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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닿을 듯 무럭무럭 자라는 나무 같은 청년

〈조작된 도시〉로 영화 데뷔한 지창욱

사람들은 모두 그 나무를 썩은 나무라고 그랬다.
그러나 나는 그 나무가 썩은 나무가 아니라고 그랬다.
그 밤, 나는 꿈을 꾸었다.
그리하여 나는 그 꿈속에서 무럭무럭 푸른 하늘에 닿을 듯이 가지를 펴며 자라가는 그 나무를 보았다.
나는 또다시 사람을 모아 그 나무가 썩은 나무가 아니라고 그랬다.

그 나무는 썩은 나무가 아니다.

천상병, 〈나무〉

사진제공 : CJ엔터테인먼트
영화 〈조작된 도시〉의 시작과 끝에서 배우 지창욱(30)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천상병 시인의 ‘나무’를 읊는다. 이 영화는 사회의 비주류, 즉 ‘썩은 나무’로 취급받던 이들이 자신이 썩은 나무가 아니라고 증명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들의 대장이 바로 지창욱이다. 드라마의 성공을 발판 삼아 한류 스타가 된 지창욱은 이 영화로 ‘무럭무럭 푸른 하늘에 닿을 듯이 가지를 펴며 자라가는 나무’임을 알리고 있다.

권유(지창욱)는 능숙한 사격과 현란한 액션으로 팀원들을 리드하고 구출하며 돌격하기 때문에 별명이 ‘대장’이다. 팀원들은 모두 그를 따르고 존경하지만, 이는 단지 게임 속 모습일 뿐. 현실 속 그는 3만원이 없어서 게임 팀원 정모에 나가는 것조차 부담스러운 백수다.

권유는 PC방에서 우연히 울리는 휴대폰을 줍게 되고 주인에게 주기 위해 모텔에 찾아간다. 사례금을 받은 권유는 기분 좋게 집으로 가지만 잠들고 깨어났을 땐 영문도 모른 채 미성년자 강간 살인범이 되어 있다. 갑작스러운 사건도 억울한데 교도소를 통제하는 권력자의 눈 밖에 나기까지 한다. 갖은 고생 끝에 가까스로 탈옥에 성공한다. 누군가에 의해 조작된 사건으로 누명을 쓰고 쫓기는 그를 도와주는 것은 바로 게임 속 팀원들. 현실에서 가진 그들의 능력과 기술로 사건을 추적하며 반격한다.


〈기황후〉 〈힐러〉 〈K2〉 등 드라마로 인기


지창욱은 지난 10년간 〈웃어라 동해야〉 〈다섯 손가락〉 〈기황후〉 〈힐러〉 〈K2〉 등 수많은 인기작을 남기며 TV의 주연급 스타로까지 성장했지만 유독 충무로와는 연이 닿지 않았다. 박광현 감독의 〈조작된 도시〉로 그는 첫 영화에서 단독 주연을 꿰찼다. 지창욱은 “첫 영화인 만큼 투톱이나 쓰리톱, 주연이 아니라도 개성 있는 조연으로 선배님들에게 묻어가는 작품을 하고 싶었다”며 “좋은 선배님들 틈바구니에서 많이 배울 수 있고, 조금은 부담도 덜한, 가벼운 마음에서 촬영할 수 있는 작품을 찾았었는데 어쩌다 보니 감독님께 홀려 미숙한 경험에도 불구하고 원톱 주연작을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서 극을 이끌어가야 한다는 점, 만화적 판타지 요소가 짙고 낯선 요소가 많아 처음엔 (출연을) 망설였죠. 그런데 감독님을 뵙고 나니 모든 걱정이 사라지고 기대와 도전의식이 막 솟구치는 거예요(웃음). 감독님의 세계관과 개성이 뚜렷했고, 영화의 메시지가 와 닿아 부담감에도 불구하고 출연을 결심하게 됐어요. 원톱 주연이라기보단, 감독님의 아바타가 되겠다고 마음을 먹으니 한결 편안해지더라고요.”

박광현 감독은 왜 영화에 한 번도 출연하지 않은 지창욱을 단독 주연으로 ‘홀리’려고 했을까? 그는 “〈조작된 도시〉는 만화적인 판타지 느낌의 영화이기 때문에 일반 배우들의 이미지와는 잘 맞지 않는다. 지인을 통해 우연히 〈힐러〉의 클립을 보는 순간 지창욱의 눈빛이 굉장하다고 느꼈다. 〈기황후〉에서 연기하는 모습은 더욱 놀라웠다”고 말했다. 하지만 영화와 방송 등 매체가 주는 폐쇄성 탓인지 지창욱이란 배우를 찾는 게 생각보다 힘들었다. 더 힘들었던 건, 영화에서 아직 아무 실적이 없는 그를 주인공으로 영화를 만들자니 제작사와 투자사의 기나긴 설득이 필요했던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제작에 착수하려니 이번엔 배우가 선뜻 캐스팅에 나설 용기가 없어 직접 만나 설득을 했다.

영화 〈조작된 도시〉
지창욱은 영화 개봉 전 언론시사회에서 영화를 처음 봤다. 그는 “편하게 보지는 못했다. 원래 내 작품을 편히 못 보는 편인데 극장이라 화면도 소리도 더 크지 않나. 극장에서 많은 관객들과 보는 것도 익숙하지 않더라. 영화가 어땠냐고 굉장히 많이 물어보시는데 온전히 관객의 입장에서 볼 수가 없는 처지다. 많이 긴장했고, 아쉬웠던 게 더 많이 생각났다”고 했다. 단독 주연이라면 느끼는 흥행 부담에 대해 “어쨌든 손해는 안 봤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고 했다.

“이 작품이 영화라는 데 신경을 썼던 게 아쉬워요. 주변 선배나 동료, 관계자들이 은연중에 브라운관과 스크린은 다르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셨어요. 괜히 미리부터 많이 다르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겪어보고 나니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 되레 다르다고 생각하고 임했던 게 아쉽네요. 영화나 드라마 어느 하나 편한 건 없지만 영화가 드라마에 비해 호흡이 느리긴 하더군요. 디테일하게 들어갈 수도 있고. 시스템의 차이는 있겠지만 제가 느낀 건 연기하는 건 별반 다를 게 없다는 거였거든요. 배우로서는 처음 영화로 인사를 드리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배우도 있습니다’ 눈도장 같은 걸 남기고 싶었죠. 큰 욕심이라기보다는 즐겁게 작업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굉장히 힘들었어요.”

지창욱은 “힘들게 찍었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는 “박광현 감독님은 꼼꼼하고 자기만의 색깔이 뚜렷한 데다 머리에 있는 그림이 확실하다. 누군가의 머리에 있는 보이지 않는 장면을 연기로 구현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만 하면 넘어갈 수 있지 않는가’ 싶은 부분도 여러 차례 반복해서 찍었다. 그래서 감독님을 더 믿었고 의지를 많이 했다”고 했다.


맞고 때리는 액션보다 어려운 감정 연기

영화 〈조작된 도시〉
“이렇게 맞는 게 많았던 건 처음이에요. 오히려 때리는 게 편했던 것 같아요. 액션을 하다 보면 실제로 맞을 때도 있고 다칠 수도 있어서 때리는 게 마음이 불편했거든요. 그런데 워낙 많이 맞아보니까(웃음). 맞으면 아프고 여러 번 반복해서 찍다 보니 저도 사람인지라 짜증이 나더군요. 그런데 이게 다 연기니까 누구한테 뭐라고 할 수도 없으니까요. 참 묘했어요. 맞는 요령은 따로 안 생겼어요. 힘든 걸 많이 한다고 안 힘들어지는 게 아니던데요. 한 가지 더 말씀드리자면 오정세 배우를 제가 때리는 장면이 있는데 갈비뼈에 금이 갔어요. 많이 아파하길래 근육이 놀랐나 보다 했는데, 나중에 스태프를 통해 알아보니 그런 부상을 당했던 거죠. 너무 죄송스러웠어요. 감정에 치우쳐 액션 연기를 하는 게 항상 좋기만 한 게 아니란 걸 배웠어요.”

맞고 때리는 연기가 의미 없는 고생은 아니었다. 영화가 공개된 후 가장 관심을 끌었던 것은 지창욱의 액션이었다. 맨몸 격투부터 총기, 대규모 폭파신, 와이어, 자동차 추격전까지 액션의 모든 것을 거의 다 선보였다. 그는 드라마 〈힐러〉와 〈K2〉에서도 액션 장면을 여러 차례 선보였다. 연달아 액션 장르를 선택한 이유가 뭘까.

“〈힐러〉나 〈K2〉, 〈조작된 도시〉 모두 액션을 보고 선택한 작품은 아니에요. 인물과의 관계, 캐릭터, 스토리 등 다 각각의 작품을 했던 이유가 있죠. 일각에서는 이미지 변신이나 새로운 시도에 소극적인 게 아니냐고도 하시는데, 사실 아직 기회는 많잖아요? 뭐든 제가 할 수 있을 때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하고, 대단한 변신은 아닐지라도 조금씩 변화와 업그레이드를 통해 저 나름대로는 계속 경험을 쌓아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른 평가를 내릴 순 있겠지만 저 스스로는 고민도 많이 하고, 당장보다는 먼 미래까지 멀리 내다보고 뭐든 선택하려고 노력해요.”

영화 〈조작된 도시〉
지창욱은 “액션보다 감정을 연기하는 장면에서 고생이 더 컸다”고 했다. 감옥에서 어머니를 생각하는 장면이나 탈옥 후 여울(심은경)의 집에서 밥을 먹는 장면 등에서 그가 액션을 잘하는 젊은 남자 배우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지창욱은 “험했거나 상상 가능한 보편적인 상황들이 아닌, 낯설고도 극한 상황의 연속이라 몰입, 절제하고 내지르다 폭주하는 일련의 감정 표현들이 힘들었다”며 “위험한 액션보다도 체력 소모가 컸다”고 했다.

“액션은 기술 등을 동원해서 어떻게든 만들어낼 수 있고, 정 안 되면 대역을 쓸 수 있어요. 몸이 힘든 거야 참으면 되고요. 감정 연기엔 대역이 없어요. 순간순간 감정을 컨트롤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아요. 감옥에서 엄마가 죽었다는 얘길 들었을 때 감정, 여울이 집에서 해주는 밥을 먹었을 때의 감정은 한 번에 온전히 표현되지가 않았어요. 특히 밥 먹는 장면이 쉽지 않아서 여러 번 찍었어요. 그렇게 고생하고 억울한 상황에 놓여 있던, 벼랑 끝까지 갔던 사람이 따뜻한 밥을 처음 마주했을 때 감정이 어떨까요? 현장 상황과 내 상태에 있어 쉽지 않았던 장면이기도 해요. 막막해지니까 나중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감정에 몰입했죠. 이번 영화는 대사도 별로 없고 상대 배우를 만나도 소통이 별로 없었어요. 대사가 없어 더 힘들었죠. 대사를 하면 자연스레 감정이 드러나는데, 감정 하나로 보여줘야 해서 정말 외로웠어요.”


“소년의 이미지를 간직한 상남자”


박광현 감독은 “창욱씨와 현장에서 촬영하다 보니, 정말 물건이란 걸 알게 되었다. 액션은 물론이거니와, 배우로서의 준비가 이미 다 되어 있는 친구였다. 소년의 이미지를 갖고 있으면서도 상남자다운 면모가 있다. 〈조작된 도시〉에 적격인 캐릭터이고, 그를 만난 건 내게 행운”이라고 전했다. 방송계에서도 지창욱은 안정된 연기를 선보이는 배우로 평가를 받으면서 주연을 도맡아 왔다. 하지만 그에게도 ‘썩은 나무’ 같은 취급을 받는 시절이 있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이과에서 갑자기 연극영화과로 진로를 바꿨을 때 어머니의 반대가 심했다. “어디서 바람이 들어서 연기냐, 대학 가서 취직해야 한다”며 말리기도 했다. 그는 “대들고, 싸우고, 어머니 속을 많이 썩였던 것 같다”고 했다.

“사실 거창한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에요. 고3 때 공부는 재미가 없었고, 배우 하면 재밌고 편할 줄로만 알았거든요. 연기가 너무 쉬워 보였으니까요. 말하듯이 말하면 대사고, 영화 보면서 잘 우니까 연기할 때도 눈물이 날 줄 알았어요. 게다가 예쁜 연예인도 보고, 돈도 많이 벌고요. 하하. 연극영화과 가면 선후배, 동기들과 잔디밭에서 놀 줄 알았죠.”

대학 진학 후, 수업에서 연극사(史)와 고전소설은 재미가 없었고, 학교 선배들의 단편영화, 독립 장편영화에 출연하면서 자신이 “얼마나 끔찍하게 연기를 못하는지” 알게 됐다. 한 선배는 뷰파인더에 나온 그의 얼굴만 보고 캐스팅했다가 촬영 때 그의 연기에 실망하기도 했다. 그는 오디션도 많이 보러 다니고, 대학로 뮤지컬에 출연하면서 혼도 많이 나고 욕도 많이 먹었다. 지창욱은 “그래서 다시 학교로 돌아가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방송에 출연하게 됐을 땐 카메라 울렁증까지 생겼다. 그는 “카메라 앞에 서면 머릿속이 하얘질 정도였다. 자다 일어나서 대사를 바로 할 정도로 외워도 선배랑 눈 마주치면 긴장해서 대사를 까먹었다. 많이 하다 보니까 카메라 앞에 서는 게 편해지면서 연기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그때는 서툴렀던 만큼 순수했던 것 같아요. 촬영 3일 전부터 사람을 안 만났어요. 집중을 해야 하는데 사람을 만나면 감정이 흐트러질까봐서. 그런데 연기 경력이 조금 생기고 출연한 〈웃어라 동해야〉서부터 고민이 많아졌어요. 제게 재능이 없단 생각이 들었거든요. 저는 한다고 하는데. 내 맘대로 몸이 안 움직여지고, 감정도 안 나오는 것 같고요. 그만둬야 할 것 같긴 한데 제가 할 줄 아는 게 결국 연기밖에 없더군요.”

지창욱은 커리어의 정점에 선 올해 군 입대를 할 예정이다. 그는 얼마 전 어머니와 태국으로 여행을 다녀 왔다. 그는 “어머니께서 걱정이 많은 편이다. 술 먹다가 사고 날까봐 걱정, 오토바이 타고 다니다 사고 날까봐 걱정, 심지어 여자 걱정까지. 군대 가면 그런 걱정 없으니까 오히려 편하다고 하신다”며 웃었다. 이 시점에서 군대를 가는 게 아쉽거나 걱정이 되지는 않을까.

“잊히는 거 걱정 안 해요. 군대에 다녀 오면, 과감한 도전도 더 많이 하고, 연기 스펙트럼도 더 넓힐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층 성숙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돼요. 지금의 인기에 집착하거나 불안해하고 싶지 않아요. 분명 또 다른 배움이 있을 거고, 더 좋은 모습으로 돌아올 거니까요.”
  • 2017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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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건의 글이 있습니다. 작성일순 | 찬성순 | 반대순
   김경미   ( 2017-02-23 ) 찬성 : 30 반대 : 8
어느덧 믿고 보는 배우가 된 지창욱! 첫 주연작이지만 역시 기대를 져버리지않았다 소재도 새롭고 표현도 독특하니 좋았다 거기에 조연분들도 각자개성 살리며 작품을 살렸다 주변에 실제로 본 사람들의 반응은 다 재밌다 근래 본 영화중 젤 재밌다고들 한다 더 흥했으면 한다
   dongi   ( 2017-02-23 ) 찬성 : 24 반대 : 7
저도 우연히 비디오클립 보고 호기심에 드라마 찾아보다가 팬이 됐어요. 한번 빠지면 헤어나올수 없는 매력이 있는분. 특히 감정연기를 잘하는 젊은 남자배우로는 독보적인거 같아요. 조작된 도시 권유 역할도 지창욱이기에 그렇게 매력적으로 표현이 된거같구요. 군대가기전에 차기작 한작품 더 꼭 보고싶어요.
   ㅇㅁㅈ   ( 2017-02-23 ) 찬성 : 28 반대 : 7
이번 영화를 보면서 주연배우가 정말 잘해냈구나 싶었어요!! 지창욱의 수려한 비주얼뿐 아니라 폭넓은 감정연기와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액션 등이 스크린에서 빛을 바라네요!! 캬~~ 영화잼나던데 더 흥행하세요! 스크린에서 자주 뵈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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