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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트 외길 이찬원 中

"저에게 트로트란 평생 순애보를 바친 애인이에요"

글 : 김민희 기자  / 사진 : 정혜란 사진작가

이찬원은 ‘노래의 힘’을 보여주는 선물 같은 존재다.
한(恨) 대신 흥(興)으로 승화한 이찬원식 트로트는 ‘밝음’으로 똘똘 뭉쳐 있다.
그가 흩뿌리는 행복 바이러스는 힘이 세다.
코로나 시대에 축 처진 이들에게 긍정 에너지를 선사하고, 우울한 일상에 활기를 불어넣으며, 특유의 매력으로 젊은 팬층을 끌어들여 트로트를 즐기는 연령을 확 낮추고 폭도 넓혔다.
한국 가요계에 보기 드문, 차원이 다른 귀한 에너지임에 틀림없다.
20년 넘게 트로트 외길 인생을 걸어왔지요.
당시 트로트는 흘러간 옛 노래이고, 어른들의 장르로 치부됐는데요, 비주류로서 겪은 상처 같은 건 없었나요?


“상처라기보다 주변에서 늘 반대하는 목소리가 많았고, 친구들이 많이 놀렸어요. 노래방에 가면 친구들이 아이돌 노래와 힙합, 발라드를 부를 때 저는 늘 트로트만 불렀거든요. 주변 분들의 반대가 많았는데, 특히 엄마가 안 좋아하셨어요. 제 나이에 맞게 살면 좋겠다고 하면서요. 지금은 그때 반대하던 분들이 다 미안해하고 고마워해요.”


고집이 센 편인가요?
주변에서 한결같이 말리면 트로트를 포기할 법도 한데요.


“저는 원래 고집이 센 편이 아니에요. 아버지 말씀을 다 따르고, 대든 적도 없거든요. 그런데 희한하게 트로트가 너무 좋았어요. 이유도 없이요. 그냥 너무 좋아서 그만둘 수 없었어요.”


그냥 좋은 마음이라.

“그 이유를 찾고 찾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트로트가 가진 자유로움에 매료된 게 아닐까 하는. 트로트는 정형화된 틀이 없어요. 선배님들 영상을 보면 어제 영상과 오늘 영상의 노래 부르는 스타일이 천지차이예요. 엔딩 처리도 그때그때 다 다르고요. 예를 들어 송대관 선생님의 ‘네박자’만 봐도 마음 가는 대로 노래하고, 율동해요. 정해진 스타일이 따로 없고 부르는 사람에 따라, 그날의 마음에 따라 무한한 변주가 가능하다는 트로트의 열린 속성이 참 좋았어요.”


쟁쟁한 현역들을 제치고 평범한 대학생이 최종 3위를 했지요.
스스로 생각하는 이찬원 씨만의 경쟁력이 뭐라고 생각해요?


“〈미스터트롯〉에 출전하면서 임영웅 씨가 과연 나올까 궁금했어요. 예전부터 임영웅 씨를 너무 좋아했거든요. 늘 행사 영상을 찾아봤고요. 임영웅 씨 유튜브 구독자가 지금 100만 명에 가까운데 저는 300명대일 때부터 구독했어요. 임영웅 씨가 나오면 강력한 우승 후보일 거라고 사전 인터뷰에서도 말했어요. 또 장민호 씨도 나올까 궁금했는데, 두 분 다 나오셨더라고요. 영탁이 형, 신성 씨, 영기 씨도 다 나왔어요. 제가 신동 출신이라 ‘신동부’였는데, 알고 있던 트로트 신동들도 다 나왔죠. 어렵겠구나 싶었어요. 솔직히 저보다 노래 잘하고 인물 좋은 분들이 얼마나 많겠습니까. 그런데 감사하게도 3위까지 올라올 수 있었던 건, 제가 20년 동안 트로트만 해온 면을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딴눈 팔지 않고 꾸준히 트로트만 바라보고 온 시간에 대해 기특하게 여기시는 거죠. 다른 건 몰라도 이거 하나만은 자부할 수 있어요. 트로트를 웬만한 현역 가수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많이 알고 있다고요.”



20여 년간 트로트를 해오고도 “나는 트로트 천재가 아니다”라고 했지요. 천재가 뭘까요?

“사실 20년간 트로트를 달고 살면 저 정도는 누구나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동원이가 진짜 트로트 천재예요. 5~6년밖에 안 됐는데, 그 쟁쟁한 어른들을 뚫고 일곱 명 안에 들었잖아요.”


굉장한 연습벌레로 정평이 나 있는데요.

“신동부에 같이 출연한 양지원 씨 인터뷰 이후에 생긴 수식어예요. 제가 대기실에서 킬링 포인트인 ‘진또배기’와 ‘얼쑤’를 천 번은 연습했거든요. 그런데 저는 연습이라기보다 그냥 좋아서 하는 건데, 사람들 눈에는 연습으로 비치는 것 같아요. 선배님들의 영상을 찾아보면서 따라 하고 분석하는 것도 마찬가지예요. 저는 재밌어서 하는 건데, 다른 분들은 연습이자 노력으로 보시더라고요.”


인생 무대를 꼽자면.

“〈미스터트롯〉 결승전에서 부른 ‘18세 순이’요. 마음을 비우고 진짜 편안하게 불렀어요. 준결승까지는 다음 라운드에 올라가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어요. ‘다음 무대에 또 서야 하는데’ 하는 마음이 너무 간절했거든요. 그런데 마지막 무대는 더 이상 떨어질 데가 없잖아요. 너무 마음이 편안한 거예요. ‘내가 보여드릴 수 있는 걸 다 보여드리자’는 마음으로 편안하게 했어요.”


트로트는 어떤 장르일까요?

“그 생각을 진짜 많이 했는데요. 트로트란 한과 흥이 공존하면서도 한을 흥으로 승화시킨 장르라고 생각해요. 들여다보면 어떤 트로트 곡이든 양면성이 있거든요. 슬픈 노래인데 멜로디가 밝다든지, 희망적인 노래인데 멜로디가 슬프다든지, 아니면 한스럽고 슬픈 가사여도 결론은 극복해내겠다는 희망을 담는 식으로요.”


이찬원 씨에게 트로트란 뭔가요.

“평생 순애보를 바친 애인. 이제까지 한 번도 헤어진 적 없고, 앞으로도 헤어질 리 없는, 평생의 동반자이자 반려자 같은 존재예요. 저는 단 하루도 트로트 없이는 살 수 없어요. 평생 트로트 하나만 바라보고 살아왔듯, 앞으로도 제 영혼과 마음을 트로트와 함께하고 싶어요.”


세월이 지나면 사랑의 속성이 변하잖아요.
트로트에 대한 사랑은 어떻게 바뀌던가요.


“10대나 더 어릴 때는 너무 당연시되는 사랑이었어요. 그냥 좋았어요. 20대가 되고, 〈미스터트롯〉 무대 이후에는 그 이유를 찾게 되더라고요. 연세 지긋한 노부부가 서로의 모든 것을 나누듯, 그런 사랑이에요. 서로에게 의지가 되고, 아픔을 나누고 치유해주는 존재 말이에요. 슬플 땐 트로트를 통해 치유받았고, 기쁠 땐 트로트로 그 기쁨을 극대화했어요.”


앞으로는 또 트로트에 대한 애정이 어떤 유형으로 변해갈지 궁금해집니다.

“지금까지 보여드린 트로트는 제한적이었어요. 정통 트로트만 해왔죠. 앞으로는 제가 좋아하는 트로트가 아니라, 저를 사랑해주는 분들을 위해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제가 진짜 춤을 못 추는데, 댄스 트로트도 해보고 싶고, 발라드 트로트도 해보고 싶고, 또 아이돌 댄스에 트로트를 접목시켜보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만약 〈미스터트롯〉에 출전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뭘 하고 있을까요?

“학교에서 공부하고 있겠죠? 졸업하면 평범하게 직장생활을 할 테고요.”


경제금융학 전공을 택한 이유가 궁금해요.

“원래 사회과목을 좋아했어요. 수능 때도 사회탐구 영역은 만점 나왔어요. 모의고사 때도 사회과목은 거의 만점이었고요. 국어와 외국어 영역 점수도 괜찮았는데, 수리와 과학과목은 점수가 잘 안 나왔어요. 문과에 특화돼 있는데, 사회과목을 택한 건 선생님들의 영향이 커요. 좋아하던 고3 때 담임선생님이 사회과 담당이었고, 동아리 담당 선생님도 경제선생님이었거든요. 그렇다고 막 학문에 열의가 있거나 하진 않았어요.”

*트로트 외길 이찬원 下에서 이어집니다
  • 2020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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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건의 글이 있습니다. 작성일순 | 찬성순 | 반대순
  희쭈   ( 2020-11-07 )    수정   삭제 찬성 : 10 반대 : 0
이찬원 님의 트롯외길은 정말 사랑하는 연인을 지켜내기 위해 세상에 용기를 내어 외로운 싸움을 한듯한 고귀한길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넘 좋아해서 함께해온 시간들이 지금 찬란한 빛과 같은 존재 이찬원 을 만들어냈고, 그빛으로 사람들이 용기를 내고 희망을 가지고 행복해졌으니.. 차원이 다른 고귀한 에너지임은 틀림이 없습니다. 바램이 있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가자님의 기사를 읽고 이찬원 님의 행복바이러스에 감염되어 희망과 용기를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움이맘   ( 2020-11-06 )    수정   삭제 찬성 : 15 반대 : 0
이찬원의 트롯에 대한 열정 항상 응원합니다.
 실력에 인성까지 뛰어나니 앞으로 꽃길만 걸을겁니다.
 이찬원 화이팅!!
  안개꽃사랑   ( 2020-11-05 )    수정   삭제 찬성 : 27 반대 : 0
이찬원 외모는 곱디 고운 미소년 처럼 생겼는데 사고방식 행동은 반오십이 아니라 진정으로 오십인양 속이 깊은듯 하다
 어찌보면 트로트 라는 장르를 좋아 하다보니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요
 
 평생 순애보 를 바친 애인
 어떻게 이런 멋진 표현을 할수 있을까요
 만약 학교에 그냥 남았다면 정말 큰일
 날뻔 했습니다
 우리에게 보석처럼 귀하디 귀한 찬원님 목소리를 못듣고 이런 행복의 기회를 못 얻었을꺼 아닙니까? 어쨌든 이런 고귀한 선물을 받은거 같아서 너무 행복합니다
 
 김민희 편집장님 부탁드립니다
 댓글 찬성 클릭 하고 난후 확인 클릭 후엔
 다른 댓글로 이어 지지 않고 다시 본문으로 돌아가다 보니까 찬성 하기가 불편 하답니다
 쉬운 방법으로 개선은 어렵나요?
 
 쌀쌀해진 날씨에 감기 조심하시고 행복하세요
 
 
 
  찬원님   ( 2020-11-05 )    수정   삭제 찬성 : 29 반대 : 0
25세의 대학생인 청년이 경험도 없는
 인터뷰를 이렇게 조리있게 깊이있게 잘 한다고??
 놀랍습니다 김민희 기자님의 질문과 찬원님 답변이 이렇게 깔끔하고 마음에 와 닿을수가..감사합니다
 그의 마음속에 어떤 아름답고 순수한미지의 세계가 있는지 더 더 알고싶습니다
 알면 알수록 매력이 넘치는 청년이네요 이게 제가 그가 실린 글을 찾으며 그를 자랑하게 만들고 그가 너무나도 예쁘게 나온 사진을 간직하려고 여기저기 찾아 다니는거겠지요
 앞으로의 그의 인생길이 그의 실력이 더욱 기대됩니다 바르게 커온 자양분이 더욱 크게 빛나게 쓰일 큰 재목으로 성장하리라 생각됩니다
  시드니   ( 2020-11-04 )    수정   삭제 찬성 : 26 반대 : 0
트로트 음악이 좋은 이유가 자유로움. 보통 20대면 힙합음악에서 자유로움을 찾는게 일반적일텐데. 앞으로 얼마나 자유로운 트로트 음악을 들려줄지 기대됩니다.
 그리고 댄스트로트나 발라드트로트를 해볼 생각이 있다고 해서 너무 기뻤습니다.
 정통트로트만 할 것 같았는데 사실 저도 그렇고 팬들 중에 트로트음악이 낯선 분들 꽤 많거든요.
 그러면서 왜 트로트 가수의 팬이 되었냐면 저같은 경우 음악장르 상관없이 가수 이찬원의 노래를 좋아합니다. 이찬원이 장르다. ㅎㅎ 팬들이 잘 쓰는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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