〈TOUCHIN'〉을 내고, 음악방송 1위를 했지만 그가 일일이 해명할 수 없는 루머들이 악플의 이름으로 들불처럼 번져갔다. 당시 걸그룹 멤버와 연인이 된 것을 인정한 것도 구설에 올랐다. 결국 생방으로 진행될 예정이던 음악방송을 취소하고 활동을 중단했다. 당시 강다니엘은 팬카페에 이런 글을 썼다.

“내가 나라서 미안해요.”

그리고 구조의 메시지도 보냈다.

“너무 힘들다. 누가 좀 살려줬으면 좋겠다.”


강다니엘은 자신의 행동 하나하나가, 자신이 하는 음악이, 심지어 자신을 아끼는 팬들이 자신 때문에 조롱당하는 게 견디기 어려웠다.

“워너원 콘서트 끝나고 무릎 꿇은 사진이, 내 감정들이 조롱거리가 되는 게, 내가 하는 모든 행동들을 다 필터링한 다음 무조건 안 좋은 쪽으로 끌고 가는 게, 내가 사랑하는 음악들이, 무대들이 쓰레기 취급받는 게, 내가 아끼는 팬들이 조롱당하는 게, 내 가족들이 나 대신 욕을 먹는 게, 언제부터 날 좋아한다고 하면 그게 죄가 되는 게, 정말 그냥 너무 힘들어요. 이제 나 때문에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 2019년 12월, 강다니엘이 팬카페에 쓴 글



“나는 정말 목숨을 걸었어요”


2021년의 강다니엘은 이제 신드롬이나 현상이 아닌 숨 쉬는 사람이다. 세상 어디든 날아갈 수 있는 날개를 가져보기도, 그 날개가 꺾여보기도 한 스물여섯 청년이다. 선한 눈과 웃는 입매, 넓은 어깨는 여전하지만 속은 이전과 같을 수 없다. 올해 발표한 노래에는 깨져버린 속껍질에 대한 그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직접 작사한 솔로곡 〈PARANOIA〉는 편집증, 피해망상이라는 뜻이다.

“어두운 밤보다 낮이 무서워져 / 빛이 닿지 않는 내 방이 익숙해져… / 반복된 하루에 무뎌져가 / 난 숨겨져 있길 원해 / 아무도 찾지 못하게….”

누군가 강다니엘에게 물었다. “어떻게 같은 춤을 춰도 당신은 달라 보이느냐”고. 강다니엘은 말했다.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사람을 생각하며 춘다”고. 음악이 들리지 않아도 춤은 볼 수 있으니까. 그런 사람에게는 춤이 곧 노래니까. 관절 하나하나의 선을 위해 코어에 더 단단히 힘을 주는 이유다.

〈PARANOIA〉에서 강다니엘이 추는 춤은 여전히 손끝 하나에까지 집중력이 가 닿지만 동작은 다르다. 그는 희고 긴 손가락으로 자신의 심장을 꺼내고, 자신의 얼굴을 비틀고, 끝내는 목을 조른다. 그가 캄캄한 방에서, 숨어서 깨달은 건 하나다. 심장이 깨지고, 목이 졸려도 다시 무대에 서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것.

“우울증이 오니까 사는 의미를 모르겠더라고요. 밥을 먹는 것도, 잠을 자는 것도 왜 하나 싶었어요. 그냥 다 안 해도 될 것 같은데. 굳이 살겠다고 이런 걸 왜 하고 있나 싶더라고요. 그럴 때도 음악은 계속 들었어요. 음악을 듣다 보면, 다시 노래가 하고 싶고, 춤을 추고 싶고, 무대에 서고 싶더라고요.”
-2021년 2월 〈라디오스타〉에서


“정말 목숨을 걸었다”며 오디션에 도전했던 연습생은, 이번엔 자신의 목숨이 꺼져가는 걸 느끼며 곡을 만들었다. 심장과 목소리를, 얼굴과 몸을 잃는대도 잊히지 않는 게 무대였다. 이제 강다니엘은 그 이야기를 웃으면서 할 수 있을 정도로 단단해졌다.


정말 필요할 때 곁에 있어주는 존재

강다니엘 인스타그램 @ daniel.k.here
집돌이 강다니엘의 다른 정체성은 집사다. 그는 이미 루니와 피터를 키우고 있었다. 비 오는 날 거리에서 그를 따라오던 고양이를 ‘냥줍’ 한 게 인연이 됐다. 루니는 코리안쇼트헤어 치즈태비종으로 성격은 매우 소심하지만 교활(?)하다. 자신이 사고 치고 다른 고양이가 한 것처럼 위장을 잘해서다. 주로 피해 묘는 피터다. 피터는 함께 무대에 서는 댄서 형이 구조한 고양이다. 코리안쇼트헤어종이고, 삼색이다. 성격은 유하지만 먹보다. 루니는 축구선수 웨인 루니의 이름을, 피터는 영화 〈스파이더맨〉 주인공 피터 파커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 둘은 현재 부산 고향집에 있다.

서울 다니엘의 집에는 오리와 짱아가 산다. 원래는 다른 아이를 입양 받으려고 했는데 오리를 보는 순간 ‘가족이 될 운명이구나’ 느꼈다. 성격은 소심하지만 애교가 많다. 그가 좋아하는 영화 〈콘스탄틴〉의 주인공이 기르던 고양이 이름이 덕(duck)이라 그도 오리라 지었고, 막내 짱아는 하는 짓이 얄미워 짱구 동생 짱아라 지었다. 짱아 역시 입양했다. 오리는 아비시니안종, 짱아는 렉돌종이다.

강다니엘 인스타그램 @ daniel.k.here
강다니엘의 하루는 고양이를 찾는 데서 시작한다. 다니엘의 옷방 옷걸이 아래 숨어 있는 오리를 찾아내 안아주고, 밤사이 안부를 묻는 게 첫 일과다. 거실에는 캣타워, 캣휠, 캣폴이 있고, 거실 보조의자 스툴에는 구멍을 뚫어 고양이의 숨숨집으로 만들었다. 강다니엘이 레고를 조립하는 동안 그의 이불에 둘러싸여 조립 과정을 1열에서 직관하는 것도 고양이들의 특혜다.

강아지 사모예드를 닮은 대표 강아지상 강다니엘은 실제로는 강아지를 무서워한다. 어릴 때 물린 기억 때문이다. 하지만 고양이들을 챙기는 모습은 다정하고 살갑다. 일일이 쫓아다니며 챙겨주고 안아준다. 강아지과 주인과 고양이과 고양이들의 만남이다. 강다니엘은 자신이 키우는 네 마리의 고양이 중 ‘고양이 월드컵’을 진행해 첫째 루니를 선택했다. 루니가 자신이 가면 아는 척도 안 하고, 처음 본 사람인 양 하악질을 하기도 하는데 그 모습이 좋아서다. 애초 다니엘이 고양이를 좋아하는 이유가 “내가 오라고 해도 오지 않아서”였으니, 루니는 그 매력의 끝판왕인 셈이다.

강다니엘은 평소에도 고양이를 “가장 완벽한 생명체”라고 말해왔다. SNS에도 고양이 사진과 영상이 가득하다. 고양이를 올린 사진에는 “My best friend”라고 적는다. 평소에는 잘 오지 않던 고양이가 그가 힘든 일이 있을 때 눈치 채고 슬그머니 다가와 곁을 지켜준다. 그에게는 가장 큰 힘이 된다.


마블이 빚은 몸에 디즈니가 빚은 얼굴

마블이 빚은 몸에 디즈니가 빚은 얼굴을 가진 강다니엘은 실제로 디즈니가 서비스하는 OTT, 디즈니플러스 제작 드라마에 출연한다. 디즈니 얼굴로 디즈니 채널 첫 드라마에 얼굴 도장을 찍는 셈이다. 〈너와 나의 경찰수업〉에서 강다니엘은 경찰대학 학생을 맡았다. 디즈니플러스 입장에서는 첫 한국 상륙인 만큼 주인공 섭외에 공을 들였다.

오늘의 그를 있게 한 오디션 프로그램 MC도 맡았다. Mnet 댄스 경연 프로그램 〈스트릿 우먼 파이터〉 진행을 맡게 됐는데, 일종의 금의환향이다. 최고 댄서들의 경연을 직접 보고 싶어 했던 그는 누구보다 경연자의 마음을 잘 이해하는 만큼 그들이 편하게 무대를 펼치도록 돕겠다는 각오다. 이제 강다니엘의 일거수일투족이 신드롬급 화제를 몰고 오지는 않는다. 그를 몰고 오던 풍랑은 제법 고요해졌다. 덕분에 강다니엘은 잔잔한 바다 위에서 제대로 노를 저어볼 수 있게 됐다.

부산 영도 산동네에 살던 소년 강다니엘은 꿈이 없었다. 공부도 싫었다. 학교에 가면 내리 잠만 잤다. 어느 날 고개를 들어 칠판을 보니 동아리 모집 중이었다. 다른 데는 이미 마감이 됐고, 비보이 동아리만 남아 있었다. 별수 없이 들어갔는데, 그게 시작이었다. ‘내 삶에 재밌는 게 시작됐구나’ 싶은 순간이. 그가 꿈을 찾은 게 아니라 꿈이 그를 찾아왔다. 원래부터 성실하지 않았던 게 아니라, 성실하고 싶은 동기를 찾지 못했던 터였다.

그는 매일 춤을 췄고, 학교가 끝난 뒤에도 춤을 췄다. 마을버스 종착역에 있던 집에 갈 때면 버스 손잡이를 잡고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르는 버스의 중력을 몸으로 버티며 춤을 췄다. 당시 친구들은 “흑역사가 없는 친구다. 매일 성실하게 춤을 췄다”고 증언했다. 무용으로 진학한 브니엘예술고등학교에서는 현대무용으로 고등학생 예능실기대회에서 금상을 받았다. 담당 교사 역시 “정말 성실했던 학생”으로 강다니엘을 기억했다.

연습생이 되겠다며 학교를 자퇴하고 서울에 간다고 했을 때는 모두가 말렸다. 하지만 그는 한 평 반, 181cm인 자신의 몸이 들어가기도 벅찼던 월 17만 원짜리 고시원에 살며 꿈을 꿨다. 데뷔가 계속 미뤄지고 군대에 가야겠다고 생각하던 시기, 자격증을 따서 취업을 해야 하나 고민하던 시기,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도전한 게 〈프로듀스 101〉이었다.

당시 강다니엘은 제작진이 “연습생이란?”이라고 건넨 질문에 이렇게 적었다. “찬밥, 식탁에 오를 수 있을지 없을지 알 수 없으니까. 하지만 사실 찬밥도 밥이고 또 데우면 언제든지 따뜻한 밥이 될 수도 있다”고. 오디션에서 센터가 얼마나 중요한지 모를 리 없었으나 센터가 아니라도 자신이 서 있는 자리에서 손끝 마디마디까지 집중하다 보면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도 생긴다는 것 역시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강다니엘, 3.5세대 아이돌


고시원에서 쓰리룸을 지나 그가 서울에서 구한 여섯 번째 집은 고양이 네 마리가 마음껏 뛰어놀기에도, 그가 한 달을 집 안에만 머물러도 무료하지 않을 정도로 너른 품을 가지고 있다.

케이팝 칼럼니스트 제프 벤자민은 강다니엘을 “3.5세대 아이돌”이라고 했다. 서태지와 아이들로 시작한 1세대, 기획사가 만든 2세대 아이돌을 지나 오디션으로 일어난 아이돌이 3세대라면 강다니엘은 소통과 미디어로 만들어지는 4세대 아이돌의 성격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3세대와 4세대를 연결하는 중간다리에 강다니엘이 있다. 그가 아찔한 상승과 하락을 경험한 덕분에 후대 아이돌은 조금 더 편한 길을 갈지도 모른다. 강다니엘은 LA에서 진행된 제프 벤자민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난 2년 동안 많은 일이 있었어요. 큰일도 작은 일도 많았죠. 그 모든 일은 저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습니다. 중요한 건 그런 일이 일어났다는 것보다 제가 그 장애물을 극복했다는 거예요. 거기에 집중하다 보면 그 일은 제가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줘요.”

2019년 강다니엘을 만난 제프는 당시 그를 보며 걱정스러웠다고 했다. 그때 제프가 “행복하냐”고 물었는데, 강다니엘은 조금 뜸을 들이다 “음… 그런 것 같아요”라고 답했다. 2021년 그는 다시 물었다.

“지금은 어때요? 행복한가요? 물론 그렇지 않아도 괜찮아요.”

강다니엘은 답했다.

“행복해지는 법을 찾고 있는 중이에요. 매일 한 걸음 한 걸음 내딛고 있어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I’m finding my way. Every day I take it day by day. but I think found the way).”

엄청난 행운이 때로는 거대한 불운일 수도 있다는 생의 양면을 알아버린 다니엘은 이제 쉽게 행복을 말하지 않는다. 다만 행복은 찾아가는 과정에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앞에서 웃지만 뒤를 알 수 없는 사람보다, 힘들 때 다가와주는 고양이가 더 믿을 만한 친구일지도 모른다.

2017년, 사람들은 말했다. “우리가 다니엘을 슈퍼스타로 만들어주겠다”고. 그 약속은 영도의 한 소년을 우주대스타로 만들었다. 별처럼 빛나는 우주에는 아찔한 공황과 호흡곤란이 있다는 걸 알아버린 2021년의 다니엘은 말한다. “한 걸음씩 내 행복을 찾아가보겠다”고. 그는 차가워진 밥처럼 식어버린 심장에 다시 군불을 때는 중이다. 미래의 다니엘은 어떤 모습일까. 그가 2017년의 환희와 2019년의 나락을 예상할 수 없었듯 미래도 알 수 없다. 하지만 누가 됐든 그는 과거를 딛고 용기를 내어 걸어가는 오늘의 다니엘에게 빚지고 있다.
  • 2021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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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건의 글이 있습니다. 작성일순 | 찬성순 | 반대순
  지영   ( 2021-09-12 )    수정   삭제 찬성 : 2 반대 : 0
다녤아 프듀첨 널 보고 쭉 너였다 응원한다
  탑크래스   ( 2021-09-07 )    수정   삭제 찬성 : 0 반대 : 0
아쉬운 부분이 있어서 글 남깁니다, 강다니엘은 그 기사에 대해 [인정]한적이 없습니다, 이미 판매가 완료된 점 아쉽습니다, 좀더 심도있는 취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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