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시성은 조인성이다

글 : 이루신 자유기고가  / 사진제공 : 아이오케이컴퍼니 

“괴로움 없이 자유로운 인물을 볼 때 범상치 않은 느낌을 받는다”고 조인성은 말했다. 그 범상치 않음을 영화에 녹이고 싶었다고 했다. 영화뿐 아니라 인터뷰 자리에서 만난 그는 범상치 않았다. 질문의 의도를 파악하고, 핵심을 간파한 답을 내놓았다. 220억이라는 자본이 들어간 영화, 추석이라는 대전을 앞둔 전운. 여러 말이 소문에 소문을 낳았고, 어떤 질문은 허공을 맴돌았지만 그의 대답은 땅을 딛고 있어 흩어지지 않았다. 난리와 소문에 휘둘리기엔 조인성은 자유로웠다. 흥행이 되든 그렇지 않든 그에 대한 책임을 질 뿐, 호들갑을 떨 일은 아니라는 그의 태도는 그래서 책임 있어 보였다. 〈안시성〉은 500만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동시기에 개봉한 영화의 맨 앞에 서 있다.
‘팀 안시성’을 이끌었던 성주 양만춘처럼, 조인성은 가장 앞에 서고 가장 늦게 떠날 인물이었다. 영화 〈안시성〉은 당 태종 이세민의 20만 대군에 맞서 안시성을 지켜낸 5000 군사의 싸움에 대한 이야기다. 이 88일의 전투 동안 안시성 성주인 양만춘은 맨 앞에 서 있었다. 〈안시성〉에 대한 의혹과 질문들도 대부분 양만춘을 맡은 조인성에 관한 것이었다. 장군 역할에 조인성이 어울리겠느냐는 의혹, 그의 목소리나 외양이 고구려 시대와 맞느냐는 질문 등이었다. 그에 대한 답은 인터뷰가 아니라 작품을 통해 해야 했다. 그리고 조인성은 그렇게 했다.


하고 싶으면서 피하고 싶었다


“처음에는 두 번을 거절했어요. 저부터가 저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어요. 장군이라고 하면 생각하는 이미지가 있잖아요. 그런데 김광식 감독님이 당시 장군들의 나이가 30~40대였다고 말씀하시더군요. 나조차 고정관념에 빠져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죠.”

‘안시성은 결국 양만춘의 이야기’라고 말한 김광식 감독은 조인성의 〈안시성〉을 위해 양만춘의 캐릭터를 수정했다. 김광식 감독은 조인성에게서 ‘슬램덩크의 강백호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사료에 남은 양만춘에 관한 기록은 고작 2줄이다. 남은 부분은 조인성이 채워야 했다. 조인성의 인성과 성품이 담길 수밖에 없다.

“카메라 안과 밖에서 위화감이 없기를 바랐어요. 우리가 가진 분위기가 작품 안에서도 그대로 드러나리라 생각했고요. 제가 팀의 리더이긴 했지만 결정하는 사람은 아니었어요. ‘내 의견은 이런데, 형 의견은 어때? 아, 그렇구나. 그럼 네 의견은 어때?’라고 물으면서 최선의 결정에 다가가기 위해 노력했죠.”


마침 멜로로서 보여줄 수 있는 감성에 한계를 느끼던 참이었다. 감정의 밑바닥까지 다녀와야 하는 작품을 연달아 했다. 사랑을 할 때의 모습은, 연애를 할 때 조인성의 모습을 빌려다 쓸 수밖에 없었다. 동어를 반복하는 건 아닐까 고민이 될 무렵이었다.

“예를 들어 재벌 2세라고 해봐요. 아마 그가 다니는 회사는 달라질 수 있어도 보이는 모습은 비슷할 수밖에 없어요. 자동차 회사, 화장품 회사, 전자 회사 정도만 달라질까요?(일동 웃음) 멜로라는 장르 안에서 제 모습을 다 꺼내 썼다면, 이제 장르를 바꿔봐야 하는 건 아닌가 생각했어요. 〈안시성〉을 하고 싶지 않았으면서도 하고 싶었던 이유이기도 해요.”

‘어울리지 않기 때문에 어울리는 연기만 한다면, 도무지 나에게 어울리는 모습이란 무엇이란 말인가’라는 고민이 계속되는 시기이기도 했다. 그가 〈비열한 거리〉에 캐스팅됐을 때도 누군가는 ‘그에게 건달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했고,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 장애를 입는 역할을 맡았을 때는 ‘저런 외모의 장애인이 있을 리 없다’는 말도 나왔다. 그 모든 우려와 편견을 돌파하는 게 그의 역할이었다. 그리고 전작에서 그랬듯, 이번에도 조인성은 그 벽을 유려하게 넘었다.

“이번 작품이 ‘터닝 포인트가 되길 바란다’거나, 뭔가를 보여줘야겠다는 대단한 포부는 없었어요. 그렇게 힘이 들어가면 보는 사람들한테 다 들켜요. 저는 다만, 지고 싶지 않았어요. 현장은 지독하게 덥고, 끔찍하게 추웠어요. 그 안에서 무거운 갑옷을 입고 연기하다 보면 포기하고 싶을 때가 있었어요. 그냥 대충 하고 넘기고 싶었던 거죠. 그런 싸움에서 지고 싶지 않았어요.”


여유를 만드는 건 결국 유머


조인성의 인터뷰에서는 자주 폭소가 터진다. 처음엔 당혹스럽다. 인터뷰의 중간중간 실없는 농담으로 허를 찌르는 그의 리듬이 예기치 못했던 것이라 그렇다. 두 번 정도 만나면, 그가 애써 무게를 잡지 않으려 한다는 걸 눈치챈다. 인터뷰라는 형식보다 중요한 건, 사람과 사람이 만나 대화를 나눈다는 내용에 있다. 그런 걸 인간미라고 한다면, 그에겐 그런 게 있다.

“세트장이 강원도 고성에 있었어요. 저는 거의 그곳에서 생활했죠. 하루는 촬영이 없어서 산에 올라갔어요. 산에 오르다 보면 작은 매점이 하나 나와요. 거기 앉아 있는데, 주인아저씨가 슥 다가오시더니, “짬뽕 한 그릇 하겠소?” 묻는 거예요. 그 산속에 짬뽕이라니 말도 안 되잖아요. 시켜서 먹었는데, 맛이 기가 막혀요. 산속이라 해산물을 구하기 어려우니까 채소를 넣고 육수를 뽑아서 만드셨는데, 정말 말도 안 되는 맛이었어요.”

이를테면 이런 순간이다. 짬뽕에 대한 묘사가 얼마나 숨 막히는지, 듣는 이들이 타이핑하는 것도 잊고 몰입하다가 어느 순간 또 다같이 ‘가만, 지금 〈안시성〉 인터뷰에서 이 얘기가 왜 나왔지?’라고 현실을 자각하는 순간이 온다. 그러면 조인성은 또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고성의 추위며 세트장에서 본 첨단 장비들의 풍경들을 이야기한다.

“세트 제작 비용만 21억이 들었대요. 사방 어디든 360도로 촬영할 수 있는 ‘스카이워커’, 초고속으로 촬영하는 ‘로봇암’, 달리는 말을 쫓아가면서 찍는 ‘러시안암’ 등이 동원됐죠. 이 장비들이 저희보다 스케줄이 빡빡했어요. 그날 찍기로 한 분량을 다 못 찍으면 고스란히 제작비가 나갔죠. 그 기계들과 호흡을 맞추는 일도 만만치 않았어요.”


고구려 시대에 동원된 최첨단 장비 덕분에, 〈안시성〉을 본 이들은 ‘고벤저스’라는 애칭을 붙였다. ‘고구려 어벤저스’ 같은 경쾌하고 세련된 느낌이 난다는 의미다. 실제로 2시간 15분을 채우는 공성전은 저마다 다른 전술과 아이템으로 지루한 느낌을 주지 않는다. 당나라의 물량공세를 이기는 건 결국 안시성의 지략이다. 전쟁영화가 주는 참혹함이나 잔인함에 대한 우려도 걷어 냈다. 영화가 조명하는 건, ‘고구려에서도 고립된 이 작은 성의 아웃사이더들이 어떻게 그 성을 지켜내느냐’다.

“이 영화의 다른 제목이 ‘Unsong Hero’예요. 칭송받지 못한 영웅이죠. 연개소문이라는 고구려의 리더를 따르지 않은 유일한 성주, 그의 부름에 응답한 대신 양만춘은 자기 성의 사람들을 지키는 쪽을 택해요. 그리고 성 사람들은 누구나 양만춘을 좋아하죠. 전쟁에서 이겼을 때도 양만춘은 한 번도 웃지 않아요. 그에게는 그 싸움에서 죽어간 한 사람 한 사람이 소중하니까요.”

조인성의 양만춘은 분명 이전에 본 적 없는 장수다. 그는 수레가 빠진 노인을 도우러 진흙탕에 빠지고, 아이가 태어나면 찾아가 눈을 맞춘다. 영화는 〈삼국사기〉에 남은 단 두 줄의 기록을 상상력으로 채웠지만, 적어도 ‘고구려가 평등한 사회였다’는 건 실감이 난다. 이들은 ‘대의’를 위해서가 아니라, ‘내 사람들’을 위해 싸운다. 영화 속에서 안시성의 성민이 “양만춘은 어떤 사람이냐”는 사물(남주혁)의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안시성은 곧 성주고, 성주가 곧 안시성”이라고. 〈안시성〉의 조인성은 흐트러진 머리에 검게 그을린 얼굴로 성을 지킨다. 그는 더 이상 작품 속에서 멋짐을 담당하거나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않는다. 팀을 이끌고, 팀워크를 다진다. 그런 면에서 ‘안시성은 곧 조인성’이었다는 후기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 2018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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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건의 글이 있습니다. 작성일순 | 찬성순 | 반대순
  꼴통광식감독   ( 2018-11-02 ) 찬성 : 1 반대 : 2
양만춘이라는 인물 실존인물아닌데 안시성 제작자 김광식영화감독이 진취성으로 바꾸지 않아 안타깝다
 한국에 양씨성 가진 인물들 안좋은 분도 많고 나쁜사람들 많은데
 영화관람객을 위해서라도 바꿔주고 제작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음.국명도 바꿔서 대중객들 보여줬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
 뼌한 사실 역사 약간 변형해도 실제역사는 그대로 .
  해피맘   ( 2018-10-27 ) 찬성 : 8 반대 : 4
오늘 집에서 딸하고 안시성봣는데 사이다가 따로 없드라고여
 양만춘 성주 응원하며 잘봣어요.사극이 우리국민듷 잔인하게 죽는거라서 요즘은
 사극 안보개 되는대-웬맠한 건 다 봣지만-.오늘보니 사극영화 -사극은 무조건 뫄랴겟단 생각이
 들엇내요
 양만춘 안시성 화이팅-조인성 화이팅! 모두들 보시길-관람객 2000만!@
 
  Good   ( 2018-10-25 ) 찬성 : 12 반대 : 9
양만춘장군!고정관념을 깬 장군역 정말 최고의 장군님였습니다^^
20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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