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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트 외길 이찬원 下

"아낌없이 주신 부모님 사랑이 제 밝음의 원천이에요"

글 : 김민희 기자  / 사진 : 정혜란 사진작가

이찬원은 ‘노래의 힘’을 보여주는 선물 같은 존재다.
한(恨) 대신 흥(興)으로 승화한 이찬원식 트로트는 ‘밝음’으로 똘똘 뭉쳐 있다.
그가 흩뿌리는 행복 바이러스는 힘이 세다.
코로나 시대에 축 처진 이들에게 긍정 에너지를 선사하고, 우울한 일상에 활기를 불어넣으며, 특유의 매력으로 젊은 팬층을 끌어들여 트로트를 즐기는 연령을 확 낮추고 폭도 넓혔다.
한국 가요계에 보기 드문, 차원이 다른 귀한 에너지임에 틀림없다.
부모님 이야기를 해볼까요.
아버지의 끼를 물려받은 걸로 알아요.


“아버지가 처음엔 제가 트로트 가수가 되는 걸 너무 싫어하셨어요. 그래서 안 계실 때 몰래 연습했죠. 특히 KBS 〈가요무대〉는 빼먹지 않고 보면서 이렇게도 따라 불러보고, 저렇게도 따라 불러보고 했어요.”


아버지는 왜 반대하셨나요?

“제가 노래 부르는 걸 반대했다기보다 아버지와 똑같은 길을 걸을까 봐 반대하신 거예요. 아버지도 가수의 길을 준비했고, 큰아버지는 배우의 길을 준비했는데 두 분 다 안 되셨거든요. 제가 아버지를 똑 빼닮았어요. 외모, 성격, 식성, 노래 스타일과 취향, 심지어 좋아하는 트로트 선배도 똑같아요. 성장 환경도 비슷한데, 군대 보직까지 같아요. 아버지도, 저도 둘 다 인사행정병을 했어요.”


그런데 스물네 살부터 부자의 인생길이 달라졌군요.

“네. 아버지가 대리만족이 어마어마하세요. 지금도 항상 노래 코치를 해주세요. ‘찬원아, 이 무대를 보니까 이렇게 부르면 안 되겠더라. 저 노래는 저렇게 부르는 게 낫겠다’ 하시면서요.”


인정받는 가수가 됐는데요,
여전히 아버지의 조언을 귀담아듣나요?


“그럼요. 늘 아버지 말씀이 옳아요. ‘네, 그렇네요. 아빠, 맞아요’ 해요. 한 번도 ‘이제는 제가 알아서 할게요’라는 말은 물론, 그런 생각도 해본 적 없어요. 〈미스터트롯〉의 모든 경연곡을 아버지가 다 골라주셨죠.”


‘18세 순이’를 골라주실 땐 뭐라고 하시던가요?

“제가 후보곡 몇 개를 가지고 여쭤봤어요. 들으시더니 ‘찬원아, 18세 순이를 해라. 그게 네 인생이잖아. 또 너는 많은 사람들한테 희망을 주는 목소리를 가지고 있으니 이 노래로 희망과 흥을 주자’고 하셨어요. 나훈아 선배님을 정말 존경하기도 하고, 18세 순이의 순이가 저희 엄마를 연상케 해요. 이 노래를 선택한 이유는 넘치고도 남았어요.”


아버지 말씀에 그렇게 순종적이었는데,
어떻게 〈미스터트롯〉에 출전하게 됐지요?


“초등학교 때까지는 엄마를 졸라서 〈스타킹〉도 나가고 〈전국노래자랑〉도 나가고 했지만, 중학생이 되면서 아버지가 ‘가수는 절대 안 된다. 공부해라’라고 하셨어요. 그런데 군 제대 후에도 포기가 안 되더라고요. 아버지 몰래 〈전국노래자랑〉에 나가서 최우수상을 받았고, 그즈음 〈미스트롯〉이 성황리에 끝났어요. 그걸 보면서 분명 〈미스터트롯〉이 시즌2로 나올 거라고 예상하고 틈틈이 준비를 했어요. 역시 〈미스터트롯〉이 열렸죠. 예선전 치를 때 무턱대고 서울로 올라와서 아버지에게 전화드렸어요. 마지막으로 한 번만 기회를 달라고요. 여기에 안 나가면 죽을 것 같았어요. 난 출전도 못 했는데, 다른 누군가가 인기를 얻어서 트로트 무대에 서는 모습을 보면 너무 속상할 것 같았죠. 경연에서 하나하나 진출할 때마다 아버지가 너무 좋아하셨어요. 어머니도 좋아하시고요.”


지난 4월, 두 분이 운영하시던 막창집 문을 닫았다고요. 속사정이 궁금해요.

“두 분이 막창가게만 20년 하셨어요. 다른 곳에서 13~14년간 하다가 옮겨서 계속해오셨죠. 테이블 여섯 개밖에 없는 열 평짜리 작은 가게지만, 저희 네 식구 먹고살기엔 충분했어요. 저와 제 동생 대학 학자금까지도요. 〈미스터트롯〉 이후에는 가게가 더 잘됐어요. 대구의 코로나까지 뚫고 오시는 분들이 많아서 매출이 8~15배나 올랐죠. 그런데 결국 저를 위해, 저 때문에 문을 닫았어요. 부모님의 20년이 녹아 있는 생계수단을 접기까지 얼마나 고민이 많으셨겠어요. 저 때문에 오시는 분들이 많으니까 괜한 오해로 아들한테 피해가 가는 상황이 생길까 봐 걱정이 크셨어요. 제 의견을 물으시기에 아버지 어머니가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그만두는 게 맞겠다고 말씀드렸어요. 대신 제가 더 열심히 일해서 벌겠다고 하면서요.”


양가감정이 들겠어요.
미안하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한.


“아무래도 그렇죠. 하루도 닫지 않고 1년 365일 운영하셨거든요. 추석과 설날에도 가게 문을 열었어요. 게다가 두 분 다 아직 젊은데(아버지 60세, 어머니 48세), 일을 그만두시면 빨리 늙는다고들 하니까 걱정도 되고요. 그만두신 지 6개월 정도 됐는데, 아직까지는 잘 쉬고 계세요. 엊그제는 두 분이 통영에 다녀오셨더라고요. 얼마 전엔 경포대에도 다녀오고. 가게 때문에 10년 넘게 가족여행 한번 못 갔는데, 귀한 시간이죠.”


〈뽕숭아학당〉에 어머니가 출연하셨죠.
소녀 같으시더군요.


“엄마는 제 성격과 반대예요. 아주 점잖고 조용하고 술 한 방울 못 하고 검소하세요. 그런 면에서 답답하기도 해요. 외할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맏딸로 힘들게 자라셨거든요. 이제는 좀 친구들도 만나고 술도 한잔하고, 갖고 싶은 거 사면서 엄마도 인생을 즐기시면 좋겠는데, 만 원짜리 티셔츠 하나도 편하게 못 사입으세요. 가족밖에 모르는 분이죠.”


세상에서 엄마를 가장 존경한다고 했지요.

“사실 엄마 같은 삶을 원하지는 않아요. 그런데 생각해봤어요. ‘내가 결혼해서 가족을 꾸리면 자식한테 저런 사랑을 줄 수 있을까?’ 자신 없더라고요. 자식을 위해 무조건으로, 헌신적인 사랑을 베풀어주시는 분이에요.”


아, 커다란 물음표가 하나 풀렸어요.
이찬원 씨의 한없이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의 원천은 도대체 어디에서 오는 건지 궁금했거든요.


“하하. 제가 부모님 사랑을 진짜 많이 받았어요. 두 분이 가게를 하면서도 사랑을 듬뿍 주셨거든요. 아버지가 일 마치고 돌아오면 새벽 네다섯 시쯤이었는데 그때 와서도 제 교복을 다려주셨어요. 또 7첩, 8첩 반상으로 된 따뜻한 아침밥을 손수 차려주셨고요. 밥과 국은 기본이고, 불고기나 잡채 같은 메인 디시도 꼭 하나씩은 만들어주셨어요. 엄마도 요리를 잘하시지만, 아빠가 더 잘하시거든요. 게다가 친가와 외가 사랑도 독차지했어요. 친가에서는 16~17년 만에 생긴 손주여서 사랑을 듬뿍 주셨고, 외가에서는 첫 손주라서 첫정을 다 주셨어요. 손자가 저 하나고요. 나중에 외할머니 제사를 제가 모시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미래의 부인이 괜찮겠어요(웃음)?

“(더듬거리며) 미래 부인이 싫어하면 제사는 더 생각해볼게요(웃음).”


이번 추석 명절은 어떻게 보냈나요?

“명절마다 뵙지 못하는 친척분들에게 늘 전화를 돌려요. 아버지가 해오신 대로요. 친가는 만날 수 있지만, 고모네 식구는 잘 못 만나잖아요. 그런데 이번에는 못 내려갔으니 큰아버지부터 전화를 다 돌렸어요. 〈미스터트롯〉 이후 첫 명절이라서 용돈을 처음으로 드렸고요. 큰아버지, 둘째 큰아버지, 고모들과 고종사촌들, 5촌 종조카까지 봉투를 40개 정도 준비해서 이름과 간단한 안부 문구를 적었어요.”


마지막 질문이에요. 요즘 이찬원 씨의 가장 큰 고민이랄까요, 화두는 뭔가요?

“1년 전의 저는 평범한 경제학과 대학생이었잖아요. 길에서 아무도 몰라보는. 지금의 이런 삶을 꿈꿨지만 상상도 못 했죠. 너무 갑작스럽게 환경이 바뀌면서 다양한 고민을 하게 됐어요. 반짝 스타가 됐다가 어느 순간 이 인기가 거품처럼 사라지는 게 아닐까, 이런 나의 모습을 팬분들이 안 좋아하시면 어떡하지? 하는. 이런 고민이 민호 형이나 영탁이 형, 〈미스터트롯〉에 같이 출연한 동료들을 통해 많이 해결된 것 같아요. ‘지금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데, 왜 내가 이런 생각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아야 할까’ 쪽으로 마음을 돌렸어요. 김연자 선생님이 그러셨어요. ‘나는 내일의 무대는 없어도 된다. 오늘 무대가 있으면 오늘의 무대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라고요. 이 얘기에 귀가 번쩍 뜨였어요.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걱정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 아니라, 현재에 집중해서 열심히 하면 미래에도 찾아주시는 분들이 있겠죠. 당장에는 10월 30일부터 재개하는 〈미스터트롯〉 콘서트 무대에서 최선을 다하려 해요.”


이찬원에게는 반전 매력이 있었다. 교복이 어울리는 앳된 외모 안에 한 생을 다 살아본 듯한 어떤 해탈의 경지가 숨겨져 있었다. 인생의 쓴맛 단맛, 인간사의 희로애락을 압축한 트로트를 평생 해와서일까. 슬픔도 기쁨도 한잔 술과 함께 넘겨버리는 여유와 관조가 이 해사한 미소에 문득 문득 묻어났다.
  • 2020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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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건의 글이 있습니다. 작성일순 | 찬성순 | 반대순
  뽀로로   ( 2020-11-18 )    수정   삭제 찬성 : 7 반대 : 0
꾸밈없이 밝게 웃으면서 늘 주위를 배려하는
 배려남 이찬원 가수 응원합니다
  임순선   ( 2020-11-08 )    수정   삭제 찬성 : 39 반대 : 1
이찬원 그가 부르는 솔직하고, 투명한 노래를 좋아하다보니 어느새 팬이 되었네요 그리고 알게 된 인성이나 말들이 그의 노래에 더 빠지게 된 원동력이 된것도 사실이고요 저는 적지도 많지도 않은 나이에 우울증이나 병마가 있었던것도 아니지만 한번 듣게 된 진또배기란 노래에 생글생글 웃는 이찬원 가수에 단지 호기심에 시작된 관심이 생전 듣지 않던 트로트를 하루 종일 듣고,내가수라 서슴없이 부르며 내가수 나오는 프로를 챙겨보고 기사를 정독하고 이렇게 신문기사에 댓글도 쓰고, 새롭고 신기한 경험들로 노래 없던 제 일상이 이찬원의 노래를 더하니 하루가 행복해졌습니다.이찬원의 인터뷰를 읽고 트로트 노래 가사를 가만히 듣고 있으니 트로트가 왜 우리네 인생을 노래했다들 얘기하는지 조금은 알거 같고 처음엔 이찬원이 부르는 노래라 좋았던 트로트가 이제는 가사들이 가슴을 울리고 이찬원이 글썽이며 눈물 흘리면 같이 울게 되고, 흥겨워서 부르면 같이 춤을 추게 되는 이상한 경험을 하면서 더이상 이찬원이 좋아하는 장르를 넘어 트로트가 저에게도 스며들었음을 느낍니다. 이런 행복은 알게 해준 이찬원이란 가수에게 고맙고, 우리 가수 이쁘게 담아주고 인터뷰해주신 편집장님께도 감사드립니다.
  비비   ( 2020-11-08 )    수정   삭제 찬성 : 33 반대 : 1
글을 읽는 동안 기쁨과 감동으로 눈물이 흐르고 또 흐르네요,
 찬원님을 보면서 제 삶을 반성합니다.
 너무나 사랑스런 찬원님 열심히 응원할테니 맘껏 하고 싶은 거 다 하시면서
 행복하고 건강하게 사시길 기도합니다.
 그리고 김민희 편집장님 감사합니다 .
  아리   ( 2020-11-08 )    수정   삭제 찬성 : 34 반대 : 1
이찬원 가수의 진솔하고 생각깊은 인터뷰보고 감동받았습니다 25살의 삶에서 나올수 없는 깊은대답에 감탄이 절로 나네요 이찬원 을 다시보게된 인터뷰입니다
  안개꽃사랑   ( 2020-11-07 )    수정   삭제 찬성 : 35 반대 : 1
이찬원 노래의 힘 선물 같은 존재 맞는 말인가
 봅니다 그것도 너무나 귀하디 귀한 보석 처럼 빛나는 값을 매길수 없을 정도의 무한대의
 선물 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고귀한 선물을 지금 이라도 만날수 있어 정말 다행이고 큰 행운이고 신이 내린거 같은 축복인거 같습니다
 
 트로트 가수의 길 반대 하신 부모님 맘 백번 이해 합니다 잘된다는 보장도 없거니와 그보다도 인기 있는 사람 이외엔 설 무대 자체도 없는거 같고 그러다 보니 생활 유지도 넘 힘들꺼 같고 하니 그냥 평범하게 살기를 바라셨겠죠
 지금은 너무 유명 해져서 좋은점이 많으시겠만 반대로 개인 사생활이 넘 불편 하실 정도로
 긴장하며 사셔야 하지않나 살짝 걱정이 됩니다
 
 20년 넘게 가족 모두 목숨 처럼 아끼고 사랑했던 명절도 없이 일했던 생활의 터전을 자의반 타의반 으로 오로지 찬원님 만을 위해 사랑하는
 아들에게 피해 갈까봐 접어야 하는 그 심정은
 얼마나 힘든 결정 이었을까 정말 안타깝습니다
 손님 대하는 장사가 쉽진 않으시겠지만 그동안의 노하우며 아직은 충분히 일하실수 있는데
 좀 휴식기를 가지셨다가 뭐든지 다시 시작 하셨음 하는 바램입니다
 연예인도 그렇겠지만 특히 가족분 들에겐 정말
 사생활 보호 뿐만 아니라 매너 배려심 이런건
 꼭 지켜 드렸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생각 입니다
 유명해진 찬원님 때문에 좋으신 반면 얼마나 노심초사 하고 긴장 하면서 사실까요?
 한번씩 볼일 있을때 마다 찬원님 막창집
  지나올때면 늘 아쉽다는 생각이 듭니다
 
 찬원님 코로나땜에 경연전부터 오래도록 영광의
 미 순간에도 못만나게 돼서 소녀처럼 여리디 여린 엄마 그리워서 대성통곡 하던 그애기 같은 모습으로 애타게 엄마를 불러 대든 그장면이 지금도 맘이 짠해지네요
 
 찬원님 오늘 무대만 있으면 된다 마음껏 최선을 다해 즐기자고 그랬는데 저도 여때껏 누리지 못했던 지금 이나마 허락된 시간적 여유를 한껏
 울찬원님 한테 즐겁게 응원하면서 행복한 시간을 잘보내고 있습니다 너무나 온세상이 다행복하게 느껴집니다
 찬원님 아직은 청춘 이지만 부디 건강관리 잘하고 우리들곁에 오랫동안 구수한 목소리 파워풀한 가창력 카멜레온 같은 반전매력 미소천사
 좋은노래 많이 들려주길 바랍니다
 항상 응원합니당 사랑해요 화이팅 입니다
 
 김민희 편집장님 찬성 클릭 개선해 주셔서
 정말 진심으로 고맙고 감사드립니다 ^^
 항상 건강 조심 하시고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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