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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정기를 지닌 2016년의 얼굴

〈밀정〉의 의열단 리더 역 공유

2016년의 모든 계절은 공유와 함께 보낼 것 같다. 그는 지난 봄, 여름, 가을에 각각 다른 장르, 다른 얼굴로 작품에 등장했다. 다가올 겨울에는 〈도깨비〉라는 드라마로 나타날 예정이다.
연기력으로나 흥행으로나 작품성으로나 나무랄 데 없는 한 해였다. 기념비적인 한 해를 지나는 그의 얼굴은 도리어 담담했다. 맑은 얼굴로 다시 올 봄날을 기다리는 그를 보니, 그의 정상은 아직 오지 않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사진제공 : 워너브라더스 코리아
배우 송강호는 공유를 두고 ‘1급수 같은 배우’라고 했다. 1급수에만 산다는 다슬기를 빌려와 ‘공다슬기’라는 별명을 지어주기도 했다. 이는 그가 세상 물정 모르는 하얀 순수함을 가졌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세상이 순리대로 흐르지만은 않는다는 것과 그가 몸담은 쇼 비즈니스 세계의 엄혹함을 앎에도 여전히 어떤 ‘곧음’과 맑은 정기를 지녔다는 뜻이다. 같은 기운을 김지운 감독도 느꼈다. 그는 〈밀정〉의 의열단 리더 김우진 역을 공유에게 제안하면서 ‘공유에게는 섬세하고 여린 면이 있다. 어떤 거사를 해내고 나서도, 다음 임무를 생각하며 근심 어린 표정을 짓는 김우진에 적합하다고 느꼈다’고 했다. 거사를 끝낸 뒤에도 다음 임무를 생각하며 근심하는 면은, 공유와 김우진의 닮은 점이다. 공유는 인터뷰 전날 밤 〈부산행〉 천만파티에 다녀왔다. 모두가 축배를 드는 자리에서도 흔쾌히 취하지 못했다. 본인의 침잠이 주변의 분위기를 깰까봐 조심하면서, 다음 날을 준비했다. 이틀 뒤에는 김은숙 작가의 신작, 드라마 〈도깨비〉 촬영이 시작된다.

“저는 생각보다 굉장히 담담해요. 한창 천만을 향해 가고, 천만을 돌파했을 때 저의 주변 분들이 굉장히 기뻐해주셨어요. 굳이 제가 기록을 찾아보지 않아도 될 정도로요. 그런데 제가 너무 덤덤하면 초 치는 게 될 것 같아서 ‘감사하다’고 했죠. 아마 계속 해야 할 일들이 있어서였던 것 같아요. 한 해에 많은 일을 겹쳐서 하다 보니까, 다음 일을 생각하느라 도취되거나 만끽하지는 못했어요. 천만파티에서는 오랜만에 고생한 스태프들을 다시 만나서 반가웠죠.”


지난봄에는 영화 〈남과 여〉의 흔들리는 남자 기홍이었다. 여름에는 〈부산행〉 열차에 탑승한 펀드매니저 석우였고 가을엔 〈밀정〉의 우진이다. 곧 찾아올 겨울엔 드라마 〈도깨비〉로 나타날 예정이다. 한 해에 이렇게 많은 작품이 그를 관통한 건 그가 연기를 시작한 이래 처음이다. 더구나 그 안에는 천만 관객을 기록한 영화도 있고, 한국 영화계의 3대 거장이라 불리는 김지운 감독과의 작업도 있다. 그를 둘러싼 주변은 소란스러운데, 그는 오히려 고요하다.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스물아홉이던 9년 전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이 트렌디드라마의 한 획을 그으며 그를 ‘우주 대스타’로 만들었을 때다.

“언제 이런 행운이 찾아올지 제가 그 시기를 정할 수는 없죠. 그래서 저는 슬플 때보다 기쁠 때 마인드 컨트롤이 더 필요해요. 좀 더 슬기롭게 받아들이고 싶거든요. 〈부산행〉과 〈밀정〉이라는 경사도 〈커피프린스 1호점〉을 마쳤을 때랑 비슷한 것 같아요. 과정이 신났지, 결과가 좋아서 신나진 않았어요.”


일의 기쁨과 슬픔

영화 〈남과 여〉
공유가 침착해진 데에는 〈밀정〉에서 느낀 복합적인 감정도 작용했다. 시작하기 전부터 큰 산이 되리라는 건 알았다. 김지운-송강호라는 두 거대 산맥 아래에서 낙오하지 않고 등반에 성공하기만 해도 작품에 누가 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한 걸음 한 걸음이 숨찼고, 정상은 쉬 보이지 않는 여정이었다.

“김지운 감독님 영화를 좋아했지만 꼭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진 배우는 아니었어요. 시나리오를 받고 저에게는 영화 속 ‘밀정’처럼 끊임없는 의심이 있었어요. 감독님에 대한 의심이 아니라, 이 선택이 맞을까에 대한 의심이오.”

김지운 감독의 신작에 송강호는 이미 캐스팅 된 상태였다. 이제 공유가 선택할 차례였다. 〈부산행〉 촬영이 한창이던 뜨거운 여름이었다. 그 정신없는 와중에도 ‘이 멋진 두 사람이 나를 선택했는데, 그 선택에 대한 가치는 내가 증명해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송강호 선배님과 연기하고 싶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했는데, 기회가 갑자기 왔어요. 막상 덤비고 나서 힘들었죠. 초반에는 몸에 힘도 많이 들어갔고요. 이제 연기가 15년 정도 되어서 뭔가 준비를 해서 현장에 갔을 때 힘을 쓰는 일은 별로 없거든요. 마음이 편하니까요. 그런데 〈밀정〉은 신인 때 몸을 유연하게 쓰지 못하고 힘을 풀지 못할 때 느낌이었어요.”

의도치 않게 초심으로 돌아간 배우는 신인의 마음으로 작품에 부딪쳤다. 매일 자신의 한계에 부닥치면서, 매일 스스로의 한계를 뛰어넘는 송강호의 연기와 김지운의 연출을 봤다.

이 현장에서의 부대낌, 깨짐이 결과적으로 공유에겐 약이었다.

김지운 감독은 말하지 않는 것으로 말하기를 즐긴다. 배우에게도 대사만큼이나 호흡, 찰나의 표정 같은 ‘스몰 액팅(small acting)’을 주문한다. 연기를 아주 작고 작게 쪼개어 찰나의 명장면을 탄생시키는 것이 김지운-송강호 콤비의 특기다. 의열단의 리더 김우진과 일본의 밀정 이정출(송강호)이 서로의 속을 숨긴 채 느물느물하게 수 싸움을 하는 장면을 찍고 공유는 다리가 풀렸다. 김지운 감독은 이 장면을 찍고 나서 “다음번엔 공유와 함께 악역을 만들어 봐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공유가 보여준 찰나의 서늘한 표정 때문이다.

영화 〈부산행〉
돌아보면 공유는 늘 조금씩 ‘엇나가는’ 선택을 해왔다. 그는 그것이 아마 자신의 기질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전형적인 것보다는 참신한 것에 대한 갈망, 결과적인 수치보다는 과정의 즐거움에 대한 열망 때문이다.

“참신한 기획에 대한 관심이 늘 있어요. 사람들이 많이 보지 않아도 ‘기록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이 되면 끌려요.”

그런 참신함이 맞아떨어진 게 〈부산행〉, 기록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선택한 게 〈남과 여〉다. 자신의 이런 성향이 대중영화계와는 잘 맞지 않는 ‘모난 기질’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기질의 끝판왕을 만난 게 〈밀정〉이다.

“〈밀정〉 완성본을 보고 감독님께 한 번 더 반했죠. 가장 아프고 중요한 시기에 대한 영화임에도 전형적인 문법을 쓰지 않았어요. 결이 달랐죠. 예산이 크고, 작품에 대한 기대가 큼에도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았어요. 그런 점에서 출연한 배우로서 프라이드를 느꼈어요. 김지운 감독님은 신이 준 재능이 있으세요. 송강호 선배는 여기에 노력까지 하시고요.”

공유에게는 신이 무엇을 주었는지 물었다. 이 질문에 그는 꽤 골똘히 오랜 시간을 생각했다.

“음… 슈트발?(일동 폭소)”

실제로 의열단은 손에 꼽히는 멋쟁이 모던보이들이었다. 사료를 찾아보면 이들의 단체 사진은 그대로 화보다. 김지운 감독은 공유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들은 멋있었어. 멋을 부렸고. 왜냐하면 내일이 없었으니까. 오늘만 살았으니까 멋있게 산거야.” 그 말은 공유가 〈밀정〉을 대하는 하나의 지표가 되어 주었다.

“신이 저에게 주신 게 있다면 ‘곧은 심성’인 것 같아요. 신이 주셨거나 부모님이 주셨을 수도 있어요. 제가 좀 쓸데없이 곧은 면이 있고, 변하지 않는 면이 있어요. 전에는 더 많이 꼿꼿했어요. 지금은 많이 유해졌어요. 바람이 불면 흔들릴 줄 알게 됐죠.”

영화 〈밀정〉
흔들림 없던 부분에 대한 흔들림 때문에 최근에는 더 많은 고민이 생기기도 했다.

“배우로서의 삶과 개인으로서의 삶이 원하는 대로 같이 간다는 건 불가능하고 욕심인 것 같아요. 개인으로 정돈되고 에너지를 쌓아서 다시 배우로서의 삶을 살았는데, 그게 병행하기 힘든 순간이 오더라고요. 이렇게 일하다 보면 이 시기가 또 후딱 지나갈 거고, 또 마흔이 오겠죠.”

〈밀정〉을 본 뒤 〈부산행〉보다 더 좋았다는 후기를 남겨주었다는 가수 김동률은 공유에게 ‘마흔이 지나면 시간이 정말 빨리 간다’는 조언(?)을 해주기도 했다. 주변의 조언에 마음이 흔들리는 요즘인데, 가뜩이나 흔들리기 싫어하는 그가 김지운 감독의 영향에 크게 흔들리고 있다.

“하필 최근에 김지운 감독님을 만나서요(웃음). 영화 끝나고 술자리에서 물었어요. “왜 독신이시냐, 왜 결혼을 안 하시냐”고 했더니, “사람 인생에서 혼자서 그 누구에게 구애받지 않고 오롯이 온전히 즐길 수 있는 시기가 얼마나 될 것 같으냐”고 도리어 물으시더라고요. 사실 30대까지도 완전한 정서적인 독립을 이룰 수 없죠. 성인으로서 내가 선택하고 완전히 나로 살 수 있는 기간이 길어야 20~30년인 거예요. 그 이야기가 크게 와 닿았어요.”

좋은 짝을 만나, 나를 닮은 아이를 낳고 살아보는 일은 배우 공유를 떠나 인간 공유로서 꿈꾸던 삶이다. 이 꿈이 이루어질지 점점 더 미지수가 되어간다. ‘배우 공유’로 좋은 일이 연달아 있음에도 ‘인간 공유’로서의 생각이 많아지는 이유다.


공유의 계절


그럴 때면 ‘배우 공유’로서의 성취를 생각하려고 한다. 연기는 분명 전수되는 면이 있다.

“전 올해 ‘전도연’ ‘송강호’라는 소원을 이뤘죠. 제가 동경했던 그 두 분과 연이어 눈앞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으니까요. 물론 현장에서는 자책하고 자학하는 순간도 있었어요. 그러면서 초심을 다시 새겼죠. 아직 ‘까불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했고요. 체력적으로나 정서적으로 많이 지쳐 있는데 선배들에게 받은 에너지로 공허함을 채우고 있는 중이에요.”

거기다 좋은 또래의 동료들도 얻었다. 〈부산행〉에서 한참 어린 김수안과 아빠와 딸로 등장한 것도 좋은 경험이 됐다.

“(〈밀정〉에 함께 출연한) 한지민씨는 성격이 정말 좋아요. 여배우한테는 진지하게 대하면 더 불편해질 수 있으니까, 남자 배우들에게 하는 것처럼 편하게 대했어요. 나이가 들면서 이성 배우한테도 동료애가 커져요. 어릴 때는 마음에 드는 이성을 만나면 설레기도 했죠. 근데 그런 감정이 불편해요. 모두와 동료인 게 좋아요. 덕분에 현장이 편안해졌죠.”


현장에서 연기의 리듬이 깨질까봐 수안이에게는 일부러 거리를 두고 대했다. 너무 귀여워하면, 극 중에서 ‘데면데면한’ 부녀의 관계가 흔들릴까봐 그랬다.

“수안이 같은 경우에는 워낙 잘하는 친구라 ‘불필요한 배려’이기도 했죠. 참, 어제 천만파티에서 드디어 용돈을 줄 수 있었습니다. 너무 좋은 건 버릇 나빠질 것 같아서 적당한 선을 알아보고 어머니를 통해 선물했어요(웃음). 이제 속이 시원하고 마음이 편해요.”

한 번 타면 내릴 수 없는 급행열차를 탄 것처럼 출발지부터 목적지까지 정차 없이 달렸던 공유의 계절이 지나면, 그의 남은 소망은 훌쩍 이곳을 떠나는 것이다. 국내든 해외든 중요하지 않다. 그렇게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면, 이 해가 그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비로소 알게 될 것 같기도 하다.

“여행을 너무 가고 싶어요. 장소는 중요하지 않아요. 혼자서 가도 돼요. 제가 원래 생각이 많은 사람이기도 한데, 너무 달리다 보니 축적된 걸 털지 못해서 더 무거워졌어요. 어디든 가서 못 했던 축하와 환호를 하고 싶어요. 혼자 시끄럽게, 고래고래 소리도 지르고요(웃음). 그럼 가벼워질 것 같아요. 또 다음 것을 준비할 수 있을 것 같고요.”
  • 2016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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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건의 글이 있습니다. 작성일순 | 찬성순 | 반대순
   쑤미르   ( 2017-02-14 ) 찬성 : 24 반대 : 27
생각이 깊고 결론을 내리는건 시간이 걸리지만 한번 결론을 내리면 질주하는 스타일인거 같음.항상 배움의 자세가 되어있고 주변을 배려하는 전형적인 A형! 그치만 너무 조심스러운때가 많아서 만약 연애상대가 있다면 알수없는 모호함에 힘들것~~그치만 이사람이다 싶으면 직진남!!!진실한사람이니까~~내가 느낀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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