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트로트 외길 이찬원 上

밝음의 연금술사

글 : 김민희 기자  / 사진 : 정혜란 사진작가

이찬원은 ‘노래의 힘’을 보여주는 선물 같은 존재다.
한(恨) 대신 흥(興)으로 승화한 이찬원식 트로트는 ‘밝음’으로 똘똘 뭉쳐 있다.
그가 흩뿌리는 행복 바이러스는 힘이 세다.
코로나 시대에 축 처진 이들에게 긍정 에너지를 선사하고, 우울한 일상에 활기를 불어넣으며, 특유의 매력으로 젊은 팬층을 끌어들여 트로트를 즐기는 연령을 확 낮추고 폭도 넓혔다.
한국 가요계에 보기 드문, 차원이 다른 귀한 에너지임에 틀림없다.
이찬원을 인터뷰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렬하게 든 건 댓글 때문이었다. 트로트 팬덤 분석기사에 달린 이찬원 팬들의 댓글은 결이 달랐다. TOP6 트롯맨들이 주는 위로의 힘이야 우리가 아는 대로다. 〈미스트롯〉이 불씨를 던지고 〈미스터트롯〉이 불을 지핀 트로트 열풍으로 어르신들의 옛 노래로 치부되던 ‘비주류’ 트로트가 남녀노소 모두가 함께 즐기는 ‘주류’ 장르로 자리 잡게 됐다. 이 과정에서 등장한 팬덤은 세상에 없던 팬덤이다. 난생 처음 덕질을 해본다는 팬들이 많은데, 이들은 마음에 드는 기사에 원고지 7~8매에 달하는 장문의 정성 댓글을 다는 수고로움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 댓글들은 귀하디귀하다. 트로트라는 장르처럼 인생의 쓴맛 단맛을 맛본 이들의 댓글은 진정성이 넘치면서도 하나같이 사연이 깊다. 애정하는 트로트 가수의 노래가 자신의 일상을 어떻게 바꿔놓았는지를 구구절절 고백하는 글들은 감동을 안긴다. 그 가운데 이찬원 팬들은 고백의 톤이 확실히 다르다는 걸 발견했다. 다른 가수에 대한 댓글은 ‘위로’와 ‘힐링’이 주를 이뤘다면, 이찬원 팬들은 ‘행복’ ‘긍정’에 대한 언급이 많았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이찬원의 노래를 들으면서 우울했던 인생 자체가 통째로 밝아졌다는, 믿기 힘든 고백들이 차고 넘친다는 점이다.

노래의 힘을 다른 각도에서 새롭게 보게 됐다. 이찬원의 노래는 슬픔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감동이 아니다. 그가 생래적으로 지닌 밝은 에너지는 희로애락을 담은 트로트와 시너지를 내면서 트로트가 가진 흥을 최대치로 끌어올린다. 애절하지 않아도, 슬픔을 쥐어짜지 않아도, 가슴 저미는 한이 없어도 얼마든지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걸 이찬원은 노래로 증명한다. 그가 나훈아의 ‘울긴 왜 울어’를 부르면 세상의 모든 무거운 고민들이 별것 아닌 듯 느껴지고, ‘진또배기’ 첫 소절 ‘흐어어~’ 한마디를 뽑아내면 어깨춤이 절로 난다. 〈미스터트롯〉 경연 때 ‘18세 순이’로 마스터 전원을 일으켜 축제의 장으로 만들지 않았나.

슬픈 노래로 감정선을 건드리는 건 오히려 쉽다. 하지만 흥이 넘치는 밝은 노래로 감동과 위로를 주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찬원의 진가는 이 지점에서 발휘된다. 한글을 배우기도 전에 흥얼거렸다는 트로트는 그의 성대에 ‘트로트 나이테’를 층층이 아로새겼다. 10대 변성기를 지나 20대 중반이 되기까지 그는 늘 트로트와 함께하면서 트로트에 최적화된 안정적인 목소리를 장착하게 됐다.

이찬원의 생에 기적같이 찾아온 〈미스터트롯〉. 그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이 만났을 때 보여줄 수 있는 폭발력의 최대치를 뽐냈다. 결과는 3위인 미(美). 최종 결선에서 쟁쟁한 현역 가수들을 제치고 심사위원 점수 1위를 받기도 했다. 기적 같은 사건이었지만, 기적은 아니었다. 20여 년간 준비해온 무대의 결정체이자,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묵묵히 자기만의 길을 지켜낸 시간에 대한 보답이었다.

이찬원 인터뷰는 서울 마포구의 한 스튜디오에서 두 시간 넘게 진행됐다. 그는 철저한 준비성으로 또 한 번 감탄을 자아냈다. 미리 보내준 질문지를 꼼꼼히 분석해서 왔는데, 질문 순서까지 외울 정도였다. 한때 스포츠 아나운서 지망생답게 말솜씨 또한 논리 정연했다. 거의 모든 질문마다 기승전결로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되, 말의 강약이 분명해 전달력이 뛰어났다.


팬들의 댓글을 보고 놀랐어요.
‘이찬원 씨 노래의 힘이 이 정도였어?’라는 감탄이 저절로 나오더군요.


“네, 저도 봤어요. 보내주신 기사도 보고, 댓글도 다 봤습니다. 댓글까지 거의 확인하는 편이거든요. 처음에는 실감이 안 났어요. 직접적으로 못 느끼다가 〈사콜〉(사랑의 콜센타)을 통해 어느 정도 와닿았어요. 저로 인해 성격이 밝아지고, 우울증이 나아졌다는 분들이 정말 많더라고요. 남편과 사별하고 7년 넘게 앓던 우울증을 이겨내신 분, 힘든 병마와 싸우다가 상당 부분 이겨내신 분도 있어요.”
20년 동안 앓던 두통이 나았다는 분도 있었어요.


내 노래로 누군가의 삶이 그 정도로 바뀐다니.
그 느낌 어때요?


“뻔하고 당연하지만 너무 감사하죠. 지금도 믿기지 않아요. 저는 노래만 부른 것뿐인데, 신체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좋아지셨다는 게 너무 신기하죠. 그동안은 제가 좋아서, 제가 하고 싶어서 노래를 했다면, 앞으로는 그분들을 위해 노래를 해야겠다는 마음이 더 많이 들어요.”


노래를 듣는 이들에게 감동을 안기는데, 부르면서도 감동을 느끼는지 궁금해요.

“원래는 그러지 못했어요. 그저 노래가 좋았고, 늘 신나는 노래가 좋았어요. 가사를 떠올리면서 부를 만한 능력이 부족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미스터트롯〉 무대 이후 하루하루 지나고, 다양한 무대에 서면서 바뀐 것 같아요. 가사를 음미하게 되고, 듣는 분들의 마음을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노래 부르면서 감동을 받기 시작했어요. 최근에는 집에서 무대를 준비하다가 펑펑 울었어요.”


어떤 노래였죠?

“나훈아 선배님의 ‘명자’라는 신곡이에요. 나오자마자 알았고, 원래 좋아했던 노래예요. 팬카페인가 유튜브에서인가 제가 이 노래를 꼭 불러주면 좋겠다는 댓글을 보고 연습하게 됐죠. 집에서 노래방 앱으로 혼자 부르는데, 2절부터 노래가 끝날 때까지 눈물이 멈추지 않았어요. 울지 않고 부르려고 세 번을 다시 불렀는데 안 되더라고요. 세 번 다 펑펑 울었어요.”


그 노래의 어떤 지점이 감정선을 건드린 걸까요.

“노래 가사도 와닿았고, 이 노래를 불러달라는 분의 심정도 공감됐어요. 부모님을 떠올리는 노래였거든요. 저 역시 부모님이 대구에 계셔서 자주 못 뵈었잖아요. 〈미스터트롯〉 출전 이후 짧게 세 번 정도 뵌 게 다예요. 그분의 사연이 저와 공감이 된 부분이 컸어요.”


팬들과 깊은 소통을 하면서 음악세계가 넓어지고 있군요!

“네, 진짜 그런 것 같아요. 감수성도 더 풍부해졌고요. 또 팬분들 덕분에 부르는 장르도 넓어지고 있어요. 처음에는 제가 잘할 수 있는 트로트만 했어요. 그런데 발라드나 사연이 깊은 노래를 불러주면 좋겠다는 분들이 많아지면서 이제는 제가 잘할 수 있는 노래가 아니라, 가사를 생각하면서 노래하게 돼요.”


선순환이네요.

“하루하루 되게 행복해요. 저는 원래 밝고 긍정적이지만, 사람이 1년 내내 밝고 긍정적일 순 없잖아요. 다운되는 일이 있어도 제 노래를 듣고 힘을 내시는 팬을 생각하면 금세 밝아지고, 긍정적이 돼요. ‘나를 이렇게 사랑해주시는 팬들이 있는데, 왜 내가 기죽지? 왜 내가 우울해하지?’ 하는 생각이 들면서요.”

  • 2020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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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건의 글이 있습니다. 작성일순 | 찬성순 | 반대순
  박소연   ( 2020-11-18 )    수정   삭제 찬성 : 8 반대 : 0
이찬원님은 그 자체가 힐링이고 보배입니다. 58년 살면서 한 가슈의 노래를 매일 이렇게 들어 본적이 없답니다. 오로지 이찬원님이기에 듣고 또 듣습니다...힘과 울림이 함깨 하는 이찬원님은 감동 그 자체 입니다.
  숙e   ( 2020-11-17 )    수정   삭제 찬성 : 13 반대 : 0
이찬원 그자체가 힐링입니다
 보는내내 미소가절로지여지게하는 마술사
 행복바이러스로 온지구에 널리퍼져나갈길요
  쌔진   ( 2020-11-17 )    수정   삭제 찬성 : 11 반대 : 0
이찬원은 내삶에 기쁨 시절인연 김민희 편집장님 감사합니다 이찬원 인터뷰 해주셔서 편집장님도 따뜻한 사람같아요
  김규리   ( 2020-11-06 )    수정   삭제 찬성 : 22 반대 : 0
이찬원은 부모님과 집안 어르신이 주신 사랑을 우물안에 물처럼 퍼내어도 퍼내어도 줄지 않는 신비로운 우물같아요 그래서 이웃에게 나누는 사랑과 팬들에게 보내는 많은 사랑이 끝이 없나봅니다
 응원합니다
 신비로운 우물 잘 지켜주시고 건강 잘 챙겨서 오래도록 많은사람에게 기쁨을 주시길 기도할께요^^♡
  연율맘   ( 2020-11-06 )    수정   삭제 찬성 : 21 반대 : 0
이찬원의 트롯을 향한 외길인생 열정을 열렬히 응원합니다.
 이찬원을 응원하는 팬이라서 더더욱 뿌듯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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