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지민

피땀눈물로 팔색조 되기까지

글 : 이루신 자유기고가  / 사진 : 뉴시스 

BTS 지민은 2018년 12월 13일 영국 《가디언》지가 선정한 ‘역대 베스트 보이밴드 멤버 30’에 17위로 이름을 올렸다.
1위는 마이클 잭슨이었고, 한국 가수로는 지민과 함께 빅뱅 지드래곤(11위)이 포함됐다. ©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춤을 잘 추는 사람은 많지만 춤을 ‘알고’ 추는 사람은 적다”고 보아는 말했다. 방탄소년단의 지민은 그 적은 수 안에 들어간다. 그의 춤사위에 보는 이들이 반응하는 이유다.

지난해 12월 1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2018 멜론뮤직어워드’가 열렸다. 방탄소년단은 앨범상과 올해의 아티스트상을 받았다. 방탄소년단은 ‘아이돌(IDOL)’ 무대를 선보였는데 인트로가 인상적이었다. 지민이 댄서들과 함께 부채를 들고 춤을 췄다. 비트는 강렬했고, 춤선은 유려했다. 한국무용의 부채춤이 힙합과 어우러지는 순간, 전 세계 트위터에는 지민의 춤이 공유됐다. 지민의 이름만 실시간 트렌드 2위에 올랐다. 그는 이미 팝핀, 마셜아트, 브레이크댄스 등을 섭렵했다. ‘2016년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드(MAMA)’에서는 안대를 두르고 360도로 두 바퀴를 회전해 무대 중앙에 정확히 착지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중학교 때 팝핀에 입문했다는 지민은 예술고등학교를 졸업했다. 무용과의 학생이 전체 수석으로 합격한 건 그가 유일했다고 한다. 당시 담임교사는 인터뷰에서 “보통 아이들이 한국무용이나 발레, 현대무용 중 자기 전공에만 집중하려는 데 반해 지민은 모든 시간에 최선을 다했다. 지민이 여러 분야에서 탄탄하게 기본기를 다진 덕에 방탄소년단의 메인 댄서로 자리 잡은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지민은 학창 시절 춤을 배운 은사에게 자신의 앨범과 편지를 보내 화제가 됐다. “안녕하세요. 방탄소년단 지민입니다. 이곳에서 연습하고 배울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그립네요. 직접 찾아가지 못해 죄송하고, 항상 응원하고 있겠습니다”라고 적힌 메시지였다.


‘할 수 없을 때까지 해보자’


무용을 전공한 지민은, 처음 방탄소년단에 들어와 ‘연습벌레’로 불렸다. 팀에 가장 마지막으로 합류했기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실제로 “연습생으로 발탁됐지만 춤을 잘 못 춰서 데뷔가 어려울 뻔했다”고 훗날 털어놓기도 했다. 무용과 힙합은 달랐다. 힙합의 리듬에 맞춰 몸이 반응할 수 있을 때까지 연습했다.

그의 좌우명은 ‘할 수 없을 때까지 해보자’다. 방탄소년단의 안무가인 손성득은 한 인터뷰에서 “지민은 안무를 짜기 위해 새벽 두세 시에 연습실에서 혼자 연습하고 있었다. 지독한 연습벌레다”라고 말했다. 스태프들이 말릴 정도였다. 힙합 아이돌이 되는 데 발목을 잡았던 무용 실력은, 지금 지민이 방탄소년단의 메인 댄서로 날아오르는 데 한몫 단단히 하고 있다.

방탄소년단은 이제 데뷔 7년 차를 맞았다. 지난 7년 동안 이들에게 있었던 일은 케이팝의 역사에서도 전례 없는 일이다. 이들은 전 세계 SNS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아이돌이다. 한국뿐 아니라 일본, 브라질, 스페인, 멕시코에서도 방탄소년단의 공식 계정이 가장 많이 리트윗된 트위터 계정 1위에 올랐다. 2018년 빌보드가 선정한 올해의 아티스트 8위다. 한국 가수로는 처음으로 유엔총회에서 마이크를 잡고 전 세계 청춘들을 향해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실제로 이들의 노래는 ‘전 세계에 가장 많이 울려 퍼진 한국어 노래’다. 오늘의 이들을 있게 한 빅히트엔터테인먼트와 재계약했다는 훈훈한 소식도 들려왔다. BTS의 기록은 SM, JYP, YG의 삼국시대가 막을 내린다는 징조였고, 그들의 재계약 소식은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방식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증거였다.

“각기 재능과 실력을 갖춘 일곱 명의 멤버가 멋진 스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길 바랐다. 팬들과 인간 대 인간으로 긴밀히 소통하며 선한 영향력을 주고받을 수 있는, 수직적이 아닌 수평적인 리더십을 가진 아티스트가 되길 바랐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방시혁 대표의 말이다. 그는 이들의 데뷔 초부터 ‘시장에서 팔리는 음악이 아니라, 너희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하라’고 주문했다. 최소한의 통제 속에서, 자유방임형으로 팀을 이끌었다. 이들의 음악 장르가 ‘힙합’에서 시작한 것도, 첫 앨범부터 직접 프로듀싱에 참여한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자신들의 목소리를 가장 자유롭게 낼 수 있는 음악’으로 이들은 무대에 올랐다. 사랑 노래가 아닌 ‘학교 3부작’으로 10대의 현실을 직시했고, ‘청춘 2부작’으로 10대의 불안과 방황을 표현했다. ‘페이크 러브(Fake Love)’나 ‘러브 유어셀프(Love Yourself)’ 등의 노래도 타인이 아닌 ‘자기 자신을 사랑할 것’을 주문했다.

이들의 이런 몸부림이 응축된 건 2016년 발매된 ‘피땀눈물’이다. 그리고 지민의 존재감이 부각된 시기도 이즈음이다. 래핑이 많았던 노래들에서, 점점 노래와 고음부가 많아지던 시기다. 리드보컬인 지민의 목소리의 비중도 커졌다. 무엇보다 ‘피땀눈물’ 도입부에서, 지민이 노래를 부르며 자신의 얼굴을 감추었다가 드러내는 동작은 임팩트가 컸다.

당시 앨범의 타이틀은 ‘윙스’, 콘셉트는 유혹을 만난 소년이었다. 현재 자신이 머물고 있는 유년과 소년의 세계를 깨부수고 성장하는 게 테마다. 이 테마는 지민을 만나 하나의 서사가 됐다. 데뷔 후 끊임없이 절치부심하던 그의 잠재력이 터지는 순간이었다. 당시 JTBC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했던 지민은 “‘피땀눈물’ 연습 중 거울을 보다가 잘생겨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열흘에 한 끼만 먹으며 다이어트를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렇게 고생하면서 뺐지만, “멤버 중 잘생긴 순위는 그대로였다”며 허탈하게 웃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그는 범지구적인 ‘꽃미남’이 되어 있다. 최근 미국의 연예매체 ‘숨피(Soompi)’는 “2018년 9월 월드 투어 콘서트에서 지민이 청중을 응시하는 장면이 업로드된 후 수천 번 리트윗되면서 팬덤 외부로 퍼지기 시작했다”고 썼다. 그의 ‘숨 막히는 아름다움’이라는 바이러스에 많은 이가 전염됐다고 말이다. 이 장면은 ‘7초면 빠져든다’는 제목으로 100만 번 리트윗되기도 했다. 다른 매체인 ‘브라이트 사이드(Bright Side)’에서는 ‘나라별 대표 미남’ 코너에 ‘한국 대표 미남’으로 ‘지민’을 지목했다.


BTS, 디지털 시대의 비틀스


방탄소년단의 노래가 빌보드 차트 1위를 차지한 뒤 세계 언론은 이들의 인기를 ‘세대적 현상’으로 분석한다. 이들의 공연 티켓은 10분 안에 매진되고, 인터넷에서는 암표가 1000유로에 팔렸다. 독일의 언론은 ‘방탄소년단은 디지털 시대의 비틀스인가’라는 제목의 칼럼을 싣기도 했다.

이들은 ‘방탄소년단의 독점적인 인기는 그들의 노래가 가진 메시지에 있다’고 분석했다. 10대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는 이들을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더구나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SNS로 전 세계 팬들과 쉴 새 없이 소통한다. 국적과 관계없이 ‘내 곁에 있는 스타’다. 리더인 RM(랩몬스터)는 평소 즐겨 듣는 음악을 ‘#RM’이라는 해시태그로 공유한다. 진은 반려동물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린다. 제이홉은 전시회 등 문화생활의 후기를 올린다. 패셔니스타 뷔의 스타일은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는다.

그중에서도 지민은 해외 일정이 있을 때마다 잘 다녀오겠다는 안부인사와 본인의 셀카를 올린다. 그의 사진은 업로드 되는 즉시 화제가 된다. 트위터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멤버이자, 방탄소년단 중 가장 친밀도가 높은 멤버다. 트위터와 공식 카페에 자주 등장해 ‘공카요정’으로 불리기도 한다.


팬들은 ‘지민에게 빠지는 이유’로 무대 위와 아래에서 확연히 달라지는 ‘온도 차’를 꼽는다. 무대에서는 모든 것을 다 불태울 것처럼 몸을 던지지만, 무대 아래로 내려오면 순한 얼굴로 멤버와 팬을 살뜰히 챙겨서다. 173.6cm로 슈가와 함께 팀 내 최단신이기도 하고, 나이도 막내에서 두 번째라 분위기 메이커를 담당한다. 막내인 정국을 아껴서 ‘정국맘’이라 불리는 이런 다정함이 팬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진다. 국경 너머 팬들도 방탄소년단의 일상을 공유하며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사이’ 같은 친밀함을 느낀다.

메인 댄서와 리드보컬인 지민이 최근엔 노래 제작에도 참여하고 있다. 그가 참여한 ‘Waste it on me(내게 낭비해)’의 가사는 이렇다.

“… 우리에게도 다른 계절이 오지 않을까 / 봄이 지나면 오는 / 네 여름이 되고 싶어 / 네 파도가 되고 싶어 / 날 쉼표처럼 대해줘 / 다른 문장으로 데려가 줄게.”

꽃이 만개한 봄날을 맞은 이들은 이미 여름을 준비하고 있다. 방탄소년단은 우리 시대의 비틀스일까. BTS의 전성기가 언제일지 어쩌면 우리는 아직 모른다. 다만 이들이 BTS(Beyond the Scene·문을 열고 앞으로 나아간다, 최근 BTS가 부여한 새로운 의미)임은 분명해 보인다.
  • 2019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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